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RMÈS
에르메스는 시계는 물론이고 패션 부문에 이르기까지 모든 제품군에서 나름대로의 브랜드 철학을 보여줘 왔습니다. 구태의연한 것보다는 뭔가 새롭고 흥미로우며 즐거운 것을 추구해왔습니다. 특히 시계에 있어 제작은 스위스에서 이뤄지긴 하지만 '창의성 넘치는' 프랑스 태생 브랜드로서 다른 브랜드와는 차별화된 방식으로 '시간을 알려주기' 위해 고심하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잠시 나만을 위해 시간을 멈추는 '아쏘 르 땅 서스팡듀'나 원할 때만 시각을 확인할 수 있는 '드레사지 레흐 마스케' 등 이제까지 보여주었던 타임 투 드림(Time to Dream) 시리즈에서 이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 계보를 이으며 올해 소개된 시계가 '슬림 데르메스 레흐 앙파시앙뜨(Slim d'Hermes L'heure impatiente)'입니다. 2015년 런칭하며 브랜드의 대표 컬렉션으로 자리 잡아가고 있는 슬림 데르메스 라인으로 선보였습니다. 이외에도 처음으로 케이스를 DLC 처리해 블랙으로 소개한 '케이프코드 섀도(Cape Cod Shadow)', 으르릉거리는 호랑이를 다이얼에 담은 '슬림 데르메스 그르!(Slim d'Hermes Grrrrr! 정확히 r이 5개로 굳이 한국말로 해석한다면 어흥! 그르렁! 정도가 아닐까요?)', 새로운 컬러 다이얼과 스트랩으로 무장한 '케이프 코드', 더욱 작은 사이즈로 여성스러움을 강조한 '난투켓 미니' 모델 등을 선보였습니다.
_에르메스 케이프코드 섀도(왼쪽) & 슬림 데르메스 그르(오른쪽)
그 중에서 에르메스가 가장 자랑스럽게 소개한 신제품 '슬림 데르메스 레흐 앙파시앙뜨'를 소개합니다. 이름에 담긴 의미는 굳이 해석해보자면 '기다림으로 가득 찬 시간' 정도가 될 듯합니다. 이 시계는 일종의 '기계식 모래시계' 컴플리케이션을 탑재한 시계입니다. 어떤 특정한 이벤트 1시간 전부터 카운트다운을 하다가 그 시각에 도달하면 '딩'하고 소리를 알려주는 식입니다.
_에르메스 슬림 데르메스 레흐 앙파시앙뜨
예를 들어 현재는 오전 10시이고, 12시에 사랑하는 누군가(!)와 만날 약속을 했다고 가정해봅니다. 우선 9시 방향의 버튼을 눌러 레흐 앙파시앙뜨 기능을 실행시킵니다. 그리고 나서 4시 방향의 버튼을 돌리면 4시 방향 서브 다이얼에 있는 바늘을 돌릴 수 있는데, 여기서 바늘을 원하는 시간인 12에 가도록 놓습니다. 그리고는 시간이 흘러갑니다. 약속 시간 1시간 전인 11시가 되면 6/7시 방향에 있는 부채꼴 모양 창에 있는 바늘이 자신의 역할을 하기 시작합니다. 모래시계처럼 60에서부터 시작해 분이 흘러갈 수록 레트로그레이드 방식으로 움직이며 0을 향해 움직이는 것입니다. 그리고 12시에 도달하면 '딩'하고 약속 시간이 되었음을 알려줍니다. 사실 이것은 알람 시계는 아니기 때문에 소리는 착용한 사람만이 확인할 수 있도록 나즈막하면서도 부드럽게 울립니다. 아름다운 음을 찾아내기 위해 몇 달 동안 연구를 기울였다고 합니다. 이 컴플리케이션 기능은 에르메스 매뉴팩처 무브먼트 H1912를 기반으로 한 2.2mm 두께의 모듈에 담겨 있습니다.
_에르메스 슬림 데르메스 레흐 앙파시앙뜨
특정 이벤트보다는 그것을 기다리기까지의 기대감과 흥분감을 더욱 즐거운 과정으로 생각한 에르메스가 브랜드 고유의 위트와 재치를 담아 선보인 시계입니다.
JAQUET DROZ
자케 드로는 그랑 스공에 문페이즈를 탑재한 '그랑 스공 문페이즈', '그랑 스공 투르비용'에 머더오브펄을 가미한 모델, 봄과 여름을 형상화한 배경의 다이얼 위 사랑스러운 한 쌍의 새가 자리하고 있는 '프티 아워 미닛 릴리프 시즌' 모델에 이르기까지 브랜드 특유의 서정적이고 로맨틱한 느낌을 살린 신제품들을 선보였습니다.
