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갓 걸음마를 시작한 회원인 제글에 많은 관심 보내주셔서 감사합니다. 여기에 고무되어-필 받았다고 하나요?- 한번 더 글올려 봅니다.
인터넷이나 일본을 통한 구매방법에 대해서는 말씀드렸으니, 제가 국내에서 애용했던 방법을 소개할까 합니다.
빈티지 시계를 구할때는 일단 눈팅부터 시작하는 것이 좋습니다.
인사동의 용정이나, 예지동의 앤틱시계점을 발품팔아 구경하다 보면 자신에게 다가오는 시계의 종류가 있을 겁니다. 테마별로도 좋고-회중, 남성, 여성 등등-, 기능별-기계식 수동(테마끼), 기계식 자동(오토매틱), 전자식(쿼츠) 등, 브랜드별로도 좋습니다. 수집이란 방만하게 하다보면 자금의 한계에 부딪치기 때문에, 하나의 테마나 브랜드를 정하지 않고 무작정 수집하다 보면 정작 자신이 그토록 원하던 시계가 나타났을 때 발만 동동 구르는 낭패를 보기도 합니다. 저렴한 가격으로 부담없이 시작하신다면, 여성용 시계를 적극 추천합니다.수집가들의 90% 이상이 남성이고, 남성용 시계만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찬밥신세인 여성용 시계라면 1960년대 시계를 기준으로 최저 5만에서 최대 금값에 상응하는 가격으로 장만할 수 있습니다. 남성용 시계를 고르다가 여성용 시계는 서비스 주시는거죠? 라는 대사도 인심후한 가게 주인을 만나면 가능한 또 하나의 즐거움입니다.
자, 그럼 어디서 사느냐가 가장 큰 문제인데요..... 우리나라의 시계메카인 종로구 예지동 시계골목과, 황학동 벼룩시장을 추천해 드리고 싶네요. 일단 인사동의 여러 앤틱가게들은 가격적인 면에서 거품이 많습니다.
종로구 예지동은 그야말로 앤틱시계의 보물창고라고 할 수 있습니다.
좌판으로 늘어선 시계진열대 안에 백년이 넘은- 그것도 꽤 희소한 은장 엘진 회중시계가 - 걸려있는가 하면, 아무렇지도 않게 무더기로 쌓여있는 시계 무더기 안에서 50~60년대의 오메가나 론진, 월썸, 그루엔, 블로바 등등이 널부러져 있기도 합니다. 예지동은 기준가가 없이 손님에 따라서 가격을 부르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좀 전에 5만 부르던 가격이, 각종 고급옷들로 치장을 하고 오거나, 양복에 넥타이를 걸친 손님이 오면 10배 정도로 뛰기도 합니다. 되도록 불쌍해 보이는 복장으로 가시는 것이 저렴한 구매에 큰 도움이 될 겁니다.
일단 예지동 시계골목에 들어서면, 200여개가 넘는 좌판을 일일이 훑어보고 가벼운 가격 체크를 해보세요. 그럼 어느 가게의 어느 물건이 베스트 초이스가 될지 대략 짐작될 겁니다. 마음에 정한 시계가 있다면, 주인분에게 최대한 정중하게 시계에 대한 설명을 부탁해 보세요. 주인분들도 시계를 팔기 이전에 개인적인 수집가임을 명심하시고요. 한수 배운다는 기분으로, 그 시계에 대해 이미 알고 있을 지라도 열심히 경청해 주세요. 맞장구 한번, 감탄사 한번에 대략 만원쯤의 가격이 주인분들의 마음에서 디씨 되고 있음을, 경험이 어느 정도 쌓이면 알 수 있을 겁니다.
그리고 나서 최종 네고를 해보세요. 만약 정말 마음에 드는 물건이 있고 가격이 적당하다 싶으면 가격을 깎지 않고, 다른 물건 섭쓰를 요구하시는 것도 좋은 방법이지만, 깎을 마음이시라면 최대한 불쌍하게 보이는 컨셉이 강추 입니다.
