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IHH 2016] A. Lange & Söhne Report
독일을 대표하는 하이엔드 시계제조사 랑에 운트 죄네(A. Lange & Söhne)의 SIHH 2016 리포트입니다.
우선 현장 분위기를 엿볼 수 있는 사진 몇 장 함께 보시겠습니다.
랑에 운트 죄네의 부스는 매년 바뀌는 하이라이트 모델의 대형 복제 설치물을 제외하면, 예년이나 올해나 크게 달라진 게 없었습니다.
화려한 쇼-오프(Show-off) 보다 시계 자체의 품질로 말하는 브랜드라는 인상은 이들의 부스에서부터 느낄 수 있습니다.
부스 양쪽으로 부챗살처럼 펼쳐진 투명 쇼케이스에는 올해의 주요 신모델과 그 시계에 탑재된 핵심 부품들을 따로 모아 놓아 전시했으며,
그 뒷편의 통로와 같은 공간벽에는 다토그래프 퍼페추얼 투르비용의 작동 원리를 소개하는 관련 프레젠테이션 영상이 재생되고 있었지요.
그 옆면에는 베이직, 퍼페추얼 캘린더, 투르비용 무브먼트의 주요 부품들을 작은 투명 케이스에 넣어 전시한 섹션도 마련돼 눈길을 끌었습니다.
이제 주요 신제품을 만나 보시겠습니다.
Saxonia Moon Phase
삭소니아 문 페이즈
삭소니아 문페이즈(Saxonia Moonphase) 입니다.
로맨틱한 문페이즈와 아웃사이즈 데이트를 결합한 삭소니아 컬렉션에 처음으로 선보이는 라인업입니다.
케이스는 화이트 골드와 핑크 골드 두 종류로 선보입니다.
삭소니아는 1994년 런칭 이래 랑에를 대표하는 가장 미니멀한 디자인의 컬렉션으로 많은 사랑을 받아왔습니다.
지난해 엔트리인 스몰 세컨드 수동 모델부터 오토매틱, 듀얼 타임 모델까지 새롭게 정비한데 이어
올해는 가장 인기있는 스몰 컴플리케이션 기능인 문 페이즈와 랑에 특유의 개성을 느낄 수 있는 더블 데이트 형태를 결합한 모델을 선보임으로써
실용성은 물론 컬렉션의 스펙트럼이 한뼘 더 넓어지게 되었습니다.
이렇듯 최근 삭소니아 라인에 눈에 띄게 신경을 쓰고 있다는 것은 그만큼 삭소니아 특유의 미니멀리즘 디자인을 선호하는 이들이 많다는 것을 방증하는 셈입니다.
삭소니아 문 페이즈의 케이스 직경은 40mm. 남성용 드레스 워치 사이즈로는 현대인들이 대체로 선호하는 사이즈입니다.
탑재된 인하우스 자동 L086.5 칼리버의 두께가 5.2mm로 그 기능을 고려했을 때 그리 두껍지 않기 때문에 케이스 두께 역시 9.8mm로 얇은 편입니다.
지난해 리뉴얼과 함께 삭소니아 오토매틱에 적용된 쓰리 핸즈 자동 L086.1 칼리버를 베이스로 아웃사이즈 데이트 휠을 품고 있지만 무브먼트 직경 바깥쪽이 아닌
안쪽에 커다란 원 배럴(메인스프링 배럴)과 마주하며 위치함으로써 공간 절약을 할 수 있었고 이로써 당연히 두께도 줄일 수 있었습니다. 랑에다운 설계가 돋보입니다.
문페이즈 디스크 역시 마찬가지로 데이트 휠과 평행한 위치에서 기어 트레인과 바로 연결되어 무브먼트의 슬림함에 기여했습니다.
참고로 솔리드 골드 소재의 문페이즈 디스크에는 852개의 별들(은하수)이 표현돼 있는데 단순히 그린게 아니라 레이저 커팅으로 완성한 것이라네요.
레이저 커팅 전에는 특수하게 배합된 다크 블루 컬러의 도료를 코팅하듯 덧입혀 밤하늘을 표현합니다.
또한 랑에의 문페이즈 디스플레이는 시계가 계속해서 작동한다고 가정할 때, 122.6년에 단 하루만 조정하면 될 만큼 고도의 정확성을 자랑한다고 합니다.
