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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TC

 
 
 
 
1. Intro - 동기부여 
 
언젠가 링고님께서, 제가 "파케라이에서 파네라이로의 먼길: 그 참회의 회고록"이라는 글을 쓸것이다 라는 예언을
 
하신적이 있었습니다. 네......... 바로 그 글입니다.
 
습자지식으로 이렇게 에세이를 계속 써 나간다는것이 부담스럽지만.....
 
근본도 없는 키보드워리어에게 "조또 짭밖에 없는 개허접 개지지"라는 소리를 들었다는 제보를 듣는등의 수모를
 
이겨내고, 곰의 쓸개를 씹다 반복하길 어언 반년, 진품 파네라이를 산 기념으로 글을 쓰고 싶습니다.
 
"조또 짭밖에 없는.....조또 짭밖에 없는.....조또 짭밖에 없는.....조또 짭밖에 없는..... "이라는 말이
 
꿈에서도 나올 정도였으니, 스스로의 트라우마를 좀 치료해야겠지요.
 
 
<위 사진의 배경에는 캔 뚜껑의 날카로운 면에 다칠수도 있으니 조심하라고 써있습니다.>
 
 
위 사진은 제가 새벽 2시에 판매자와 접촉해 목동 굴다리 밑에서 암암리에 거래했던 파케라이 FAM 111입니다.
 
사실 그 은밀한 구매시의 짜릿함과 충동에서 온 가슴두근거림은 아직도 잊을수가 없군요. 그리 적은 금액을
 
주고 사진 않았지만 그렇다고 그리 많은 금액을 준것도 아닙니다.
 
 
그때의 희열을 기념해 타임포럼에 남긴 댓글도 있군요....... 
 
 
파네리스티 사이트에 uglyduckling이라는 사람이 한 커스텀같이... 때똥님의 커스텀같이.... 토리노님의 커스텀 시계같이
 
새로 태어날 수 있다는 생각에 또한 흥분되었었지요. (그때 생각났던 문구가.... 시작은 미비하였으나 끝은 창대하리라
 
같은......-_-;)
 
 
그리고...... 페이크 파네라이를 착용하게 된 후의 느낌은 대실망이었습니다.
 
너무나 심플하다보니 세세한 디테일이 주는 매력을 못살리고 특히 야광도료의 차이로 인한 색상차이가
 
특히 볼때마다 너무 미워보였습니다. 그리고 가장 큰 부분은...... 남들 앞에 차고 다니기
 
꺼려지는 껄끄러움이었죠. 저는 그리 준법정신이 탁월하다고 할수도 없고 실제로도 사실 어긴
 
법도 많고하니 불법이라는 사실 때문도 아니었고, 어차피 남들은 못알아보는 시계라는걸 알고 있었기에
 
스스로의 허영이 부끄러워서도 아니었습니다만, 스스로 떳떳치 못한 기분에 사로잡혔었습니다.
 
이건 어디서도 많이 느껴봤던 기분인데...... 루이비똥 페이크 가방을 샀다가 한번도 가지고 나갈수
 
없었던 기억과도 비슷하군요.
 
 
 
2. A question - 가치담론
 
 
하지만, 페이크 시계를 사면서 들었던 생각중에 가장 생산적인 의문은, 대강 일반적인 유통경로를
 
따른다고 했을때 한국에서 최고급 페이크 파네라이의 경우 매우 넉넉하게 잡아 40만원을 가지고 살수
 
있도록 중국에서는 기적(?)을 만들어 내는데, 시계의 리테일가인 4400불과 페이크의 물건너 온
 
가격인 400불의 차이인 4000불이라는 가치의 차이를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하는 부분이었습니다.
 
지적재산권을 침해했다는, 상표권을 위배했다는 사실들을 떼어놓고 보았을때, 구린 야광에 중국에서
 
카피한 무브먼트가 들어있다는 사실만으로, 케이스가 아주 똑같지는 않고, 방수 역시 없으며, 다이얼의
 
색감과 프린팅이 허술할 지언정, 여기에 4000불의 가치의 차이라는 결과가 정당한 것일까요?
 