"제가 돈은 모자라는데, 이 시계를 보니까 돌아가신 할아버지가 생각나요 ㅜㅜ" --> 의외로 잘 먹힙니다.
이렇게 한두개가 모이다 보면 어느덧 단골가게가 생길 겁니다. 그럼 그 단골가게 주인분과 개인적인 친분을 쌓으세요. 비록 시계를 구매하지 않더라도, 캔맥주 몇통이나, 광장시장에서 파는 튀김이라도 사들고 놀러가 보세요. 주인분들 엄청 좋아하십니다. 수집가인 주인분 자신에게 제자가 생긴 샘이니까요 ^^. 캔맥주 6개에 시계 두개를 얻어온 기억도 있습니다^^.
어느 정도 컬렉션이 모이면, 그때부터는 보는 눈이 생깁니다. 그럼 자신의 경제 상황을 잘 고려하여, 자신만의 컬렉션을 만들 수 있을거에요.
또 다시 두서없는 글이 되었지만, 읽어주셔서 감사드리고, 다른 분들은 어떻게 수집하고 계시는지 리플 많이 달아주심 고맙겠습니다^^.
댓글 17
-
블루폭시
2010.10.27 20:24
정말 재밌게 잘 읽어보았습니다. 좋은글 감사합니다. -
옴마니
2010.10.27 21:03
예지동 주로 스트랩구매나 수리 쪽으로만 알아보러 가곤 했었는데, 달리보게 되네요...저도 괜찮은 회중시계 있나 한번 구경가봐야겠습니다. 좋은 글 정말 감사합니다. -
뮤즈뮤즈
2010.10.27 21:07
주제를 가지고 컬렉터를 모으는게 좋은거죠 ^^ 좋은글 잘읽고 갑니다 -
jamse1
2010.10.27 22:01
이야... 훈트님의 경험이 녹아있는 ... 살아있는 글이로군요^^
조만간에 서울 갈 일이 있는데 예지동에 가봐야겠습니다. 훌륭한 글 감사해요~~~ -
방개비
2010.10.28 09:45
풍부한 경험이 느껴지는 글... 흥미진진하게 읽고 갑니다^^ -
녹원
2010.10.28 09:50
잘 보고가요 큰 도움이 될것 같네요^^~~ -
BoA™
2010.10.28 10:04
잘보고 갑니다 다음에 엔틱시계 구입할때 많은 도움이 될것 같아요 -
들레
2010.10.28 10:32
풍부한 경험에서 우러나오는 글...
잘 보고 갑니다. 빈티지 시계가 보면 볼수록 매력 넘치는 것 같아요.. -
금룡
2010.10.28 12:34
예지동의 낭만이 묻어나오는 글..
조만간 그 어디로 발길이 갈 것 같습니다^^ -
마!마!마!
2010.10.28 13:08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가보지는 않았지만.. 꼭 가보고 싶네요~ -
나에게 오라
2010.10.28 20:16
잘보고 갑니다.가끔 예지동을 방문 했지만 눈여겨 보지는 안았는데...후회되네요^^ -
갈매나무
2010.10.28 23:25
캔맥주 6개에 시계2개라 ..ㅎㅎ 정말 남는 장사인데요 .. 잘 읽고 갑니다 -
소주두잔
2010.10.29 23:03
되도록 불쌍해 보이는 복장으로 ~~~~ ㅎㅎㅎ -
태그마니아
2010.11.05 00:49
좋은 정보네요..^^ 불쌍한 복장이 눈에 띕니다..^^ -
†바쉐론콘스탄틴†
2010.11.06 09:00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이제 구하는것만 남았군요. -
tmdghks
2010.11.08 17:53
글잘 보고갑니다 좋은정보 감사합니다^^ -
에레이
2010.12.09 04:51
좋은 글 잘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