이는 정확하게 계산된 7단계의 트랜스미션(전달) 체계 덕분이라고 하는데, 쉽게 말해 매우 정교하게 커팅된 톱니수를 아워-휠 연속체(Hour-wheel continuum)로 명명된
트랜스미션 휠을 한번 걸치고, 그 다음 기어 트레인으로 이어지는 동안 총 7번의 트랜스미션을 통해 더욱 정확하게 문페이즈 주기를 계산한다는 것입니다.
캘린더 메커니즘과 한 쌍을 이루며 주로 하이 컴플리케이션 모델에 적용되온 문페이즈가 삭소니아 라인의 좀더 대중적인(?) 모델에까지 내려온 점은 분명 환영할 만합니다.
한편으로는 랑에표 스몰 컴플리케이션이라 할 만한 그랑 랑에 1 문 페이즈도 연상시키는 라인업 확장인데요.
랑에 1 특유의 개성적인 레이아웃보다는 상대적으로 더 클래식한 레이아웃을 선호하는 고객들로서는 삭소니아 문 페이즈에 분명 관심이 쏠릴 듯 합니다.
L086.5 칼리버는 여느 랑에의 무브먼트와 마찬가지로 저먼 실버로 제작되었으며,
플레이트 안쪽 보이지 않는 부분까지 페를라주 패턴 가공과 블루 스크류를 사용하고
톱 플레이트에는 제네바 스트라이프와 밸런스 콕에는 핸드 인그레이빙도 볼 수 있습니다.
앞서도 말씀 드렸듯 원 배럴 설계이지만 얇고 긴 메인스프링을 사용해 72시간의 긴 파워리저브를 자랑합니다. 시간당 진동수는 21,600 Vph(3 헤르츠).
볼 베어링으로 고정된 센트럴 로터는 골드와 끝부분은 플래티넘을 사용했으며, 자칫 단순해 보일수 무브먼트에 화려한 포인트가 되기에 충분합니다.
그리고 다이얼은 솔리드 실버(순은)를 바탕으로 합니다. 각 아플리케 바 인덱스와 데이트 윈도우 테두리, 핸즈는 케이스와 동일한 컬러의 골드 소재로 제작되었습니다.
크라운으로는 시간을 세팅할 수 있으며, 스톱 세컨드(핵기능)도 지원합니다.
문페이즈는 케이스 우측 하단에 위치한 코렉터로 조정이 가능하며, 아웃사이즈 데이트는 케이스 좌측 10시 방향에 위치한 독립 푸셔로 간편하게 조정할 수 있습니다.
삭소니아 특유의 심플함 속에 더블 데이트 창과 서정적인 문페이즈 디스크를 안정적으로 조화시킨 다이얼 레이아웃이 인상적인 신제품으로 좋은 반응이 예상됩니다.
Saxonia Thin
삭소니아 씬
2011년 런칭 이래 랑에 운트 죄네가 만든 가장 얇은 시계로서 컬렉션에 안착한
타임온리 수동 모델 삭소니아 씬(Saxonia Thin)이 올해는 다이얼이 미묘하게 바뀌어 출시되었습니다.
케이스 직경 40mm에 두께 5.9mm로 기존 모델과 외관상으로는 차이가 없으며, 두께 2.9mm에 불과한 무브먼트(L093.1)도 그대로입니다만,
솔리드 실버 다이얼 위 바통 형태의 골드 바 인덱스(아워 마커)가 바깥쪽으로 좀 더 길쭉해졌으며, 바 인덱스 끝에 있던 양각 도트 디테일도 사라져 더욱 깔끔한 인상입니다.
핑크 골드와 화이트 골드 두 가지 버전으로 출시되며,
사파이어 크리스탈 케이스백을 통해 고전적으로 가공된 수동 칼리버 L093.1를 감상할 수 있습니다.
Lange 1 White Gold
랑에 1 화이트 골드 버전
지난해 무브먼트를 체인지한 랑에 운트 죄네의 아이코닉 컬렉션 랑에 1의 화이트 골드 버전 신제품입니다.
앞서 핑크 골드, 옐로우 골드, 플래티넘으로 선보였는데,
케이스 소재만 바뀐 베리에이션 모델이라니 실망스럽다고 할 분도 혹시나 계실지 모르겠지만,
하이엔드 제조사들 사이에서 케이스 소재나 다이얼 베리에이션을 선보이는 것은 흔한 일입니다.