 
 
 
여기에 대해 한국의 짬 많은 매니아들이나 퓨리스츠에서 영향력 있는 멤버들은
 
"시계 가격을 이해하려고 하지 말고. 받아들여라. 그리고 그 중에 니가 수긍이 가는것만 사면 되는거여!" 라고
 
말합니다.
 
아니면 "신품"에서 "중고"로 나오는 물건은 유복한 시계매니아가 박한 주머니를 가진 시계매니아들에게 부의
 
재분배 차원에서 자선사업을 펼치는 과정이고 리테일가는 그 유복한 대상만을 위해 설정된 가격이라고도 합니다.
 
 
정말 그냥 부자들을 상대로 내놓은 물건들에 평범한 시계매니아라는 뱁새들은 황새 쫒아가려다 통장만 찢어지는
 
것일 뿐일까요? 
 
 
미요타 무브먼트, ETA무브먼트, 혹은 딤섬 무브먼트를 넣은 중국제 짝퉁들이 시계 본연의 기능에 있어서는
 
여느 시계들만큼 충실하다면, 오히려 시계매니아들이야 말로 '가오'때문에 '돈' 알기를 우습게 보는 사람들
 
처럼 보일수도 있지 않을까요. 시계는 작은 물건이다 보니 절대다수의 짝퉁들이 그 세세한 디테일을 따라잡지
 
못하고 그에 따라서 시계 전체가 주는 인상이 더 후져보이기는하지만, 위의 파네라이의 예에서만 보았을때도
 
4000불이란 돈은 어디로 날아간것일까 하는 생각이 안 들수가 없습니다.
 
이것이 제가 파케라이에서 파네라이로 넘어오는데 망설이게 했던 가장 큰 걸림돌이었습니다.
 
 
 
단순히 거품이라고요? 거품이라는 말은 정당한 평가가 아닌듯 합니다. 만약 거품이란게 존재한다 해도 그건 어디까지나
 
자본주의 체계의 하느님인 '자유시장'에서 용인하여주는 정당한 거품일테지요. 이러한 가치의 차이를 정당화하는
 
요소들이 무엇인가 있긴 할텐데 그것이 무엇일까 하고 계속 의문을 가질 수 밖에 없었습니다.
 
 
 
그 의문에 대한 답은 매우 여러가지일것입니다. 무브먼트만 보더라도 공장에서 찍어낸 데다가 파네라이의
 
무브먼트만 하더라도 성능적 수정이라는 엔지니어링이 바탕되지 않고서 이루어 질 수 없는 차이가 있고,
 
케이스 역시 짝퉁은 외관만 비슷하게 보이려고 할 뿐 파네라이로서는 크게 의미를 가지는 방수능력을
 
쫓아오지 못하고 (짝퉁 판매자가 루미노어 모델이 100미터 방수가 된다고 광고 하는 글을 본적이 있으나
 
제 특SA급이라는 현란한 수식어가 붙던 파케의 류즈가드 쪽을 볼 때 그리 신빙성 있는 말은 아닌듯 합니다)
 
디자인으로 보아도 디테일을 놓침으로서, 베껴먹는 디자인조차 제대로 못 주워먹습니다.
 
 
그래도 이 모든것이 그저 남의 브랜드를 훔쳐서 내놓다 보니 불법이다 보니 최대한 코스트를 줄이려는
 
타협에서 이루어 진것일 뿐, 그들이라고 능력이 안되다 보니 그런 조악한 물품을 내놓은건 아니지 않을까요.
 
아무리 작은 차이가 명품을 만든다는 소리도 있지만, 이 작은 차이들이 그들이 정말 마음먹고 노력하면,
 
실 소비자들에게 전달되는 가격의 차이가 4000불에서 3000불로 줄어들 지언정, (= 시계가 비싸진다하더라도)
 
믿을수 없는 저비용으로 얼추 비슷한 시계를 생산해 낼 수 있는 그들의 능력이 거기까지가 한계일 뿐이진
 
않을듯합니다.
 
