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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계탐험 3 : 울트라슬림 심플와치 - 얇음의 미학
 
- 심플와치 탐험 2 -
 
 
 
 
 
심플와치에 사용되는 스위스의 대표적인 무브먼트들인 ETA 수동 무브먼트들과
 
수동 무브먼트의 품질을 평가하는 주요 구성들에 대한 시계 탐험 2 에 이어서,
 
Lemania, JLC, F. Piguet 등의 고급 에보슈, 자사 무브먼트, NOS 무브먼트 및 러시아와 일본 등의 무브먼트 소개에 앞서
 
심플와치에 사용되는 대표적인 고급 무브먼트인 울트라슬림 무브먼트에 대해 탐험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무브먼트의 품질을 평가함에 있어서는 무브먼트의 수정, 피니싱, 정확성과 함께 무브먼트의 두께가
 
중요한 평가 기준이 됩니다.
 
고급 무브먼트들이란 대부분 착용감이 좋은 얇은 정장용 시계에 사용할 수 있도록 기술이 허용하는 한
 
최대한 얇게 설계되기 때문입니다.
 
또한, 무브먼트를 얇게 만든다는 것은 무브먼트의 정확성을 향상시키기 위한 조정 못지 않은
 
조립의 어려움을 내포하고 있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Jean Antoine Lepine                             Abraham Louis Breguet
 
18세기 중엽 Jean Antoine Lepine(1720~1814)은 실제로 주머니에 넣을 수 있는 수준의 얇은 시계를 발명합니다.
 
그 이전의 시계란 회중시계라기 보다는 목걸이 시계, 허리띠 시계라고 부를 수준의 다소 두꺼운 시계들이었습니다.
 
Lepine은 두꺼운 시계를 얇게 만들기 위해 고잉트레인(Going Train), 플로팅 배럴(Floating Barrel) 등을 개발하여
 
브릿지 무브먼트(Bridge Movement)라고 불리우게 되는 얇은 무브먼트 개발에 성공하게 됩니다.
 
그 보다 후배였으나 그와 동시대에 살았던 A L Breguet(1747~1823)는 Lepine의 위대한 발명들을
 
가장 세련되게 적용하였으며, 영국에서 개발된 정교한 이스케이프먼트 시스템과 조합하여 얇은 무브먼트로
 
크로노미터의 성능을 발휘 할 수 있도록 보완하고, 방충성능을 개선하는 등 수 많은 발명을 하였습니다.
 
J A Lepine과 A L Breguet 모두 프랑스왕은 물론 유럽대륙의 왕가의 시계를 만드는 왕의 시계사들이었으므로
 
이들이 만든 새로운 얇은 시계들이 곧 황제와 왕들을 위한 시계가 되었으며...
 
최고의 시계들인 하이엔드(Highend) 시계의 표준이 되었던 것입니다.
 
또한, Lepine이 발명한 고잉트레인을 사용하는 회중시계 타입의 무브먼트들은 그 발명자의 이름에 따라
 
현재도 Lepine Caliber라고 통칭되고 있습니다.
 
 
그 결과 레파인과 브레게 이후 200 년간 고급시계란 정확성과 함께 슬림함에 대한 요구가 추가되었습니다.
 
즉, 레파인과 브레게 이전의 고급 시계란 "정확하고 고급스럽게 장식된 시계"로 정의될 수 있으나...
 
레파인과 브레게가 고잉트레인과 브릿지 방식의 도입 등으로 얇은 시계라는 개념을 도입하자...
 
하이엔드의 시계가 되기 위해서는 정확하고 고급스럽게 장식되어야 하며 또한 얇아야 한다라는 것으로
 
하이엔드의 조건이 보다 강화되었던 것입니다.
 
 
 
 
물론, 카를로스 페레스가 그의 멋진글에서 설명하듯이 레파인과 브레게 이후 고급스러운 장식이라는 의미도
 
화려함을 중시하는 장식주의에서 심플한 고급함으로의 천이가 이루어집니다.
 
장식주의에서 심플함으로의 이전에 큰 영향을 미친 것이 바로 슬림화인 것입니다.
 
과도한 장식이란 두께가 일정한 시계들에서 하나의 시계를 다른 시계로부터 고급하게 느끼게 하는 중대한 요소가 되는
 
법이지만....
 
슬림화라는 조건이 추가되면, 두께를 증가시키는 장식이란 슬림화를 방해하는 고급화의 장애로 작용하게 된 것입니다.
 
브레게가 애용한 길로쉬란 표면에 각인을 하는 기술이므로 두께는 증가시킴 없이 화려한 장식미를 제공하는
 
중대한 수단이었던 것입니다.
 
 
 
 
즉, 레파인과 브레게 이후 1970년대까지 시계사를 주도하던 가장 강한 흐름의 하나가 "고급 = 슬림한 것"이라는
 
하나의 패러다임적 도식입니다.
 
200 년이 지나 베젤의 장식 등 입체미와 함께 장식미가 다시 등장하는 1980년대 이후의 흐름과
 
그 흐름이 이미 시작된 시대에 시계에 관심을 갖게된 시계 매니아들에게 "고급 = 슬림한 것"이라는 조건은
 
다소 낮설게도 느껴질 수 있는 조건입니다만....
 
1960년대나 1970년대에 20대나 30 대를 보낸 분들이라면 "작고 슬림한 것이 아름답다"라는 것이 비단 시계뿐 아니라
 
거의 모든 공산품의 품질 기준의 하나였다는 것에 대해 어느 정도 동의가 되리라는 생각이 듭니다....
 
현재의 흐름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현재를 가져온 과거에 대한 명확한 인식이 중요한 인식기반을 제공하게 됩니다.
 
현재란 어쩔 수 없이 과거의 연속인 것이며, 현재의 이해할 수 없는 기묘함들은 그것에 과거가 녹아있기 때문입니다.
 
어떤 사조가 변화하는 변환기라면 과거와 현재가 교묘하게 공존하므로 과거와 현재의 동시적인 이해가
 
어려운 일이 아닙니다만....
 
과거의 사조가 퇴색하고 새로운 사조가 시작된 이후에 관심을 갖게된 분들이 현재로부터 과거를 이해하는 것이
 
그 변환기를 겪었던 사람들보다 어려운 것은 어쩌면 너무도 당연한 일입니다.
 
최근의 시계사에서 가장 극적인 변화는 바로 1970년대와 1980년대였던 것입니다.
 
시계의 정확성에 대한 인식은 1970년대에 극적으로 변화하게 되었으며....
 
시계의 두께에 대한 인식은 1970년대에 도리어 그 극점에 도달하고
 
1980년대를 거쳐 1990년대에 거의 완전히 변모하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1990년대 이후에 시계에 관심을 가지게 되며, 더우기 그 이전의 시계에 대한 직접적인 경험이 없었던
 
매니아들에게 울트라 슬림 이라는 시계의 본질을 이해한다는 것은 매우 힘든 일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이번 글은 바로 1970년대와 1980년대에 대한 인식의 결여로 인해 1990년대와 2000년대에 다소 이방인처럼
 
보이는 과거의 위대한 유물인 울트라 슬림의 이해를 위한 글입니다.
 
물론, 울트라 슬림 시계들은 심플와치의 가장 중요한 부분이며, 이 글에 등장하는 수동 무브먼트들은
 
심플 수동 시계를 이해하는 데 매우 중요한 부분이 될 것입니다....
 
 
 
1. 무브먼트의 가격
 
 
 
시계의 무브먼트라는 것을 알게 된 많은 분들이 궁금한 것 중의 하나가 이 시계에 사용된 무브먼트는 얼마의 가치를 가지는
 
것일까 입니다.
 
물론, 같은 ETA라도 그에 가해진 수정과 조정 등에 따라 가격이 다를 수 있다는 것은 유니타스의 수정에 대한 글에서
 
이미 상세히 설명드린바 있습니다.
 
그러나, 수정과 조정을 넘어 기본적인 무브먼트의 가격 차이는 어느 정도일까요?
 
이에 대해 가장 매력적인 답변을 해주는 샘플이 Audemars Piguet의 가장 유명한 모델 Royal Oak 입니다.
 
 
 
     Ref. 14970ST   US$ 8,900            Ref. 15202ST US$ 16,300         Ref. 15300ST  US$ 11,000
 
 
소위 Royal Oak의 베이식 모델에 해당하는 스텐레스 스틸의 데이트형 타임온리 시계인데....
 
가격차이가 장난이 아닙니다... (중고급시계와 하이엔드의 가격차라고 할지.... *.*)
 
물론 리테일가를 옮겨 놓은 것입니다.
 
Ref. 14970ST는 8900 달러 정도인데, Ref. 15300ST는 11,000 달러....
 
그런데, 초침도 없는 데이트형 타임온리의 Ref. 15202ST는 이들보다 엄청난 차이를 보이며 16,300 달러의
 
리테일가가 붙어 있는 것입니다.
 
이 가격차이를 알기 위해 스펙을 한 번 비교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Ref. 14970 ST           Ref. 15202ST            Ref. 15300ST
 
케이스 및 브라슬렛           스텐레스 스틸                  스렌레스 스틸                 스텐레스 스틸
 
사이즈                               36 * 14 mm                    39 * 16 mm                    39 * 16 mm
 
종류                                     자동                                자동                            자동
 
무브먼트                   Caliber 2225              Caliber 2121             Caliber 3120
베이스 무브                         JLC 889                           JLC 920                        자사 무브 
 
                              
 
 
물론, 첫째로는 이름이 다릅니다.
 
Ref. 14970과 Ref. 15300은 표준 모델인 "Royal Oak" 모델이며,
 
Ref. 15202는 Royal Oak Jumbo 모델입니다.
 
또한, 스펙을 자세히 살핀다면 사이즈며 디스플레이백 사양(Ref. 51202와 Ref. 15300), 스크류다운 크라운(Ref. 15300) 등
 
몇 가지 차이점이 발견됩니다만....
 
가장 큰 차이는 바로 사용된 무브먼트입니다.
 
각기 JLC 889, JLC 920 및 AP 3120을 사용하는 모델들인 것입니다.
 
즉, 2 가지는 JLC의 에보슈를 사용한 무브먼트들이며, 하나는 AP에서 개발한 최초의
 
심플 자동 무브먼트입니다.
 
JLC 889와 JLC 920은 겉으로 보이는 모습은 매우 흡사합니다....
 
그러나... JLC 889의 구조를 거의 그대로 베이스로 사용한 AP 2225와 달리 AP 2121은 JLC 920에 AP에서
 
데이트 구성을 추가하고, 위의 사진(AP 2120)과 달리 스켈레턴 가공한 로터를 채용한 점에 차이가 있습니다.
 
실제의 케이스백 사진은 다음과 같습니다.
 
 
 
그러나, 로터를 제외한 다른 구성은  AP 2120과 대동소이한 무브먼트입니다.
 
IWC나 GP, Rolex(와 Tudor) 등에 익숙하신 분들이라면 자사 무브먼트를 사용한 제품이
 
에보슈를 사용한 제품 보다 저렴하다는 것도 참으로 기이한 일입니다....
 
IWC로 따진다면 포르투기즈 자동이 Mark 16 보다 저렴해지는 기이한 결과인 것입니다....
 
물론, JLC 920 은 JLC 에보슈이긴 해도 JLC 889와는 조금 다른 형태로 개발된 무브먼트로
 
AP의 자사 무브먼트라고 불러도 좋을 만한 무브먼트입니다.
 
JLC가 자체적으로 개발한 무브먼트는 아니고, AP-VC-PP의 연합 자본과  AP의 기술지원 등으로
 
개발된 AP-VC-PP 소위 Big 3 전용 무브먼트였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도 개발된 지 30 년이 넘어 개발비용이 거의 제거되었을 이 무브먼트의 가격이
 
개발비가 막투입된 신형 자사무브먼트 보다 비싸다는 것은 역시 조금은 기이한 일입니다.
 
물론, 단순히 데이트 기능의 추가를 위한 수정과 스켈레턴 가공된 로터의 가격이
 
5000 달러 혹은 7000 달러 이상의 가치를 가진 것인가 보다... 하고 결론을 내릴 수도 있겠습니다만....
 
조금 더 나아가 이들 무브먼트를 사용하는 AP의 다른 클래식한 모델들을 조사해 본다면....
 
스켈레턴 가공된 로터가 없어도.... Caliber 2120 (non-date) 혹은 2121 (date)을 사용한 시계들이
 
Caliber 3120 이나 Caliber 2225를 사용한 모델들보다 대체로 최저 4000 달러에서 최고 7000 달러 정도로 고가의 모델이
 
된다는 것을 발견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닙니다.
 
