전시회 근처 건물의 지하 2층. 그곳에 사람이 끼건 말건 가차없이 육중한 문이 닫히는 엘레베이터를 타고 내려갔습니다.

 

 

그리고 그곳에서 무수한 가슴털에 셔츠 단추를 세개정도 푼 얼짱. 샤우어씨를 만날수 있었습니다.

 

 

그의 시계에 관심을 두고 구매하였다가 IWC의 마수에 빠져서 물건을 받기도 전에 다른분께 넘겼던 저인지라, 상당한 흥미와

 

애정을 가지고 그의 시계들을 바라볼 수 있었고, 그와 꽤 긴 시간 동안 앉아서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할 수 있었습니다.

 

 

 

 

그에게 먼저 물어본 이야기는 마린 오리지날 같은 모델의 경우 무엇 때문에 그리도 긴 대기시간이 있는가였습니다. 이 질문에 대한

 

그의 답변은 스위스 에보슈를 기반으로 해왔던 긴 시계업계의 지도에 변화가 있을것이란 아리송한 이야기를 조금이나마 실감해 볼

 

수 있는 내용이었습니다.

 

 

 

샤우어씨에 따르면 그들도 당연히 주문이 많은 모델을 빨리 만들고 판매하고 싶지만 가장 큰 걸림돌이 되는게 ETA 에보슈의

 

공급이라고 했습니다. 다른 모델들에도 마찬가지이긴 하지만 ETA는 일정량 이상 주문을 해 놓으면 그 주문이 그 다음해 반영되는

 

스타일이고 샤우어 같은 중소규모의 회사를 이끄는 경우에 특히 그런 주문을 자금운용의 문제로 미리 해 놓을수도 없고, 미리 하고

 

싶다 하더라도 매해 ‘전년도 계약 물량’을 기준으로 하여 에보슈를 판매한다고 하였습니다.

 

 

 

 

반독점법에 의해 ETA는 에보슈의 공급을 갑자기 중단할 수 없고 향후 몇 년간 계속 일단 공급해주던 업체에게는 ‘그대로’ 공급을

 

해 줘야한다는 판결이 있었는데, 이 조항이 있더라 하더라도 성장세에 들어선 신생 혹은 부활 브랜드가 에보슈를 사용해서 시계를

 

만들기는 그리 녹녹하지 않다는 바를 느꼈습니다.

 

 

 

프레드릭 콘스탄트처럼 이미 어느 정도 성장세를 거치고 완숙기에 들어선 브랜드들이라면 기타 무브먼트로 ETA의 에보슈를

 

대체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을법 하지만, 새로운 디자인과 집요한 손길로 에보슈 전통을 살려서 시계를 만들 새로운 브랜드의

 

등장 가능성은 이제 매우 희미해진 상태이고 지금 성장세에 있는 브랜드들에게도 ETA의 에보슈 공급정책 변화는 꽤나 큰 영향을

 

가질것임을 실제로 보여준 샤우어씨의 한마디 한마디가 이어졌었습니다.

 

 

 

ETA의 경우에 잠재적으로 더 큰 규모의 경제를 희생하기는 하지만 현재의 규모의 경제를 스와치 그룹의 전략이라는 테제

 

아래라고 해서 그리 쉽사리 포기 할 수는 없을거라는 전망이 있기에 ETA 에보슈가 몇 년 안에 우리 눈 앞에서 휘익 사라지진

 

않겠습니다만 신생업체가 가진 ‘가능성’이라는게 빛을 보기도 전에 사라지게 되는건 아닐까 하는 걱정이 되더군요.

 

 

 

 

 

참고로 ETA 2824의 경우에도 보통 급의 에보슈는 수급이 원활한 편이나 크로노미터급 에보슈 무브먼트의 수급에는 대기 시간이

 

꽤나 있다고 샤우어씨는 언급했습니다.

 

 

 

또 ETA 에보슈의 수급 이야기를 마치고 샤우어씨에게서 나온 중소브랜드로서의 스토바에 대한 이야기중 흥미로운 점 또 하나는

 

샤우어씨는 비교적 소규모 업체로서 살아남고 앞으로의 길을 닦을수 있는 방식으로서 가격대 성능(=가치)이 우수한 시계를 만들어

 

낸다는데에 대한 집착과 열정이었습니다.