그래도 쿼츠 혁명 이후 중국에서 시작되는 새로운 저렴하고 품질 좋은 기계식 혁명.......이라는 가능성이
 
허황되게 들리는 이유는........ 새로운 브랜드 자체가 그것도 중국에서 생긴 브랜드가 떠오르기가
 
너무나 어려울것이라는것을 우리 소비자 개개인은 알고 있기 때문일 것이고, 생산 업체들 역시
 
그런 현실을 너무나 잘 알고있기 때문이기도 할것입니다.
 
 
 
 
 
 
예를들어 Made in 가리봉동인 빈센트 앤 코가 우리나라를 휩쓸고 간 후 여러 사람이 했던 말이
 
"정말 기발하기가 유즈얼 서스펙트의 절름발이 같은 녀석들이구만. 차라리 그런 기발한 아이디어로 카이저 소세라는
 
브랜드라도 만들어서 정직하게 시계를 팔아먹었어도 청평 교도소 석호필 신세는 면했을텐데...." 라는
 
말이었습니다.
 
오발(oval)형의 독특한 케이스 속에 담긴 디자인.... 화려하게 조각된 무브먼트......
 
 
만약 그들이 그냥 정직하게 승부를 했다면........ 과연 그들이 성공 했을까요?
 
 
마찬가지로 페이크 파네라이를 만드는 업체들도... 그들의 시계 제조 능력을 가지고 최소한 불법에서
 
벗어나는 일로 더 큰 돈을 벌 수는 없었을까요?
 
 
 
지금은 일체형 브레슬렛이 양팔에 감겨있는 빈센트앤코의 사장이나, 중국에서 창궐하는 수많은 파케 업자들이나 
 
하나의 믿을만한, 수익성있는 브랜드를 만든다는 것이 인내와 고난에 뚝심을 더한 3종 세트가 필요한
 
넘을수 없는 3차원의 벽으로 인식했을것이라는데 제 돈 500원을 걸겠습니다.
 
그들은 불법의 위험보다, 차근차근한 창업과 브랜드빌딩의 도전에서 오는 리스크가 더 컸다고 판단했고
 
그 판단은 그들에게 아직도 유효합니다.
 
 
<짝퉁 바쉐론입니다>
 
 
 
 
 
3. Case study - 블랑팡 
 
 
마침 얼마전에 한국에 새로 런칭한, 스와치그룹의 사대천왕 멤버인 블랑팡의 예를 들어 보도록 하겠습니다.
 
 
 
 
<이건 진퉁입니다.>
 
 
블랑팡의 홈페이지에 가보면, 1735년 Jehan-Jacque Blancpain에 의해서 최초로 공방이 생겨났다는 이야기가
 
있고........... 그 이후에는........ 어라, 바로 1930년대 이후의 역사로 뛰어넘습니다. 뭔가 이상한데? 블랑팡
 
로고는 분명 1735년부터 있었던 브랜드라고 하던데...... 1735년에서 1930년대까지의 역사는 도대체
 
어디다 팔아먹었길래 아무 소리도 없는걸까요.
 
 
 
블랑팡은 블랑팡 가문을 통해 시계적으로 어떠한 성취도 없이 이어져 왔다가 그나마 증언을 찾을수
 
있는건 미네르바의 공장이랑 같은 동네(Villeret)에 1870년도에서 1880년도 사이에 영세하게 공방을 차려서 시계를
 
만들기 시작했다는 미네르바의 전 사장인 Charles-Ivan Robert씨의 구전 뿐입니다. 그에 따르면 블랑팡은
 
미네르바보다 훨씬 영세했던 사업체로서 미네르바의 공방 사이즈의 1/6 내지 1/8사이즈의 공방에서 미네르바가
 
당시 평균적인 품질에서 매우 뛰어난 품질 사이의 시계를 만들었던데 반해 그저 평균치에 미치는 시계들을
 
만들고 있을 뿐이었습니다. 그러다 1940년도에 블랑팡 가문의 대가 끊기면서 마지막 며느리가 사업을 이어받고
 
꾸리다가 1960년도 그녀가 유명을 달리하면서 블랑팡이란 브랜드는 올스톱되게 됩니다.
 