 
나아가, Caliber 2121을 사용한 Ref. 15202ST (Royal Oak Jumbo)는 비슷한 디자인의 심플와치들 보다
 
비싼 것은 물론이고.... F. Piguet 1185를 사용한 Royal Oak Chronograph나 JLC 889에 크로노그래프 모듈을
 
추가한 Royal Oak Offshore Chronograph 스텐레스 스틸 모델과도 거의 동등한 가격 혹은 더 비싼 가격의
 
리테일가를 가진 시계라는 것도 발견하게 됩니다.
 
PP, VC, Lange, Blancpain 등 하이엔드 브랜드의 가격 시스템에 익숙하신 분이라면 이건 조금 당황스러운 상황입니다.
 
피니싱 등이 대동소이할 수 밖에 없는 무브먼트에서 무브먼트가 복잡해지면 피니싱 개소가 증가하게 되며
 
조립이나 조정도 어려우므로 크로노그래프 모델이 심플와치에 비해 비싸지는 것은 당연한 것인데....
 
Caliber 2120 혹은 Caliber 2121는 무엇 때문에 같은 자동 무브먼트를 사용한 다른 모델들보다 50% 가까이 비싸고
 
크로노그래프 모델들의 가격과 비슷하거나 이들 보다도 비싼 것일까?
 
더구나, 그 가격차도 매우 놀라울 정도입니다.
 
JLC 889 나 AP 3120의 가격이 0 달러라고 해도... AP 2121의 가격은 최소 5000 달러 내지 7000 달러나 되는 것입니다.
 
물론, JLC 889의 에보슈는 물론 이를 수정한 AP 2225나 AP의 자사무브먼트 3120 무브먼트의 가격이 0 달러라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므로 최저로 2000 달러만 잡아도.... AP 2121의 가격은 7000 달러 내지 9000 달러에 해당하며...
 
가격에 따른 중간 마진 등을 최대한 제거하여(총가격의 50%?) 원가 수준으로 돌아가도 무브먼트의 가격만
 
따져도 공장도 가격으로 3,500 달러에서 4,500 달러에 해당하는 무브먼트라는 결론에 도달합니다....
 
ETA 2892 나 ETA 7750 등의 가격이 인터넷 사이트 등을 통해 어느 정도 알려져 있는 상황이라....
 
무브먼트의 가격이 100 달러나 200 달러대도 아닌 1000 달러대라는 것만 해도 엄청난 일인데....
 
AP 2121 의 가격은 그 3 배 내지 4 배를 넘어서는 것입니다.... ( 대등한 기능의 ETA 2892 의 30~50 배 )
 
이런 기묘한 상황을 이해하는 토대가 바로 울트라 슬림 무브먼트에 대한 이해인 것입니다....
 
 
 
3. 울트라 슬림 무브먼트의 정의
 
 
울트라 슬림을 한국말로 번역한다면 "매우 얇은"이라는 의미입니다.
 
무브먼트에서 매우 얇다고 부를 수 있는 것은 손목 시계에서
 
수동 무브먼트로 2 mm 이내의 무브먼트, 자동 무브먼트에서는 3 mm 이내의 무브먼트를 의미하는 것이 일반적인 정의입니다.
 
여기서 얇아지면 얇아질 수록 탁월한 무브먼트가 되는 것입니다.
 
마치 시계의 정확성에서 일차 토탈 10 초 이내이면(COSC 인증 오차 범위 -4~+6) 정확한 시계가 되며...
 
이 범위 내에서 일오차가 1 초라도 적어지면 더 고급이 되며 일오차 2~3 초 이내면 천문대급의 정도를 가진 무브먼트가
 
되는 것과 비슷한 것입니다.
 
손목시계용 수동 무브먼트에서 이 조건을 만족시키는 대표적인 무브먼트들이 VC 1003과 AP 2003(JLC 803)과
 
F. Piguet 21 (Blancpain 21 등), Piaget 9P, Jean Lassale 1200, JLC 839와 849, 그리고 Seiko 6810 패밀리인 것입니다.
 
Seiko 6810 이 들어간 것을 보고 놀라실 분들이 계실 듯하여....
 
울트라슬림 무브먼트의 이야기를 Seiko 6810으로부터 시작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1960년대 Seiko는 스위스의 크로노미터급 시계(Rolex 및 Omega 등)에 도전하였으며
 
그 결과가 바로 GS 및 KS라는 Seiko의 고급시계를 상징하는 고정도(높은 정확성을 가진 시계)의 시계입니다.
 
기계식 시계에 대한 세이코의 도전역사에 대해 대부분의 글들은 GS로 마무리 됩니다.
 
그리고, 하이라이트는 VFA 시계 혹은 Seiko 45GS 천문대 크로노미터로 장식됩니다...
 
그러나, 이는 매우 잘못된 시각입니다.
 
 
1969 년....
 
즉, GS에 대한 개발이 마무리된 시점에서 Seiko는 또 다른 스위스의 벽에 도전합니다.
 
바로 울트라슬림 시계였던 것입니다.
 
1969년 Seiko는 그후 U.T.D라고 통칭되게 되는 5 mm 두께의 시계를 발표합니다.
 
U.T.D. 란 Ultra Thin Dress 라는 영어의 약자입니다.
 
즉, 매우 얇은 정장용 시계.... 바로 이번 글의 주제인 울트라 슬림 시계이자....
 
울트라 씬 무브먼트의 개발입니다....
 
블랑팡의 6대 마스터피스가 "울트라 슬림 와치"로 시작한다는 것은 대부분 아실 듯 싶습니다....
 
블랑팡의 6대 마스터피스란 현대의 블랑팡을 창업한 현 Hublot의 사장 Biver와 당시 F. Piguet의 사장이었던
 
Jacques Piguet가 스위스 시계기술의 핵심을 6 개의 시계로 표현한 것이며...
 
이는 스위스의 복잡시계 기술의 요체를 의미하는 것이었습니다.
 
즉, 울트라 슬림은 심플와치에 불과하지만 이는 단순한 심플와치가 아닌 고난도의 복잡시계라는 것이
 
스위스의 시계기술의 산증인들인 이 분들의 울트라 슬림 와치에 대한 정의였던 것입니다....
 
이런 시각으로 1969년에 발표된 Seiko Caliber 6810 과 이를 사용한  U.T.D. 와치를 바라본다면...
 
COSC를 능가하는 GS 규격을 만들고....
 
스위스 정확성의 상징과도 같은 천문대 크로노미터 컨테스트에서 자신들의 기술개발력을 확인한
 
세이코는 쿼츠 기술의 개발과는 별도로 스위스 시계기술의 진정한 본령이라고 할 수 있는 복잡시계에의 도전을
 
GS가 마무리된 1969년에 이미 시작하고 있었던 것이고..... 그 첫단계로서 울트라 슬림에 도전했던 것이며
 
이에 최소의 성공을 거둔 것이었습니다....
 
 
"최소의 성공"이라고 표현한 것은 스위스에서 Lassale에 의해 1.2mm의 수동 무브먼트가 개발되는 시기에
 
1.98 mm로 2 mm의 벽을 간신히 허무는 첫번째 무브먼트 제조에 성공했기 때문입니다.....
 
물론, GS의 발전처럼 이러한 개발이 보다 지속되었다면 Seiko에서 1.5 mm에 육박하는 울트라 슬림 수동 무브먼트나
 
2.5 mm에 육박하는 울트라 슬림 자동 무브먼트를 개발하고....
 
이어서, 퍼페츄얼 캘린더, 스플릿 세컨드 크로노그래프, 투루비용 및 미니츠 리피터를 개발했을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쿼츠 시대의 주역이었던 세이코는 울트라 슬림 수동 무브먼트인 Caliber 6810 의 개발로 이 도전을
 
종료한 것은 물론이고 곧 기계식 시계 개발을 포기하기에 이르게 됩니다.
 
같은 일본인들조차 Seiko의 6810의 개발의 의미에 대해 충실히 이해하고 있는 사람을 찾기 어렵습니다.
 
이들조차 울트라 슬림의 역사적 의미에 친숙하지 않거나... 현대의 스포츠 시계의 영향으로
 
아무런 추가의 기능이 없이 단순히 얇기만한 이 이방인과도 같은 존재에 대해 낮설기 때문인 것입니다.....
 
그러나, Seiko 6810을 개발하고 제조했던 Seiko에서 이를 잊는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입니다...
 
Seiko 6810의 스펙은 다음과 같습니다.
 
 
Seiko Caliber 6810
 
가로 20.9 mm 세로 16.9 mm
 
두께 1.98 mm 
 
박동수 21,600  bph
 
파워리저브 37 시간
 
 
그리고.... 이 무브먼트 개발에 대한 보다 자세한 이야기와 이 무브먼트에 대한 세이코의 설명과 수리 기술자의 경험담 등을 통해
 
우린 스위스의 자화자찬 같아 보일 수도 있는 설명을 넘어 보다 객관적인 시각으로
 
그러나, 그 기술을 이해하고 있는 전문적인 설계자 혹은 제조자의 입장에서 스위스 울트라슬림 기술의 신비로움에
 
접근해 갈 수 있을 것입니다...
 
전문가가 아닌 매니아들이 진실에 접근하는 유일한 길은 전문가인 3 자의 눈과 지식을 빌리고
 
역사의 기록을 최대한 냉정한 시각으로 분석하는 길이 유일한 길입니다만....
 
그래서, 도리어 어느 일 부문의 전문가들 보다 진실에 더 가깝게 접근할 수도 있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4.  Seiko Ultra Slim Caliber 6810 의 개발과 쓸쓸한 퇴장..... 그리고 재등장
 
  
 
1925년에 탁월한 무브먼트 제조자인 L. E. Piguet 가문에 의해 최초로 개발되어 각광을 받다가....
 
80 년 후인 2000 년대에 이방인이 되어 버린 울트라 슬림 무브먼트의
 
말년을 예상키나 한 듯....
 
1960년대 중반 이후 개발되기 시작하여 1969년에 발표된 것으로 추정되는 Seiko 6810의 기구한 운명은
 
전세계적인 크로노미터 개발붐과 하이비트의 등장에 때를 맞추어 1950년대말에 개발이 시작되어
 
1960년대에 큰 성공을 거둔 Grand Seiko의 운명과 너무도 틀린 운명을 맞이하게 됩니다.
 
개발과 제조에는 GS 보다 많은 투자가 이루어졌을 이 무브먼트와 이 무브먼트를 사용한 시계는
 
일년에 약  300 개 정도씩 단 3 년만 생산되고 사라지는 운명에 처하게 됩니다.
 
이는 일년에 수천개 혹은 수만개씩 제조된 Grand Seiko 와는 비교할 수도 없는 소량생산이었으며
 
그 결과 일본의 인터넷 경매에서조차 이 최초의 울트라 슬림 시계를 구경하기 힘든 이유입니다.
 
정확한 제조 수량이 알려지지 않고 일부 일본 매니아들에 의해 대략 1000 개 이내로만 생산된 것으로 알려져 있을 뿐입니다.
 
이처럼 세이코 최초의 울트라슬림 무브먼트의 개발은 GS와 달리 아무런 성공도 성과도 없이
 
회사에 손해만 끼치고 잊혀지게 되었던 것입니다.
 
아직도 GS에 비하면 별로 알려지지 않은 세이코 울트라 슬림 시계의 재등장은 1992년이었으며....
 
세이코 창업 110 주년 기념 시계였습니다.
 
그리고, 이 때 비로서 U.T.D. 라는 이 시계에 합당한 이름이 붙여졌습니다....
 
그러나, GS라는 이름이 아닌 Credor를 통해 등장하게 됩니다.....
 
그 이유는 이 시계가 GS의 규격(하루 -3~+5초)을 만족하는 시계가 아니었기 때문입니다.
 
Grand Seiko는 단순한 모델명이 아닌 세이코의 내부 정확성 규격을 의미하는 2 중적인 의미를 가진
 
용어이기 때문에 Seiko의 GS에 이은 또 다른 역작인 Caliber 6810은 결코 Grand Seiko가 될 수 없는 운명이었지만....
 
Grand Seiko 이후 최고급 정장용 시계를 목표로 등장했던 Credor에게는 너무도 잘 어울리는 무브먼트였던 것입니다.
 
 
1992년에 발표되었던 Credor U.T.D. 18K 골드 모델의 사진입니다.
 
두께 5 mm에 불과한 타임온리 시계이며...
 
전형적인 울트라슬림 시계인 것입니다...
 
