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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TC

 
 
 
어떤 분야에서건 매니아가 된다는건........ 그 분야에 대해 많은 것을 안다는것을 뜻하는게 아닌듯 합니다.
 
물론 자동차에 대해 많이 안다고 하면, 시계의 스펙을 줄줄 왼다고 하면, 콜트래인 아저씨처럼 코드별 변주를
 
마스터한다고 해도, 그 분야에 대한 '전문가'의 위치에는 합당할 지언정....... 그와 다른 '매니아'의 칭호는
 
뭔가 다른 2%를 필요로 합니다.
 
자신만의 기준이 존재하는가의 여부이지요. 자신만의 기준에는 많은 지식이 필요한것이 아닙니다. 각자
 
살면서 가져온 지혜가 그 분야에 투영될 뿐이지요.
 
 
영악한척 하는 젊음이 단어 사이에 삐쳐나와 드러날까 조심스러워해야 하겠지만, 제 스스로에 대한 변명을
 
해보자면 정말 이것저것 눈을 기울이게 됩니다. 무언가 잘 모르고 제 자신의 기준을 세운다는것도 어렵고....
 
제 삶 사체의 기준에 대해서 생각해보는 경험과 사색의 부족으로..... 오히려 어쩌면 시계를 매개체로 그 과정을
 
거쳐가고 있기 때문에 여기저기 기웃거림을 수줍게 변명합니다.
 
 
그리고..... 제가 보는 눈을 만들어주는 급조된 '지식' (저는 아직 6개월 짜리 시계 매니아입니다)이 합당한지에
 
대해 상호 소통을 통해 제가 배우고저 하는 의도도 있기에....... 잘 몰라도, '전문가'와는 거리가 너무나 멀다는걸
 
인정하면서 한 '매니아'가  보는 시계를 담는 그릇, 케이스에 대한 이야기를 이번엔 해보고저 합니다.
 
 
케이스를 보는 기준에는 어떤것이 있을까 한번 살펴보겠습니다.
 

 
<던질까 칠까 고민하는 저의 모습을 닮은 차노형 삽화>
 
 
 
1. Material

 
 
 
쇳덩이.... 금덩이......플래티늄덩어리........ 이 덩어리들이 녹고 깎이고 연마되어
 
손목 위에 올라가기 위한 공예품으로 탈바꿈합니다. 그 덩어리들이 무브먼트를 담고.... 시계의 무브먼트를
 
충격, 물, 먼지등으로 부터 지켜주는 선봉장의 역할을 함에서 시작해 시계 전체의 분위기를 좌우하는
 
디자인의 첫번째 걸음의 역할도 합니다.
 
 
 
 
험험.... 시계의 케이스를 만드는 방식에 대해서 사실 먼저 이야기를 풀고 싶었으나.
 
자료를 찾는데 한계에 봉착하였음을 순순히 시인합니다. 제가 인터넷에서 금방 찾아본 지식을 종합해서 소개하는
 
역할만을 해오기는 하였지만 이제는 그것조차 녹녹치 않고 그리고 매우 조심스러워 지더군요. 이젠 정말
 
제가 '와.... 내가 모르는게 너무 많구나'라는 사실이 너무나 크게 다가오고 있기에,
 
관련된 전문가들께서 보시면 이게 무슨 개소리냐 하실 부분이 제가 하는 이야기 중에 너무나 많을것이라는
 
자각이 생기면서.........
 
제조 방법 자체에 대한 이야기는 건너 뛸까 합니다.
 
 
 
 
 
재질의 경우에도, 사실 너무나 전문적인 분야이기에 제가 제 판단을 기준으로 한 이야기를 할 수는 없습니다.
 
(개지지가 왜 이리 저자세로 나오는가? 뭐 가끔 이럴때도 있습니다.)
 
 
스테인리스 스틸 케이스의 예를 잠시 들어보겠습니다.
 
시계 케이스로 사용되는 스테인리스 스틸은 대개 304L, 316L, 904L입니다.
 
가장 범용인 스테인리스 스틸은 304L이나 대부분의 시계메이커들은 스틸 시계를 만들때 316L 스틸을
 
사용합니다. 일반적인 용도로도 가장 많이 사용되는 스테인리스 스틸인데, 304L에 비해 염소에 대한
 
저항성이 더 높기 때문에 주방 도구, 외과용 도구, 핵발전소 재처리 시설등에 사용된다고 합니다.
 