그래도 이렇게 올스톱 되기 전에 생산된 시계로서도 쓸만한(?) 빈티지가 발견되지 않는다는건 생산량이
 
적었기 때문일거라는 추측만으로는 설명이 되지 않습니다. 블랑팡은 1982년에 부활하기 전까지........ 사실
 
기계식 시계의 황금기라고 할수있는 1950년대에서 60년대에 걸쳐서도 별로 이렇다할 업적이 없는 브랜드였고
 
암흑기인 70년는 아예 경험을 하지 않고 그냥 블랑팡이라는 이름에 대한 권리만 여기 저기 떠돌 뿐이었습니다.
 
 
 
<당시의 너무 아담했던 블랑팡의 공방>
 
 
블랑팡의 1735년부터 계속되온 전통이니 어쩌고 하는 이야기는 사실 깡그리 마케팅 용어일 뿐이지요.
 
(다만 블랑팡은 하이엔드로서 추앙받고... 지오모나코 싸장님은 억울하시겠당...)
 
그렇다고 해서 블랑팡이 별거 아닌 브랜드며 정직하지 못한 브랜드라는 이야기는 아닙니다. 스위스의 시계업계는
 
어차피 그 절대 다수가 단절의 70년대를 보냈고, 쿼츠 혁명에 의한 데미지는 기계식 시계라는
 
일상품목이 이제는 많은 돈을 주고 구입할 수 밖에 없는 사치품일변도로서 밖에 살아남을수 없게
 
변해버린 오늘날, 그 쿼츠혁명 이후에 기계식 시계의 도전의 역사를 보여준 블랑팡은 1980년대에서 90년대
 
보여준 6대 마스터피스 라인과 1735 그랜드 컴플리케이션 등으로 대표되는 족적만으로도 하이엔드로서의
 
그 가치에 고개가 끄덕여지게 됩니다.
 
 
 
 
 
 
1949년 룩셈부르그에서 태어나 10살때 부모님의 손을 잡고 스위스로 이주한 한 소년은
 
로잔느 대학에서 경영학 학위를 따고 26살에 오데마 피게에 취직하면서 시계업계에서의
 
인생을 시작하게 됩니다.
 
4년 후 오메가로 회사를 옮기고 81년 오메가를 퇴사하면서 이 청년은 32살의 나이로 자신의
 
사업을 하게될 기회를 맞이하게됩니다. 그것은 곧 쿼츠 폭풍에 휩싸여서 떡실신 상태인 시계업계에서
 
긴 역사에 비해 너무나도 빠른속도로 흐릿해져가는 기계식 시계의 '전통' 이자 '문화'를 되살릴 수
 
있는 시계를 만들자고 하는 야심이었습니다. 물론 냉철하게 말하자면 경영을 전공했던 그는
 
손익 계산을 하면서 시장의 위기속에 이건 기회가 있다 라고 판단하고 뛰어든거겠죠.
 
 
<쟝 끌로드 비버. 장 끌로드 반담과는 별로 안비슷해 보이는군요.>
 
 
그에게는 지난 몇년간 그래도 큰 시계회사들에서 일한 경험이 있었고, 그리고 무엇보다도
 
시계에 정통한 친구가 있었습니다.
 
 
그 친구란.... 링고님의 시계탐험 '얇음의 미학'편에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피게 가문의 피게 시리즈의
 
최신판....  Louis Elysee Piguet(!!!)의 손자인 Jacque Piguet였습니다. 물론
 
당시 프레드릭 피게라는 무브먼트 회사의 오너이기도 했지요.
 
 
 
파텍과 필립이 만났듯, 오데마와 피게가 만났듯, 바쉐른과 콘스탄틴이 만났듯.....
 
AP와 오메가에서 Sales와 관리자 역할을 담당하면서 짬을 먹은 장 끌로드 비버 아저씨는
 
Jacque와 동업을 하기로 하였습니다. 
 