그리고.... 이 시계의 재등장과 관련하여 비로서 이 시계와 울트라슬림 무브먼트의 난해한 기술에 대한
 
이해의 단초가 발견되는 것입니다....
 
 
사진 속의 인물은 Seiko 내에서는 물론 일본의 기계식 시계 매니아들에게도 매우 유명한 인물입니다....
 
즉, 현재 세이코 내에서 가장 탁월한 시계 조정 및 조립 기술을 가진 기술자인 "사쿠라다 마모루"입니다.
 
세이코 기계식 시계의 마지막 걸작이었던 Caliber 6810의 부활은 이 사람 덕분에 가능했던 일입니다.
 
이 분과 Caliber 6810의 부활에 관한 이야기로 들어가기 전에 2001년 창업 120 주년을 기념하여
 
다시 한 번 200 개 한정판으로 발매되었던 UTD 시계를 발표할 때 이 시계를 소개했던
 
세이코의 공식적인 설명을 잠시 읽어 보는 것이 좋을 듯합니다.
 
 
바로 이 시계들입니다.
 
18K 옐로우 골드와 18K 화이트 골드로 각기 100 개씩 200 개의 한정판으로만 발매되었던 시계들입니다.
 
18K 옐로우 골드의 가격이 리테일가로 90 만엔, 18K 화이트 골드의 가격이 리테일가로 95 만엔의
 
매우 고가의 시계들입니다....
 
다음은, 세이코의 이 시계에 대한 설명중 인용한 것입니다.
 
" 이 시계에 채용된 극박형의 메카니컬 무브먼트 6870 칼리버는, 1969년에 개발된 6800을 베이스로 한 것으로,
 
1993년의<세이코 크레도>메카니컬 워치 부활 제 1호 모델에도 탑재된, 두께 불과 1.98 mm로
 
당사의 메카니컬 무브먼트 중에서 가장 얇은 고급 무브먼트입니다.

 
얇을 뿐만 아니라, 파워리저브가 37시간 이상, 진동수는 6 진동/초(21600 bph)를 실현하고 있어서
 
무브먼트의 아름다움과 동시에, 시계 본래의 기능성을 확보하는 사상을 구현한 무브먼트입니다.
 
극히 얇은 무브먼트이기 때문에, 그 조립, 조정은 일반의 메카니컬 무브먼트보다 높은 기술이 필요하게 되어
 
현재 단 한 명의 숙련된 기술자가 오랜 세월 동안 쌓은 기술과 많은 시간을 들여 조립하고 있습니다.

 
- 중략  -
 
1992년 메카니컬 와치 부활 이래 이 모델에 이르기까지, 68계 칼리버의 조정에 종사해 온,
 
단지 한 명의 조정사, 사쿠라다 마모루가 조정한 것을 증명하는 마크가 무브먼트에 손조각으로 조각되어 있습니다."
 
 
세이코의 시계 설명에까지 등장하는 사쿠라다 마모루는 세이코 내에서 이 무브먼트를 조정할 수 있는 유일한 인물입니다.
 
세이코가 제품 설명에서 그의 이름을 인용하고, 나아가 그가 조정한 것임을 증명하는 마크를
 
무브먼트에 손조각 시킬 정도로 그는 현재 세이코에서 유일무이한 시계조립기술을 가진 신화적인 존재이기도 합니다.
 
그는 또한 일본 내의 시계기술자들중 최초로 일본 정부에서 수여하는 "현대의 명장"의 칭호를 획득한 인물이기도 합니다.
 
자, 이제 caliber 6810의 부활과 사쿠라다 마모루가 이 무브먼트의 조립을 전담할 수밖에 없었던
 
일화로 넘어가고자 합니다.
 
 
다음은 일본의 "매경비지텍"이라는 잡지의 기사에서 인용한 것입니다.
 
세이코 전자공업(현 세이코인스투루먼트)의 무브먼트 조립실은 답답한 분위기에 휩싸여 있었다.
 
사쿠라다 마모루 등 3 명의 조립기술자 앞에, 같은 형태로 조립된 극박형의 무브먼트「6810」이 늘어서 있었다.
 
지금 문제가 된 것은, 공예품이라고 부를 수밖에 없는 "콕 혹은 브릿지"라고 부르는 부품.
 
그 얇음, 부드러움, 섬세함 때문에, 기스가 나기 쉽고 그 기스는 조립된 후 눈에 띄기 쉬운 것이다.
 
사실, 3명의 눈앞에 있는 밸런스 콕과 브릿지에는, 매우 미세하지만 같은 상처가 나, 아름다운 모습을 망치고 있었던 것이다.
 
3 명의 세이코 내의 최고의 기술을 가진 무브먼트 조립자들은 자신들의 눈을 의심하고 있었다.

 
기스를 잘 보면, 그것이 스텐레스제의 핀셋의 뾰족한 부분의 자국과 같다는 것을 깨닳게 된다.
 
최고의 실력자들인 그들이 세심한 주의를 기울이면서 부품을 매우 조심스럽게 다루었는 데도 기스가 생긴다면,
 
부품을 바꾸던가 도구를 바꾸는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렇다고 해도, 최종적인 조립상황에 이르러 부품의 재질 등을 변경하는 선택은 있을 수 없었다.
 
그 때, 최고의 베테랑 조립자 한 명이 도구상자를 열어 좀처럼 그가 사용하지 않았던
 
핀셋을 꺼내들었다.
 
이 이야기는 세이코의 기계식 부활이라는 특집으로 "일경비지텍"이라는 잡지에 4 회에 걸쳐 연재되었던
 
기사에 실린 Caliber 6810 에 얽힌 에피소드입니다.
 
이 기사들 전체를 본다면....
 
GS의 부활에 대한 최초의 기사에 이어....
 
Caliber 6810의 부활에 대해서는 2번에 걸쳐 기사를 싣고 있으며....
 
그것도 GS 다음에 배치했다는 것입니다.
 
기자는 세이코를 탐방하여 기사를 작성한 것이고....
 
세이코의 설명에 따른 것이라고 보아야 할 듯합니다....
 
링고가 이 글을 쓰면서....
 
세이코의 마지막 도전이 GS가 아닌 Caliber 6810 이라는 울트라 슬림 무브먼트라고 주장한 것도
 
이와 같은 맥락입니다....
 
마지막으로, 이 기사의 주인공이 바로 "사쿠라다 마모루"입니다.
 
 
 
세이코의 제품 설명에 등장했던 바로 그 인물인 것이며....
 
세이코 유일의 울트라 슬림 무브먼트인 Caliber 6810을 아무런 상처도 내지 않고 조립할 수 있는 유일한 인물인 것입니다.
 
또 하나 흥미있는 점은 Caliber 6810의 오차입니다.
 
2001년 제품에 대한 설명은 물론 1992년의 제품, 나아가 1969년의 최초의 Caliber 6810의 조립 조정 오차는
 
일차 + 25 초 ~ - 15 초 입니다.... (총 40 초 이내)
 
여러번 설명드렸듯이... Grand Seiko의 일오차는 -3 초 ~ + 5 초입니다... (총 8 초 이내)
 
Caliber 6810과 관련하여 우리가 기억해 두어야 할 것은 2 가지입니다.
 
2 mm 미만의 수동 무브먼트의 경우 이를 아무나 조립할 수 있는 것이 아니며....
 
오랜 역사를 가진 일본 세이코에서도 현재 단 한 명만이 무브먼트에 상처를 내지 않고 조립할 수 있는 기술이라는 것과
 
일본 세이코 내의 최고의 기량을 가진 기술자가 조정하여 일차 40 초 이내의 오차를 보증하기 어렵다는 것입니다.
 
이것이 울트라 슬림 무브먼트의 본질인 것입니다....
 
                                   사쿠라다 마모루의 작업 모습
 
 
왜 이런 걸까? 브릿지나 콕에 기스를 내는 것 외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는 것일까???
 
이번에는 세이코의 Caliber 6810을 수리했던 일본의 저명한 수리기술자 이소자키의 설명을 조금 인용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이 시계의 무브먼트는 Cal. 6819 A 22석으로 21,600 진동, 파워 리저브 37시간.

무브의 두께는 겨우 1.98 mm라고 하는 매우 얇은 무브먼트입니다.

이 무브먼트는 1973년(1969년의 착각인 듯...) 제 2 정공사가 처음으로 개발한 것입니다.

정확성 등급은 일차+25초~-15초의 무브로 그것을 20년만에 부활시킨 손목시계입니다.

무브먼트의 두께 2 mm를 밑도는 울트라 씬 무브먼트는 고도의 기술력을 확실히 가지고 있지 않으면 만들 수 없는 것입니다.

스위스 시계 메이커에서도 이런 무브먼트를 제조할 수 있는 곳은 한정되어 있으며 쟈가 르컬트르, 오데마 피게, 파틱 필립 등의

일류 시계 메이커 밖에 제조할 수 없는 어려운 손목시계입니다.

이 무브먼트는 유명한 제 2 정공사의 시계 설계 기술자, 이노우에 사부로 선생님의 지도 아래,

당시의 세이코의 기술을 결집해 이 세상에 내보내졌습니다.

세이코에 있어서 추억 깊은 이 시계가 근년의 기계식 시계의 융성과 함께 부활해,

크레도나 세이코 U.T.D 등에 탑재해 최근 다시 판매되기 시작했습니다.

이 시계를 분해 청소하는 것은, 얇은 무브먼트틀이기 때문에 꽤나 신경을 쓰면서 분해·조립·조정·주유를 합니다.

약간의 조립 미스로 톱니바퀴의 스탭이 간단히 부러져 버리는 위험성을 가진 가느다란 두께입니다.

각 톱니바퀴의 간극도 극단적으로 작아서 정말로 섬세하게 신경을 써야합니다.

얇은 두께를 만들기 위해서, 배럴의 뒷두껑이 없고, 뒤뚜껑 대신에 인공 루비의 베어링석을 몇 개 플레이트에 파묻어,

회전이 매끄럽게 되도록 고안되어 있었습니다.

앵클의 스탭은 막대 모양이 아니고, 단차를 붙인 스탭으로 하여, 내충격성을 강화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이「세이코 U.T.D」은, 현재 세이코 인스트루먼트의 모리오카 세이코공업에서 생산되고 있으며

이 무브먼트의 조립에 종사하는 사람은 사쿠라다 마모루 씨 등 수 명의 극도로 우수한 기술자에 의해서 생산·조립되고 있다고

듣고 있습니다. 파생칼리버는 기본의 6810에서 6870, 6898으로 파생되고 있습니다."

 

         Seiko Caliber 6899 (6810 패밀리의 원형 및 스켈레턴 사양)

이소자키의 설명을 통해 울트라 슬림 무브먼트는 단순히 얇은 브릿지의 기스 문제뿐 아니라...

매우 얇아서 조립중에조차 부러지기 쉬운 톱니바퀴의 회전축(스탭)과 톱니바퀴들의 좁은 간극, 그리고, 얇게 하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채용되는 배럴의 독특한 구조 등 울트라 슬림 무브먼트를 아무나 조립할 수 없으며

최고의 기술을 가진 사람들만이 조립가능한 기술이라는 정도는 다시 한 번 확인할 수 있는 것입니다...

이소자키가 언급하고 있는 울트라 슬림 무브먼트의 특징들이 바로 "델리케이트한 무브먼트"의 본질입니다.

박형 무브먼트는 튼튼할(로버스트) 수 없으며, 매우 섬세하게(델리케이트) 되는 것은 그 구조에 따른 운명인 것입니다.

따라서, 울트라 슬림 무브먼트의 제조는 무브먼트를 정밀하게 조정할 능력이 없는 브랜드들의 전매특허가 아니라....

무브먼트 조립의 최고의 기술자들만이 극도로 세심하게 주의해서만 조립이 가능하며 조정할 수 있는 매우 수준 높은

기술이며..... 이런 시계를 제조하는 브랜드란 사쿠라다 마모루와 같은 조립실력을 가진 기술자들을

보유한 브랜드인 것이고...

스위스의 울트라슬림 시계 제조량을 생각한다면 스위스 내에는 사쿠라다 마모루나 그 이상의 조립 능력을 가진

기술자들의 수가 적지 않을 것이라는 해석이 가능합니다.

세이코의 기계식 손목시계의 전성기였던 1969년 이후 3 년간 이 무브먼트를 사용한 시계가 1000 개 이내가 제조되었다는

것은 그 당시의 세이코에도 사쿠라다 마모루와 같은 기술자는 몇 명 존재하지 않았다는 해석도 가능할 것입니다.