하나의 신제품 발표에도 오랜 시간이 소요되고 신중에 신중을 기하는 보수적인 브랜드일 수록
동일한 레퍼런스에 다른 소재의 신제품을 발표하는 것만큼 안전한 선택은 없습니다.
이전 모델과 또 하나의 차이가 있다면 핸즈에 수퍼 루미노바 야광 도료 처리를 한 것입니다. 플래티넘 버전과 구분하기 쉽게 하기 위한 것일수도....
전체 실버톤으로 동일된 다이얼은 솔리드 실버 바탕에 로듐 마감한 골드 핸즈와 인덱스를 사용했습니다.
케이스 직경은 38.5mm이며 두께는 9.8mm이고, 케이스 좌측 상단의 푸셔로 날짜를 조정할 수 있습니다(퀵 체인지 방식).
무브먼트는 지난해 랑에 1 패밀리에 교체 탑재된 인하우스 수동 L121.1 칼리버를 그대로 다시 볼 수 있습니다.
화학적 처리를 하지 않은 순수한 저먼 실버에 8개의 골드 샤통과 블루 스크류를 사용한 쓰리쿼터(3/4) 플레이트와 글라슈테 특유의 리빙 장식,
밸런스 콕의 핸드 인그레이빙과 스완넥 레귤레이터, 웨이트를 사용한 프리스프렁 밸런스와 인하우스 헤어스프링 등이 묵묵히 가치를 드러냅니다.
그랑 랑에 1 문 페이즈 "루멘"
Grand Lange 1 Moon Phase "Lumen"
그랑 랑에 1 문 페이즈 "루멘" 플래티넘입니다. 총 200개 한정으로 선보이고 있고요.
핸즈와 문페이즈 디스크, 아웃사이즈 데이트 휠 바탕에 야광 도료를 사용해 어둠 속에서도 존재감을 발합니다.
랑에 운트 죄네는 지난 2013년에도 반투명 사파이어 크리스탈 다이얼과 형광 처리한 그랑 랑에 1 루멘을 선보인 바 있는데요.
올해는 바탕 다이얼은 물론 문페이즈 디스크까지 사파이어 크리스탈 소재를 사용했습니다.
그리고 글라스 바탕에 특허 받은 코팅 기법으로 블랙에 가까운 컬러를 도포하고 1,164 개의 별과 달은 레이저 공법으로 수를 놓았습니다.
문 페이즈 디스크 글라스 뒷면에는 전체 야광 도료 처리를 해서 축광을 하면 어둠 속에서 빛이 글라스를 뚫고 나와 별과 달을 밝힙니다.
야광이 좀 더 쨍하게 표현된 사진을 첨부하고 싶었습니다만 공식 이미지가 이것 밖에 없네요.
참고로 시와 분을 가리키는 오프센터 다이얼과 초를 가리키는 스몰 세컨드 다이얼 바탕은 블랙 컬러로 산화 처리한 솔리드 실버 소재입니다.
직경 41mm 두께 9.5mm 사이즈의 플래티넘 소재 케이스에 무브먼트는 인하우스 수동 L095.4 칼리버를 탑재했습니다. 3헤르츠 진동에 72시간 파워리저브.
Lange 1 Tourbillon Perpetual Calendar
랑에 1 투르비용 퍼페추얼 캘린더(화이트 골드)
랑에 1 투르비용 퍼페추얼 캘린더 화이트 골드 버전입니다.
랑에 운트 죄네는 2012년 아이코닉한 랑에 1 라인에 투르비용과 퍼페추얼 캘린더를 결합한 모델을 처음으로 선보였는데요.
처음에 플래티넘 버전의 100개 한정판으로, 그 다음 핑크 골드 버전, 2013년엔 플래티넘 케이스의 한트베르크스쿤스트 버전의 15개 한정으로 발표한 바 있습니다.
올해는 화이트 골드 케이스에 그레이 다이얼로 출시했네요. 그리고 한정판도 아닙니다.
특유의 오프센터 다이얼과 오버사이즈 날짜창, 레트로그레이드 요일 인디케이터, 2100년까지 세팅된 퍼페추얼 캘린더 모델답게 윤년 인디케이터도 갖추고 있으며,
챕터링 부분에는 페리페럴 회전 링 형태로 월을 표시합니다(6시 방향 역삼각형). 페리페럴 먼쓰 링 설계 역시 타 브랜드 퍼페추얼 캘린더에서는 보기 힘듭니다.