(이상 wikipedia 검색 결과 -,-;)
 
 
904L 같은 경우에 녹에 더 강한 성질을 가지고 있어서 바닷속에 파묻는 파이프 등에 쓰이는 재질인데
 
롤렉스만이 이 재질을 사용해 시계 케이스를 만듭니다. 904L 스테인리스 스틸은 316L과 비교해 3배
 
정도의 가격인데, 이러한 이유로 인해 퓨리스츠에서 누군가가 '롤렉스의 시계 케이스가 제일 우수하다'라는
 
요지의 말을 하면서 논쟁이 벌어진 적이 있었습니다.
 
 
이런 주장을 펼친 친구는 퓨리스츠에서 강퇴(-_-;)까지 당했던 막장 논쟁이었지만,
 
시계 케이스로서 훌륭한 성질을 904L스틸이 가지고 있다는건 사실 증명할 수 없고 (1년 이상
 
시계를 바다속에 담궈놓을 예정이 아닌 이상...) 각 시계 메이커 혹은 워치케이스 메이커들마다
 
케이스를 가공하는 방법도 다르고 그들이 인터넷 매니아들이 보지 못하는 부분까지 보고
 
단순히 비용의 차이로 설명할 수 없는 각자의 재질 사용 이유가 있고 케이스를 처리하는
 
방식에 차이가 존재하기 때문에 롤렉스 케이스가 더 비싼 904L스틸을 사용한다는 이유만으로
 
더 우수한 케이스가 될수 없다라는 결론이 이끌어졌던 논쟁이었습니다. 그리고 가장 큰
 
대전제는 케이스 재질만 하더라도 우리가 그냥 단순하게 304, 316, 904로 나누어 버리는건
 
너무 큰 일반화가 아닌가 하는 우려였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사실은 스테인리스 스틸에만 국한되는 사실이 아닐것입니다.
 
제조과정 상에서,  재료에서..... 제가 보지 못하는 무언가가 있는한, 일반인들에게는 공개하지 않는
 
무언가가 있는 한, 공개하더라도 '체계적인 공부'없이 이해할 수 없는 무언가가 있는한.......
 
(물론 무브먼트에도 그런 부분이 있겠지만요)
 
더 이야기 하기에 망설여집니다. ^^;;
 
 
스테인리스 스틸의 경우 재질의 차이는 얼마나 시계의 '용도'와 원하는 '외모'에 맞는 재질을
 
사용하였나에 더해져 Sinn이나 Damasko같은 브랜드들의 스틸 표면 경도 강화 기술인 테지먼트....
 
그랜드 세이코나 브라이틀링의 완벽한 유광가공.... AP의 로얄오크 위에서 보이는 신비한 헤어브러쉬....등등의
 
가공들이 있습니다. 이 모든것들이 합쳐져 우리 눈에 보이는 결과물이 나오기에, 재질 하나만으로 판단하기
 
보다는 우리 눈으로 판단하는게 더 나을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하지만 재질 자체에 따라 분명 시계에 아예 다른 성격을 주는 시계들도 있습니다.
 
 
귀금속 재질인 골드, 플래티넘, 백금, 그리고 고리쩍 시절의 은 같은 경우에는 귀금속이라는 성격에
 
얼마나 잘 맞는 재질인가 하는 잣대도 하나 더 추가되긴 합니다. 폴 쥬른의 특허받은 색다른 색깔이
 
나오는 로즈골드나 롤렉스의 하이테크 로즈골드등의 경우에는 재질 자체에도 의미를 주기에 충분한
 
부분이라고 보이구요.
 
 
티타늄은 가볍지만 싸보인다는 편견을 가지고 있지만 JLC의 AMVOX 크로노그래프의 경우처럼
 
'이게 티타늄이야?' 하고 놀라게 만드는 가공이 있는 경우도 있고, 세이코의 옛 참치캔 티타늄 다이버
 
시계의 경우처럼 전기 처리로 티타늄이 금색을 띄게 되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결론적으로, 케이스를 볼때 '어떤 용도이기 때문에 어떤 재질'이라는 정도만 기준을 가지면
 
매우 충분하지 않나 하는 생각입니다.
 
