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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토곰 814  공감:2 2018.05.08 1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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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되돌아 보면, 제가 시계라는 취미에 처음으로 눈을 뜨게 된 것은 할아버지께서 물려주신 낡은 세이코 시계였던 것 같습니다. 할아버지께서 차시던 세이코의 기계식 시계를, 이제 당신은 돌보는 게 귀찮으시다고 저보고 차라고 선물하셨습니다. 당시 학생이었던 저는 그것의 가치도 모르고 그냥 막 차고 다녔고, 어느 날 친구와 장난을 치다가 돌바닥에 부딪히는 바람에 글라스가 깨져서 떨어져 나가는 참사가 발생했습니다. 당시에는 기계식 시계에 대한 지식이 전무했고, 철없는 시절이라 물려 받은 물건의 가치에 대해 생각을 할 만한 나이가 아니었기에, 아무런 감흥이 없이 책상 서랍에 박아 두고 잊혀져 갔습니다. 이후 저는 시계에 푹 빠지게 되었고, 차근차근 컬렉션을 모아갔습니다. 그렇게 15년이라는 세월이 흘러서 책상 서랍을 정리하던 중에, 그 세이코 시계를 발견했습니다. 당시에는 몰랐던 그 가치가 느껴지면서 가슴이 아파왔습니다. 단순한 낡은 시계가 아니라, 어찌 보면 내가 가지고 있는 다른 시계보다도 더 소중한 가치를 지닌, 하지만 철없는 당시에는 그걸 몰라서 그만 망가뜨려버린 그 물건을 보면서 언젠가는 꼭 이 시계를 복원을 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어릴 적 철없는 제 실수를 만회하고 싶은 마음이 커서인지, 아니면 할아버지께서 물려주신 돈으로도 살 수 없는 역사를 다시 살려내고 싶은 마음이 커서인지는 모르겠습니다. 그렇지만 이대로 두면 뭔가 제 시계 생활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무언가가 비어 있는 상태로 쭉 갈 것만 같은 불안감이 엄습했습니다. 그러던 찰나, 타임포럼에서 세이코 시계를 복원해준다는 이벤트를 발견하게 되었고, 이것은 제 운명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번에 이 시계를 복원하게 된다면 새것이 된 시계를 다시 할아버지 손목에 채워드리고 싶습니다. 이 녀석이 다시 박동하면서 할아버지와 함께 오래오래 건강하게 지내는 것을 본다면, 그것만큼 행복한 것이 없을 거 같습니다. 부디 두 번 다시 오지 않을 수도 있는 이번 기회를 살릴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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