 
아니 그럼...... 브랜드 이름은 Biver and Piguet가 되어야되는거 같은디....
 
아.... 오데마 피게가 벌써 해먹고 있어서 어쩔수가 없군요. 그렇다고 'Biver 와 아이들'이라고 하기엔
 
51프로의 지분을 가지고 시작한 Jacque Piguet 아저씨가 많이 섭섭하겠죠.
 
아니 그럼 그냥 1858년부터 시계 제작의 전통이 내려오던 프레드릭 피게의 이름으로 그냥 시계를
 
내버리면 되는거 아니냐고 하면 Biver 아저씨가 삐졌을터이구요.
 
 
과연..... 그래서 단순히 이름만 남아있는 블랑팡이란 브랜드를 사들였던 걸까요?
 
 
경영에 자신있던 비버 아저씨와 무브먼트 제조에 자신있던 피게아저씨의 출중한 조합도
 
결국에는............... 완전히 새로운 시계브랜드를 세운다는것은 이미 맨땅에 헤딩하는 사업을.......
 
더더욱 맥반석계란으로 바위치기같은 짓으로 만드는짓...이라고 판단하고 블랑팡이라는
 
가장 오래된 브랜드 이름을 사온것이 아닐까요?
 
 
 
 
브랜드의 이름만을 사온것이라는것을 증명이라도 하듯 블랑팡은 1982년 부활하자 마자
 
Le Brauss로 본거지를 옮기고 피게의 기술력과 밸리 드 쥬의 인프라를 활용해 시계를 만들고
 
하나의 워치메이커가 하나의 시계를 만든다 라는 방식등의 전통과 문화에 기반한 시계를 내놓게
 
됩니다. 이중 무엇 하나 '부활' 이전의 블랑팡의 '블랑팡스러움'이라고는 딱히 꼬집어 말할 수
 
없습니다.
 
 
그들의 성공이 '블랑팡'이라는 이름의 결과물은 아니지만.... 단순히 1735년 세워졌다는 가장
 
오래된 역사를 가진 '이름'의 결과물이 아니지만........  그들의 도전이 시작될 때는 
 
'브랜드 이름'이라는 우산을 필요했던거지요.
 
  
 
이런 예는 비단 블랑팡 뿐만이 아니라 무수한 다른 브랜드에서도 발견되는 케이스중 하나일 뿐입니다. 
 
물론 FP Journe과 같이 자기 자신의 이름을 걸고 정말 맨땅에 헤딩한 경우도 아름답기는 하지만...
 
Moser and Cie같은 브랜드가 블랑팡 같은 형태와 매우 유사하게 2000년대 다시 부활한 것을 가지고
 
뭐라고 할 사람은 없습니다.
 
 
 
 
 
 
여기서 가장 눈여겨 보아야 하는 부분은 왜 이 뛰어난 사람들이........ 자기 자신의 이름을 포기하고
 
옛부터 있던 이름을 찾는것일까 하는 부분입니다. 말 그대로 이름 이외에는 그 무엇도 물려받아
 
소용 없는 경우에도 말이죠. 마케팅할 소재, 긴 전통이라는 말에서 나오는 가오, 사람들에게 그나마
 
조금이라도 친숙한 이름, 신생업체처럼 보이기에는 너무나 높은 소비자들의 고정관념....... 많은
 
이유가 있겠지요.
 
 
마케팅 이론을 굳이 거듭하지 않더라도, '이름'의 힘은 너무나 대단합니다.
 
 
 
 
4. Brandology
 
 
옛날에 보았던 글들중에...... 시계 매니아를 "무브먼트파, 디자인파, 브랜드파"로 구분했던 글이 기억납니다.
 
물론 극단적으로 이 세개의 기준 중에 하나만을 추종하는 사람은 없으며 대개 개개인들은 이 세개의 판단기준을
 
스스로 조합한 처방으로 시계를 봅니다. 이 세가지의 판단기준 중, 브랜드를 보았을때, 전 세계 기계식 무브먼트의
 
1/4을 제조하는 중국의 Seagull이라는 메뉴펙쳐를 떠올려 봅니다.
 
