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winkle Stars On My Wrist
그 시계 얼만지 별들에게 물어봐
NHK에서 방영했던 다큐멘터리가 예전에 MBC에서 ‘시간의 명장’이라는 이름으로 방영된 적이 있습니다. 운 좋게 NHK버전을 먼저보고 MBC것까지 보았는데 방송에서 시계가 비춰지고 있다는 사실에 두 번 모두 매우 집중해서 봤습니다. 한창 시계에 타오르고 있을 때니 어마어마한 집중력이었을 겁니다. 방송이 된지 좀 오래된 터라 기억도 좀 오래되어 확실하지는 않지만, 기계식 시계를 두고 ‘작은 우주’라는 나레이션이 있었던 것 같습니다. ‘멋진 표현이다!’라고 생각했었습니다. 방송을 본 사람이라면 시계를 잘 몰라도 무브먼트를 메크로 촬영한 영상을 보면 공감할 수 있는 표현이었을 겁니다. 한동안 너도나도(?) 사용하는 바람에 나중에는 식상할 정도가 되었으니까요.
이것이 IWC 사상 가장 복잡한 시계. 포르투기즈 시더럴 스카푸시아
최근 IWC는 포루투기즈 시더럴 스카푸시아(이하 시더럴)를 발표했습니다. 시더럴은 ‘항성시’를 의미하는데, 이것을 인디케이터를 통해 직접적으로 표현한 첫 모델이 아닐까 합니다. 또 다이얼에서는 투르비용과 파워리저브 인디케이터를 찾을 수 있죠. 다이얼에서 피어 오르는 투르비용의 포스도 만만치 않지만 압권은 케이스 백입니다. 별자리를 담아낸 케이스 백은 시계 속 세계, 즉 미세한 부품으로 구성되고 움직이는 무브먼트의 경이로움을 은유적으로 표현하고자 한 ‘작은 우주’가 아니라 실제의 작은 우주입니다.시더럴을 통해 새삼 별자리 기능(?)을 가진 모델이 부각되고 있는데 조금 거슬러 올라가보면 그 이전에도 시계 속안에 별을 담아낸 시계들이 있었습니다.
별자리 시계의 대장을 잊고 있고 있었다는....나온지 10년이나 되서 그런가. Ref.5002 스카이문 투르비용
파텍 필립 Ref.5002
별을 다이얼을 담아낸 손목 시계에서 시초 격이라 하면 스카이문 투르비용으로 불리는 Ref.5002가 아닐까 생각됩니다. 듀얼 페이스 모델로 파텍 필립의 분류에서는 컴플리케이션으로도 부족하여 ‘익셉셔널 워치’로 따로 둘 정도로 복잡한 기능을 갖추고 있죠. 정면의 다이얼은 퍼페츄얼 캘린더의 구성입니다. 측면의 슬라이드 버튼으로 리피터 기능이 확인됩니다. 월 인디케이터에 ‘투르비용’이라는 프린트가 발견되는데 듀얼 페이스라 투르비용 케이지는 볼 수도 없습니다. 기능이 워낙 많다가 보니 투르비용이 희생된 느낌입니다. 케이스 백에도 정면처럼 시침과 분침이 있습니다. 뒤집어 찰 수 있다면 차도 좋은 만큼 멋진 밤하늘과 은하수로 장식되어 있습니다. 단순한 장식이라 해도 충분하지만 항성시와 별과 달의 움직임을 표시하고 있습니다. 특이하게도 C.O.S.C 인증을 받을 것을 굳이 명시하고 있는데 파텍이 C.O.S.C 인증을 받는 경우는 10데이즈 투르비용과 이 모델뿐 일 겁니다. 하이엔드 메이커가 C.O.S.C 인증을 받지 안는 이유는 여러가지로 볼 수 있지만 대체로 인증기준이 맘에 들지 않아서라고 보면 좋습니다. 여기서 C.O.S.C 인증은 단순한 인증이상의 의미가 있습니다. 10데이즈 투르비용과 같은 케이스라고 볼 수 있을 듯 한데 투르비용 같은 컴플리케이션은 보통의 시계보다 높은 정확성을 갖추기가 훠어얼씬 힘듭니다. 10데이즈 투르비용처럼 롱 파워리저브라면 더욱 그렇죠. 이듬해인 2002년 스카이문 투르비용의 염가(?)버전 스카이문(지금의 Ref.5102)이 나옵니다. 투르비용, 미닛 리피터 같은 기능을 제외하고 담백하게 밤하늘을 그려낸 모델이죠.
250주년을 기념해서 딱 7개만 만든 모델. 투르드릴.