이렇듯 시간과 캘린더 정보가 각각 분할돼 있기 때문에 판독성이 좋은 장점이 있습니다.
시와 분을 가리키는 오프센터 다이얼 하단에 작은 화살표 모양은 데이/나이트 인디케이터입니다.
7시에서 8시 방향 사이에는 스몰 세컨드 다이얼 안에 문페이즈 디스크가 함께 위치해 있습니다.
랑에 운트 죄네의 문페이즈는 이론상으로는 실제 달의 주기와 일치하며, 오차는 122.6년 동안 단 하루에 불과하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리차드 랑에 점핑 세컨드 모델입니다.
흔히 '데드비트 세컨드'로 불리는 1초 단위로 초침이 딱딱 끊어지듯 흐르는(그래서 점핑 세컨드로 칭하기도) 방식의 신작입니다.
점핑 세컨드 메커니즘은 18-19세기 마린 크로노미터 및 진자시계에 광범위하게 도입되었던 클래식 컴플리케이션 중 하나로,
최근에는 아놀드 앤 썬, 자케 드로, 예거 르쿨트르 등 몇몇 고급 시계제조사들이 손목시계에 도입하면서 뜻하지 않게 화제가 되고 있습니다.
참고로 랑에 운트 죄네는 크라운을 당기면 초침이 0점으로 복귀하는 제로 리셋(Zero-Reset) 기능도 갖고 있습니다.
물론 랑에 운트 죄네의 역사에도 점핑 세컨드 메커니즘은 등장합니다.
창립자 페르디난드 아돌프 랑에가 항성시를 표시하는 포켓워치에 도입한 적이 있고,
10년 후인 1867년에는 이와 관련한 첫 발명 특허를 출원해 공인받기도 했습니다.
점핑 세컨드 메커니즘을 타 컬렉션이 아닌 리차드 랑에로 선보인 점도 상징적입니다.
페르디난드 아돌프 랑에의 아들이자 20세기 초 다양한 기술적 성취로 랑에 운트 죄네 발전에 크게 기여한 리차드 랑에의 이름을 딴 컬렉션으로
리차드 랑에 컬렉션은 그동안 정밀한 관측용 시계의 전통을 계승하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또 한 가지 랑에 매니아들의 가슴을 설레게 할 부분은 리차드 랑에 컬렉션의 양대 하이 컴플리케이션인
리차드 랑에 투르비용과 리차드 랑에 퍼페추얼 캘린더에 사용된 레귤레이터 다이얼 형태로 라인업 확장이 이뤄진 것입니다.
점핑 세컨드 메커니즘을 그냥 기본 모델에 적용했다면 아마 지금과 같은 임팩트는 없었을 겁니다.
시분초를 각기 따로 표시하는 레귤레이터 다이얼을 적용하면서도 기존 투르비용이나 퍼페추얼 캘린더 모델과 달리
초(점핑 세컨드)를 가리키는 블루 핸드를 다이얼 중앙에 배치한 점 역시 훌륭합니다.
하단의 서브 다이얼과 로듐 골드 핸드는 각각 좌측(로만 인덱스)은 시를, 우측은 분을 표시합니다.
또 하나 눈여겨 볼 부분은 시분초 동심원이 겹치는 하단의 역삼각형 모양입니다. 이 아래 감추고 있는 디스크로는 파워리저브의 잔량을 표시합니다.
그런데 일반적인 파워리저브 인디케이터가 아니라, 파워리저브가 10시간 미만으로 떨어지기 시작하면 레드 컬러로 표시되는 엔드 오브 파워 인디케이션입니다.
위 사진을 자세히 보시면 아시겠지만 실착 사진에는 삼각형 부분이 화이트로 표시돼 있는데,
공식 이미지에는 레드 컬러로 표시된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화이트는 파워리저브가 충분함을 의미하고 레드는 와인딩이 필요한 시점임을 알려주는 것입니다.
깨알 같지만 참으로 독일 브랜드답고 랑에다운 디테일입니다.
리차드 랑에 점핑 세컨드는 직경 39.9mm 플래티넘 케이스에 새롭게 개발된 인하우스 수동 L094.1 칼리버를 탑재하고 있습니다.
여느 랑에의 수동 무브먼트들과는 플레이트 분할(쓰리쿼터)이 다소 차이가 있는데요.
