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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TC

Kairos 1658 2007.08.06 20:51
 
눈을 감고 떠올려봅니다.
 
그리 먼 과거는 아닙니다. 6개월이 좀 넘는 시간............ 그 시간 전의 저는 시계에대해 아무런
 
관심이 없었습니다. 게스시계를 차고다니다가 친구들이 디젤시계를 차고다녀서 제 시계가 너무
 
구닥다리인거 같아 안차고 다녔었죠......
 
가끔은 골치아픈 매니아(?)의 시각에서 벗어나서........ 매니아 생활을 오래 하신 분들보다는 더 일반인이었던
 
기간이 잘 기억날것이라는 장점아닌 장점에 힘입어 이야기 하고싶은건..... 일반인이었던 제가 생각했던
 
시계들입니다.
 
 
1. 롤렉스
 
아무리 시계를 모르는 사람이라도 롤렉스는 압니다. 뭐 롤렉스, 오메가, 까르티에, 태그호이어 정도는 알아주는
 
센스를 가지고 있었던듯합니다. 얼마를 주어야 살 수 있는지도 몰랐으나 누가 롤렉스를 차고있으면
 
'우와 저사람 보기완달리 부자인가봐' (시계가 곧 그 '보기'였음은 모른체......) 라고 생각했으며
 
오메가를 차고 있는 사람을 보면 롤렉스를 살 돈은 없어도 그래도 어느정도는 사는사람이구나... 라고
 
생각했었습니다.
 
아버지께서 장농 안에 롤렉스를 하나 가지고 있었기에 우리집은 그래도 좀 사는집이라는 확신을 가져왔고
 
결혼시계는 오메가로 하셨다는 사실로 처음에 두분이 결혼하실때는 참 어려우셨구나...(-_-;)라고 생각했었답니다.
 
 
잡지에서 보이는 "롤렉스는 세상을 바꾸지 않는다. 다만 롤렉스를 차는 사람들이 세상을 바꿀 뿐이다"라는
 
문구에서 펼쳐져 나오는 아우라.... 그것도 아무 잡지가 아닌 시사지등에서 등장하는 롤렉스의 광고는
 
계속 기억이 납니다.
 
 
시계를 알게되면서 세상엔 롤렉스보다 좋다고 여겨지고 더 비싼 시계들이 있다는 사실에 참 놀랐었습니다. 
 
아직은 제 머릿속에 새겨진 오메가란 브랜드에 대한 주홍글씨는 지워지지가 않지만요......
 
 
그때 제가 가졌던 소박한 꿈은............ 결혼을 하게된다면....... 결혼시계로 오메가를 하고.....
 
그리고 결혼을 해서 두사람이 같이 살면서 풍족해졌다고 느껴질때 그것을 기념하기 위한 상징물로서
 
롤렉스 시계를 사는것이었습니다.
 
지금요???????
 
예물 아니면 파텍 언제 차보겠습니까....... (퍽퍽퍽퍽!!!)
 
 
 
2. 샤넬 J12
 
압구정의 물(?)이 초정리 광천수보다 더 맑을때........ 가끔 길을 걷다보면 들이쉰 숨을 내뱉는걸
 
잊도록 만드는 처자들이 있습니다. 엉덩이의 아래 살점이 보이도록 짧은 반바지와 그들의 꼼꼼한
 
제모를 확인할 수 있게 해주는 작은 나시티 위로 봉긋 솟은....(퍽퍽퍽) 네.... 자중하겠습니다. 험험.
 
어쨌든.... 그녀들의 자극적인 아름다움에 지나쳐 그녀들이 무슨 가방을 들고있나 뭐 금팔찌를 차고있나
 
은팔찌를 차고있나는 보통 눈에 들어오지 않았었는데....   하얀색 샤넬 J12를 차고있는 모습이
 
너무나 눈에 화악 들어왔었습니다.
 
