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림, 라지, 빅 ETC(기타브랜드)
재작년 이맘때쯤 한 워치 저널리스트의 예언을 읽었습니다.
‘슬림 워치가 재래할 것이다’ 라고요.
지구 종말을 앞둔 1999년의 휴거 대소동이 보기 좋게 웃음거리가 된 것처럼 그의 예언도 빗나갔다고 속단하기에는 아직 이르지만 지금 시계업계에서의 트랜드는 누가 뭐래도 빅 워치 입니다.
쇼파드 L.U.C 엑스트라 플렛
바젤월드 2007에서 쇼파드는 L.U.C ‘엑스트라 플렛’을 발표합니다. 이전에는 없었던 시, 분침만을 가진 타임 온리 모델이었습니다. 데이트 윈도우를 기본적으로 가지고 있는 L.U.C 라인에서 시간만 표시하는 타임 온리 모델이 하나 라인업 구성에 필요했었겠지만, 이는 최근의 트랜드에서 사알짝 역행한 케이스입니다. 3.3mm 두께의 무브먼트를 사용해 직경 39mm, 두께 6mm (자동입니다!)대의 울트라 슬림을 만들어 낸 것 입니다. 물론 이것은 드레스 워치이기 때문에 셔츠의 소매에서 거추장스러운 존재가 되지 않으려면 필연적으로 얇아야 하지만 이름에서부터 ‘얇다’ 를 강조하는 것은 지금으로서는 다소 이례적입니다.
여기서 조금 신경 써서 보아야 할 단어들이 있습니다. ‘슬림, 빅, 라지’ 입니다. Slim의 상대 말은 Fat이나 Thick이 되지만 시계에서 얇은 시계를 뜻하는 슬림이나 씬(Thin), 플랫(Flat) 워치의 상대 개념은 팻 워치가 아니라 크고 두껍다는 의미를 동시에 지닌 빅 워치가 될 것 같습니다. 당연히 Big의 상대말은 Small이 되야 정상이지만 시계의 개념으로 보면 두꺼운 시계를 부르는 말은 따로 없습니다. 스몰은 요즘 새로나온 큰 사이즈의 시계와 이전의 작은 시계와 구분하기 위해 사용되는 말이고, 시계의 직경은 당연히 고정되어 있는 거라 생각하던 시절에서는 얇은 시계를 슬림 워치, 밸쥬 7750과 같은 뚱뚱한 무브먼트를 사용한 시계에 대해서는 딱히 부를만한 말이 없었습니다. 손목 시계가 태어난 이후 수십 년 동안 변함이 없었던 이 직경에 대한 변화가 일어난 것은 고작 몇 년 전의 일입니다. 시계사에 뭐라고 기록될지는 모르지만 우리는 역사적인(?) 순간을 살고 있습니다.
바쉐론 콘스탄틴 패트리머니 컨템퍼러리 (컨템퍼러리 = 라지를 둘러 말하는것이겠죠?)
빅 워치의 출현으로 인해 다른 하나의 개념이 출현합니다. 바로 라지 워치입니다. ‘라지 워치’ 는 어떤 시계인가 하면 얇은 무브먼트를 사용하여 두께는 예전과 다름없지만 직경이 커진 즉 지금의 드레스 워치라고 할 수 있을 겁니다. 이 개념을 머리에 두고 본문 두 번째 줄을 본다면 작고 얇은 시계가 다시 나오게 될 것이다라고 봐야 합니다. 그렇다면 그의 예언이 빗나갔다고 할 수 있을 겁니다. 라지 워치라는 새로운 형태를 통해 슬림 워치는 시장에 적응하고 있는 것 입니다. 그리고 슬림이라는 의미가 빅 워치 개념의 대두로 인해 다소 약화된 부분이 있다는 것도 인정해야 합니다.
만약 그게 아니라 작고 얇은 시계를 말하는 슬림 워치가 다시 나타낼 것이라고 한다면 그의 말이 맞았는지 틀렸는지에 대해서의 판단은 유보해야 합니다. 적어도 몇 년 동안은 말이죠. 예측은 데이터나 경험이 있어야 가능합니다. 시계의 크기가 이 정도로 다이나믹하게 변화한 것은 처음 있는 일입니다. 점쟁이가 아닌 이상 앞으로 어떻게 될거라 장담할 수 없습니다.