투써드(2/3) 플레이트에 가까우며 그 아랫쪽에 분할된 브릿지는 제로 리셋 메커니즘을 위한 공간입니다.
L094.1 칼리버는 두 개의 기어 트레인으로 구동됩니다.
하나는 메인스프링 배럴에서 밸런스 휠까지 이어지고, 다른 하나인 세컨드 휠 트레인은 점핑 세컨드 메커니즘을 구동합니다.
세컨드 휠 트레인의 두번째 휠에는 콘스탄스-포스 이스케이프먼트 역할을 하는 별도의 레몽투아(Remontoir, 안에 스프링을 포함하고 있음) 부품이 맞물려 있는데요.
이 레몽투아 장치는 점차 줄어드는 메인스프링의 힘의 균형을 유지할 뿐만 아니라 점핑 세컨드가 실행되는 동안 발생하는 회전력 변동을 상쇄하는 역할을 하기도 합니다.
콘스탄트 포스 역할을 하는 레몽투아 스프링은 사파이어 크리스탈 케이스백에 노출된 무브먼트를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레몽투아에서 트랜스미션 휠을 거쳐 이스케이프먼트 휠과 바로 연결이 되는데요. 이때 위 무브먼트 사진상으로는 노출되지 않지만,
이스케이프 휠 아버 끝부분에 5개의 꼭지점이 있는 흡사 별을 연상시키는 작은 휠(?)이 위치해 있습니다.
이 5각별 부품은 5초에 한번꼴로 회전하면서 플러트(Flirt, 영어로는 바람둥이, 추파를 던지다는 뜻인데, 쉽게 말해 가볍게 건드리는 장치로 이해하면 될 듯)라는
기존의 배럴에서 밸런스로 연결되는 고잉 트레인의 끝부분에 위치한 매우 얇고 길쭉한(레버나 핸드를 닮은) 부품을 건드리게 되는데요.
5개의 꼭지점마다 플러트가 맞닿게 되고(흥미로운 건 다음 별의 지점까지 움직이기 전까지 플러트는 즉시 360도 회전합니다)
이 플러트의 축에 위치한 별도의 휠은 4번째 휠과 바로 연결되고 이 휠은 또 세컨드 휠 즉 초침을 가동하는 휠과 연결됨으로써
특유의 점핑 세컨드 메커니즘이 완성되는 것입니다. 점핑 세컨드 메커니즘 자체는 고전적이고 최근 몇몇 제조사들이 도입하고 있어 그리 신선하진 않지만
랑에 운트 죄네는 이를 타 메이커와는 차별화된 개성적이면서 구조적으로는 단순한 부품을 통해 창의적으로 변주했다는 점에서 기술력을 보여줍니다.
그러면 제로-리셋 메커니즘은 어떻게 구동될까요?
무브먼트 중앙에 위치한 멀티 디스크 클러치(Multi-Disk Clutch, 3개의 디스크가 한 세트를 이룸)가 크라운을 당기면 가동이 되는데,
이 멀티 디스크 클러치에 연결된 부품들에 의해 밸런스가 즉각 정지되고(위 첨부 사진에도 관련 클러치 부품을 볼 수 있음)
이때 길다란 레버 형태의 부품이 세컨 핸드 아버((초침과 연결된 축)와 여기에 연결된 제로-리셋 하트 캠을 건드리게 됩니다.
이로써 제로-리셋 하트 캠이 회전하면서 세컨 핸드를 제로로 돌려놓는 것이지요.
반대로 크라운을 원래 위치로 밀어 넣으면 멀티 디스크 클러치는 닫히고 밸런스는 풀리게 되며 무브먼트는 다시 작동하기 시작합니다.
총 390개 부품이 사용된 새 인하우스 수동 L094.1 칼리버는 시간당 3헤르츠 진동하며 파워리저브는 42시간입니다.
리차드 랑에 점핑 세컨드는 플래티넘 케이스로만 총 100개 한정 제작되었습니다.
Datograph Perpetual Tourbillon
다토그래프 퍼페추얼 투르비용
마지막으로 다토그래프 퍼페추얼 투르비용입니다. 총 100개 한정 제작되었고요.
지난해 다토그래프 업/다운과 다토그래프 퍼페추얼 신제품을 선보인 것으로 미루어
올해도 다토그래프 컬렉션에 신제품이 추가될 것으로 예상했었는데 생각보다 더 거한(?) 모델이 등장했습니다.