 

 

 

 

그래서 그의 시계의 ‘가치’에 대해 제 머릿속으로 좀 계산을 해볼 요량으로 샤우어씨에게 무브먼트의 수정에 대해서도 질문을

 

했습니다. 그에 대한 그의 답변은 그는 그의 거의 모든 시계에 니바록스 1등급 헤어스프링과 글루시듀르 밸런스를 사용하고 최종

 

조정은 자신을 거친다고 이야기했습니다. ‘거의 모든 시계’라고 언급한 이유는 그는 ETA 2824기반의 일부모델의 시계에는 이

 

수정을 거치지 않고 위의 스펙을 가진 크로노미터급 2824무브먼트 채용을 선택사항으로 판매하고 있습니다. 그의 흥미로운

 

코멘트는 2824에는 크로노미터급 에보슈로 만든 무브먼트가 더 정확하다고는 하지만 그냥 2824도 전혀 문제가 없다라는

 

점이었습니다.

 

 

 

 

일본에서 온 기자들이 무시무시한 카메라 장비로 컬렉션을 찍고있는동안에도 그들을 무시(!!!)하고 계속된 우리의 대화에서 그는

 

현재의 스토바의 가격구조는 그 자체로서 마케팅의 일환이라는 이야기로 다시 돌아갔습니다. 스토바의 가격정책에 대한 질문을

 

하자 샤우어씨는 반기며 대답을 하길, 자신과 스토바는 시계의 정직함에 대해서 시계와 그 시계 자체의 가격으로 마케팅을 한다는

 

개념을 따르고 있다고 했습니다. 매일 무수히 많은 시계들을 직접 보고 확인하고 자신들의 시계가 그런 시계들보다 가치기준

 

우수한지 아닌지 확인하고 있으며 마진 계산보다 그런 가격대 성능비의 우수성에 일단 더 많은 중점을 두고있다고 말하였고,

 

Watchuseek등의 글로벌한 포럼 및 실사용자로부터의 평판을 위해 다른 마케팅 비용을 최소화 하고 있다고 했습니다.

 

 

 

 

 

이런 기업의 정신은 소비자에게 어찌보면 고마운 일이기도 하지만 이런 고마움은 기업 자체의 생산성 향상과 우수한 품질이라는

 

전제조건 없이는 한낱 치기에 불과해 보일 수 있습니다.

 

 

 

결국…… 가격과 실사용자가 느끼는 품질로서 이야기를 하게 될 텐데, 해외포럼에서 본 이야기들은 우호적이지만 앞으로의 나아갈

 

방향에도 이러한 종류의 가격, 품질, 그리고 소비자들의 인정을 성취할것인가는 흥미로운 주제로서 저 개인적으로도 가까이

 

지켜볼 예정입니다.

 

 

 

 

 

얼짱 샤우어씨…… 사실 그는 너무 잘생겨서 기분이 나빴습니다.

 

 

(너는 하루종일 기분이 나쁘겠구나~ 라고 생각하시는 분들도 계시겠지만….험험……….)

 

 

그래서 그런 그를 뒤로하고……..

 

 

바젤박람회의 1관 건너편에…… 시계 및 보석의 주변도구를 별도로 취급하는 관이 있었는데 그곳에 외로이 청초하고 고고한

 

학처럼 시계브랜드의 부쓰가 하나 자리잡고 있었으니 그건 매우 강렬한 인상의 (……………쾌남형이라고만 이야기 해 두죠) 얼짱

 

샤우어씨와 너무도 대조되는 아리스토의 사장님이 혼자 자리를 지키고 계셨습니다. 그 외로우셨던 모습을 떠올리니 살짝 안구에

 

습기가 다시 차오를랑말랑 합니다.

 

 

 

거대브랜드와는 달리 샤우어씨와 마찬가지로 매우 따뜻하게 환대해주었습니다.