사쿠라다 마모루가 일년에 생산할 수 있는 UTD가 200 개  정도(기념 생산품 개수)일 것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결국 그 당시에도 세이코 최고의 조립기술자 1 명 혹은 2 명이 이를 전담했을 것이라는 추측도 가능합니다.

이런 사실로부터 그 당시나 지금이나 세이코와 스위스 Big 3 급 브랜드의 격차는 엄연히 존재했던 것이고 현재도

그대로 존재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하게 되며.....

롤렉스와 오메가 등의 중급브랜드에서 울트라 슬림 시계를 만들지 않는 것은 실제로는 "만들 수 없는" 상황인

것은 아닐까 하는 의심조차 해보게 되는 것입니다.

그런면에서, 중상급 브랜드인 롤렉스와 오메가의 영역에 도전하여 성공을 거둔 후

스위스 시계 기술의 가장 높은 산봉우리인 울트라슬림에 도전했던 세이코의 도전 정신에도 감탄을 금할 수 없는 것입니다.

글라슈테 등으로 유명하며 유구한 역사를 가진 독일 브랜드에서 울트라슬림 무브먼트를 만들었다는

기록을 아직 발견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나아가.... JLC 849와 리버소, 각종 복잡시계 등 대부분의 무브먼트가 슬림 무브먼트인 JLC의 생산량을

고려힐 때 이 시계들을 조립하는 탁월한 조립기술자들의 수만으로도 으스스한 생각조차 드는 것입니다. 

그리고, Big 3는 물론 블랑팡, 피아제 등 울트라슬림 와치들을 다양한 브랜드에서 생산해 내는

스위스 시계기술자들의 저력과 깊이에 대해서 경외감을 느끼지 않을 수 없는 것입니다.

한편, 울트라 슬림 무브먼트의 이해가 어려운 점은 실제로 조립해 본 적이 없는 매니아들이 그 조립의 어려움을

이해할 수 없다는 점....

아마도, 이를 조립하는 브랜드의 최고의 기술자들에 비해 조금은 능력이 딸릴 것으로 보이는

제조후 수리 기술자들(서비스 센터 포함)의 다소 악의에 찬 투정 때문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자신의 능력보다는 시계의 설계나 품질 탓으로 돌려버리는.....)

울트라 슬림 무브먼트가 델리케이트하며 조립과 조정이 어려운 것은 그것이 평범한 무브먼트가 아니라

복잡시계이기 때문입니다.

모든 복잡시계들은 복잡해지면 질수록 조립과 조정이 어려우며 델리케이트 합니다.

퍼페츄얼 캘린더, 미니츠 리피터, 투루비용 혹은 그랜드 컴플리케이션이 단순 자동 보다 충격에 강하거나

조립이나 조정작업이 쉽고, 고장이 적다고 주장할 수 없는 것과 같은 이유로...

울트라 슬림은 그 보다 두꺼운 무브먼트들에 비하여 델리케이트하므로

충격에 약하며 고장이 생기기 쉬우며... 수리도 어려운 것입니다.

 

즉, 이 무브먼트가 타임온리 무브먼트라는 인식으로는 이해할 수 없는 일들이 생겨나는 것은

이 무브먼트가 단순한 타임온리 무브먼트가 아닌 복잡시계이기 때문인 것입니다.

블랑팡에서 6 대 마스터피스를 기획할 때, 울트라 슬림 수동의 타임온리 시계를 그 맨 앞에 넣은

이유는 울트라 슬림이 "스위스의 걸작"이라고 부를만한 "마스터피스"에 속하는 복잡하고 어려운 기술이기 때문인 것입니다.

이제, 손목시계 최초의 울트라 슬림 수동 무브먼트를 설계 제조한 L. E. Piguet의 이야기로 들어가

스위스의 울트라 슬림 무브먼트의 역사를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그리고, 이를 통해 울트라 슬림에 대한 이해를 보다 높일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5. L. E. Piguet와 100 년간 제조될 복잡시계의 창조 - 스위스 시계의 극점에 올라섰던 Piguet 가문

19세기말에서 20세기 초에 활동한 Louis Elysse Piguet(1836~1924)는 19세기의 마지막 장인이자 20세기초의 스위스의

기술력을 상징하는 복잡무브먼트 중 미니츠 리피터의 황제와도 같은 인물이었습니다.

아마도, 혼자서 미니츠 리피터형 컴플리케이션을 자유 자재로 설계하고 만들 수 있는 마지막 인물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현대의 필립 듀포가 혼자의 힘으로 미니츠 리피터를 개발했지만....

L. E. Piguet는 투루비용을 제외한 전분야의 복잡시계와 이들을 조합한 그랜드 컴플리케이션을 수 없이

만들었으며 그것도 20 세기의 정밀한 기술 같은 것이 전혀 없던 19 세기에 그 당시의 선반과 공구들만으로

현대의 손목시계에 사용할 수 있을 정도로 작은 무브먼트를 만들었던 인물입니다.

   

  L E Piguet 작 Minute Repeater Grande et Petite Sonnerie (1892년 직경 32mm)

 
1911년 L E Piguet의 아틀리에는 그의 아들인 Henry Louis Piguet에 의해 운영되고 있었습니다.
 
아버지의 피를 이어받아 복잡무브먼트 제조에 능통했던 H L Piguet는 모든 복잡무브먼트 중 울트라 슬림에
 
매력을 느끼게 됩니다. 그리하여, 당시로서는 불가능한 무브먼트에 도전하게 됩니다.
 
Caliber 99 로 명명되었던 이 무브먼트는 14 년간의 연구와 실험을 거쳐 직경 20mm에 두께 1.75mm의 무브먼트로
 
탄생하게 됩니다....
 
비록 개발에 많은 시간이 걸렸지만...
 
이 무브먼트는 그후 1940년대 Audemars Piguet와 Vacheron Constantin이 JLC에 이를 능가할 울트라 슬림
 
무브먼트를 주문하여.... 1944년에 AP 2003의 이름으로 발표될 때까지 약 20 년간 전세계 유일의
 
울트라 슬림 무브먼트였습니다.
 
 
그러나, AP가 1944년에 완성되었다고 발표한 AP 2003이 실제로 시계에 사용된 것은 1953년이었으며...
 
정확히 밝혀지지 않은 어떤 이유로 이 무브먼트의 개발을 AP와 함께 추진했던 VC에서는 1955년 창업 200 주년 기념 시계로서
 
AP 2003에 대응하는 VC 1003의 사용한 시계를 발표하게 됩니다.
 
이 때, VC에서는 AP의 발표시에는 주장되지 않았던 새로운 구조의 이스케이프먼트와 레귤레이터를 장착한 것이라는
 
발표를 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또한, 1953년부터 1955년 사이에 실제로 AP 2003을 사용한 시계가 몇 개나 만들어졌는 지 매우 불분명하며 
 
각종 경매에서도 발견하기 매우 어렵습니다.
 
즉, 실질적으로 1955년까지 Piguet 가문이 만든 Caliber 99의 기록을 깬 AP 2003과 VC 1003(JLC 803)은
 
완성되지 못했던 것으로 추정됩니다....
 
따라서, Piguet 가문의 Caliber 99는 14년간의 각고의 노력을 통해 완성된 후 30 년간 깨지지 않는 기록을
 
유지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그리고, 이미 20년 전에 완벽한 울트라 슬림 무브먼트가 완성되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VC-AP 그리고 JLC 등 무브먼트 설계와 제조에 매우 능통한 세곳의 브랜드가 가세했음에도
 
이 무브먼트의 완성에는 적어도 11 년 이상이 걸린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2 mm는 고사하고 JLC 803 이 등장할 때까지 2 mm 대의 경쟁자조차 거의 전무한 상태였습니다....
 
L E Piguet 99가 개발이 시작된 1911 년은 손목시계의 여명기에 불과했으며...
 
L E Piguet 99가 완성된 시점조차 회중시계가 시계의 주종을 이루던 시기였던 것입니다.
 
즉, Piguet 가문의 Caliber 99는 30 년간 유일한 울트라 슬림 무브먼트였을 뿐 아니라...
 
그 동안 3 mm 이내의 무브먼트조차 거의 개발되지 못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3 번째의 울트라 슬림 무브먼트인 Piaget의 Caliber 9P는 1957년에야 세상에 등장하게 됩니다.
 
그러나, Piaget Caliber 9P의 두께는 2 mm 였습니다.  
 
                               Piaget Caliber 9P
 
따라서, Piguet 가문의 Calbier 99나 JLC 803의 기록을 깬 것은 아니었으나 울트라 슬림의 엔트리 기준을 2mm 로 설정한다면...
 
3 번째 울트라 슬림이 바로 Piaget의 Caliber 9P인 것입니다.
 
만일, L E Piguet가 1925년에 만든 1.75mm를 기준으로 설정한다면....
 
3 번째의 울트라 슬림은 1976년에야 다소 기형적인 모습으로 등장하며....
 
4 번째의 울트라 슬림은 2006년 현재까지도 등장하지 못했습니다.... 
 
한편, 1960년 Piaget는 2.3mm 두께의 마이크로 로터 자동 무브먼트인 Piaget 12P를 개발하여 울트라 슬림 자동
 
무브먼트의 세계 기록을 작성하게 됩니다.
 
 
그러나, 마이크로 로터 무브먼트는 수동 무브먼트와 나란히 로터를 배치하는 구조이기 때문에
 
수동 무브먼트의 구성은 자동 무브먼트 전체 두께에 걸쳐 배치되게 되므로
 
이를 수동 무브먼트와 비교하기 위해 수동부분만의 두께로 따진다면 Piaget Caliber 12P의 두께는 2.3mm 인 것이며
 
L E Piguet 99는 물론 자신들의 수동 무브먼트인 caliber 9P의 기록조차 능가하지는 못한 것입니다.
 
이와 같이, 복잡무브먼트 개발 및 제조 전문 아틀리에로 대를 이어온 Piguet 가문에서
 
아버지 L. E. Piguet의 지휘하에 그의 아들 Henry Piguet 가 완성한 Piguet Caliber 99는 그 발표이래
 
무수한 수동 무브먼트들이 개발되었던 수동 손목시계의 전성기는 물론 울트라 슬림 자동무브먼트이 개발된 이후에도
 
실질적으로 유일무이한 울트라 슬림 무브먼트였던 것입니다.
 
더구나.... 이들의 기록을 깬 최초의 무브먼트인 JLC 803 이라는 무브먼트가 실은
 
Audemars Piguet가 설계에 대한 권리를 가지고 있던 Caliber ML 이라는 무브먼트를 베이스로 하여 개발된 것인데....
 
이 Caliber ML의 설계자가 바로 Henry Louis Piguet 였다는 것을 알게된다면....
 
결국 이 Piguet 가문이야 말로 실질적으로 2 mm 미만의 수동 무브먼트를 설계 제조한 스위스의 유일한 가문이었던 것입니다....
 
Piguet Caliber 99는 그 후 설계를 일부 변경하여 F. Piguet 21로 불리우게 됩니다.
 
두께도 1.73mm로 조금 더 얇아지게 됩니다....
 
그러나, 내부의 구조는 물론 브릿지의 형상이나 라체트휠과 크라운 휠의 형태까지....
 
거의 아무것도 변하지 않고 현재도 사용되고 있는 것입니다. (F. Piguet 21에서 박동수만 21600 bph로 상승됨)
 
 
이 무브먼트가 F. Piguet 21이 된 것은 Henry Louis Piguet의 아들인 Frederique Piguet가 회사의 이름을
 
할아버지의 이름대신 자신의 이름으로 변경했기 때문입니다.
 
즉, L E Piguet 와 H L Piguet 부자에 의해 개발된 전설적인 무브먼트 Caliber 99는 그의 손자대에 이르러
 
시대에 적합하도록 약간 개량되어 F. Piguet Caliber 21 이 되었던 것이며....
 
처음 만들어진 그대로 삼대에 걸쳐 이 가문을 먹여살린 롱셀러이자 베스트셀러인 복잡무브먼트였던 것입니다.
 
이 무브먼트는 1920년대 이후 현재까지 대부분의 스위스 브랜드의 울트라슬림 시계에
 
사용되었습니다....
 
그 고객에는 파텍 필립을 시작으로 JLC 803을 개발하기전의 VC와 AP는 물론 Rolex, IWC, Ebel
 
Cartier, Chopard, 1957년이전의 Piaget 등 단 한 번이라도 울트라 슬림 시계를 출시했던 모든 스위스 브랜드들이
 
망라되는 것입니다...
 
 
F. Piguet 21은 현재는 Blancpain Caliber 21로서 블랑팡의 울트라슬림 수동 시계에 사용되는 무브먼트이며....
 
블랑팡이 최초로 발표한 6 대 마스터피스의 첫번째 자리를 차지한 울트라 슬림 모델의 무브먼트이기도 한 것입니다.
 