바쉐론 콘스탄틴 투르드릴
250주년을 기념하여 제작한 파텍의 스카이문 투르비용과 같이 듀얼 페이스를 사용합니다. 기능의 구성도 유사한 부분이 많습니다. 리피터와 투르비용 기능이 있죠. 케이스 백에서 별자리를 볼 수 도 있습니다. 하지만 다이얼 구성에서는 차이가 있습니다. 말테 크로스 모양으로 만든 투르비용이 중심을 잡는 다이얼 정면에는 문 페이즈, 24시간 인디케이터, 파워리저브 인디케이터 등과 케이스 백은 퍼페츄얼 캘린더의 구성과 균시차, 일출과 일몰 기능이 있습니다. 앞서 말한 별이 가득한 밤하늘은 북반구가 기준이 되는 것 같군요. 파텍의 스카이문 투르비용과 비교했을 때 우열을 가리기 어려울 만큼 아름다운 모델들이지만, 스카이문의 은하수와 다이얼 구성의 절제에서 저는 스카이문이 더 마음에 듭니다. 제 취향과 상관없이 둘 다 너무 먼 곳의 당신들이긴 하지만요.
앞은 이렇게 평범해(?) 보이지만....
케이스를 반전 시키면...엄청난 반전(?)이. 레베르소 트립티크
예거 르꿀트르 레베르소 트립티크
다축 투르비용인 자이로 트루비용에 이어 컴플리케이션의 컴플리케이션은 이런것이다라고 말하려는 듯 등장한 레베르소 트팁티크입니다. 2006년 발표된 모델로 기능이 무려 18개나 됩니다. 레베르소의 특징인 반전 케이스로 부족하여 위 이미지처럼 한 면을 더 사용하고 있습니다. 황도12궁을 비롯, 균시차, 일출과 일몰, 퍼페츄얼 캘린더를 갖추고 있죠. 기능도 기능인데 퍼페츄얼 캘린더 쪽으로 동력을 전달하는 점이 놀라웠습니다. 수많은 기능이 숨어있는 뒤쪽 다이얼을 뒤집어보기 전에는 비교적(?) 평범해 보이지만 이스케이프먼트도 보통의 스위스 레버식이 아니라 데땅뜨 이스케이프먼트를 재현하고 있습니다. 제대로 차별화 한 컴플리케이션을 보여주겠다는 의지의 하나 일겁니다. 또 이미지에서 보면 왼쪽 케이스에서 많은 면적을 차지하는 황도12궁 표시는 다른 별자리 표시와 차별화 되는 부분이기도 합니다.
본문은 미드나이트 인 파리면서 이미지는 미드나이트 인 모나코. Only Watch로 만든어진 것으로 유일하게 파리의 밤 하늘이 아닌 모델
반 클리프 아펠 미드나이트 인 파리
2008년, 선보인 미드나이트 인 파리는 말 그대로 파리의 밤하늘을 보여주고자 하는 모델입니다. 쥬얼러로서의 입지가 더 강했던 반 클리프 아펠이 시계. 그 중에서 남성용 시계에 비중을 높이기 시작하며 내놓은 것이 포에틱 컴플리케이션입니다. 기능을 기능 그대로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그 위에다가 스토리를 덧붙이기 시작한 것이죠. 포에틱 컴플리케이션은 주로 레트로그레이드를 사용하는데, 엄밀하게 따지면 레트로그레이드는 컴플리케이션이라고 보기에는 좀 약하죠. 메커니즘의 복잡함보다는 쥬얼, 아기자기한 오브제, 다양한 페인트 기법을 이용한 조금 트리키한 성격을 가졌다고 보면 맞습니다. 미드나이트 인 파리는 다이얼의 투명한 부분과 반투명한 부분이 있는데 투명한 부분에서 보이는 별자리가 현재 파리에서 보이는 별자리겠고요. 별자리가 그려진 디스크는 체감하기 어려울 만큼 서서히 회전하면서 변화되는 별자리를 선사합니다. 메커니즘 자체는 크게 복잡할 것이 없는 1년에 1회전하는 기능입니다. 스토리가 메커니즘을 잘 살렸다고 보면 될까요? 나름대로 매력적인 모델인데 이런 감수성 철철 넘치는 시계를 누가 좋아할 것인가? 게다가 여자가 아니라 남자를 찾아야 한다면 문제가 더 어려워집니다. 만약 제가 미드나이트 인 파리를 찬 남자를 만난다면 “멋진 센스다” 라고 말해줄 겁니다. 하지만 그럴 가능성은 그리 높아 보이지 않아 보입니다. 반 클리프 아펠의 고민도 이 부분일겁니다.
그랜드 트래디션 그랜드 컴플리케이션
다이얼 부 모습. 투르비용 케이지가 그랜다이저의 모선 같기도 하군요. ㅎㅎㅎ
예거 르꿀트르 마스터 그랜드 트래디션 그랜드
컴플리케이션
미닛 리피터과 투르비용을 하나로 담아낸 그랜드 컴플리케이션인 그랜드 트래디션 그랜드 컴플리케이션. (라임이 착착) 이 두 기능의 조합을 예거 르꿀트르 이외에서도 보는 게 불가능하지 않습니다. 예거는 더욱 돋보이고(?) 싶어서 다이얼 위에 별자리를 올려 놓습니다. 플린크 기법으로 보이는 푸른색 다이얼과 별자리를 표시하기 위해 한 두 장의 다이얼을 겹친 기법을 사용합니다. 여기에서 플라잉 투르비용을 선택한 것은 정말이지 탁월합니다. 하늘 위를 떠다니는 투르비용의 케이지는 신비함을 더해주는데 만약 브릿지 방식이었으면 점수의 절반을 잃었을겁니다. 별자리가 그려진 다이얼은 24시간에 한 바퀴 돌게 됩니다. 그런데 이것은 태양일이 아니라 항성일을 기준으로 하고 있죠. 이 모델의 리피터 기능에서 크리스탈 공이라던지 트레뷰셋 해머 같은 부분도 특징이라 할 수 있는데 주제가 주제인지라 여기서는 언급 정도로 마무리 하겠습니다.
