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aselworld 2015] 에르메스 Report
에르메스 소식을 다시 전합니다. 패션에 뿌리를 둔 브랜드 중에서 시계 분야에 진출한지 비교적 오랜 역사를 가지고 있고
진지한 접근을 하는 브랜드 중 손꼽히는 곳이 에르메스입니다.
생산량이 그리 많지는 않기 때문에 까르띠에처럼 무브먼트를 직접 제조하는 설비를 갖춰 놓지 않고
대신 대부분의 브랜드들처럼 전문 무브먼트 회사에서 사입해 왔고 거기에 무브먼트 회사에 지분 투자를 해 에르메스를 위한 독점 무브먼트를 별도 제작, 공급받고 있습니다.
그 회사가 바로 파르미지아니 플러리에 산하 무브먼트 제조사인 보쉐 플러리에로 이미 타임포럼에서 여러 번 방문 후
후기를 올렸습니다. 지난 1월 알라롱님이 방문한 후기가 자세하니 다시 살펴 보시길 바랍니다. -->https://www.timeforum.co.kr/TimeForumExclusivBaselSIHH/12240710
방문기에 따르면 산도스 재단과 파르미지아니는 에르메스에 매각한 25%의 지분을 다시 매수하려는 계획을 가지고 있다고
언급했는데요. 지분 관계를 정리하면 무브먼트의 사용을 계속할 것인지 미지수이지만 아직은 아니므로 올해는 보쉐 제품을 그대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그 말은 보쉐 자체가 최상급 무브먼트를 생산하는만큼 에르메스의 무브먼트에 대한 신뢰도를 어느 정도 가져도 된다는 말이지요.
물론 모든 제품에 보쉐 무브먼트를 사용하는 건 아닙니다. 선택은 여러분께...
그럼 에르메스의 올해 신제품을 보시겠습니다.
몇 년 전만해도 남성과 여성 시계 비율이 2:8 정도로 여성 시계가 많았지만 언젠가 5:5 수준으로 만들 것이다라는 포부를 밝힌 바 있는데
5:5 수준은 아니지만 남성 시계군이 상당히 많아졌습니다. 부스 안에는 괘종 시계 형태의 전시가 인상적이었습니다.
자세히 다가가 보니..모션 그래픽이 뭔가 숫자하고 관련이 있는 것 같죠?
슬림 데르메스(Slim d'Hermes)
올해 가장 주목할만한 시계는 새롭게 만든 컬렉션, 바로 슬림 데르메스입니다.
에르메스 시계회사인 라 몽트르 에르메스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필립 델로탈(Philippe Delhotal)이 전체 디자인을 하고
에르메스의 스카프나 매거진 제작에도 참여한 그래픽 디자이너 필립 아펠로아(Philippe Apeloig)가 숫자 인덱스 타이포그래픽을 담당했습니다.
굉장히 명망 있는 그래픽 디자이너로 특히 타이포그래피 부분에서 두각을 드러내어 최근 개인전을 가지기도 했군요.
출처 : 필립 아펠로아의 공식 홈페이지 http://www.apeloig.com/
이름이 동일한 두 필립의 초안에서 보시다시피 에르메스 시계 중 비교적 얇은 편이고 아워 인덱스는 그 어떤 시계에서도 볼 수 없는 독창적인 형태입니다.
호불호가 기울어진 이탤릭체 숫자를 사용하는 아쏘 시계와 더불어 에르메스를 떠올리게 만드는 디자인입니다.
시계는 여러 사이즈와 기능으로 구성했습니다.
지름 25mm와 32mm의 여성 시계입니다. 모두 쿼츠 무브먼트를 탑재했고 골드와 스틸, 다이아몬드를 세팅한 버전이 있습니다.
가죽으로 유명한 에르메스답게 앰버, 엘리펀트 그레이, 울트라 바이올렛 컬러의 악어 가죽 스트랩과 바레니아, 소가죽과 스틸 브레이슬릿도 있습니다.
39.5mm 버전은 H1950 오토매틱 무브먼트를 탑재했습니다. 보쉐가 에르메스를 위해 제작한 무브먼트로 마이크로 로터를 차용해
2.6mm의 얇은 굵기를 구현해 냈습니다.