 

 

사장님인줄 모르고 보직이 무어냐고 묻자 자신이 CEO 및 오너라고 당당히 이야기하더군요~. 그의 시계들을 쫘악 펼쳐놓고

 

이런저런 이야기를 했습니다. 아리스토의 사장님 역시 그의 시계를 이야기할 때 그의 인생철학 자체가 사람들에게 돈을 받으면 그

 

물건 자체의 가치로서 보답을 해야한다는 이야기를 했습니다. 자신의 시계에는 최고의 가격대 성능비가 그대로 담겨져있다고

 

이야기하면서 부자가 아닌 사람들도 믿을만한 기계식 시계를 즐길수 있게 한다는데 큰 자부심을 가지고 있는 경영자이자

 

워치메이커 였습니다.

 

 

 

 

 

그 역시 자기 브랜드의 시계는 다 자신이 마무리 조정을 완료한다고 이야기하였습니다.

 

 

 

 

 

아리스토의 시계에는 대개 ETA의 무브먼트를 사용하나, 흥미로운 부분은 러시아제 무브먼트에 대한 이야기였습니다. 옛날

 

롤렉스에서 쓰던 무브먼트 시설을 러시아가 구입해서 생산하는 무브먼트가 있다고 하면서 보여주었는데, 현행이면서 브릿지

 

모양이 빈티지한 맛을 제대로 풍기는 무브먼트였다는 기억이납니다. 사실 이젠 잘 기억이 안납니다. ^^;;;; (퍽퍽퍽!!!)

 

 

 

 

 

제가 당시 차고있던 마크 16을 보면서 그는 ‘거 아주 좋은 디자인이지’하면서 같은 RAF 디자인 기반의 파일럿 워치를

 

보여주었었습니다. 물론 마크가 더 이쁘긴 하지만 10배나 나는 가격차를 보면서 저는 제 자신의 허영이 조금 부끄러워지기도

 

했습니다.

 

 

 

 

 

 

 

 

아리스토 사장님과는 비교적 간결한 대화를 마치고 그의 부쓰를 나서고…… 그리고 또 이런저런 중소브랜드들을

 

살펴보았습니다만…. 저 개인적으로는 스토바와 아리스토가 가장 강렬하게 기억에 남습니다. 바젤의 시계관 안에있는 엄청난

 

가격의 부쓰를 차지하지 못하는 브랜드들이면서도 매니아들에 의해 입문용과 가격대 성능비라는 주제를 거칠 때 많이 언급된

 

브랜드이기도 하고 저도 입문시에 큰 유혹을 느꼈던 브랜드들이기도 하기 때문입니다.

 

 

 

 

 

프랑소와 폴 쥬른처럼 무시무시한 천재성을 바탕으로 뚜르비용을 선금받고 팔아서 자신만의 자본으로 자신만의 브랜드를 만들어

 

하이엔드 시장을 호령한다던가, Moser and Cie를 인수해서 부활시킨 IWC출신 워치메이커들의 하이엔드에서의 가격대 성능비

 

최고~ 를 외치는 모습은 화려하고 저의 마음을 수없이 뒤흔듭니다.

 

 

 

 

 

하지만………. 수없이 많은 글들을 하나하나씩 읽어가고 모르는 시계용어를 하나하나씩 찾아가고 이베이를 클릭해보고 옥션에

 

뛰어들고 시계매니아들의 모임에 시계없이 나가서 남들의 시계를 하나하나 경이로운 눈으로 바라보면서 없는 돈에 재빨리 내

 

시계를 사고싶어하던 저의 모습……… 아직 너무도 선한 제 자신의 모습을 가장 잘 비추어 주는 그런 브랜드는 하이엔드하고는

 

거리가 멉니다. 발란스에서 4번휠까지 이어지는 박동을 저에게 가장 먼저 알려줄 수 있었던 시계는….. 그 많은 선택들은 어디에

 

있었을까 하고 생각하면…….

 

 

 

 

 

그리고 제가 만약 정말 극강 고수(?)가 되어 지적허영과 간지적(?) 허영의 굴레를 조금이나마 벗어던질수 있게 된다면………(시계

 

매니아로서의 성장 및 인간으로서의 성장이 둘 다 필요하겠죠. 동교동 할아버지~ 머나먼 정글의 주제곡 롤링스톤즈의 Paint In

 

Black을 틀어주삼~~)

 

 

 

 

 

이런 브랜드들을 지금 초보 시절처럼 너무 빨리 넘겨버리지 않겠지 싶습니다.

 

 

 

 

 

 

관리자에 의해 2008-10-07 오전 12:57:59 에 복사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