      Jean Lassale Caliber 1200
 
1976년 F. Piguet Caliber 21의 기록은 이 가문과 전혀 무관한 기술자에 의해 처음으로 깨지게 됩니다.
 
1976년 Pierre Mathys라는 시계기술자가 1.2 mm의  수동 무브먼트를 설계하고 제조하게 됩니다.
 
F. Piguet 21의 등장 이후 50 년만에 Piguet 가문과 무관한 스위스 기술자에 의해 F. Piguet 21의 기록이
 
깨지는 순간이었습니다.
 
Pierre Mathys의 브랜드 Jean Lassale Caliber 1200의 등장입니다.
 
워낙 획기적인 기록이었으므로(Piguet 21 보다 0.5 mm나 얇고, AP 2003 보다 0.4 mm나 더 얇은....)
 
1976년 Jean Lassale의 등장이후 쿼츠에 정확성에서 밀려 고전하던 기계식 제조업체들은
 
환호했습니다...
 
그리고, 1970년대말의 저 유명한 쿼츠 vs 기계식의 초울트라슬림 대결이 막을 올리게 됩니다.
 
쿼츠 시계를 극복할 수 있는 기계식 시계의 저력은 울트라슬림 등 복잡시계에만 존재한다는 것을 다시 한 번
 
확인시켜준 사건이었습니다.
 
그러나, 1978년 Seiko는 시계전체의 두께 2.5mm의 쿼츠 시계를 발매하여, 시계 전체의 두께에서 3 mm 대였던
 
Jean Lassale의 기록을 깨뜨리게 됩니다.
 
세이코의 쿼츠 기술을 사용한 초울트라슬림 와치의 개발에 자극을 받은 ETA는 Concord, Longines, Eterna에게
 
시계두께를 2 mm 이하로 만들 수 있는 독특한 구조의 쿼츠 무브먼트를 제공하게 되었으며 이를 대표하는 시계가
 
바로 Concord의 Delirium 이라는 시계입니다.
 
Longines나 Eterna가 이 무브먼트를 사용한 시계의 시판을 포기한 것에 반해 Concord는 1979년 이 무브먼트를
 
사용한 Delirium이라는 시계를 시판하여 시판된 가장 얇은 시계의 기록을 세우게 됩니다.
 
 
                                                 Concord Delirium 1979
 
1979년에 발표된 Concord의 첫 Delirium의 시계 전체의 두께는 1.98mm 였으며....
 
그리고, 초울트라슬림에 대한 향후의 모든 기록경쟁에 대한 의욕을 완전히 꺽기 위해 ETA와 Concord는
 
지속적으로 시계의 두께를 감소시키는 후속작들을 발표했으며...
 
1980년에 발표된 Concord의 Delirium IV는 무브먼트의 두께가 아닌 유리와 문자판은 물론 시계 케이스까지 포함하여
 
시계 전체의 두께가 0.98 mm로 그때까지 등장한 모든 시계를 통털어 처음으로 1 mm의 벽을 깨는 기록을 세웠으며
 
이 기록은 현재도 유지되고 있는 시계역사상 가장 얇았던 시계이기도 합니다....
 
이 마지막 경쟁에서 쿼츠가 승리는 거둔 1980년 이후 기계식 시계들은 보다 급격한 사양길로 접어들게 되었던 것입니다.
 
IWC의 Kurt Klauss가 퍼페츄얼 캘린더 등 다른 복잡시계로 눈을 돌린 것이며...
 
울트라슬림이 기계식의 부활이후 더 이상 고급시계로 여겨지지 않는 것도....
 
결국은 3~5 mm의 시계를 쉽게 만들어내던 울트라슬림 쿼츠들(Concord, Longines, Seiko 등)의 범람 때문이
 
아니었던 것일지....
 
기계식 시계에서 쿼츠와 다른 무엇을 찾는 기계식 매니아들에게...
 
쿼츠에서 매우 흔한 기술인 울트라 슬림의 기계식 시계에서 1925년 이후 1970년대까지 Piguet 99와 21을 사용한
 
믿어지지 않는 두께의 시계에서 느낀 그 당시 사람들의 경악에 가까운 그런 감탄을 기대한다는 것은
 
쿼츠 패러다임 하에서 정확성과 두께에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는 현대의 소비자들에게는 무리였을 것입니다.
 
이렇게 해서....
 
시계 역사에서 크로노미터를 향한 노력과 함께 가장 탁월한 시계 기술자, 최고의 하이엔드 브랜드를 평가하던
 
중대한 잣대였던 울트라슬림 시계에 대한 평가 기준도 막을 내리게 된 것입니다...
 
그러나....
 
이 이야기를 여기서 끝내기 보다는 과연 어떤 기술이 위대한 L E Piguet 가문이 만든 울트라슬림의 기록을 깨뜨린 것인지
 
조금 더 살펴볼 필요가 있을 듯합니다....
 
 
 
6. Piguet와 Jean Lassale
 
먼저, 기계식에서 Piguet 가문의 기록을 깨뜨린 유일한 무브먼트인 Jean Lassale Caliber 1200입니다.
 
 
이 무브먼트들의 울트라슬림의 비밀은 실상은 케이스백측의 톱플레이트 디자인이 아닌 다이얼측의
 
디자인을 보아야 비로서 이해할 수 있는 내용입니다.
 
그러나... 인터넷 상에는 하나의 관습처럼 톱플레이트의 사진들만 올라 있어서....
 
이 무브먼트들의 비밀을 단순히 두께에 대한 데이타나 톱플레이트의 사진만으로 이해한다는 것은 어려운 일입니다.
 
 
 
Jean Lassale의 Caliber 1200의 톱플레이트(좌측, 케이스백에서 보이는 모습)과 다이얼측의 사진입니다...
 
기이한 것이 보이지 않으십니까?
 
 
 
좌측이 Jean Lassale Caliber 1200의 다이얼측 모습이며...
 
우측은 통상적인 슬림형 무브먼트의 다이얼측 사진입니다.
 
무브먼트의 구성에서 설명드렸듯이....
 
무브먼트란 메인플레이트와 톱플레이트(3/4 플레이트, 브릿지 등) 사이에 배럴로부터 각종 휠과 이스케이프먼트,
 
팰릿 포크, 밸런스 등 구동 부품들을 배치하여 각각의 부품들이 메인플레이트와 톱플레이트 양쪽에 지지되어
 
회전 혹은 진동하도록 구성되는 것입니다.
 
따라서, 무브먼트의 다이얼측의 사진은 메인플레이트를 보여주어야 하므로 우측의 사진처럼
 
평탄한 면이 나타나야합니다.
 
F. Piguet 21의 다이얼측 사진을 찾지 못했습니다만....
 
다이얼측의 이미지를 찾는다면 우측의 사진과 비슷한 이미지를 얻게 될 것입니다.
 
무브먼트의 구성으로 설명해 드린 사진들과 Lassale Caliber 1200 을 비교한다면....
 
Lassale 1200은 단 하나의 플레이트만을 사용하며, 밸런스와 이스케이프먼트휠, 팰릿 포크만을
 
각기 톱플레이트나 메인플레이트에서 얇은 브릿지로 고정하고 각종 휠들은 메인플레이트에 파묻히듯이
 
배치되어 있는 것입니다...
 
이러한 배치를 플로팅 타입이라고 합니다.
 
F. Piguet 21 이 전통적인 메인플레이트와 톱플레이트의 구성을 취하면서 두께를 줄이기 위해
 
배럴의 뚜껑을 생략한 구성(Seiko 6810이 채용한 구성)을 취한 것에 비하여....
 
Piguet Caliber ML을 기초로 하여 개발된 AP 2003과 VC 1003은 배럴의 뚜껑을 유지하는 대신에
 
배럴을 플로팅 타입(브릿지측에서 단측 지지 방식)을 선택하여 1.64mm의 두께를 실현하고 있는 것입니다.
 
                         Audemars Piguet Caliber 2003
 
즉, 우측 사진에서 보듯이 메인플레이트에서 배럴의 두껑이 노출된 상태로 배치되어 있습니다.
 
 
F. Piguet 21을 스켈레턴 가공한 블랑팡의 스켈레턴 시계입니다만...
 
1 시 방향을 잘 보시면.... 스켈레턴을 통해 개방된 배럴부위에서 배럴의 뚜껑이 없이 메인스프링이
 
노출된 것을 보실 수 있을 것입니다.
 
 
즉, 일반적인 배럴은 배럴과 이를 폐쇄하는 배럴뚜껑을 구비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만....
 
F. Piguet 21에서는 무브먼트의 두께를 줄이기 위해 배럴뚜껑을 생략하고 메인플레이트가 배럴뚜껑의 역활을
 
하도록 구성한 것입니다. 그리고, Seiko 6810에 대한 이소자키의 설명을 읽어 본다면 Seiko 6810 역시
 
바로 이 방법을 채용하고 있다고 추정할 수 있는 설명이 발견됩니다.
 
그러나, JLC 803(AP 2003)과 1975년 JLC 803을 베이스로 하여 JLC에서 자사용으로 개발된 JLC Caliber 839와
 
1994년 이를 개량한 JLC Caliber 849는 배럴뚜겅을 제거하는 방식 대신에 보다 전통적인 플로팅배럴 방식을 사용하게 됩니다.
 
 
 
위의 사진은 JLC Caliber 849의 사진입니다만....
 
좌측에서 보는 것 처럼 메인플레이트의 배럴이 배치되는 부분에 구멍을 뚫고, 좌측의 사진에서
 
보는 바와 같이 배럴뚜껑이 다이얼 측에 드러나도록 배치하며, 배럴은 톱플레이트측의 브릿지만으로
 
한 쪽만 지지하는 방식을 "플로팅 배럴(Floating Barrel)"이라고 하며...
 
바로 얇은 무브먼트를 처음 개발한 Lepine과 Breguet가 애용하던 방식입니다.
 
Piguet 가문에서 처음 F. Piguer 21(LE Piguet 99)를 개발하던 당시, 플로팅배럴 방식도 고려했을 것이나
 
직경 20mm, 두께 1.7mm 정도의 무브먼트에 플로팅 배럴을 사용한 경우 상당한 무리가 발생했던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그래서, Piguet에서는 이 방식 대신에 배럴의 뚜껑을 제거하는 방식을 선택한 것이고....
 
JLC에서 개발한 것인지... 아니면 AP가 JLC에 제공했던 Piguet Caliber ML의 설계가 플로팅 배럴 방식이었는 지는
 
분명치 않지만.... JLC에서 AP와  VC의 의뢰로 JLC 803을 개발할 때 F. Piguet 21과 달리 플로팅 배럴 방식이
 
처음으로 채용되게 됩니다. 그리고, 이런 변경의 도움으로 F. Piguet 21의 1.73mm 보다 0.09 mm 얇은
 
무브먼트의 개발에 성공한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또한, 1944년 이 무브먼트를 발표한 후 1953년까지 실제의 제품에 사용할 수 없었던 것도 플로팅 배럴의
 
채용에 따른 에너지의 소모문제를 해결할 수 없었던 것이 아닌가 추측해 볼 뿐입니다....
 
링고 개인적으로는 플로팅 배럴 방식이 보다 기술적으로 우월하며 매력적인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다시 본론인 Lassale의 Caliber 1200으로 돌아가면....
 
 
Lassale Caliber 1200은 플로팅배럴(좌측의 금색 통)은 물론, 좌측과 우측의 사진에서 보이듯이
 
밸런스와 이스케이프먼트휠과 팰릿 포크를 제외한 모든 휠들은 이러한 플로팅방식(일측 지지방식)으로
 
변경한 것입니다....
 
플로팅 배럴 방식이야 이미 회중시계 시대부터 채용되었던 것이지만...
 
무브먼트의 윤열을 구성하는 휠들을 플로팅 방식으로 지지한다는 것은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일입니다.
 
동력을 전달하는 모든 휠들을 한 쪽에서만 지지한다????
 
일단 시계 기술자들이라면 "그게 어떤 구조로 가능하지???" 하는 질문을 하실 듯합니다...
 
이 무브먼트를 설계한 Pierre Mathys는 JLC가 1903년에 발표했던 1.38 mm의 무브먼트까지 염두에 두었는 지
 
이 모든 기록을 깨트리는 가장 얇은 무브먼트를 만들기 위해서는 메인플레이트를 제외한 모든 브릿지들을
 
전부 제거한다는 아이디어에서 출발한 듯합니다.
 