이 모델은 플라이백 크로노그래프에 퍼페추얼 캘린더(문페이즈 포함), 투르비용까지 응축한
명실공히 그랜드 컴플리케이션입니다(랑에는 이 정도를 그랜드 컴플리케이션으로 명명하진 않지만요).
앞서 보신 랑에 1 투르비용 퍼페추얼 캘린더와 마찬가지로 투르비용 케이지는 무브먼트 안에 통합돼 있습니다.
기존 다토그래프 모델보다 0.5mm 커진 41.5mm 직경의 플래티넘 케이스에 새로운 인하우스 수동 L952.2 칼리버를 탑재했습니다.
다토그래프 퍼페추얼에 탑재된 L952.1을 바탕으로 기존 밸런스 위치에 투르비용 케이지를 추가했다고 보심 되겠습니다.
하지만 투르비용 외에 다토그래프 퍼페추얼에는 없던 리니어 형태의 파워리저브 인디케이터가 다이얼 외곽 9시에서 10시 방향 사이에 추가됐습니다.
8시에서 9시 방향 사이에 위치한 스몰 세컨드 & 주 표시 다이얼에 낮/밤 인디케이터 위치도 조금 변화되었습니다. 다이얼 안쪽에 통합돼 더 보기 좋네요.
3시에서 4시 방향 사이에 위치한 서브 다이얼은 크로노그래프 작동시 30분 카운터(점핑 미닛 카운터)와 월, 그리고 윤년을 표시합니다.
6시 방향에는 문페이즈 디스플레이가 위치해 있으며, 랑에의 다른 문페이즈 메커니즘과 마찬가지로
한번의 정확한 세팅으로 122.6년간 단 하루만 수정해주면 될 만큼 고도의 정확성을 자랑합니다.
다이얼은 솔리드 실버 바탕에 매트한 블랙 컬러를 입혔고요(참고로 랑에 운트 죄네는 플래티넘 케이스 한정판에 블랙 다이얼을 주로 사용합니다).
개인적으로 케이스 소재와 상관없이 다토그래프와 블랙 다이얼 조합은 완벽에 가깝지 않나 싶습니다.
최근에 선보이는 화이트 골드 케이스에 그레이 다이얼 조합도 멋스럽습니다.
다토그래프 퍼페추얼 투르비용에 탑재된 인하우스 수동 L952.2 칼리버의 앞뒤 모습입니다. 진동수 2.5헤르츠, 50시간 파워리저브.
플레이트와 브릿지 모두 순수한 저먼 실버를 사용했으며, 투르비용 케이지를 지탱하는 브릿지는 하이 폴리싱 마감했습니다.
퍼페추얼 캘린더와 크로노그래프, 투르비용을 한데 응축했지만 무브먼트 두께는 9mm 정도입니다. 케이스 두께 역시 14.6mm로 기능에 비해 우아합니다.
총 729개 부품과 58개의 주얼(이중 4개는 골드 샤통에 위치)과 앞서 보신 랑에 1 투르비용 퍼페추얼 캘린더와 마찬가지로 1개의 다이아몬드 엔드스톤이 사용됐습니다.
- 다토그래프 퍼페추얼 투르비용을 공식 필름으로도 확인해 보세요.
매뉴팩처의 작업 환경 특성상 랑에 운트 죄네의 신모델 개수는 보시다시피 많지 않습니다.
하지만 랑에 운트 죄네는 올해 역시 차분하게 라인업을 확장하며 내실을 다지고 있습니다.
지난해 재정비한 삭소니아 라인에 랑에를 대표하는 아웃사이즈 데이트와 문페이즈를 더한 새로운 스몰 컴플리케이션 모델을 추가한 것을 비롯해,
기존에 반응이 좋았던 그랑 랑에 1 루멘을 문페이즈 모델에도 적용했으며, 베스트셀러 모델인 랑에 1과 랑에 1 투르비용 퍼페추얼 캘린더에 소재 베리에이션을 추가하고,
레귤레이터 다이얼과 점핑 세컨드 메커니즘을 적용한 새로운 모델 리차드 랑에 점핑 세컨드와 위풍당당한 존재감을 자랑하는 다토그래프 퍼페추얼 투르비용에 이르기까지
양보다는 질로 승부하는 진정한 하이엔드 시계제조사의 품격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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