스몰 세컨드를 가진 이런 기본 시계는 어느 브랜드에서나 볼 수 있는데 숫자 인덱스 덕분인지 깔끔하면서 현대적인 느낌입니다.
슬림 데르메스 컬렉션에는 고기능의 퍼페추얼 캘린더와 듀얼 타임 기능의 시계를 라인업에 더했습니다.
숫자 3,6,9는 없앴고 6시 방향에 듀얼타임창을 두느라 3시 방향으로 옮긴 문페이즈는 하늘은 사금석(어벤추린), 달은 자개로 장식했습니다.
날짜와 듀얼 타임 창의 아라비아 숫자도 아워 인덱스와 동일한 폰트를 사용했군요.
H1950에 아젠호의 퍼페추얼 캘린더와 듀얼 타임 기능 모듈을 얹은 오토매틱 무브먼트를 사용했습니다.
아젠호는 반클리프 아펠을 비롯해 에르메스의 타임 서스펜디드를 제작하기도 한 시계제작자 장 마크 비더레이트가 이끄는 회사입니다.
에르메스는 고전적인 회중 시계를 매년 내놓고 있는데 슬림 데르메스에서도 회중 시계를 내놓았습니다.
바로 슬림 데르메스 포켓 소 에이치(So H)로 무브먼트는 동일한 H1950을 탑재했고 회중 시계 커버는 알파벳 H를 엮은 형태입니다.
호크 아이 다이얼과 로즈 골드 케이스, 옥스 아이 다이얼과 다이아몬드 세팅 로즈 골드 케이스, 오닉스 다이얼과 화이트 골드 케이스,
그리고 아래 사진의 어벤추린과 다이아몬드 세팅 화이트 골드 케이스까지 다이얼에 따라 4개 모델, 각각 6개 한정 생산이고 각각의 모델은 가죽 끈과 케이스에 담깁니다.
마지막으로 예술적인 다이얼을 추가한 슬림 데르메스 시계들을 더 발표했는데 그건 다른 시계 몇 개 추가로 살펴본 다음 적겠습니다.
일반 시계를 살펴보면
케이프 코드 오토마티크 시계입니다.
기존과 달라진 건 없어 보이죠? 무브먼트가 자사 H1912로 바뀌었습니다. 덕분에 시계 가격은 조금 올라갈 듯해 보입니다.
에르메스도 예술적인 다이얼에 상당히 신경을 쓰는데요. 그게 다른 시계 브랜드와 차별화하기에 가장 좋은 방법이기 때문이죠.
스카프처럼 무늬와 패턴이 강한 브랜드다운 선택입니다.
케이프 코드 지브라 페가수스(Cape Cod Zebra Pegasus) 입니다.
다이얼때문에 시계는 조금 더 큰 36.5 x 35.4mm 로 H1837 무브먼트를 탑재하고 있습니다.
이름처럼 날개를 단 얼룩말의 모습을 형상화했는데 조각을 넣고 그 위에 그랑 푸 에나멜을 더한 끌로와조네 에나멜 기법을 사용했습니다.
시계는 각기 다른 색으로 4개의 유니크 모델로 소개합니다.
다음은 아쏘 컬렉션입니다. 역시 자사 무브먼트로 교체하고 있습니다.
아쏘 오토마티크(Arceau Automatique)
40mm 케이스에 H1837 오토매틱 무브먼트를 탑재하고 있고 다이얼에는 헤링본 무늬를 넣었습니다.
아쏘 에퀴예르 어벤추린(Arceau Ecuyère Aventurine)
2012년에 소개한 여성용 오토매틱 시계로 H1912 탑재, 다이얼에 사금석을 얹고 스몰 세컨드 테두리와 34mm 지름의 화이트 골드 케이스의 베젤과 러그에 다이아몬드를 세팅했습니다. 178개만 한정생산하는 모델입니다.
아쏘 프티트 륀(Arceau Petite Lune)
H1912를 탑재한 모델로 38mm 지름의 스테인리스 스틸 소재로 보다 다양한 스트랩 버전을 선보입니다. 다이아몬드 세팅 버전도 있고요.
