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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TC

 
 
기계식 시계를 사건.... 쿼츠시계를 사건.... 구입을 결정하게 되는 가장 큰 결정타는 케이스와
 
다이얼이지만, 시계의 가격을 설명하는데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기계식 시계에 빠질수
 
밖에 없는 이유를 설명하는것 역시 무궁무진한 무브먼트의 세계입니다. ^^;;
 
정작 시계를 구매할때는 결국 뭐하러 그렇게 머리아프게 무브먼트 계산해서 사나. 그냥
 
괜찮다고 판단되는 무브먼트에 다이얼하고 케이스만 내 맘에 딱 꽂히는 녀석으로 사자.... 라고
 
생각하게 되는 경우가 다반사입니다만, 그래도 어떤 시계 혹은 브랜드에 어떤한 정신이 있는가,
 
광고 뒷편에서 그들에게서 얻을수 있는 진정하고 진실된 이미지는 무엇인가 라는 답을 표현해주는
 
척도이므로, 사실 결코 관심을 끊을수가 없습니다.
 
너무 많이 알고싶진 않지만 그래도 모르고 지내긴 아쉬운..... 어렵고 특이하지만
 
멋진 성격을 가진 친구와 마찬가지라고 봅니다.
 
 
1.
 
잠시 먼 길을 떠났다가 곁으로 돌아오는 친구들도 있습니다.........
 
<Minerva Cal. 62>
 
어디로 떠났었는지 궁금해 하고 가끔 연락이라도 하지... 라는 생각이 들었는데 알고보니 좋은 집에
 
입양되어서 도회적인 멋쟁이가 되어서 돌아온 친구같은 Cal. 62입니다. 고풍스러운 느낌까지 들 정도로
 
세련되어져서 돌아왔지만........ 어쩐지 그 친구의 그 친구다운 모습을 찾기 어려워 아쉬운 느낌이 듭니다.
 
 
<Minerva Cal. 48>
 
스위스 Villeret에서 긴 시간동안 한 자리를 지켜오던 여느 다른 시계들과는 틀린 자신만의 미학을 가진
 
브릿지에 휠들에는 블랙폴리싱까지 꼼꼼하고 다른 '유명'한 친구들보다 검소했던 옛 모습이 떠오르면서
 
아쉽긴 합니다만...... 리치몬트 그룹이라는 양아버지 아래에서 일단 더 값비싼 녀석으로 탈바꿈한
 
무브먼트로... 48에서 62로 변했지만, 더 값진 녀석이다... 라고 말하기는 망설여집니다.
 
돌아 와서 바뀐 자신의 모습에 얼마나 스스로 더 견딜 수 있을지 몰라도, 예전 만큼 동경하던
 
친구는 아니라는걸 깨닫게 되고 저는 가끔 보내던 답장없던 편지조차 더 이상 보내지않게
 
되버렸습니다.
 
 
2.
 
참 칼같은 친구도 있습니다. 계산이 능하고, 능력도 남에게 뒤쳐지지 않는데 인간적인 매력이 덜하다는
 
이유로 그다지 인기가 있는 친구라고 할 수는 없습니다. 6:4 가름마로 과하다 싶을 정도로 단정하게
 
머리를 정돈하고 다니지만 원래 우리가 살던 동네에서 온 친구도 아닐 뿐더러, 사실 몇십년 전만
 
해도 마을에 대형마트를 들여와 재래시장의 쌈짓돈으로 아이들 학교보내던 아주머니들을 다 어디론가로
 
보내버린 집안의 아이이기도 합니다.
 
<세이코 9S 수동>
 
한치 흐트럼 없는 모습에, 모든걸 자기 힘으로 해결하는 멋진 친구이지만 '우아한 시계'라는 시계를 만드는데도
 
'실용 철학'을 추구하는 모순되는 모습도 보입니다. 그래도 계속 연락은 하고 지내고싶지만 그렇다고 아주
 
가까이 곁에 두기에는 부담이 되는 친구이지요.
 
 
3.
 
  워낙 각양각색, 이런저런 녀석들이 많던 우리동네였지만, 제가 이사오기 전에 전에 동네가 재개발 되면서....
 
  지금 새로 알게되는 친구들은 사실 공장에서 찍어낸듯 똑같은 친구들이 많습니다. 그래서 새로운 친구를
 
사귀기 망설여지지만, 그래도 다 같은 학교에서 나온 똑같은 친구인줄 알았더니, 아주 진국인 녀석도 있습니다.
 
이런 진국인 녀석을 그냥 지나쳐버렸다면 아쉽고 후회될 만한 친구입니다.
 
<Blancpain Cal 64-1>
 
워낙 출중한 집안 출신이면서도 남들 다 다니는 학교 출신이라는 이유로 족보에서도 가끔 삭제되었던 녀석이지만,
 
그래서 더 다양한 친구들을 만날 수 있는 낮은 콧대를 가지고 있습니다. 자기를 출신학교때문에 다들 선입견을
 
가지고 볼까봐 크로노미터 자격증도 딴 녀석이지요.
 
푸조 7001의 최상급 수정이라는 단순한 표현으로는 어딘가 모자란듯한 생각도 듭니다.
 
 
요런 기사에도 등장했던 칭찬에 인색한 오데츠아저씨에게도 칭찬받는 녀석인데...... 사실 이녀석 집안도
 
어디 유명한 집안에 다시 팔려가는 바람에 보기 힘듭니다.
 
 
 
4.
 
지금은 반에서 아무리 부잣집 아들내미가 되어 과외를 받아도 전교 1등을 쫓아가지 못하고 있는 친구도 있습니다.
 
안쓰러울 정도인데요, 그래도 이 친구가 그래도 특목고는 아니지만 일반고인 자기네 학교에서 전교1등을 먹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Omega 30mm 수동>
 
전교 1등정도가 아니라 사실 전교 회장이었죠. 검소하고, 친구들에게 부담은 주지 않으면서 도움을 주고,
 
그리고 무엇보다도 너무나 순수했던 친구였습니다. 한때 사라졌다가 1994년도에 돌아온 사진을 올려놓았습니다.
 
돌아왔을때도 모두다 너무나 환영했던 멋진 친구인데......
 
지금 가장 친구먹고 싶은 녀석중에 하나입니다.
 
친구야..... 어딨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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