그러나, 진동속도가 크고 회전속도가 큰 밸런스와 이스케이프먼트휠 및 팰릿 포크(앵커)에서는
 
어려움을 느꼈는 지 기존 방식을 채용하되 플레이트의 양쪽에서 번갈아 지지하도록 하여 브릿지의 두께를
 
최소화하게 됩니다.
 
그러나, 윤열의 휠들은 플레이트에 베어링을 설치하고 그 베어링에 휠을 설치하므로써 플레이트에 고정된 베어링이
 
회전하면서 휠들을 회전시켜 동력을 전달하는 방식을 고안하여 휠들을 지지하기 위한 브릿지들을 전부 제거하므로써
 
1.22 mm 라는 신기록의 달성에 성공한 것입니다.
 
 
그러나, 이러한 구성이 나중에 오버홀이나 수리를 해야할 수리 기술자들에게는 악몽을 안겨다 주는 구성이었던 것입니다.
 
플레이트에 박혀있는 베어링과 베어링에 고정된 휠들을 어떻게 청소하고 오일을 주유할 것인지???
 
아마도 이 무브먼트의 발명자인 Pierre Mathys는 윤열의 휠들은 회전속도가 낮으므로 베어링의 윤활없이도
 
작동에 문제가 없을 것이며 수명도 충분할 것으로 생각했을 것입니다....
 
그러나, 이는 내구성의 악화는 물론 문제 발생시 수리 가능성을 극도로 제한하는 결과를 가져오게 되었던 것입니다.
 
결국 획기적인 발상에 기초한 세계에서 가장 얇은 무브먼트인 Lassale Caliber 1200 은 이 획기적인 구조로 인해
 
많은 문제를 발생시켰으며 무브먼트의 정도(정확성)에도 매우 해로운 결과를 가져오게 되었고.....
 
1976년 처음 등장했을 때 수 많은 찬사를 들으며 단기간에 매우 유명해졌지만
 
몇 년후 Pierre Mathys는 도산할 위기에 처하게 되어 그가 발명한 이 무브먼트를 세계 최고 기록을
 
원하던 Piaget에 팔게 되고.... (후에 Lemania로 재차 매각됨...)
 
세계 최박형의 시계로 유명해진 브랜드인 Jean Lassale은 마침 초박형 쿼츠 시계를 개발하던 Seiko로
 
넘어가 기계식 울트라슬림 시계가 아닌 울트라슬림 쿼츠 시계의 브랜드로 변하게 되는 우여곡절을 겪게 됩니다...
 
 
 
 
7. Concord Delirium과 Swatch
 
 
Jean Lassale의 Caliber 1200 의 아이디어를 한 걸음 더 발전시킨 것이 바로 Concord의 Delilium의 구조입니다.
 
비록 분야는 달랐지만, Jean Lassale의 기발한 묘수는 초울트라슬림 시계를 개발하던 ETA에 아이디어를 제공하게 되며
 
ETA는 그 아이디어를 조금 더 끔찍한 방식으로 사용하여 비록 일상생활에서는 사용할 수 없는 제품이었지만...
 
적어도 누구도 능가할 수 없는 0.98 mm의 세계기록을 달성할 수 있었던 것입니다...
 
 
플레이트를 제거한다는 발상은 ETA에게 쿼츠 무브먼트의 플레이트 대신에 시계의 문자판 혹은 케이스백 그 자체를
 
쿼츠 무브먼트의 플레이트로 사용한다는 아이디어를 주었으며 그 결과 별도의 플레이트를 사용하여
 
쿼츠 부품들을 배치하는 대신 시계 케이스의 케이스백을 플레이트로 하여 여기에 직접 쿼츠 부품들을 배치하는
 
구조로 데릴리움이라는 시계가 만들어졌던 것입니다.
 
그러나, Concord의 Delilium IV는 0.98 mm 라는 영원히 깨지기 어려운 기록을 수립하게 되지만...
 
손목에 차는 순간 시계 자체가 부러져버릴 정도의 연약함으로 인해 상업적인 성공을 거둘 수는 없는 제품이었습니다.
 
그 결과 매우 신속히 시장에서 사라지게 되었던 것입니다.
 
 
Jean Lassale Caliber 1200과 이를 응용한 Concord Delilium의 독특한 아이디어는 그 후 Swatch의 일회용
 
플라스틱 패션시계를 통해 다시 한 번 부활하게 됩니다...
 
또한, Jean Lassale Caliber 1200의 베어링 위에 휠을 설치한다는 독특한 아이디어는 그 후
 
F. Piguet 1185 등에도 응용되는 등 기계식 무브먼트의 개발 역사에서 매우 혁신적인 아이디어였지만
 
Jean Lassale Caliber 1200과 이것에 로터를 설치하여 만들어졌던 2 mm의 최박형의 자동 무브먼트
 
Jean Lassale Caliber 2000은 울트라 슬림 손목시계 무브먼트의 세계 최박형 기록을 수립한 이외에
 
수 많은 문제점들로 인하여 이제는 Delilium과 함께 1970년대 후반의 치열했던 초울트라슬림 개발경쟁의
 
흥미롭지만 짧은 이야기로만 남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손목시계에 울트라 슬림 시대를 열었던 1925년의 L E Piguet Caliber 99는 80 살이 넘은
 
지금도 블랑팡을 비롯한 여러 브랜드의 매력적인 울트라슬림 시계에서 처음 그대로의 모습으로 사용되고 있는 것입니다...
 
 
 
8. 전설과 기록
 
 
 
위의 시계는 회중시계 분야에서 세계에서 가장 얇은 무브먼트의 기록을 세운 JLC의 울트라슬림 무브먼트
 
Caliber 145 입니다.
 
1903년에 발표되었으며, 그 두께는 1.38 mm 였습니다.
 
즉, F. Piguet 21 이나 AP 2003 (JLC 803) 보다 얇은 무브먼트입니다.
 
따라서, 손목시계가 아닌 회중시계까지 고려한다면....
 
실제로 JLC의 울트라슬림 회중시계 무브먼트 Caliber 145가 Jean Lassale 1200의 등장까지 세계에서 가장 얇은
 
무브먼트의 지위를 차지했던 것이며 공식적인 시계역사에서 단 한 번도 깨진 적이 없는 기록인 셈입니다.
 
(그러나.. 최근 제네바의 시계 장인이 만든 것으로 보이는 1 mm의 무브먼트가 발견되어 JLC의 카탈로그 등에서
 
아직 깨지지 않은 기록이라는 주장에 대해 의문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시계를 잠시 떠나 육상이나 수영은 물론 각종 기록 경기에서 세계 최고 기록자들의 이름을 살펴 보면...
 
의외로 우리에게 그 분야의 영웅으로 기억되고 있는 선수들의 기록이 최고의 기록으로 남아 있는 경우는 매우 드뭅니다.
 
가장 위대한 농구선수로 기억되는 마이클 조던과 매직 존슨은 득점 등 농구에 대한 대부분의 주요 기록에 이름을 올리지
 
못하고 있습니다.
 
마이크 스피츠, 에릭 하이든, 나임 슐레이마놀루, 제시 오웬스 등도 마찮가지 입니다....
 
그러나... 비록 이 선수들이 세계기록이라는 데이타 시트에 등장하지 않지만....
 
이 분야의 스포츠에 관심을 가진 분들이라면 세계 기록 보유자 보다 한 시대를 풍미했던 이 선수들이야 말로
 
비록 통산기록의 데이타 시트에 전혀 이름이 올라 있지 않다고 하더라도 진정한 영웅이라는 것에 너무도 쉽게 동의하게 됩니다....
 
바로 그런 의미로 울트라슬림 수동 무브먼트의 역사에서 30 여년간 기록을 유지하다가 왕좌에서 물러나게 된
 
Piguet 99 (F. Piguet 21)은 현재 울트라슬림 무브먼트의 세계 기록 보유자는 아니지만 
 
역사상 가장 많이 만들어졌으며 가장 많은 브랜드에서 사용된 울트라슬림 무브먼트로 그야 말로
 
시계사의 한 시대를 풍미했던 무브먼트입니다.
 
또한, 이 무브먼트를 창조한 Piguet 가문의 탁월한 울트라 슬림의 설계는
 
Piguet 99 - Piguet 21 - JLC 803 - JLC 839 - JLC 849
 
등으로 스위스의 현재 시판되고 있고, 오랫동안 시판된 제품들에 사용된 울트라슬림 무브먼트의 거의 전체를
 
구성하고 있는 것입니다.
 
또한, L E Piguet 99가 등장한 지 40 여년 후 일본의 Seiko에서 스위스의 복잡시계 기술에 도전하는 첫번째 관문으로
 
선택되었으며, 당시 세이코의 가장 유명한 무브먼트 설계자였던 이노우에 사부로에게 영감을 주었으며
 
이노우에 사부로는 Seiko의 모든 역량을 집결하여 L E Piguet 99의 아이디어에 기초하여 Seiko 6800을
 
설계할 수 있었던 것입니다.
 
그리고 다시 20 년 후, 세이코의 창업 110 주년을 맞이하여 6810 이 재등장 할 때도
 
기본적인 설계의 변경 없이 거의 그대로 재현되었습니다.
 
그러나, Grand Seiko를 재등장시킨 Seiko Caliber 9S는 그 이전의 GS 칼리버의 어떤 선배와도 관련이 없어 보이는
 
것과 비교한다면 매우 놀랄만한 일입니다...
 
또한, 1992년 이 무브먼트들의 부품을 제작하여 조립하던 Seiko의 베테랑 조립자들은 이 무브먼트를 조립하다가
 
그 조립의 난해함에 경악하게 됩니다.
 
그러나, Seiko의 에피소드에는 너무도 당연한 것이라 설명이 포함되어 있지 않지만
 
Louis Elysse Piguet의 지도하에 그의 아들 Henry Louis Piguet가 설계한 L E Piguet Caliber 99의
 
원리에 따른 이 울트라슬림 무브먼트 Seiko Caliber 6810은 1969년 처음 태어났을 때 처럼 아무런
 
문제도 없이 작동하는 것을 보고 사쿠라다 마모루는 만족한 미소를 지었을 것입니다.
 
1925년 스위스 쥬라 지방의 라 브라수스의 마구간을 개량한 작은 아틀리에에서....
 
마침 그 전해에 사망한 라 브라수스의 위대한 시계 기술자 L E Piguet의 아들 Henry Louis Piguet가
 
14 년간의 연구를 통해 완성한 최초의 손목시계용 울트라 슬림 무브먼트를 조립한 후 그 작은 무브먼트가
 
아무런 문제없이 작동하는 것을 확인한 후 그의 얼굴에 떠 올랐던 흐믓한 미소와 닮았을 거라는 상상을
 
하게 됩니다.
 
진정한 전설이란 짧은 이야기가 아닌 호머의 일리야드와 같은 기나긴 이야기입니다.
 
L E Piguet 99 나 F. Piguet 21을 사용한 브랜드들이 매우 많기 때문에
 
다른 브랜드들의 역사나 무브먼트들을 조사하다 보면 또 다른 이야기들을 수 없이 발견하게 됩니다.
 
이왕이면 F. Piguet 21을 사용했던 가장 유명한 브랜드인 파텍 필립에서 전설의 한토막을 찾아보도록 하겠습니다.
 
 
Patek Philippe 이 1930년대 자사 무브먼트 개발로 전향한 이후 유일하게 외부의 에보슈를 사용하는
 
2 가지의 무브먼트가 크로노그래프의 역사에 한 획을 그은 Lemania 2310 과 바로 F. Piguet 21 입니다.
 
1970년대 등장후 현재도 생산되고 있는 Calatrava 3520D의 무브먼트인 Patek Caliber 177 이
 
 바로 F. Piguet 21 인 것입니다.
 
또한, 파텍은 에보슈를 구입하여도 에보슈의 구성을 구분해낼 수 없을 정도로 브릿지의 형태까지 완전히 개조하는
 
거의 자사 무브먼트급의 수정으로 가장 유명한 브랜드입니다.
 
그리고, 20세기의 가장 위대한 시계기술자로 불리우는 조지 대니얼스를 좌절시킨 코엑시얼의 거절 사건으로부터
 
알 수 있듯이 구조적인 작은 하자에도 참지 못하고 "No !"라고 외치는 매우 자존심 강한 브랜드입니다.
 
또 다른 위대한 전설의 주인공 Lemania 2310 조차 Patek에 의해 수정된 Patek Caliber  CH 27-70 을 보고서
 
그것이 Lemania 2310의 수정이라는 것을 누군가의 설명없이 파악한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한 이야기입니다.
 