 
 
 
이 시계가 세라믹으로 되어있는지, 샤넬의 물건인지 그런건 몰랐었지만....... 옥빛같이 영롱한 빛이 제 시선을
 
자동적으로 잡아 끌었었고 예쁜 시계가 브랜드고 뭐골 떠나 사람을 얼마나 더 돋보이게 해줄수 있는것인가를
 
깨닫고 전 시계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던것 같습니다.
 
지금 만약 제 통장잔고가 촉촉하고.... 여자친구에게 선물을 해야한다면........ 가격 거품이고 된장브랜드고
 
정통 시계 브랜드가 아니고 뭐고를 떠나서... 이 시계가 참 적절하지 않나 싶습니다. 
 
(여자친구한테 사주기는 과한 물건 아니냐고요? 어허.... 예물시계로 파텍을 받을 남자가..........)
 
패션하우스의 시계에 대해서 우리는 색안경을 어느새 끼게 되었지만....... 저정도 '간지'를 여성에게
 
제공해줄 수 있는 시계가 얼마나 될까요? (다이아의 향연 제외.)
 
제가 일반인(?) 이었을때 너무나 아름다워 보였던 시계라는걸 스스로 부인할 수 없습니다.
 
다만 이 시계를 실제 찬 어린 여자를 만나면 카드빚이 얼만지 확인하고 만나던가... 정말 세라믹인가
 
과감하게 한번 스윽 긁어보던가 해야겠죠. ^^;;
 
 
3. Bvlgari
 
Bvlgari Bvlgari Bvlgari Bvlgari Bvlgari라고 써져있는  시계......... 1977년 불가리불가리 시계로 시계업계에 발을 들여놓은
 
규모상으로는 까르띠에와 티파니에 이른 세계 보석업계의 3인자..... 다니엘 로스와 제랄드 젠타의 주인....... 불가리는
 
그냥 된장이라고 하기에는 그룹 안에 빵빵한 아저씨들을 끼고 있긴 합니다. 까르띠에가 탱크로 디자인으로 그래도
 
본좌를 먹어준다고.... 손목시계의 태생에 역사적 조각을 하나정도는 가지고 있다는걸로 매니아들의 인정을
 
그나마 받는데 비해....... 티파니와 불가리는 왠지 좀 딸립니다. 단적인 예로 타임존에 까르티에 포럼은 있어도
 
불가리나 티파니 포럼은 없습니다. 뭐 티파니야 비교적 최근에 작은 규모로 시계를 내놓긴 했었고 역사적으로
 
티파니 서브마리너같은 경매계를 경악시키는 물건들을 가지고 있고 마크와 아틀라스가 선전하고 있습니다만,
 
본격적으로 시계비지니스에 뛰어든지는 더 오래된 불가리의 가오는... 제가 뭘 몰라서 그런지 몰라도 그들이 업계에
 
있었던 시간에 비해 후달립니다.
 
 
하지만 이 베젤의 디자인 하나로.......... 소년의 한낱 메주에 불과했던 된장남으로서의 가능성을
 
발효시켰던 힘이 있습니다. 선명하게 우리 브랜드의 시계라는것을 알려주는 저 시원시원한 음각.
 
아무에게도 말한적 아직 없지만 전 사실 대학생때 어머니께 불가리 디아고노를 사달라고 넌지시
 
졸랐던(-_-;) 적도 있습니다.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살리는데 가장 무식하고 효과적인 방법을 살린 불가리........ 지금은 은근한
 
맛이 더 좋아 땡기진 않지만..... 어차피 패션 브랜드에 대한 동경에서 정통 시계브랜드의 동경으로
 
대상만 달라졌을뿐 제 자신속의 된장이즘의 메카니즘은 그대로인거 같습니다.
 
 
4. 루이뷔통
 
 
토바코색의 다이얼을 가진 모델이 더욱 돋보이는 루이비통입니다. 루이비통의 아이덴티티가 몽조리 담겨있는
 
갈색 가방이 생각난다고나 할까요. 가장 국민적인 럭서리 시계브랜드가 롤렉스라면, 루이비통은 패션브랜드로서
 
가장 국민적입니다. 그런데 저는 시계매니아로 입문하기 전까진 루이비통에서 시계도 만드는줄도 전혀 몰랐었습니다.
 
