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을 보는 빈티지 회중시계 Vintage
세이코, 시티즌 그리고 오리엔트.
우리나라 사람들 손목에 올려졌던 대표적 시계 브랜드일 것이다. 지금은 좀 더 다양해졌지만.
이들은 남자용, 여자용, 아동용, 탁상용을 가리지 않고 시계를 만들어 보급해왔는데 그 중에는 회중시계도 있다.
내가 갖고 있는 몇개의 회중시계 중 하나인 오리엔트 회중.
직경 42미리의 소형급이다. 17석 수동 무브에 실버다이얼. Grand Prix라는 표기가 돼있고 로만 뉴머럴에 브레게 핸즈를 가졌다. 센터 세컨드.
아직도 시계 컨디션이 좋아서 용두를 돌리면 마치 카스테라 처럼 소프트하게 감기면서 초침이 바로 움직인다.
설명은 꽤 했지만 누가 봐도 그저 평범한 작은 회중시계다.
이 회중시계가 조금이라도 특별한 의미가 있다면 그 뒷면에 새겨진 문구들 때문일 것이다.
<영원한 합동 가족>
1980년 12월 31일
합동통신사
1980년이면 지금으로부터 32 년 전이니 이미 강산이 세번은 변했을 적지 않은 세월.
<합동통신>
1946~80년 서울특별시에 존재했던 민영 통신사.
국제통신사와 연합통신사를 합병하여 1945년 12월 10일 전국의 신문사·방송국을 회원으로 하는 조합제로 창설했다.
1946년 10월 8일 주식회사 합동통신사로 바뀌었고
1953년 10월 1일부터 광고부를 개설하여 통신 업무 외에 광고 대리 업무도 시작했다.
이승만의 자유당 집권 시절에는 정부가 기관 통신으로 통신사를 단일화하려고 이 통신
을 흡수 대상으로 삼았으나 실패했다. 1958년 11월 20일 〈합동연감〉을 창간했다.
1965년 10월 1일 국내 최초로 해외 송신을 개시했다. 제3공화국이 통합통신사 운영계
획 실천 차원에서 이 통신사를 비롯해 동화통신사 및 동양통신사를 하나로 통합하여 정
보 통제를 효율화하려고 했으나 역시 실패했다. 1974년 미국연합통신(AP)사와 로이터
의 수신 수단을 위성회로 방식으로 처리했다. 1980년 당시 국가보위 입법회의가 전권
을 장악하고 있던 상황에서, 그해 12월 19일 열렸던 민영 단일 통신사 설립 총회로 연
합통신이 설립되면서 이에 흡수 통합되었다. - 출처 브리태니커 -
1979년의 10.26 사태로 정권을 잡은 군부가 언론통폐합을 시행하는 과정에서 당시 2대 통신사인 합동통신과 동양통신이 합쳐져 연핳통신(지금
의 YTN)이 됐고 이로써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게 된 합동통신사가 고별 선물로 직원들한테 나눠준 것이 바로 이 오리엔트 회중시계.
회사가 없어지고 남은 자, 떠나는 자가 생기는 어수선한 분위기 속 한 해가 저무는 마지막 날에 받는 이별 선물이었던 셈인데...
그로부터 32년의 세월이 지난 오늘날의 세상은 과연 얼마나 변했을까.
빈부갈등, 세대갈등, 지역갈등, 종교갈등 등이 날이 갈수록 커지는 느낌 아니던가.
언론의 자유가 유린되고 있다고 메이저급 방송사 직원들이 최근까지 파업을 할 정도니
통폐합을 했던 언론 쪽도 별로 달라져 보이지 않는다.
직경 44미리도 크다고 보기 어려운 빅사이즈 팔목시계 붐 속에서 겨우 42미리의 크기를 갖고 있는 빈티지 오리엔트 회중시계는
태엽만 감으면 오늘도 열심히 운침을 한다. 그 착착착..소리는 마치 "앞으로 32년 후의 세상은 과연 어떻게 변해 있겠는가?"
요런 스토리 묻어나오는 시계들이 엔틱을 좋아하게 해주는 원동력이 아닐까요??
오히려 비싸고 정말 화려한 시계보다 소소한 멋이 흘러나오는 이런 시계들이 정말 멋지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