.JLC 울트라 씬 Cal.849
슬림 워치는 라지 워치라는 적응형태를 통해 살아남고 있습니다. 그러면 앞서서 말한 쇼파드의 엑스트라 플랫과 같은 울트라 슬림이라 불리는 시계들의 미래는 어떻게 될까요? 빅 워치의 대두로 인해 직격탄을 맞으리라 생각한 것이 바로 이 울트라 슬림이라 불리는 시계들이었습니다. 오토매틱 워치의 시대이기도 하기 때문에 울트라 슬림 자동 시계보다도 JLC Cal.849나 프레드릭 피게 Cal.21와 같은 수동 울트 슬림 무브먼트가 사용된 시계죠. 이들 시계는 큰 인기가 없습니다. 매니아나 심플의 본질을 깨달은 사람이 아니면 쉽게 친해 질 수 없습니다. 바늘 두 개만 달랑 달린 연약한 시계들은 지금에서는 더더욱 인기가 없습니다. 그러면서 울트라 슬림의 무브먼트는 만드는게 까다롭습니다. 가격도 저렴합니다. 메이커로서는 인기 있는 스포츠 워치를 만드는 편이 훨씬 좋습니다.
이들도 나름의 적응은 하고 있습니다. Cal.21을 가장 많이 소비하고 있는 블랑팡에게 있어 울트라 슬림은 그들의 ‘정신’과도 같은 시계입니다. Cal.21은 생산이 종료된다는 소문도 들려왔지만 현재에도 건재합니다. JLC의 경우는 여성용으로 울트라 슬림 라인을 이동시킵니다. 하지만 울트라 슬림이 아니라면 수동 무브먼트의 대안을 그들은 이미 가지고 있습니다. 수요가 점점 줄어들면서 입지가 현격하게 줄어든 울트라 슬림 수동을 계속 유지하게 될지에 대해서는 미지수가 될 것 같습니다.
한가지 희망적(?)이라면 빅 워치에 대한 반발 심리가 언제가 될지는 모르지만 발생하며 울트라 슬림이 다시 주목 받을 수 있을 것 이라는 점과, 소비자들의 입맛이 예전보다는 훨씬 다양해 졌다는 점입니다. 그리고 가장 결정적인것은 슬림이건 라지건 빅이건 그 속안에는 슬림 워치 시절의 개념으로 만들어진 무브먼트가 사용되고 있다는 점입니다. 가장 이상적이라면 슬림(울트라 슬림, 라지) 계열과 빅 워치의 각 세력이 커졌다 작아졌다하며 서로를 견제하면서 공존하는 일이겠죠.
댓글 6
-
bottomline
2008.03.14 14:37
히야~~~ 오랜만에 개념글 잘 읽었습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 패트리머니...... 이뻐요..... ^&^ -
히포
2008.03.14 14:46
마지막 글이 주는 뉘앙스에 살짝 미소가 머금어 집니다...^^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 -
소리숲
2008.03.14 14:52
쇼파드 넘 이쁜데요... -
SHANDIA
2008.03.14 15:58
역시 시계는 수동!! (응?;;) -
뉴로맨서
2010.07.04 09:10
좋은 글 감사합니다~ -
타이머스
2011.12.22 11:38
좋은글 잘읽고 갑니다.
- 전체
- 공지
- 추천게시글
- 이벤트
- 스캔데이
- 단체샷
- Ball
- Baume&Mercier
- Bell&Ross
- Bulgari
- Cartier
- Chopard
- Chronoswiss
- Doxa
- Epos
- Fortis
- Frederique Constant
- Girard Perregaux
- Glycine
- Hamilton
- Longines
- Luminox
- Maurice Lacroix
- Mido
- Montblanc
- Oris
- Rado
- Swatch
- Tissot
- Tudor
- Ulysse Nardin
- Zenith
- ETC(기타브랜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