복잡시계처럼 보이지 않는 것이 이 복잡시계의 매력(?)
파네라이 PAM365 루미노르 이퀘이션 오브 타임 투르비용 티타니오
이탈리아 해군의 컴뱃 다이버를 위한 군용 다이버 워치가 메이커의 근간입니다. 파네라이는 벤덤과 그를 이은 리치몬드 소속이 되면서 급속하게 고급화가 이뤄지는데, 인하우스 무브먼트의 탑재와 컴플리케이션이라는 결과를 만들어 냅니다. PAM 365는 의도된 리퍼런스 넘버의 부여가 아닐까 생각됩니다. 일년=365일은 아시다시피 지구의 공전 주기죠. 균시차, 일출과 일몰을 표시하는 이 모델의 성격과 연관 지을 수 있는 숫자라고 여겨집니다. 복잡 기능을 갖춘 것에 비해서는 비교적 심플한 다이얼인데 파네라이의 특징적인 리니어 인디케이터로 균시차를, 다이얼 바깥쪽 플랜지 부분에 일출, 일몰 표시 기능을 배치해서 일겁니다. 케이스 백을 보면 파워리저브 인디케이터와 함께 별자리 표시 기능이 있습니다. 2010년 리미티드 에디션으로 30개 생산되었습니다. (아직 생산 중일 확률도 높습니다)
시더럴의 케이스 백. 개인적으로는 정면 다이얼보다 훨씬 멋지다고 생각합니다. 별자리 디스크뿐 아니라 가지런히 정돈된 인디케이터가 맘에 드네요
다시 IWC의 시더럴로 돌아오겠습니다. 커트 클라우스가 컴퓨터 없이 자와 컴퍼스 같은 원시(?)적인 도구로 완성했다는 다 빈치 퍼페츄얼 캘린더가 IWC뿐 아니라 컴플리케이션 분야서 큰 업적을 남겼습니다. 스위스 시계 업계가 어렵던 시절 거든 쾌거라고도 할 수 있는 모델로 ETA의 칼리버 7750을 베이스로 만들었다는 사실에 경이감까지 느껴집니다. (7750을 사용한 이유를 들으면 눈물겹습니다) 그렇게 다 빈치 퍼페츄얼이 나오고 상당한 시간이 흘렀습니다. 그 사이 IWC의 라인업은 인 하우스 무브먼트로 많은 비율을 채우게 되었고, 투르비용과 미닛 리피터 같은 다양한 컴플리케이션까지 등장했습니다. 시더럴은 앞서 말한 선배 별자리 표시 기능과 언급하지 않은 균치사(E.O.T) 모델들을 IWC의 방식으로 잘 정리한 모델입니다.
시더럴을 사달라고? 차라리 밤 하늘의 별을 따다가 줄께
하지만 그 보다 제가 주목한 것은 시더럴이 지금까지 없었던 IWC에서 처음 있는 오더 메이드 모델이라는 사실입니다. ‘미드나이트 인 파리’의 경우 파리의 밤 하늘로 한정하고 있기 때문에 일률적인 모델을 생산하고 있습니다. 예거의 두 모델은 어떤지 모르는데 기본적으로 북반구를 기준으로 삼고 있습니다. (이 두 모델도 가격이 가격인지라 남, 북반구를 선택할 수 있는 옵션 정도는 있지 않을까요?) 시더럴의 경우 구매자가 살고 있는 지점을 정확하게 기준삼아 훨씬 구체적인, 즉 나만 독점하는 별의 지도(및 연동되는 정보)를 그려낼 수 있다는 사실입니다. (옆집사는 재벌 회장님도 시더럴을 사면 대략 낭패) 비슷한 예로 오데마 피게의 E.O.T(균시차)모델이 있는데 이것도 시더럴처럼 사용자의 위치를 파악하여 E.O.T와 일출, 일몰을 세팅하죠. (다이얼에 서울이라고 된 모델이 국내에 들어와 있습니다) 단지 알려진 가격을 보면 솔직히 가격 비교와 함께 비현실적으로 다가오는 것은 사실입니다. 시더럴과 비교해서 밀리지 않는 예거의 레베르소 트립티코가 절반 정도(약45만 스위스프랑)의 가격이니까요. 하지만 모를 일입니다. 시더럴을 구매할 수 있는 재력이라면 큰 차이가 아닐지도 모르지요. 아무튼 하늘의 별을 따서 손목 위에 올려놓으려면 많은 비용이 드는 것은 사실이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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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목에 올리기는 너무나 먼 당신이군요.. 예술작품 잘보고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