그러나, Patek Caliber 177 이라면 이야기는 다릅니다.
 
 
L E Piguet 99나 F. Piguet 21의 디자인에 익숙한 사람이라면 누구든 Patek Caliber 177을 보는 순간
 
F. Piguet 21 혹은 L E Piguet 99을 떠올릴 정도로 파텍 177의 모습은 H L Piguet가 디자인한 무브먼트의
 
설계는 물론 그 디자인까지도 조금의 변경도 없이 그대로 사용되고 있는 것입니다...
 
도리어, 매우 섬세한 관찰자만이 Patek 177 이 F. Piguet 21를 그냥 그대로 사용한 것이 아니라
 
밸런스와 레귤레이터를 파텍의 자이로맥스로 교체한 것이라는 것을 조심스럽게 찾아내고...
 
그것이 Patek Caliber 177의 두께가 F. Piguet 21의 두께보다 0.04mm 두꺼운(1.77mm) 이유라는 것을
 
추론하게 될 것입니다.
 
 
물론, Patek Caliber 177을 사용한 Calatrava 3520D는 파텍이 만드는 모든 칼라트라바 중에서 가장 얇은 시계입니다.
 
케이스백이 볼록하지 않고 사진에서처럼 플랫(flat)하게 형성된 것들을 소위 "플레이트"라고 표현하며
 
이런 플랫한 케이스백을 가진 얇은 시계들이 바로 울트라 슬림의 상징과도 같은 디자인입니다.
 
따라서, 이 시계는 Patek의 칼라트라바 제품중 유일하게 "울트라슬림 칼라트라바"라고 부를 수 있는 시계인 것입니다.
 
L E Piguet 99 패밀리의 무브먼트들이 들어간 모든 시계들의 공용어가 울트라슬림 와치인 것처럼 말입니다....
 
파텍은 자신들의 Caliber 177에 대해 이렇게 설명하고 있습니다.
 
 
 
"칼리버 177은 현재까지 만들어진 시계 역사상 가장 얇은 무브먼트의 하나입니다.
 
그 구조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독창적이며 정교합니다.
 
이 무브먼트는 파텍 필립의 가장 엘레강트한 시계들에만 사용되고 있습니다."
 
자존심 강하기로 적수가 없는 파텍 필립으로부터 이런 평가를 받았던 손목시계용 에보슈는
 
그 이전에도 그 이후에도 존재하지 않습니다....
 
L E Piguet 99와 F. Pigut 21을 사용한 브랜드는 무수하므로....
 
Piguet의 전설에 대한 무수한 이야기들이 앞으로 수 없이 발굴될 것입니다...
 
새로운 이야기들을 발견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지만...
 
이것을 다 정리하자면 링고는 TF의 게시판을 떠나 책 한 권 쓸 각오를 해야할 것입니다.
 
파텍 필립에서 시작하여 Rolex, Cartier, IWC, Corum 등 거의 모든 스위스 브랜드가
 
만든 울트라슬림 수동시계나 동전시계 등과 같은 얇은 시계를 조사한다면 백발백중 Piguet 99나 21이
 
발견될 것이 말입니다....^^*
 
이에 반하여, JLC의 회중시계용 울트라슬림 칼리버 Caliber 145는 1903년에 개발된 후 과연 몇 개의 시계가 만들어졌는 지
 
알려지지 않고 있습니다. 그리고, 몇 년간이나 제조되었었는 지도 불분명합니다....
 
성능이 어떠했는 지, 구조적인 심각한 결함이 있었던 것인지조차 제대로 알려진 바 없습니다...
 
실질적으로 처음으로  Piguet 가문의 울트라 슬림의 기록을 경신한 Jean Lassale의 Caliber 1200 도
 
이와 비슷한 길을 걸었습니다.
 
1976년에 개발되었지만....
 
무브먼트의 심각한 구조적인 결함으로 인하여 1983년에 이미 시장에서 사라지게 될 운명에 처하게 된 것입니다.
 
그 후 Piaget와 Lemania를 거치며 1990년대까지도 생산된 것으로 보이지만...
 
이 무브먼트를 사용한 브랜드는 Piaget와 Sarcar 등 극히 일부의 극소수의 제품 외에는 존재하지 않습니다.
 
여러 번의 손을 바꾸어도 이 무브먼트의 근본적인 문제들은 해결될 수 없었기 때문이 아닐까 싶습니다...
 
또한, 이 무브먼트들의 설계로부터 영감을 받아 탄생한 무브먼트도 아직까지 하나도 알려진 바 없습니다...
 
물론, 그 덕분에 Jean Lassale의 Caliber 1200과 2000은 현행 무브먼트의 하나인 파텍의 Caliber 215가 등장한
 
1976년에 등장한 무브먼트에 불과하지만 이미 잊혀진 무브먼트가 되어 빈티지 시장의 레어아이템으로서
 
자리를 잡게 된 것입니다.
 
물론, 극히 소량만 제조된 이 무브먼트가 어느날 레어아이템들을 수집하는 매니아들의 표적이 되어
 
빈티지 시장에서 고가의 품목으로 성장하게 될지는 알 수 없는 일입니다...
 
E L Piguet 99나 F. Piguet 21 혹은 그의 사촌들인 JLC 803, JLC  839, JLC 849는 결코 레어 아이템이 될 수 없는
 
매우 흔한 무브먼트이며....
 
오늘도 ebay나 일본의 yahoo, 한국의 옥션에서 조차 쉽게 발견되는 시시한 무브먼트에 불과합니다...
 
그러나, 레어 아이템으로서 고가의 품목으로 성장한다 할 지라도 Lassale의 무브먼트를 위대한 무브먼트라고
 
부를 수는 없을 것입니다....
 
도리어 울트라슬림 무브먼트의 영원한 전설은 울트라 슬림 무브먼트의 시대를 열었으며
 
그 어떤 울트라 슬림 무브먼트 보다도 오랜 기간 생산되었던 F. Piguet 21과
 
그의 친척이자 가장 완성도가 높았던 JLC 803(AP 2003/VC 1003)이 차지하게 될 것이며....
 
울트라 슬림을 대표하는 이 2 가지의 무브먼트를 설계했던 위대한 한 가문의 이름인 Piguet 야 말로
 
울트라 슬림이라는 복잡시계를 상징하는 역사의 주인공으로 남게 될 것입니다....
 
2005년 블랑팡은 울트라슬림 퍼페츄얼 캘린더 시계를 발표했습니다....
 
                 
 
무브먼트의 직경이 28mm에 두께 2.9mm에 불과한 그야말로 슬림한 수동무브먼트의 두께에 불과한
 
초울트라슬림 퍼페츄얼 캘린더였습니다.
 
               
 
울트라 슬림은 아닐지라도 슬림형 무브먼트의 하나인 Patek Caliber 215의 두께가 2.55 mm 이므로....
 
Caliber 5621로 명명된 블랑팡의 퍼페츄얼 캘린더 무브먼트의 두께가 얼마나 얇은 것인지 알 수 있을 것입니다.
 
Caliber 5621 이라는 이름은 Caliber 21에 퍼페츄얼 캘린더 모듈 56을 부착했다는 의미입니다.
 
 
그래서... 이 복잡시계 무브먼트의 톱플레이트에는 80 년전에 탄생한 L E Piguet 99 의 익숙한 모습이 하이엔드의
 
표상처럼 자리잡고 있는 것입니다....
 
L E Piguet와 그의 아들 H L Piguet가 이 무브먼트를 설계하면서 칼리버의 이름으로 "99"라는 숫자를
 
정한 것은 이 시계가 99 년 동안 생산될 수 있기를 염원했던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James Pellaton은 1940년대에 세계 최소의 투루비용을 만들면서 "앞으로 이 보다 작은 투루비용은 만들어지지 않을 것"
 
이라는 광오한 단언을 하게 됩니다....
 
물론, 그의 단언은 바로 그의 제자에 의해 10 년 후에 깨지게 됩니다...
 
청출어람....
 
이 어휘는 거의 모든 기술 분야에서 깨어지지 않는 진리입니다.
 
그러나... 예술의 세계라면 이야기가 달라지겠지요....
 
모짜르트나 베토벤을 능가하는 작곡가....
 
미켈란젤로를 능가하는 조각가....
 
L E Piguet 99 가 처음 만들어진지 80 년을 맞이했습니다....
 
비록 L E Piguet 99의 기록이나 기술적 완성도는 JLC 803에 의해 깨어졌다고 평가하는 전문가들이
 
있을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2003년 청출어람 같았던 자신의 혈육인 AP 2003과 VC 1003의 생산이 중단되면서...
 
도리어 최초의 울트라 슬림이었던 L E Piguet 99 만이 현재까지 살아남게 된 것입니다.
 
그러나, 1925년 탄생한 후 80 살을 맞이한 Caliber 21 이 앞으로 20 년 이상 더 생산될 것임을 의심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입니다.
 
그리고, 그 사이에  AP 2003의 JLC 버전인 Caliber 849 마져도 시장에서 사라지게 될 지도 모릅니다.
 
시계의 역사에 등장한 수 많은 무브먼트들중 한 세기인 100 년을 살아남은 무브먼트는 아직 존재하지 않습니다.
 
밸쥬 22 패밀리처럼 50~60 년만 생산되어도 대단한 기록인 것입니다...
 
그러나, 50~60 년을 살아남기 위해서 밸쥬 22 조차도 밸쥬 23으로 밸쥬 72로 끝 없이 변신해야 했습니다....
 
Piguet 가문에서 14 년간의 산고끝에 태어난 L E Piguet 99는 그 후 100 년 동안 이름이 변경된 것과
 
시대의 흐름에 맞추어 박동수가 18000 bph에서 21600 bph로 상승된 것 이외에 태어난 그 상태로
 
별다른 패밀리를 만들지 않고 그대로 만들어지고 있는 것입니다.
 
이 무브먼트의 생산이 언제 중단될 것인지 지금으로서는 예측할 수조차 없습니다.
 
그러나... 언젠가 F. Piguet Caliber 21 의 생산이 중단되었을 때 이 무브먼트는
 
"최초의 손목시계용 울트라 슬림 무브먼트라는 영예와 함께 무브먼트의 역사를 통해 가장 오랫 동안
 
생산된 무브먼트.... 가장 단순하고 가장 많이 생산된 복잡시계 무브먼트"라고 평가될 것임은 거의 분명해 보입니다.
 
L E Piguet 99 의 전설을 이야기하면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이 톱플레이트의 디자인입니다.
 
 
소위 4 브릿지형 디자인입니다....
 
심플 수동에 대해 회중시계에 가장 매력적인 브릿지는 6 브릿지로 불리우는 타입이었습니다.
 
손목시계 무브먼트로 변신하면서 파텍의 5 브릿지, 바쉐론의 4 브릿지가 손목시계용 브릿지 무브먼트의
 
표상으로 자리잡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4, 5 브릿지란 직경 23mm 이상, 두께 3mm 이상일 때 적용될 수 있던 기술이었습니다.
 
앞서 세이코 Caliber 6810의 조립에 대한 일화에서 읽었듯이...
 
이 얇고 부드러운 톱플레이트의 브릿지며 콕들에 상처 하나 내지 않고 조립한다는 것은 최고의 조립기술자에게도
 
매우 버거운 일이기도 합니다....
 
1925년 L E Piguet 99를 조립할 때 그러한 부담은 현대의 조립기술자의 부담은 물론 제조자에게도
 
극도의 부담감으로 작용했을 것입니다.
 
실상, 1944년에 발표되고 1953년에 실용화되었던 JLC 803을 제외한다면....
 
그 후 현재까지 그 어떤 브랜드도 울트라 슬림 무브먼트를 개발하면서 얇고 긴 브릿지를 채용하는 디자인의 설계를
 
채용한 적이 없는 것입니다.
 
                               Piaget Caliber 9P                                                               Seiko 6810
 
제조는 물론 조립의 부담을 최소화하기 위하여 긴 센터 브릿지 대신에 3/4 플레이트의 분활 형태로 플레이트를
 
디자인하고 필수적인 밸런스 콕만을 독립된 콕으로 디자인하며 플레이트에는 미세한 곡면을 넣지 않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JLC에서 과거 AP와 VC를 위해 Piguet ML을 베이스로 하여 JLC 803을 설계 제조했던 경험을 바탕으로
 
1975년 자신들이 사용할 최초의 울트라 슬림 무브먼트 Caliber 839를 설계할 때의 상황도 비슷했습니다.
 
  
                                             JLC Caliber 839
 
JLC는 Caliber 839를 L E Piguet의 직경 20mm 만은 그대로 답습했지만....
 
