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이 하이브리드다. Hamilton Pulsomatic Hamilton
그러면 쿼츠쇼크는 언제였는지 기억하시나요? 기록에 따르면 최초의 쿼츠 무브먼트는 아이러니하게도 스위스의 뇌샤텔에서 개발되었다고 합니다. 하지만 상용화 되지 못했고 1969년에 이르러 세이코에서 아스트론이라는 최초의 쿼츠 시계를 만들어내죠.
[최초의 아날로그 쿼츠 시계, 세이코 쿼츠 아스트론]
쿼츠 무브먼트를 채택하기는 했지만 모양새는 다소 보수적인 아날로그 형태를 채택했습니다. 아마도 기존의 시계 사용자들을 배려한 것이겠지요. 그리고 1970년에 이르러(제가 태어난 해이기도 하군요.) 해밀턴사에서 최초의 디지털 쿼츠 시계인 펄사(Pulsar) 를 출시합니다.
시계 자체의 모티브를 1968년 영화인 스페이스 오딧세이에서 따왔다고 밝히고 있는 펄사는 쿼츠 무브먼트를 탑재한 것 뿐만 아니라 그 모양과 시간을 나타내는 디스플레이에 있어서도 미래 지향적인 디지털 방식을 채택함으로써 시장의 엄청난 인기를 얻었을 것 같지만.. 실제로는 해밀턴사를 망하게 하는 원동력이 되었다고 하는데요.
지금봐도 대략 간지가 넘치는 이 시계가 왜?? 하는 의문을 가진 분이 계실지도 모르겠습니다.
너무 앞서간 디자인이 문제였을까요? 아이러니하게도 그때나 지금이나 어떤 상품이 망하는 건 역시 수요와 공급이 균형을 이루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최초의 디지털 시계 펄사는 1970년에 첫 선을 보였지만 고질적인 불량으로 1972년까지 출시가 미뤄지며 제품의 개선이 이뤄졌습니다. 그리고 마침내 시장에 나왔을때의 가격은 2,100불이었지요. 지금도 적지 않은 돈이니만큼 1970년에는 그 가치가 어땠을지 상상이 갑니다. 그야말로 하이 럭셔리한 컨셉의 시계인 것이죠.
그리고.. 사람들은 펄사를 외면했습니다. 때마침 1975년에 텍사스인스트루먼츠사(TI)에서는 20달러대의 디지털 손목시계를 발표했고 곧이어 10불대로 가격을 인하했습니다. 이로 인해 해밀턴사는 파산하고 세이코의 자회사로 흡수 합병되었다고 합니다. 언제 다시 스와치로 이적했는지는 자세히 모르겠습니다만..세이코의 자회사였다는 게 재미있는 대목이군요. (출처 : 네이버 지식백과)
이런 과거의 영광(응??)을 재현하고자 2010년 해밀턴사는 최초의 디지털 시계 탄생 40주년 기념으로 하이브리드 시계인 펄소매틱(Pullsomatic)을 출시합니다.
이것이 출시 당시의 이미지 컷인데 펄사의 진화 방향과 현행 펄소매틱을 비교하고 있군요. 전체적인 디자인이 좀 더 커지고 깔끔해진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제 생각에는 러버밴드 모델이 더 깔끔한 것 같기도 하구요.
옆면을 보시면 금속 가공이 어느정도 수준에 올라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금장과 블랙 모델도 있는 모양이네요. 한정판은 아닌것 같습니다.
하지만 이 시계를 하이브리드라고 부르는 이유는 바로 쿼츠 무브먼트를 사용하면서 동력은 기계식 시계와 동일한 방법으로 얻는다는 것입니다. 로터를 돌려서 발전을 하고 그 전류를 모았다가 쿼츠 무브먼트의 동력으로 삼습니다. 요즘에야 기계식 시계의 파워리저브가 30일도 가지만 해밀턴의 펄소매틱은 무려 120일. 벗어뒀다가 다시 차도 시간이 틀려있거나 태엽을 감아줘야 하는 불편함이 없습니다.