 
 
 
 
전세계 최저가 투어빌런 시계의 기록을 갈아치운 시벌... 아니 시걸..... 시계매니아들에게는 소외받는
 
브랜드이지만 정작 공장을 들려본 사람들은 모두 그 규모에 혀를 내두르는 대규모 업체입니다.
 
 
투어빌런조차 200만원 아래로 공급할 수 있는 무시무시한 공력을 가지고 있는 회사이지만....... 이 회사의
 
주식을 제 돈으로 구입할것인가라는 고민을 해본다면.... 저는 사실 망설일것입니다. 게다가 내 돈을주고
 
그들의 시계를 살것인가.... 라는 고민에는 단호하게 아니다 라는 답을 내릴것 같습니다. 이 두가지
 
답에 대한 이유는 단 하나......... '이미지'입니다.
 
 
이미지라는 단어의 어원은 원래 죽은사람의 얼굴을 납으로 떠서 만들던 
 
(그리스였나... 기억이... 잘 -_-;) imago라는 말에 있습니다. 그런 어두운 어원과는 달리 그 중요성은
 
산업에서의 제품의 '이미지' 등등을 떠나서.... 우리가 매일 살아오는데 한 사람이 어떤 '이미지'를 풍기냐에
 
따라 우리의 인생에 큰 영향을 미칩니다. 사람을 이미지로 판단하는건 섣부른 짓이라는 금언도 현실
 
앞에서는 말그대로 금언일뿐, 현실은 현실. 이미지가 모든것을 지배한다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그리고 그 이미지가 담기는 그릇의 '이름'이 브랜드 입니다.
 
 
파네라이의 예에서 본 4000불이라는 -소비자들이 자신의 돈으로 증명하는 가치- 차이를 설명 할 수 있는
 
요소중에 브랜드의 '이름값' 분명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며, 나 자신부터 돌아보았을때 이러한 차이를
 
만드는것은 브랜드의 마케팅도 마케팅이지만 그러한 마케팅을 중요하게 만드는 소비자들의 행동양식
 
때문이 아닐까 싶습니다.
 
 
그리고 이 벽을 뚫기 위한 투자와 자신의 브랜드를 만든다는 도전이 페이크 시계를 만드는 업계로서는
 
불법으로 그리고 너무나 저렴하게 시계를 찍어내는 일 보다 더 리스크가 크고 실현가능성이 없는 일로
 
판단하였을겁니다.
 
 
 
 
 
5. 파케라이에서 파네라이로
 
 
현재 파네라이 005를 착용하고 있는 저의 만족감은 상상 이상입니다. 페이크를 통해서 느끼지
 
못했던 감정을 느끼고 있음에 저 스스로도 당혹스럽습니다. 아무리 디테일에서 실망한 페이크
 
파네라이였다고 하나 지금은 당당한 국제사회의 일원... 아니... 준법시민(?)의 일원으로서
 
이 시계에 가지게 되는 감정에 스스로 놀라울 정도입니다.
 
 
 
 
단순히 구입한 순간에서 최고 절정의 기쁨을 맞이하다가 서서히 내리막길을 걷던 다른 시계들
 
(그래서 결국 팔게되었지만...)과는 다른 무언가 설명하기 어려운 즐거움이 시계를 들여볼때마다 생겨납니다.
 
 
생산량을 일년에 5만개 이하로 통제하는 전략의 희생자일까요.... 브랜드의 노예였던걸까요....
 
그 답을 쉽게 내릴 수는 없지만 진짜 파네라이가 주는 이미지는 얼마라고 콕 집어 이야기 할 순 없지만
 
돈을 더 주고 살만 하구나.....라고 느끼게 해주었습니다.
 
 
단순히 이름뿐이라고 생각했던 브랜드의 가치를 인정하게되는 과정처럼 느껴지기도 하네요.
 
 
 
f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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