1.73mm 보다 조금 두꺼운 1.85 mm 로 조금 후퇴했습니다....
 
그리고, AP와  VC를 위해 만들었던 부담스러운 브릿지 디자인을 포기하고 Piaget나 Seiko  형태의 스플릿 3/4 플레이트의
 
형태를 선택하게 됩니다.
 
물론, 이 자체로 충분히 아름다울 수 있으며 이들의 디자인이 보다 아름답다고 말하는 분들도 있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기술적 난이도를 무시하고라도....
 
 
비록 울트라 슬림이라는 제조 및 조립 난이도가 큰 무브먼트지만....
 
4 브릿지로 스위스 전통의 브릿지 무브먼트로 완성된 Piguet 가문의 두 무브먼트가 더 아름답지 않습니까?
 
아마도.... Piguet 가문에 이어, 비록 이들의 기록을 경신할 수는 없었으나 실질적으로 2 mm 이하의 울트라 슬림
 
무브먼트를 만들었던 JLC와 Seiko의 설계자들도 비슷한 아쉬움을 느꼈던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JLC Caliber 849                                   Seiko Caliber 6898
 
1994년 JLC는 기존의 Caliber 839를 개량하면서 L E Piguet 99와 같은 4 브릿지형으로 변경하게 됩니다.
 
그리고, Seiko에서도 Caliber 6800의 원형 버전을 만들면서... 3 브릿지형으로 교체하여
 
L E Piguet 99와 닮은 브릿지형 무브먼트로 변경하게 됩니다.
 
그로서... JLC와 Seiko의 무브먼트 설계자들은 자신들이 만들어야했을 최종적인 울트라슬림을 만든 것이라는
 
만족감을 느끼지 않았을까요???
 
또한, L E Piguet 99와 AP 2003, VC 1003 및 Seiko 6800 패밀리 등 울트라 슬림 수동 무브먼트는
 
아름다운 조각이나 스켈레턴으로 가장 많이 표현된 무브먼트입니다.
 
조각이나 스켈레턴 가공을 한다면 제조는 물론 조립작업은 배로 힘들어졌겠지만....
 
그런 작업이 도리어 그 작업자들에게 삶의 보람이었다고 한다면 과도한 찬사일까요?
 
                             Seiko의 또 다른 현대의 명공 " 테루이 키요시"
 
Seiko에서 사쿠라다 마모루에 이어 2 번째로 "현대의 명장"으로 인정된 무브먼트 조각가 "테루이 키요시"는
 
적어도 울트라 슬림 무브먼트인 Seiko Caliber 6810 패밀리에 멋진 마이크로 조각을 할 수 있는 기능을
 
인정받아 일본내에서 시계 기술자로서는 2 번째로 "현대의 명장"으로 포상되는 기쁨을 맛보게 됩니다...
 
즉, 현재의 Seiko를 대표하는 가장 탁월한 2 명의 시계 기술자들이 GS 이후 새로운 도전을 찾던
 
세이코의 미완성의 도전을 이어받아 이를 부활시킨 공로로 현대의 명공으로 인정받게 된 것입니다.
 
그 당시에 별로 주목받지 못하고 일본 시계의 역사에서 잊혀져버렸던 세이코 6800은
 
1960년대와 1970년대초 세이코 기계식 무브먼트 전성시대의 주역중 한 명이었던
 
이노우에 사부로가 그의 후배들에게 남겨준 삶의 보람있던 것입니다.
 
그러나, 이 모든 것의 시작은 1911년 L E Piguet 99를 만들기로 결심하고 아버지의 조언을 받아가며
 
14년을 인내했던 Henry Louis Piguet로부터 시작된 일인 것입니다.
 
 
 
가능성과 완벽함을 찾아 14년만에 완성되어 100 년을 살아남아 그 이후에 등장한
 
모든 울트라슬림 무브먼트의 설계자와 제조자들이 도달하고자 하는 내적 완성도의 표상이 되었던 무브먼트.
 
이 무브먼트에게 바쳐야할 가장 합당한 헌사는 어떤 화려한 찬사보다도
 
"완벽한 얇음의 미학" 이라는 짧고 간결한 표현이 가장 매력적인 표현으로 보입니다....
 
14 년간의 연구와 치열한 장인정신에 의해 탄생하여 혼자서 울트라 슬림이라는 용어를 창조해냈던 무브먼트...
 
변하지 않을 아름다움을 간직하여 처음부터 끝까지 오로지 한 모습으로만 살았던 무브먼트....
 
누구도 손댈 수 없는 기술적 완성도와 미적인 완벽함을 함께 지녔던 무브먼트....
 
그래서, 이를 능가하기 보다는 모방하는 것만으로도
 
50 년 후, 100 년 후에도 울트라 슬림 무브먼트를 설계하거나 조립하는 기술자들에게 더 없는 성취감을 줄 수 있었던 무브먼트...
 
기술적으로 보다 세련되었으나 상대적으로 단명으로 끝이난 아들(JLC 803) 보다 위대했던 
 
아버지 L E Piguet 99 에게 이 보다 합당한 표현이 달리 있을 지 모르겠습니다...
 
 
 
 
9. 역대 울트라슬림 수동 무브먼트들
 
이 글에서 등장했거나 등장하지 않았던 역대 및 현행의 울트라 슬림 수동들 전체에 대한 스펙 등 비교자료입니다.
 
 
무브먼트                      직경          두께         박동수       파워리저브    보석수      
 
LE Piguet 99                      20.8              1.75           18,000                42                18        1925년 최초의 울트라슬림
 
F. Piguet 21                    20.8             1.73           21,600                 42               18        최근 버전은 1.71 mm 임
 
F. Piguet 6.10                15.7              2.1             21,600                 46               21       여성용 혹은 사각케이스용
 
F. Piguet 8.10                18.4              2.0             21,600                 48               20       여성용 혹은 사각케이스용
 
F. Piguet 15                   36.1             1.90            21,600                 43               20        회중시계무브
 
AP 2003(VC 1003)               20.8            1.64            21,600                38               18        2002년에 생산중단
 
JLC 839                             20.8            1.84            21,600                 36               18
 
JLC 849                          20.8             1.84            21,600                 36               19
 
Jean Lassale 1200             20.8             1.2             21,600                  35               11        현재까지 세계기록
 
Piaget 9P                          20.8              2.0            21,600                  38               18
 
Piaget 9P/2                       20.8              2.15           21,600                 38                18
 
Piaget 430P                    20.5              2.1             21,600                 40                18
 
Seiko 6810                     20.0 *16.9       1.98           21,600                 37                 22    
 
Seiko 6898                    24.0               1.98           21,600                 37                26      Calibe 6810의 라운드타입
 
 
* 굵은 글씨의 무브먼트가 현행품임.
 
          F. Piguet 21                   F. Piguet 6.10                    F. Piguet 8.10                   Piguet 15
 
F. Piguet는 1990년 이후 직경 20 mm 이하의 Caliber 6.10과 8.10을 추가로 제조하게 되어 VC, AP, Cartier 등에서 사용되고
 
있습니다.  1970년대에 개발된 회중시계 무브먼트 Caliber 15 와 함께 현행품에 울트라 슬림 수동 무브먼트만 4 개를 제조
 
판매하고 있어서 적어도 울트라 슬림 무브먼트에 관한한 최고의 기술을 가진 회사임을 과시하고 있습니다.
 
이 글을 시작할 때 처음에 올린 무브먼트의 사진이 바로 F. Piguet 151 (F. Piguet 15의 스몰세컨드 버전)의 사진이었습니다.
 
최근에는 일부 브랜드에 의해 손목시계 무브먼트로도 사용되고 있는 유일한 5 브릿지의 울트라슬림 무브먼트입니다.
 
 
Piaget는 1957년 2.0mm의 9P를 발표했다가, 두께를 2.15mm로 증가시킨 9P2 (사진)로 수정하였으며, 
 
Caliber 9P를 베이스로 하여 새로이 개발된 Caliber 430P는 2.1mm의 두께를 사용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2.0mm를 기준으로 한다면 Caliber 9P2 부터는 울트라슬림 무브먼트로 불르기 곤라한 상황입니다만...
 
Piaget의 각종 선전물에서 이를 울트라씬으로 설명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2.0 mm의 기준대신 Piaget의 모든 무브먼트들이 포함되도록 2.2 mm를 기준으로
 
그 보다 얇은 무브먼트들이 포함되도록 표를 작성하였습니다.
 
 
사진의 무브먼트가 Piaget의 Caliber 430P로 현행 울트라씬 수동 무브먼트입니다.
 
브릿지의 형태가 완전히 변경되었으나 Piaget의 설명에 따르면 Caliber 9P를 베이스로 한 것이라고 합니다.
 
Piaget의 Altiplano 모델 등 울트라 슬림 모델과  같은 리치몬트 그룹의 Cartier의 고급시계들에 사용되고 있습니다.
 
Cartier의 칼리버 넘버는 430MC 입니다.
 
 
 
10. 끝나지 않는 무브먼트들의 이야기....
 
 
                     Patek Caliber 215                                                Lange Caliber L941.1
 
 
링고는 심플한 시계를 좋아하고 복잡시계에 큰 관심이 없듯이...
 
실상 특이한 형태의 또 다른 복잡시계인 울트라슬림 시계들을 좋아하지는 않습니다.
 
그 델리케이트함은 감탄스럽지만 좋아하고 사랑할 수 있는 대상은 아닙니다.
 
링고의 개인적인 입장은 무브먼트의 수 많은 덕목중 극단적으로 하나만을 추구하는
 
무브먼트 보다는 그 모든 덕목들이 조화를 이루는 무브먼트야 말로 구입하고 싶은 매력을 자극하는
 
무브먼트들입니다.
 
그런 기준에 부합하는 무브먼트들이 Patek Philippe Caliber 23-300 이나 Vacheron Constantin Caliber 1007,
 
IWC Caliber 89, Omega 30mm 같은 보다 보편적이었고 일상적이었던 무브먼트들이 아닌가 싶습니다....
 
그러나, 시계의 역사를 통하여 무브먼트들이 추구한 많은 도전들이 있었고...
 
    Zenith Caliber 135 Chronometer            AP Caliber 2003 Ultra Thin
 
울트라 슬림 무브먼트를 향한 도전은 천문대 크로노미터 못지 않은 시계사의 중대한 도전과제였습니다....
 
그리고, 크로노미터라는 이야기에 등장한 것과는 비교도 되지 않는 극소수의 등장인물만이(실질적으로는 한 가문) 
 
이야기에 등장합니다만....
 
이는 울트라슬림이라는 2 mm의 기준선을 따라 보았을 때의 이야기인 것에 불과합니다.
 
실제로 손목시계가 등장한 19 세기말이후...
 
보다 매력적인 손목시계를 만들기 위해 4~5 mm 대의 수동 무브먼트를 2~3 mm 대의 조금 더
 
얇으면서 정확성을 유지할 수 있는 슬림한 무브먼트에 대한 연구를 하지 않은 브랜드란 존재하지 않습니다.
 
주요 브랜드들의 무브먼트의 변천을 탐구한다면 하다 못해 Rolex 까지도
 
창업 이후 현재까지 0.1 mm 라도 더 얇은 무브먼트를 만들기 위해 노력해 왔으며, 현재도 노력하고 있는 것입니다.
 
                        AP 3090                                             VC 1400
 
따라서, 수동 무브먼트에 대한 탐험 제 3 부는 슬림화와 정확성의 균형을 찾아 현대에 이른
 
가장 균형잡힌 매력적인 수동 무브먼트들에 대한 이야기가 이어지게 될 것입니다....
 
ETA의 무브먼트 소개와 울트라슬림 무브먼트의 역사적 의미에 대한 글에 이어....
 
아직 소개되지 않은 에보슈 무브먼트와 자사제 수동 무브먼트들 및 NOS 무브먼트들에 대한
 
탐험이 계속됩니다.
 
 
 
 
후기 :
 
이번 글은 링고가 아는 한 전세계의 인터넷 시계 사이트나 시계 잡지에서 다룬 적이 없는
 
이야기이니 만큼...
 
자료 조사나 글쓰기의 어려움은 링고가 쓴 그 어느 글 보다 힘든 것이었지만....
 
막상 완성하고 보니...
 
보람 또한 그 어느 글 보다 큰 것이었다는 뿌듯함도 느끼게 됩니다....
 
그러나... 이 글이 링고가 쓴 최상의 글은 아니라고 생각하며...
 
언제든 다음글이 그 이전의 글보다 나은 글이 되도록 노력할 생각입니다.
 
 
2006. 12.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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