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IHH 2019 까레 데 오롤로저(Carré des Horlogers) 소식을 이어서 전하겠습니다.
Grönefeld
네덜란드에서 온 형제 바트 그뢴펠트와 팀 그뢴펠트가 자신들의 이름을 걸고 론칭한 그뢴펠트는 최근 가장 뜨거운 반응을 얻고 있는 독립 브랜드 가운데 하나입니다. 제네바 시계 그랑프리(GPHG)에서 연거푸 수상의 영예를 안으며 존재감을 확실하게 각인시켰고, 여세를 몰아 2017년부터 SIHH에 참가하고 있습니다.
-데드 비트 세컨드를 구현한 원 헤르츠(One Hertz)
-1941 레몽투아(1941 Remontoire)
그뢴펠트를 관통하는 주제는 화려한 피니싱과 정확성입니다. 루테늄으로 도금한 니켈 실버 플레이트와 마이크로 블라스트 및 베벨링으로 공들여 마감한 스틸 브리지로 기성 시계에서 볼 수 없는 그뢴펠트만의 스타일을 창조했습니다(독특한 형태의 브리지는 네덜란드에서 자주 볼 수 있는 건축양식(bell gable)에서 착안한 겁니다). 여기에 콘스탄트 포스로 구현한 데드 비트 세컨드, 일정한 동력을 전달하는 레몽투아, 투르비용 같은 전통적인 메커니즘을 새롭게 해석해 뛰어난 정확성을 추구합니다.
1941 Principia
1941 프린시피아
그뢴펠트가 출시한 1941 프린시피아는 전작과 비교하면 다소 힘을 뺀 엔트리 모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시계의 이름은 형제의 아버지가 태어난 연도(1941년)와 만유인력의 원리를 세상에 알린 아이작 뉴튼의 저서 <자연철학의 수학적 원리(Philosophiae Naturalis Principia Mathematica)>에서 따왔습니다. 여기서 프린시피아의 의미는 중력과 연관이 있습니다. 그뢴펠트는 정확성을 저해하는 적이자 로터를 회전시켜 메인스프링을 감아주는 원동력인 중력의 양면성을 표현하려 했습니다.
중앙의 두 바늘과 6시 방향의 스몰 세컨드로 이루어진 스털링 실버 다이얼은 군더더기 없이 깔끔합니다. 바늘은 모두 열처리를 통해 파란색을 입혔고, 축에 꽂는 부분을 미러 폴리싱했습니다. 구매자는 로만 인덱스를 프린팅한 크림 래커 다이얼 또는 바 인덱스를 부착한 샐먼, 터콰이즈, 라이트 블루, 로듐 다이얼 중에서 선택할 수 있습니다. 특별히 로만 인덱스 크림 래커 다이얼에는 네덜란드를 상징하는 오렌지 색으로 숫자 60을 강조했습니다. 카리 부틸라이넨의 공방에서 제작하는 다이얼을 옵션에 넣지 않은 건 가격이 높아지는 걸 원치 않았기 때문이라고 하네요(기요셰 에나멜 다이얼을 추가하려면 7500스위스프랑을 지불해야 합니다).
케이스와 베젤 및 러그는 다양한 디테일로 가득합니다. 특수한 커터를 이용해 움푹 파이거나 볼록한 표면을 만들고, 밀링 머신으로 연마하기 전과 추가 절삭 작업 중간중간에 폴리싱을 합니다. 시간이 오래 걸리지만 이렇게 해야 정교한 윤곽이 살아있는 케이스를 얻을 수 있다고 합니다. 모든 러그는 케이스 안쪽에서 두 개의 티타늄 나사로 고정했습니다. 추후에 폴리싱을 하거나 심각한 손상을 입은 러그를 쉽게 교체하기 위함입니다. 케이스 지름은 39.5mm, 두께는 10.5mm입니다. 방수는 30m입니다. 주문자는 기호에 따라 케이스(레드골드, 화이트골드, 스테인리스스틸)는 물론이고 스트랩까지 선택할 수 있습니다.
무브먼트의 생김새는 1941 레몽투아와 비슷합니다. 차이점이라고 한다면 복잡한 레몽투아 메커니즘을 셀프와인딩 메커니즘이 대신하고 있다는 겁니다. 볼 베어링 방식의 단방향 와인딩 로터는 22K 레드골드로 제작했습니다. 브리지로 단단하게 고정한 프리스프렁 밸런스 휠에는 오차를 조정할 수 있는 화이트골드 나사가 달려 있습니다. 여기에 필립스 커브 오버코일 밸런스 스프링을 조합했습니다. 각 브리지에는 골드 샤통으로 장식한 주얼이 있고, 모든 나사 머리는 미러 폴리싱했습니다. 무브먼트는 여섯 개의 자세차 조정과 온도를 포함해 등시성 보정까지 완벽하게 마무리했습니다. 시간당 진동수는 21,600vph(3Hz), 파워리저브는 56시간입니다.