(옷도 만들더군요. 안그래요 마크 제이콥스 아저씨???) 푸어맨은 몰라도 되는 시계였던가요~ T_T;;
 
그런 관계로 옛날 일반인이던 시절의 기억을 떠올리수는 없지만......... '나는 매니아가 아니다 매니아가 아니다~ 레드썬!"
 
하고 스스로 되뇌어보고 이 시계를 본다면........
 
이야... 역시 럭서리 브랜드는 다르구만. 때깔이 정말 죽이는구나. 루이비똥 개목걸이해놓은 혈통 좋은 개한마리 데리고
 
커피빈에서 노트북 켜놓고 있으서 왼손으로 머리 종종 쓰다듬어주면 틱톡님의 국가대표 된장남 자리도 바로 꿰찰수
 
있겠구나.... 라는 생각이 듭니다.
 
많은 기계식 시계가 그렇듯.......... 일단 외모에서 싸구려 쿼츠 시계보다 왜 비싼지를 구구절절 말해주는
 
외모입니다. (왜 이만큼이나 비싼지는 영원한 미스테리로 남겠지만요 ㅎㅎ)
 
루이비통....... 동생으로 제니스를 사들여서 제니스를 뭔가 아리까리하게 만들어 버리긴 했지만, 그 대신
 
자기 자신은 확실히 자리를 잡아갈 만한 자격이 있어보입니다.
 
 
5. 에르메스
 
저는 패션브랜드들을 별로 좋아한적이 없었습니다만.......... (뭐 여태까지 된장같은 소리 해놓고
 
이제와서 발뺌인가?!) 에르메스만큼은 뭔가 특별한 감정을 느끼는 브랜드였습니다. 조금씩이나마
 
알게될수록 그래도 얘네는 딴애들이랑은 좀 틀리네.... 라고 느꼈었지요. 물론 가격도 딴애들하고
 
좀 틀립니다만 (-_-;;). 정작 제 자신을 위해 이곳에서 물건을 사본적은 없지만 매장에서 만져본
 
물건의 느낌...... 그리고 특히 가죽의 보들보들함은 타의추종을 불허했었습니다.
 
어쨌든...... 이런 특별한 감정을 가진 에르메스에서........ 그네들의 몇몇 지갑보다 싼 물건이 있으니
 
그건 시계였습니다. 시계에 대해 잘 모를때는 이거야 말로 에르메스에서 리얼 '자선사업'을 펼쳐주는거다
 
라고 생각했었지요.
 
된장스러운 이미지를 뛰어넘는 귀족스러움........ (제가 또 이미지 마케팅에 떡실신 당한건가요) 그 멋진
 
이름 Hermes (한참을 사실 허미스라고 읽었었습니다만..).
 
 
 
이제는 시계를 기준으로 에르메스의 자글자글한 '거품'을 평가하게 되었지만........ 그냥 시계에 대해
 
관심 없이 시계를 찾았다면....... 롤렉스에 대한 동경을 현실로 이루기 전에 꼭 거치려고 했었을듯합니다.
 
특히 스트랩의 품질에 감동을 받았었기에, 어쩌면 지금 줄질이 큰 매력의 한부분을 차지하는 파네라이에
 
만족하고 있는지도 모르지요. ^^;;
 
 
 
-----
그냥 재미삼아서 생각나는대로 그냥 떠올려 봤습니다. ^^;;
 
문제는....... 차마 그냥 쟤네들의 세계로 돌아갈 수 없다는 것이기도 하지만.......
 
다행인 점은......... 그래도 저 친구들보다는 알맹이의 가격대비 성능비가 좋은 친구들을 매니아계에 한걸음
 
딛고 나서는 만날수 있다는점인듯합니다.
 
다음엔 어떤 시계를 만나게 될까요...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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