 
 
 
 
2. 기밀성.
 
 
 
손목시계의 케이스를 판단하는데 제가 가지고 있는 기준중에 꽤 큰 부분을 차지하는게
 
케이스의 기밀성입니다. 저는 물속에 들어갈 일도 없고 비오는 날에 머리를 헤치고 밖을 걸을 일도 없지만,
 
케이스의 기밀성에 있어서는 오버엔지니어링에 집착합니다. (desktop diver라고도 하죠.)
 
 
굳이 저같은 방수에 대한 페티쉬를 가지고 있지 않더라도, 시계의 기밀성은 시계를 판단하는데
 
모두에게 어느정도 기준이 된다는것은 부정할수 없겠지요. 정장용시계의 경우 30m에서 50m, 다이버 시계의 경우
 
100m에서 2000m 이상까지 기밀성에 차이가 납니다.
 
 
30m에서 50m로 기밀성을 높이는건 (더 정확히 표현하자면 3기압, 5기압이 되겠죠) 비교적 쉬운 일이라고 합니다.
 
하지만 50m에서 100m, 그리고 100m에서 200m의 기밀성을 구현하기 위해서는 시계 표면 글래스 두께의 비약적인
 
증가가 필수적이다보니 디자인에 큰 영향을 줄 수밖에 없습니다. (가격은 약간 영향을 받겠죠?)
 
 
파네라이처럼 시원하게 두껍고 그 두꺼움이 어색하지 않은 디자인도 있지만 (뭐 사실 지나가는 차를 자꾸
 
시계로 긁게되서 문제죠. 길에 주차하시는분들... 그냥 마음 비우시길... ㅎㅎㅎ), 이건 귀족스러운 사람
 
손목위에 올라가긴 너무 두껍다 싶은 시계들도 나옵니다. 방수에 대한 오버엔지니어링 그 자체도 매력적인
 
주제이긴 하지만, 그 부분에 대한 페티쉬가 없다고 상정했을때의 케이스 기밀성에 대한 기준은....
 
즉, 적당한 기밀성은 어느정도일까요?
 
 
 
 
 
 
 
 
 
 
빈티지 시계의 경우는 모르겠지만, 현행품의 경우에는 보통 30m 혹은 50m의 기밀성을 가진 시계라도 사실은
 
실생활에 그리 위험에 처할 가능성이 있는 시계는 아닙니다. 수돗물의 수압이 강렬할때 5기압을 넘는다
 
라는 이론적 배경은 우리를 불안하게 만들지 모르지만 30m라는 수치 자체를 믿고 수영장에 그냥 들어가시는
 
분들도 부지기수이고 그리고 그런 그들이 모두 다 문제를 호소하는 모습을 본 기억은 없습니다.
 
파텍 필립이 '우리 고객들은 손에 물을 묻힐일이 없다' 라고 거드름을 떨긴 해도, 정말 파텍이 방수 기술이
 
없어서 30m 방수능력을 가진 시계를 만들다기 보다는 정말 그정도면 충분하기에 그러는것은 아닐까요?
 
 
기밀성의 구조에 있어 오이스터 케이스로 대표되는 스크류 용두를 가진 시계를 보면,
 
아무리 50m 방수라고 케이스에 써져있어도 스크류 용두가 아니면 마음이 불안하고, 스펙상은 50m방수라도
 
스크류 용두를 가지고 있으면 수영장이 두렵지 않아지는 '심리적인'효과를 줍니다. 하지만 내부 고무 개스켓의
 
구조는 왠만한 시계는 일반적으로 가지고 있는데, 그런 심리적인 효과... 그리고 저처럼 오버엔지니어링된
 
방수성능을 찾는건............. '혹이나 시계가 다칠까' 하는 소.심.함.때문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물론 30m 방수 시계를 차고 물에 들어갔는데 다이얼 속에 습기찼다고 저에게 따지러 오시면 전
 
모른체 하겠습니다만..... 기밀성에 있어선 30m정도가 가장 딱 필요한 기본이 아닐까 싶습니다.
 
 
 
(2)편에서 만나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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