시간을 나타내는 이외에 다른 기능은 없어 보입니다만.. 특이한 걸 좋아하고 이런 하이브리드 제품에 열광하는 사람이라면 하나쯤 구매해도 좋을 것 같기는 하네요. 2010년 바젤에서 발표되어 선풍적인 반응을 얻은 이 시계의 소매가격은 대략 40년전의 가격하고 비슷했습니다만.. 요즘 가격은 매우 후려친 가격, 겸손하고 착한 가격으로 재평가되어 팔리고 있습니다. 관세 포함해도 80만원이면 구할 수 있을 것 같네요. (사실 이 글을 쓰게 된 계기도 모 사이트에서 본 이 시계 가격이 하도 저렴해서.. 이기도 합니다. )
해밀턴은.. 아마도 과거 펄사가 주었던 교훈(악몽!!)을 잊어버린 것은 아니었는지 조심스레 물어보고 싶어지는 대목입니다. 여러분은 어떠신가요?? 펄소매틱, 하나 들이고 싶으십니까? 아니면 시대 착오적인 망작이라고 생각하십니까?? 가지고 싶으시다면.. 부담없이 질러서 저에게도 한번 보여주세요. ^^
댓글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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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부천
2013.01.21 1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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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ason456
2013.01.21 15:29
일종의 역발상이군요...로터로 가는 쿼츠라...ㅎㅎ
70년대 초 롤렉스 금통이 200만원을 넘지 않았다던데...미국에서 $2,100 였다니 터무니없네요...ㄷㄷ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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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키
2013.01.21 15:31
그러게요. 롤렉스 금통만큼 비싼 시계라는 컨셉이었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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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키
2013.01.21 15:31
좀 더 자세히 보니 해밀턴이 1977년부터 스와치 그룹에 합병되었다고 하는군요. 그럼 네이버 지식백과에 오타가 있던지 세이코로 넘어가자마자 스와치로 다시 합병되었던지 둘중에 하나가 아닌가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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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장
2013.01.21 17:04
이거 근질근질 하네요 아날로그 감성을 좋아하는 저로서는 파격적이네요 좋은 글 보구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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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aul81
2013.01.21 17:18
예전에 라도에선가 이런 비슷한게 나오지 않았나요? 그 모델 찾고 싶은데 찾기가 힘드네요.
이런 디자인의 시계 아주 관심이 많습니다.
잘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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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스타일
2013.01.22 00:31
포티스에도 에너지는 오토매틱 구동으로 얻고 쿼츠방식으로 움직이는 시계가 있는걸로 압니다만..
해밀턴은 처음보내요.기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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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공 조
2013.01.22 02:04
이것참 특이한 방식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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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alslowdh
2013.01.22 09:27
오호 신기합니다 -
마리눈
2013.01.22 19:36
좋은 글 감사합니다 정말 재밌게 봤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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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징카이져
2013.01.23 10:23
디자인이 정말 미래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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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세주군
2013.01.27 22:25
오토 쿼츠??? 신기합니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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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물총새
2013.02.04 13:51
원리는 세이코의 키네틱하고 비슷한 것 같네요...
그런데 저 미친듯한 파워리저브는 물리적으로 움직이는 초침이 없어서 그런건지 아님 태엽과 병행하기 때문인지 궁금하네요...
세이코 키네틱 시계들과는 다르게 백케이스를 열어젖힌 걸 보면 무브 내부구조에 비밀이 있을 것 같긴 한데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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꾸찌남
2013.02.07 10:22
통상 이런 식 시계 즉 로터가 테엽을 감지 않고 충전하는 구조를 가진 시계를 메카쿼츠라고 하죠.
망할만 하네요 2100불이라니...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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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브앤더씨티
2013.02.18 17:06
ㅎㅎ 재밌는 스토리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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