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젤월드 2012 -알라롱 베스트 10-
순전히 제 맘대로 뽑은 올 해의 바젤월드 베스트 10입니다. 그런데 사실 베스트 9이에요. 바젤월드 리포트를 정리하는 차원이지만 가볍게 재미삼아 읽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manual7 버전이 있을지도?)
심플 워치 –Patek Phillipe Ref.5123
심플 워치로 마땅히 눈에 띄는 모델이 없었던 것이 주요했지만, 이 녀석의 옆구리 라인 참 매혹적입니다. 다이얼이 아닌 측면만 보고서도 행복할 것 같다면 뻥이 좀 심한 것 일 테지만 말이죠. 리포트에서도 조금 언급했지만 다이얼 배치라던지 밸런스가 좋습니다. 러그가 짜리몽땅해서 정면에서 보면 큰바위 얼굴처럼 보이지만 역시 이 모델의 매력은 러그와 이어지는 측면 라인입니다. (옆구리 공식 이미지를 못 구했습니다. 구글에서 검색해서 보세요. ㅎㅎㅎ) 초침 관련, 케이스백 디자인은 결점을 감추기 위한 트리키한 부분이 있긴 하지만 지름이 작은 칼리버 215를 가지고서는 최선의 결과가 아닌가 싶습니다. 파텍의 엔트리 모델을 산다면 꼭 후보에 넣게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캘린더 기능 –Blancpain Chinese Calendar-
파르미지아니에서 헤지리언 캘린더(이슬람력) 클락을 만든 바 있습니다. 딱 1개만 생산되었는데 아쉽게도 이것은 손목시계가 아니죠. 블랑팡의 차이니즈 캘린더를 바젤월드 리포트에서 장난 삼아 ‘대 중국시장 최종결전병기’라고 했는데요. 맞는 말이긴 하지만 캘린더 기능이라는 관점에서 보면 단순한 중국 시장용 시계는 아닙니다. 중앙의 시, 분침은 그레고리력에 기반하여 움직이지만 나머지 인디케이터는 차이니즈 캘린더(중국력)에 기반합니다. 12간지에 각 카운터는 5대원소, 10간, 중국력으로 카운트 되는 12월과 30일 표시와 윤월까지. 시계시장에서 중국의 영향력을 보여주는 단적인 예지만 중국력이 스위스 시계의 다이얼 위에서 보여지는 것은 묘한 느낌입니다.
크로노그래프 –없음-
마음에 드는 크로노그래프는 없었습니다. 레인보우 잼 스톤을 베젤에 세팅한 데이토나가 기억에 남는 정도랄까요? 이마저도 블링블링하다는 이유지 크로노그래프에 끌려서는 아닙니다. 오리스의 리니어 세컨드를 사용한 아트릭스 GT 크로노그래프, 론진 180주년 기념 모델, 진의 EZM10이 후보이긴 했지만 강렬함이 없던 관계로 수상(?)으로 이어지지는 않았습니다.
컴플리케이션 –Christophe Claret X-Trem1-
파텍 필립의 Ref.5204가 가장 인상적이었지만 마지막날에 본 크리스토프 클라레의 익스트림을 보고 나서 맘이 바뀌었습니다. 크리스토프 클라레는 해리 윈스턴의 오푸스2등을 만든 사람으로 이 번 익스트림은 제법 큰 이미지 변신이 있는 모델이 아닐까 합니다. 일종의 레트로그레이드 방식으로 표시하는 시, 분으로 바늘은 스틸 볼이 대신합니다. 공중에 볼이 둥둥 떠 있는 것처럼 보이는데요. 가이드를 따라 이동하는 볼은 자성에 의해 고정되어 있습니다. 기계식 시계의 공공의 적인 자성을 시계로 끌어들이는 움직임은 다른 메이커에서도 시도되고 있는데 클라레는 밸런스 같은 핵심 부품은 아니군요. 인디케이터의 끝에 도달했다가 0으로 돌아가는 움직임이 볼만하지 않을까 싶습니다.실물은 봤지만 움직이는 것은 못 봐서 좀 아쉽네요. (클라레 옹이 이 모델 가지고 애기 놀려먹던 장면은 봤습니다. ㅋㅋ)
쿼츠 –Seiko Astron GPS-
쿼츠 제1수칙 : 인간을 귀찮게 해서는 안된다에 입각하여 가장 쿼츠다운 쿼츠가 아닐까 싶습니다. 한 달이 30일인 달에 한 번 날짜 조정을 해줘야 기계식 시계(?)같은 기분이 드는 반면, 쿼츠는 정말 아무것도 건드리지 않아도 알아서 움직여줘야 쿼츠 답다고 생각하는 제게는 최종진화형 쿼츠라고 생각합니다. GPS만 수신되는 환경이라면 만져야 할 부분이 전혀 없습니다. 세계 어디를 가더라도 말이죠. 궁극적인 GMT워치의 형태라고도 볼 수 있습니다. 게다가 다이얼은 솔라 패널이라 키네틱이나 스프링 드라이브처럼 어느 정도 착용하고 있어야 한다는 부담감(?)도 없죠. 관건은 GPS의 수신성능 같습니다. 지하에 세워놓은 자동차 속 네비게이션의 활성화 시간만큼 오래 걸리거나 그러지는 않겠죠? 항공기 모드로 돌려놨다가 GPS수신 재활성 시간이 길다면 조금 답답할 것 같습니다.