아쏘 포켓 바그 에 코퀴아즈(Arceau Pocket Vagues et Coquillages)
아쏘 컬렉션으로도 회중 시계를 소개했는데요. 불어로 물결과 조개껍데기라는 의미입니다. 이름 그대로 케이스 덮개에 물결과 조개껍데기 모티브를 넣었고
다이얼은 갈색톤의 아이리스, 블루톤의 프러시안 블루, 호크아이 에나멜 등 화이트 골드와 로즈 골드 두 가지 소재 케이스로 3개의 유니크 피스를 소개했습니다.
다시 슬림 데르메스로 넘어가서
슬림 데르메스 퍼스펙티브 카발리에(Perspective cavalière)
기수의 시점이라는 다소 독특한 이름으로 구성주의 그림을 보는 듯한 다이얼입니다. HERMES PARIS란 알파벳을 교묘하게 겹친 그래픽으로
금속선으로 형태를 구현한 뒤 그 공간에 각기 다른 색상의 에나멜로 채워 구워낸 샹레브 기법의 다이얼입니다. 슬림 에르메스답게 H1950 무브먼트를 탑재했습니다.
마지막으로 프랑스와 일본의 전통 기법이 만난 시계들입니다.
슬림 데르메스 고마 쿠라베(Koma Kurabe)
왜 Goma 라 표기하지 않고 Koma라 표기를 했는지 모르겠지만 일본의 오래된 말 타기 경주 대회인 고마 쿠라베(こまくらべ)의 정경을 다이얼에 그대로 담은 시계입니다.
총 12종류의 다이얼로 소개할 예정인데 프랑스 자기와 일본 아카에즈케(赤繪付) 기법을 결합했습니다.
아카에(Aka-e)라고 표기를 하고 있는데 붉은 안료를 갈아서 이를 자기로 만든 그릇에 그림으로 그리고 구워내는 기법입니다. 붉은 빛은 철이 들어갔다고 보시면 되는데 우리나라에서 철화 기법은 주로 대담하고 거친 느낌이 대부분인 반면 일본에서는 아주 섬세하고 예쁜 느낌으로 변모한 느낌입니다. 정교하기론 중국 도자기도 만만치 않지만.
여러 색을 함께 사용하기도 하는데 에르메스에서는 주로 붉은 색에 금칠을 덧칠한 방식입니다.
그리고 자기로 된 다이얼판은 일본이 아닌 프랑스 세브르 공방(Manufacture Nationake de Sèvres)에서 제작했습니다.
아주 고운 액체 상태의 점토를 석고 보드에 부으면 원판이 물을 흡수해서 점토만을 남기게 되고 이 반죽을 금속 판 위에 성형한 다음
초벌구이 후 1,245도의 고온에 다시 굽고 그리고 표면을 곱게 갈아낸 후 광택을 위해 투명한 에나멜을 4~6겹 칠합니다.
그 후 현재 아카에 기법의 무형 문화재인 일본의 부잔 후쿠시마(Buzan Fukusima)상께서 세밀화로 그림을 그린 겁니다.
바젤월드 부스에 실제 후쿠시마상께서 와서 잠깐 시연하는 것을 보루 수 있었는데요.
안료를 곱게 개어서 그림을 그렸습니다. 새를 그려달라고 말씀 드리니 이렇게 그려 주셨습니다.
슬림 데르메스 라 팜므 오 스멜르 드 방(La Femme aux semelles de vent)
같은 기법으로 에르메스 스카프 모티브 중 하나를 구현한 것으로 바람 부는 산에 서 있는 여성의 모습을 형상화했습니다.
작년 예거 르쿨트르와 함께 만든 에르메스의 애트모스 시계는 한국에 2개 정도 들어왔는데 모두 판매가 되었다는 소식입니다.
켈리와 버킨백과 더불어 에르메스의 유니크 시계에 대한 매니아존이 형성이 되어 있는듯 합니다.
올해 정리를 하자면 보쉐와 협업해 만든 자사 무브먼트로 교체하고 예술 공예 기법을 사용한 에센셜 컬렉션도 계속 지속 가능한 컬렉션으로 강화하고 있는 모습입니다.
이상으로 에르메스 소식을 마칩니다.
사진 : 수동칠, 공식 제품사진 : 에르메스 Claude Jora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