_자케 드로 그랑 스공 문페이즈
_자케 드로 프티 아워 미닛 릴리프 시즌
그 중에서도 단연 눈길을 끈 것은 자케 드로의 시그너처라 할 수 있는 오토마톤 모델입니다. 어미 새가 아기 새에게 먹이를 물어다 주는 '고귀한' 장면을 연출한 버드 리피터(Bird Repeater), 차밍 버드(Charming Bird), 레이디 8 플라워(Lady 8 Flower) 오토마톤 시계에 이어 자케 드로가 새로운 오토마톤 시계를 소개했습니다. 나비를 주인공으로 한 이번 시계의 이름은 '러빙 버터플라이 오토마톤(Loving Butterfly Automaton)'입니다. 242년 전 앙리-루이 자케 드로는 천사가 탄 마차를 이끄는 나비의 모습을 그린 아름다운 스케치를 만들어내는 안드로이드 오토마톤을 제작한 적이 있습니다. 자케 드로의 디자이너들은 이 스케치에 매료되어 이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해 오토마톤 시계로 탄생시켰습니다.
_자케 드로 러빙 버터플라이 오토마톤
자케 드로의 프티 아워 미닛 다이얼이 스케치를 위한 캔버스가 되었습니다. 하이라이트는 크라운의 버튼을 누르는 순간 시작됩니다. 나비가 우아하게 깨어나며 마차를 끄는 것입니다! 마차 바퀴도 돌아가기 시작하는데, 고정된 스포크(바퀴살)와 움직이는 스포크를 함께 사용해 마치 움직이는 것 같은 착시효과를 냅니다.
작은 큐피드의 팔과 얼굴을 비롯해 나비의 가느다란 다리와 더듬이에 이르기까지 핸드 인그레이빙한 40개 부분을 꼼꼼하게 손으로 조립해 완성했습니다(특히 나무는 두께가 0.2mm에 불과합니다). 골드가 오닉스 혹은 폴리네시아 블랙 머더오브펄 다이얼과 대비를 이루며 마법 같은 느낌을 극대화합니다.
_자케 드로 러빙 버터플라이 오토마톤
두 개의 특허를 출원 중인 오토마톤 메커니즘은 개발에만 3년 정도가 소요되었다고 합니다. 오토마톤만을 위해 할애된 부분은 3개의 배럴에 동력을 축적하는데 그 파워리저브(핸드와인딩 방식으로 와인딩합니다)를 이용해 나비가 날갯짓하고 마차가 움직입니다. 특히 나비는 약 2분 동안 300회 정도 (우아하게) 날갯짓 할 수 있습니다. 시와 분 기능에 할애된 무브먼트는 셀프와인딩 방식으로 구동됩니다. 43mm 사이즈에 화이트와 로즈 골드 두 가지 버전을 선보이며, 각각 28개 한정 생산합니다.
GRAFF DIAMONDS
훌륭한 퀄리티의 스톤, 특히 빅 스톤으로 높은 명성을 자랑하는 주얼러 그라프 다이아몬즈(이하 그라프)는 2008년부터 시계 부문에도 도전장을 던지며 자신만의 색깔을 살린 시계들을 선보이고 있습니다. 몇 년 전부터는 바젤에도 참석하고 있는데요. 올해 바젤월드에서는 작년 선보인 '마스터그라프 스트럭처럴 스켈레톤(MasterGraff Structural Skeleton)'의 오토매틱 버전, 새로운 미닛 리피터 등 컴플리케이션 부문에서도 공을 들인 모습이었고, 주얼러 본연의 DNA를 살린 '프린세스 버터플라이 인비저블 세팅', '스피럴' 워치 등을 공개했습니다.
_그라프 마스터그라프 스트럭처럴 스켈레톤(왼쪽) & 미닛 리피터 미들 이스트 다이얼 버전(오른쪽)
_그라프 스피럴 워치(왼쪽) & 프린세스 버터플라이 인비저블 세팅(오른쪽)
그 중에서 오랫동안 그라프 주얼리에 영감을 선사해온 플라워 모티브를 시계에 반영한, 가장 그라프다운 색깔을 보여준 '마스터그라프 플로럴 투르비용(MasterGraff Floral Tourbillon)'을 소개합니다. 다이얼 왼편으로 마치 정원처럼 풍성한 꽃들이 만개한 모습을 볼 수 있는데요. 런던의 주얼리 아틀리에와 제네바의 시계 장인들 사이에 끊임없는 논의를 거쳐 심사숙고 해 꽃의 형태, 느낌, 피니싱, 밸런스 등을 결정했다고 합니다. 타히티, 블루 혹은 오렌지 머더오브펄에 화이트 골드 소재의 핸드 커팅한 플라워가 어우러지고 있습니다.
_그라프 마스터그라프 플로럴 투르비용
다이얼 하나를 완성시키는 데 50시간 정도가 소요되는데, 특히 고온에서 구워내는 에나멜링 기법과 핸드 페인팅으로 완성한 꽃들이 회전하는 모습이 우아함을 극대화시킵니다(8시, 9시, 12시 방향의 꽃들이 움직입니다!). 여기에 5시 방향의 투르비용이 가세하며 시계에 강렬함을 더합니다. 케이스는 38mm 사이즈, 수동 무브먼트에 68시간 파워리저브.
_그라프 마스터그라프 플로럴 투르비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