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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TC

 
 
군대에서 사실 썩었다고 생각하지는 않지만 적당히 문드러져가던 기억이 납니다.
 
그 생활을 청산하고 이제 이후의 삶에 대해 천천히 생각해 보는 기간동안 하나 결심했던게 있었는데
 
타임포럼에 글을 하루에 하나씩 쓰는것이었습니다.
 
잡지사처럼 마감의 압박에 숨못돌리는 상황은 아니겠으나, 언제까지 어떤글을 꼭 써야한다라는 강박관념은 없을지 몰라도,
 
무작정 "아~ 스스로 하루에 하나씩 쓰기로 했는데......"하면서.... 글쓰기라는 훈련을 거쳐가는데
 
스스로의 약속을 못지킴에 따른 부담감까지 사라지지는 않습니다.
 
좋은 이야기꾼이 되고 싶고 그게 평생의 재산이 된다고 생각은 하지만, 무엇에 대해 쓸까라는 주제 선정의
 
고민은 글을 하나씩 써 나감에 따라 더 심해지고 (제가 사물을 보는 눈이 좁은 만큼 소재도 좁게 보일수 밖에요....)
 
약속을 스스로 포기하려던 쯤에, 새로운 활력소가 나타났었습니다.
 
 
그것은 역시................ '지름'뿐 아니겠습니까. 지름만이 내 세상!
 
<그래, 그것만이 니 세상이여>
 
 
새로 지르게 된 시계는 IWC의 아쿠아타이머 오토매틱이며, 서브마리너와 고민하다가 시원하게 선택한 시계입니다.
 
그리고 이 시계에는..... 적당히 강력하다는 말이 딱 들어 맞는다는 생각이 듭니다.
 
강력하다고 하기에는... 제가 가진 1000m 방수 사양보다 두배의 압력을 견딜수 있는 2000m 방수사양이 있고....
 
1000m 방수사양을 가진 다른 시계를 보자면, 시드웰러 안에 들어있는 롤렉스 3135무브먼트란 더 두꺼워서
 
강력한 녀석이 있기에.... 조금 애매합니다.
 
 
이 시계에 대한 소개를 조금 해 보아야겠죠?
 
<출처: 링고님이 올리신 iwc포럼글에 올리신 타임존에 올라온 사진 (-_-;)>
 
위 사진의 모델이 제가 이번에 지른 시계입니다. 이 시계를 지르게 된 배경은 역시 링고님의 뽐뿌글 때문이기도
 
하고 (소송 들어갈지 모릅니다. ㅋㅋㅋㅋ), 애매하더라도, '적당히 강력한' 매력을 찾았기 때문인듯도 합니다.
 
 
아쿠아타이머라는 이름을 달고 나온 시계는 1967년 최초 출시 되었었습니다.
 
레퍼런스 넘버 1812를 가진 위 모델은 현재의 아쿠아타이머 디자인의 원점을 보여주는 시계입니다.
 
베젤이 다이얼 안에 위치하는 이너베젤이며, 2시와 4시방향에 보이는 용두 등....... 그리고 IWC 기술의
 
방수를 위한 시도의 첫걸음 들을 보여줍니다.
 
 
<1960년대 아쿠아타이머 카탈로그 자료>
 
 
1950년대 서브마리너 출시 이후 세이코의 도전이 1965년도 부터 시작되었을때의 다이버 시계의
 
경쟁이라는 분야에서 끝까지 뚝심으로 버틴 시계는 아니었기에.....
 
<알흠다운 세이코의 물속의 타이탄!!>
 
그 약빨은 사실 약하고.... 아쿠아타이머의 진정한 원류라고 말수 있는 모델이 후에 나오기에
 
방수의 역사에서 볼때는 그리 무게감있게 거론되는 모델이 아닙니다. 그래도 8451B 무브먼트를 탑재한 시계로서
 
빈티지 매니아들에게는 인기는듯합니다.
 
 
1977년...... IWC는 포르쉐디자인과의 협력으로 티타늄 소재를 기반으로 디자인한 시계들을 내놓기 시작하였고...
 
그 결과로 1982년!! 2000m 방수가 되는 Ocean 2000이라는 시계를 내놓아 당시의 롤렉스와 세이코의 기록을
 
합친것보다 더 뛰어난 방수성능을 자랑하는 시계를 만들어내었고 (각각 1280미터와 600미터),
 
이때 구축된 엔지니어링의 기반이 GST 아쿠아타이머와 딥원을 거쳐 현행 아쿠아타이머까지 넘어오게
 
됩니다.
 
<좌측의 1997년 GST 아쿠아타이머와 우측의 1999년에 출시된 딥원>
 
GST 아쿠아타이머는 IWC의 급조된(?) GST 라인들 중에는 그나마 제일 봐줄만한 시계였고
 
딥원이라는 이름과는 달리 꼴랑 100m방수를 가지고 있었던 딥원은 수심계를 달아놓은 멋들어진
 
엔지니어링으로 주목을 받긴 하였으나 유지보수의 어려움으로 비운의 황태자가 되었고.....
 