1941 프린시피아의 가격은 스테인리스스틸 케이스의 경우 2만9950스위스프랑(약 3360만원), 골드는 약 3만7000~3만8000스위스프랑(약 4150~4260만원) 입니다. 엔트리 모델답게 기존 제품보다 저렴하네요. 1941 프린시피아는 한정 모델은 아닙니다만 주문 시 원하는 번호(1번부터 100번까지만)를 지정할 수 있다고 합니다. 연간 생산량이 약 75개에 불과한 데다가 웨이팅 기간이 8개월쯤 된다고 하니 구입을 원한다면 서두르거나 엄청난 인내심을 발휘해야 합니다. 여담이지만 바트는 핸드와인딩 심플 워치를 제작할 가능성은 매우 낮다고 말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아쉬운 부분이네요.
Voutilainen
카리 부틸라이넨은 정신 없이 몰아치는 손님들을 응대하느라 힘들었을 텐데도 불구하고 미소를 띄며 맞아주었습니다. 워스텝(WOSTEP)에서 그에게 가르침을 받은 제자이자 일본 내 부틸라이넨의 영업을 담당하는 하야시 상은 오후 3시까지 식사를 못했다며 양해를 구하고 부스를 탈출했습니다.
뱅-윗(Vingt-8)
부틸라이넨에게 명장의 칭호를 가져다 준 뱅-윗은 2008년에 개발을 시작했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입니다. 푸조 260이나 론진 360과 같은 에보슈 무브먼트를 이용해 옵저버투아(observatoire) 등의 걸작을 배출한 부틸라이넨은 뱅-윗을 통해 인하우스 무브먼트를 선보였습니다. 그는 아브라함 루이 브레게로부터 영감을 얻은 내추럴 이스케이프먼트를 완성해 윤활유의 열화로 인한 작동 안정성과 내구성 저하라는 치명적인 문제를 해결하려 했습니다. 또한, 20세기 천문대 크로노미터를 수놓은 명작을 보는 듯한 거대한 지름 13.6mm의 밸런스 휠을 비롯해 환상적인 피니싱까지 곁들였죠. 시계를 본 애호가들은 군침을 흘릴 수 밖에 없었습니다. 연간 생산량이 50개 이하에 불과하기 때문에 그의 시계를 구입하려면 보통 1년에서 길게는 2년까지 기다려야 합니다.
부틸라이넨은 올해 브랜드의 간판인 뱅-윗(Vingt-8)의 베리에이션을 내놓았습니다. 케이스 소재를 비롯해 크기와 다이얼 등 다양한 조합을 선보이며 여러 사람들의 취향을 만족시키고자 노력했습니다. 2014년 다이얼 공방(현 Comblémine SA)을 인수한 부틸라이넨은 진정한 매뉴팩처로 한 발짝 더 다가섰습니다. 여기서 제작하는 다이얼은 자사 제품뿐만 아니라 그뢴펠트를 포함한 소규모 고급 브랜드에 납품합니다. 금으로 제작한 바늘과 인덱스는 로듐 코팅을 거친 뒤 웻 샌드블라스트(wet sandblast)로 마무리합니다. 이렇게 제작하면 래커로 칠하는 것 보다 가장자리나 측면이 매끄럽고 각이 산다고 합니다. 기요셰 다이얼은 오래된 로제 엔진을 동원해 전통적인 방식으로 제작합니다.
-뱅-윗 37mm
-티타늄 케이스와 그랑푀 에나멜 기요셰 다이얼을 조합한 뱅-윗 TE. 케이스 지름은 39mm입니다.
-지름 44mm 플래티넘 케이스와 자개 다이얼 버전
위 제품들의 무브먼트는 동일합니다. 무브먼트의 지름과 두께는 각각 30mm와 5.6mm로, 수십 년 전 천문대 크로노미터 경연의 손목시계 카테고리에서 활약한 무브먼트를 연상시키는 크기입니다. 밸런스 스프링 종단에는 필립스 커브를, 콜릿(collet)과 연결되는 안쪽에는 그로스만 커브를 적용했습니다. 메인 플레이트와 브리지는 저먼 실버로 제작했습니다. 톱니바퀴의 소재는 금입니다. 모든 나사와 스틸 부품은 수작업으로 만들고 마감합니다. 시간당 진동수는 18,000vph(2.5Hz), 파워리저브는 50시간입니다.
Laurent Ferrier
Bridge One
브리지 원
우아한 곡선으로 빚은 러그와 빈티지한 자태를 뽐내는 직사각형 케이스는 2017년 온리 워치에 우르베르크(Urwerk)와 공동 출품했던 아르팔 원(Arpal One)의 케이스를 약간 수정한 것으로 보입니다. 살짝 굴곡진 형태의 케이스는 준수한 착용감을 제공합니다. 전면에는 사파이어 크리스털 글라스를 사용했습니다. 고전미를 간직한 둥그런 크라운도 눈에 띕니다. 가로는 22.2mm, 세로는 30mm로 아담한 크기이며, 방수는 30m입니다. 케이스는 스테인리스스틸로만 제작합니다.
