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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WISS BRAND

nocturn 699 2011.01.07 23:29

 

 

근 2주일가량, 새로 들인 예거 스쿼드라에 빠져 지냈습니다.

그저 볼때마다 뿌듯하고 이쁘고 ......그저 좋았습니다.

그러다, 문득 이녀석에 눈이 가고, 가슴이 덜컹 하더군요.

 

...어?!

 

제대후 시계에 관심을 가지게 되고, 짧은 안목에 멋도모르고 첫번쩨로 덜컥 산 녀석.

근 4년이 되도록 말썽한번 안 부리던 녀석이었는데.

쥬얼리 브렌드니, 기계식이 아니니,무브가 어쨌니...가격이 어떻니  그런 것들 다 상관없이

그저 전지 한번 갈아준 거 외에는 묵묵히 제 할일에 충실해주던 녀석이었는데.

그런 녀석의 날짜창이... 25일에 멈추어 있었습니다.

 

손에 들고 한참 쳐다보았습니다.

이녀석과 함께했던 기억들이 소록소록 떠오릅니다.

이곳 저곳 늘어난 상처에,페이스에 묻은 얼룩. 멈추어버린 스몰세컨을 보면서,

그저 미안했습니다.

 

 

그리고 다음날, 득달같이 달려갑니다.

오사카 신사이바시 에르메스 매장.

건물 전체가, 에르메스 전 상품을 취급하는 매장, 그리고 전반적인 애프터서비스 를 담당합니다.

이전, 이녀석을 처음 데려왔을때를 떠올리며, 안내를 받으며 들어갑니다.

 

기술자분과 이런저런 이야기.간단한 기능점검과, 방수능력 체크를 부탁합니다.

내부는 깨끗하니 오버홀은 아직은 괜찮다고.

외부 폴리슈의 제안을 받았지만 왠지 끌리지 않았네요.

바보같다고 웃으실지 모르겠지만, 왠지 저랑 함께한 흔적을 깎아내는듯한 기분이 들어서. :)

선배님들이 하시던 말씀,  시계에 쏟으시는 애정과 기분을  알 것 같기도 합니다.

 

 

 

 

제 모델도 이미 구형이 된 지라, 신형 클리퍼는 에타무브 - 12,9,6시크로노,3시 데이트창.딱 나오네요:)

로터에 코스메틱 처리를 깔끔히 한 시스루백으로 사양변경이 된 모양입니다.

크기도 44미리로 커지고, 스틸에서 티타늄/스틸으로 바뀌었네요.

눈으로 보이는, 그리고 손 끝으로 만져지는 피니싱의 질감은,  제 모델에 비해 굉장히 좋아진 느낌입니다.

페이스도 한층 세련되어졌습니다. 그만큼 가격대도 거진 두 배로 뛰었네요.

타임포럼을 모르는 저였다면, 심각하게 고민했을듯 합니다.

 

 

 

 

그리고, 잠깐 앉아서 그녀석이 돌아오기를 기다립니다.

그냥 이녀석을 보고있자니, 기분이 묘합니다:)

뭐라고 말씀드려야 할까..

오매불망 가슴졸이며 애태우던 처자를 품에 안았는데, 조강지처가 앓아누운 느낌이라 말하면...

결혼도 안 한 놈이 드릴 말씀은 아닌가요. 허허;;

 

 

 

 

 

다시 움직이는 스몰세컨.

깨끗하게 닦여진 페이스를 보니 그저 미소가 흐릅니다.

단순히 말하면 그저 뒷백 열고, 전지 갈아끼운 것 뿐일텐데.

그 것 이상의 의미가 있나 봅니다. 시계라는 것에는.

그래서 수 많은  남성들이, 선배님들이

시계라는 것에 빠져드나 봅니다.

 

 

힘써주신 기술자분과 인사를 나누고, 돌아나오는길에 찰칵.

저어기 위쪽에, 살짝 제가 보이네요.:)

 

 

제가 언제까지 시계라는 것에 애정을 갖고, 의미를 부여하게 될 지는 모르겠습니다만

그 어떤 꿈에 그리던 시계를 손에 얹게 되더라도,

아마 오늘의 이 녀석은, 이녀석을 처음 손에 얹던 날은 잊지 못할 듯 싶습니다.

 

 

추운 날 나름 감상에 빠져 글 올려 봅니다.

감기 조심들 하십시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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