2004년, 1967년부터 시작된 아쿠아타이머의 진화는 현행 아쿠아타이머로 다시 담겨지게 됩니다.
 
 
그러나 포르쉐 디자인 오션 2000의 얇은 두께는 (10mm 근처입니다. 조사 결과 가장 두껍다고 나온
 
2000의 모델은 12.9mm였으며 쿼츠 모델을 제외하고 가장 얇다고 나온 모델은 9mm였습니다.)
 
같은 사이즈의 2892기반 무브먼트를 사용함에도 불구하고 GST 아쿠아타이머에서 부터는
 
14.5mm의 두께로 늘어났고, 현행아쿠아 타이머에 와서는 아쿠아타이머 2000의 경우 14.8mm의 두께를
 
가지고 있습니다.
 
<오션 2000의 뒷모습입니다. 이런 덜두꺼운 뒷모습이 너무 부럽습니다>
 
그리고...... 귀족손목을 가진 미소년들에게 이런 두꺼운 시계는 사실 쥐약과도 같습니다.
 
그들의 얇고 유려한 팔의 선을 따라서 갑자기 육중한 쇳덩이가 보이면 그건 착용하는 사람도
 
그걸 보는 사람도 불편하게 만들 뿐이죠. (파네라이는 왠지 미스테리한 이유로 인하여
 
예외로 하겠습니다.)  그들에게는 시계의 두께 1mm... 0.1mm가.... 큰 차이를 만들어냅니다.
 
그리고 저도 미소년인지 아닌지는 모르겠으나 16cm의 확실한 귀족손목을 가진 청년으로서....
 
동경하는 IWC의 역사성을 가진 자사무브를 손목 위에서 느끼려다 이미 한번 좌절을 겪은 경험도
 
있었습니다. 제가 생각하는 두께의 마지노선은 12.8mm의 서브마리너였습니다. 그보다 두꺼운
 
시계는 절대 피해야 겠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요새 점점 얄미워 지려고 하고있는 IWC에서............. 잘 알고보니 12.8mm의 두께를 가진데다
 
1000m방수를 가지고 있는 모델이 따로 있었으니 그게 바로 Aquatimer Automatic이었습니다.
 
 
필립 듀포의 심플리시티가 의미가 있는건...... 어쩌면 복잡시계를 섭렵한 사람이 만드는 단순한 시계이기
 
때문일수도 있듯....... 방수시계 업계를 한번 쓱 평정한 IWC에서 내놓은 1000m 방수시계는.......
 
뛰어남과 동시에 '절제'며 '적당함'이 됩니다.
 
 
케이스 두께를 줄이기 위한 타협의 결과가 1000m이고...... 사실 200m 방수로도 마음이 든든하다는걸
 
알고있으나 괜한 엔지니어링에 대한 동경과, 여타 1000m 시계들은 대개 15mm를 넘거나 그에 육박한다는
 
사실에 비추어 보았을때, IWC의 아쿠아타이머 오토매틱이 제공해주는 적당한 두꺼움과 적당한 강력함은
 
너무나 반가웠습니다.
 
 
롤렉스 시드웰러와 단적으로 비교해도.... 6mm 두께의 롤렉스가 무브먼트는 아쿠어타이머에 들어간 2892 수정판보다
 
0.6mm정도 더 두꺼우니, 전체적인 사이즈는 시드웰러가 2.2mm 더 두꺼운 결과가 나옵니다. 단순히 2892가 더
 
얇기 때문에 케이스도 얇은게 아니라 그만큼의 엔지니어링이 케이스워크에 담겨있는것이라 봅니다.
 
 
 위 사진은 이너베젤을 돌리는 크라운의 구조의 도면입니다. 조금 특이한 구조의 이유는 잠수시에도 베젤을
 
조작할수 있게 하기 위해 스크류다운 잠금방식 대신, 수압이 올라갈수록 고무개스킷이 압착되어 더 높은 기밀성을
 
유지하게 되는 세련된 기술로 보입니다.
 
 
그리고 롤렉스의 트립락과는 달리 시간 조정이나 수동 감기를 위해 용두를 뽑을때도 
 
2시방향의 스크류다운 크라운에서 고무 개스켓이 노출되지 않습니다.
 
<2시방향 크라운>
 
 
사실 1000m의 방수도 저의 실생활에는 과한 사양입니다.....2000m 역시 더할 나위 없구요.
 
하지만 IWC의 오버엔지니어링이 한번 걸러져 정제된 모습으로 부담 없이 손목에 올려놓게 되면서....
 
'적당한 강력함'의 매력이 느껴집니다.  이 아쿠아타이머 오토매틱을 보면....
 
절제미라는것은 그 이상을 할수 있는 사람에게나 허용되는 말이기에....
 
저도 살면서 어서 더 열심히 달려야 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지금 이대로만 한다면
 
그건 절제가 아니라 포기로 보일것만 같아서요...
 
 
 
<제 아쿠아타이머 입니다. Photographed by Sinist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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