로만 인덱스를 프린팅한 화이트 그랑푀 에나멜 다이얼과 화이트골드 로만 인덱스를 부착한 슬레이트 그레이 다이얼 버전으로 나뉩니다. 화이트 그랑푀 에나멜 모델에는 스몰 세컨드가 없습니다. 로랑 페리에 특유의 아세가이(Assegai-Shaped) 핸즈는 화이트골드로 제작했습니다.
케이스 모양에 맞게 새로 제작한 핸드와인딩 칼리버 LF107.01의 시간당 진동수는 21,600vph(3Hz), 파워리저브는 80시간입니다. 단순한 구조이지만 로랑 페리에 다운 화려한 피니싱이 돋보이며, 여섯 자세차 수정을 거쳤습니다. 로랑 페리에가 개발한 내추럴 이스케이프먼트 대신 일반적인 스위스 이스케이프먼트를 적용했습니다. 단, LIGA 공법으로 제작해 에너지 전달 효율을 늘렸습니다.
Galet Annual Calendar School Piece
갈렛 애뉴얼 캘린더 스쿨 피스
SIHH 2019 개막 전에 미리 공개한 제품입니다. 고전적인 정취를 자아내는 트리플 캘린더 레이아웃과 투박하고 담담한 디자인의 케이스가 매력적입니다. 체스판에서 영감을 얻은 오팔린 블랙과 화이트 다이얼 외에도 SIHH 개막과 함께 발표한 블루 다이얼 버전도 있습니다. 두 개의 창을 통해 요일과 월을, 버건디 색 바늘로 다이얼 외곽의 날짜를 가리킵니다. 6시 방향에는 스몰 세컨드가 있습니다.
케이스 10시 방향에 있는 버튼을 누르면 요일을, 크라운을 한 칸 뽑은 뒤 돌리면 날짜를 조작할 수 있습니다. 날짜 바늘의 조작감은 상당히 부드럽습니다. 게다가 기민하게 사용자의 의도대로 움직입니다. 반응 속도가 빨라 날짜가 많이 틀어진 상태라고 해도 순식간에 오늘 날짜로 맞출 수 있습니다. 게다가 앞이든 뒤든 어느 쪽으로 조작해도 월 디스크가 넘어가 편리합니다. 애뉴얼 캘린더이기 때문에 1년에 단 한 번, 3월 1일에만 날짜와 요일을 조작하면 됩니다.
무브먼트는 핸드와인딩 칼리버 LF126.01를 탑재했습니다. 밸런스 콕 위에 파워리저브 인디케이터를 추가했습니다. 뛰어난 마감, 프리스프렁 밸런스 휠, LIGA 이스케이프먼트 등 다양한 볼거리가 있습니다. 시간당 진동수는 21,600vph(3Hz), 파워리저브는 80시간입니다.
케이스 지름은 40mm, 두께는 12.8mm입니다. 돔형 사파이어 크리스털 글라스를 채택했으며, 방수는 30m입니다. 오팔린 블랙과 화이트 모델은 레드골드, 옐로골드, 스테인리스스틸, 블루 다이얼 모델은 레드골드 또는 스테인리스스틸 중에서 고를 수 있습니다.
Galet Micro-Rotor Opaline Black & White
갈렛 마이크로-로터 오팔린 블랙 & 화이트
브랜드의 대표하는 갈렛 마이크로-로터의 베리에이션입니다. 오팔린 블랙과 화이트 다이얼을 세 가지 케이스에 각각 담아냈습니다. 갈렛 마이크로-로터는 화이트골드, 갈렛 마이크로-로터 스퀘어는 스테인리스스틸, 갈렛 마이크로-로터 스쿨 피스(몽트르 에콜)은 화이트골드와 스테인리스스틸로 선보입니다. 무브먼트는 셀프와인딩 칼리버 FBN229.01로 동일합니다. 내추럴 이스케이프먼트를 탑재했으며, 시간당 진동수는 21,600vph(3Hz)입니다. 72시간 파워리저브를 제공합니다.
Galet Traveller Opaline Black & White
갈렛 트래블러 오팔린 블랙 & 화이트
기존의 갈렛 트래블러 라인에 오팔린 블랙과 화이트 다이얼을 접목한 제품입니다. 다이얼 3시와 9시 있는 창은 각각 날짜와 듀얼 타임을 표시합니다. 화이트골드 케이스의 지름은 41mm, 두께는 12.64mm입니다. 방수는 30m입니다. 셀프와인딩 칼리버 LF230.02는 브장송(Besançon) 천문대 크로노미터 인증을 획득했습니다. 내추럴 이스케이프먼트와 LIGA 공법으로 제작한 이스케이프먼트를 사용했습니다. 시간당 진동수는 21,600vph(3Hz), 파워리저브는 72시간입니다.
이상으로 까레 데 오롤로저 브랜드 리포트 2편을 마치겠습니다. 곧 이어질 3편을 기대해 주세요.
클래식컬하네요 시계들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