드레스 –Breguet Classique Ref.7727-
드레스 워치의 드레시(?)함 때문에 꼽은 것은 아니고 기요세 다이얼의 10Hz가 이질적(?)으로 보여서 입니다. 타입 XXII에 이어 드레스 워치에 72,000vph가 적용되었습니다. 밸런스 휠은 굉장히 작고 핵심 부품은 실리시움이 적용되어 있습니다. 무브먼트의 공식 이미지를 못 구했는데(퓨리스트에서 막 불펌하기도 좀 그래서) 굉장히 클래식하지 않게 생겼습니다. 브레게=클래식 이라는 생각이 있지만 사실 브레게는 굉장히 혁명적인 발명은 한 인물이었다는 것을 생각해보면 브레게=혁신이라는 게 틀리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그런데 솔직히 클래식 이미지를 배제할 수 없는 메이커이다 보니 초 하이비트, 다이얼의 빨간색 10Hz가 좀 거시기(?)하다는 게 마음 한 구석에 있습니다. 드레스 워치 중에서는 가장 눈에 띄는 모델이라 꼽아 봅니다.
다이버 – Tudor Heritage-
다이버도 딱 이거다 하는 모델이 없었습니다. 언제나 나올까 싶었던 서브마리너의 넌데이트가 드디어 나왔지만 크게 신선하다고는 볼 수 없죠. 국내에는 들어오지 않은 듀더의 헤리티지는 이름 그래도 계속 빈티지 컨셉트로 가는 듯 한데요. 이번의 다이버가 약간 그런 느낌입니다. 헤리티지 블랙 베이는 파네라이의 AD를 연상케 해서 깜짝 놀랐는데, 롤렉스 서브마리너의 빈티지를 테마로 삼은 것 같습니다. 금색을 써서 빈티지 서브의 길트 다이얼을 떠올리게 하는 게 매력입니다. 길트 다이얼을 사용한 빈티지가 좀 더 비싼 편인 것을 보면 지능적인(?) 모델입니다. 다이얼이 다음에 들어서 한 표입니다. 블랑팡의 X-패덤스를 뽑을까 했는데 실물이 생각보다는 썩 와 닿지는 않았습니다.
파일럿 – Bell&Ross BR-01 Horizon, Altimeter, Turn Coordinator-
Horizon
Altimeter(좌), Turn Coordinator(우)
벨&로스에서 파일럿 워치 다운 파일럿 워치를 처음으로 냈다고 할까요? 분명 뿌리는 파일럿 워치에 두고 있는 메이커이긴 한데 역사적으로 보나 모델의 면면을 보나 파일럿 워치의 진한 맛을 찾기는 어려운 메이커가 아니었나 싶습니다. 물론 벨&로스의 패션성에 대해서는 의문을 두지 않습니다만 말이죠. 이번 호라이즌, 알티미터, 턴 코디네이터는 비행기 계기반을 뜯어서 시계에 옮겨 놓은 기능들입니다. 데크워치(온보드 워치)의 디자인에 어울리는 기능 덕에 초대형 칼리버로 후보에 올랐던 제니스의 파일럿 워치 대신 선정의 영광(?)을 차지하게 되는군요.
베스트 컨셉트 –HYT H1-
같은 지붕 아래에 있던 크리스토프 클라레라던가 우웍(Urwerk)을 실물로 보면 상당히 멋지지만 완전히 새로운 모델은 아니었던 것 같고 제 눈을 사로잡았던 시계는 HYT(하이드로 )의 H1입니다. 야광 물질을 섞은 물로 시간을 표시하는 레귤레이터로 물은 펌핑에 의해 이동됩니다. 꽤 과격한 컨셉으로 디본 1(Devon 1. 신제품 Devon2도 나왔슴다)같은 시계도 있었지만 이건 전자제품에 가깝고, H1은 어디까지 태엽과 밸런스로 움직이는 기계식 시계라는 게 매력입니다. 시침 역할을 하는 이 야광 물을 제어하는 것은 펌프인데 이 펌프는 달팽이 모양의 캠에 의해 제어됩니다. 정교한 펌프질은 이 캠의 회전을 통해 이뤄지고 캠은 기계식 메커니즘의 일부이자 펌프와의 연결고리가 됩니다. 굉장히 재미있는 컨셉트인데 실물은 좀 장난감 같습니다. 가격이 얼마가 될지 모르지만 짐작되는 돈의 단위를 볼 때 약점이 될 것 같습니다.
알라롱 페이버릿 –MB&F Thunderbolt RT-
순전히 제 취향대로 꼽는 마당에 큰 의미는 없지만 제 개인적으로 맘에 들었던 모델을 소개해 봅니다. MB&F의 레가시 머신1. 참 클래식한 무브먼트로 변신을 이뤄내며 제 맘을 다시 한번 흔들어 놓았지만 역시 제 사랑은 변함없이 썬더볼트. 쌍발 제트 엔진 두 개를 올려놓은 케이스 위용. 페라리의 엔진룸 같은 밸런스 휠. 아름답습니다. 단종(?)되서 차라리 좋아하고 있던 차에 이건 날벼락과 다름없습니다. (차라리 날 죽여. 손목에 올려 놓지 라도 않았더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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