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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WISS BRAND

알라롱 863 2008.01.14 16:50

 

푸조 Cal.7001

 

ETA의 무브먼트가 좀 흔해 빠졌기는 해도 친숙함을 무기로 정답게 느껴지곤 합니다. 흔하기 때문에 정답기는 해도 애정이 가는 녀석은 별로 없지만 단 하나. 푸조(Peseux) Cal.7001 이라 불리는 ETA의 무브먼트는 조금 각별합니다. ETA의 전신인 에보슈 SA의 구성원의 하나였던 푸조나 자동 크로노그라프의 대명사인 Cal.7750을 만들어낸 밸쥬(Valjoux) ETA에 흡수되어 그들의 이름을 잃어버린지 오램에도 여전히 ETA Cal.7001 이나 ETA Cal.7750 보다는 푸조 Cal.7001, 벨쥬 Cal.7750이라고 불리는 것은 명 무브먼트를 만들어낸 메이커에 대한 존경심을 담아내고 있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 봅니다. 밸쥬 7750은 탁월한 자동 크로노그라프이며 이것이 존재하지 않았다면 크로노그라프 시계는 저머너의 머나먼 당신과 같은 존재로 인식하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한 매니아가 파텍 필립의 시계를 구입하고 포럼에 사진을 올려놓으니 칭찬과 부러움이 담긴 댓글이 잔뜩 달리는 것처럼, 7750이 존재하지 않았더라면 자동 크로노그라프를 사게 된다면 마치 파텍 필립을 산 매니아와 같은 반응이 있었지도 모르지요. 정말 고마운 존재이지만 생긴게 영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순전히 이유로 개인적인 취향문제로 애정이 생기지는 않습니다.

 

푸조 Cal.70017750과 같은 범용 수동 무브먼트 입니다. ‘여태까지 자동 시계만 차다가 이번에 수동 시계를 차게 되니 어색하군요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자동 무브먼트의 시대가 되어 버린 요즘이라 시계 고수가 되어 간다는 증거(?)의 하나로 수동이 점점 좋아지면 주머니 사정 걱정하지 않고 즐길 만한 수동 무브먼트가 거의 없다는 점에 슬퍼집니다. 그 슬픔을 달래주기에 딱 좋은 녀석이 있었으니 그것이 바로 Cal.7001입니다. 빅 워치 시대이기도 한 요즘에는 회중 시계용 수동 무브먼트 유니타스 (이 녀석도 ETA가 아니라 유니타스로 불리는군요) Cal.6497/8과 같은 것도 있지만 이 녀석은 원래 손목 시계용이 아니라 보기에 (수동이라 더더욱) 휑한 구석이 있습니다. 7001 10 1/2 리뉴의 앙증맞은 사이즈에 두께도 2.5mm의 박형이고 71년 생산이래 (85년 종료. 이 후 재생산) 상당한 수량이 생산됩니다. 오랫동안 생산이 되었다는 것은 성능에서 인정을 받았다고 할 수 있을테고요. 좀 저렴해 보이는 브릿지의 분할만 빼면 밸런스도 덩치에 비해 크고요. 최근에도 7001이 트러블을 일으켰다는 예는 그다지 본적이 없습니다.

 

 

푸조 Cal.7001의 재발견. 블랑팡.

 

7001을 사용한 예는 굉장히 많습니다. 범용이니까요. 스토바의 안테아에 사용된 것은 블루 스틸과 빨간색 루비의 대비가 알록달록 합니다. 노모스는 7001을 베이스로 3/4 플레이트의 독일적인 양식을 담아낸 자신만의 무브먼트를 만들어 내기도 했죠. 블랑팡은 7001을 최상급으로 수정한 예로 꼽을 수 있습니다. 직선의 싼 티나는 브릿지를 우아한 곡선으로 바꾸고 아름다운 피니싱을 가미합니다. 블랑팡 정도 되는 메이커와 어울리지 않을(?) 범용의 무브먼트를 사용한 것은 그만한 이유가 있어서 일테니까요. 또 에버하드의 7001인 큰 배럴로 바꿔 달고 8데이즈의 롱 파워리져브가 되기도 합니다.

 

카리 보티라이넨의 마스터피스 크로노미터에 대해서 찾아보다가 그것에 사용된 무브먼트와 7001이 겹쳐 보였습니다. 왜였을까요? 작년 워치 오드 더 이어에 수상된 카리 보티라이넨의 심플리시티라고도 불리 우는 시계에는 7001과 같은 푸조에서 만든 Cal.260이 사용되었습니다.

 

 

카리 보티라이넨. 마스터피스 크로노미터.

 

 

환상의 무브먼트 푸조 Cal.260

 

Cal.260은 빈티지 크로노미터 워치를 수집하는 사람이라면 하나쯤 꼭 가져야 할 무브먼트입니다. 1943년에서 71년에 걸쳐 3300 (정확하게는 3302개라고 합니다)만 생산된 환상(?)의 무브먼트로 특이점은 이것은 당시 메이커들의 치열한 경연장이 되었던 천문대 크로노미터 콩쿨에 나가기 위해 만들어졌다는 것이죠. 지금의 C.O.S.C와는 비교도 안 되는 엄격한 조건의 천문대 크로노미터는 44일에 걸쳐 5개의 포지션, 3개의 온도차에서 검증이 되었고 오차의 폭 역시 C.O.S.C -4~+6 초와는 현격한 차이가 있었습니다. 푸조의 Cal.260은 율리스 나르당에 천문대 콩쿨용으로 납품되었고 시판용으로는 판매가 되지 않다는 점이 3300여개 라는 만들어진 개수 만큼이나 매니아 사이들의 구미를 당기게 됩니다.

 

 

 

보티라이넨이 이러한 Cal.260을 구해 거의 새로 만들다시피 한 것이 마스터피스 크로노미터의 무브먼트로 브릿지를 새로 만들고(저먼 실버로 만듬) 기어를 다듬고 프리스프렁화 하는 등 재창조에 가까운 작업에 필립 듀포의 심플리시티에 필적하는 피니싱을 더하게 됩니다. 보티라이넨의 작품 중에는 미닛리피터와 같은 복잡시계도 존재하지만 가장 오랫동안 눈길이 머무는 것은 이 마스터피스 크로노미터로 오래 된 시계의 복원에 오랫동안 힘써왔던 그의 이력이 쌓이며 구축된 전통적인 시계 만들기가 진하게 응축된 모델이기 때문이기 때문일 겁니다. (또 그의 작품 중에서는 가장 단순하므로 가장 쌉니다만 랑게의 다토그라프와 파텍의 애뉴얼 캘린더를 동시에 살 수 있는 가격입니다. 더 놀라운 것은 이미 완매 상태 라는것이죠. 세상에는 가치를 알아보는 사람들이 수없이 존재합니다)

 

현대의 Cal.260은 이처럼 보티라이넨의 손끝을 통해 새롭게 태어나지만 71년 생산이 중단됩니다. Cal. 7001260의 생산이 중단된 71년에 생산이 된다는 것이 공교롭다면 공교롭다고 하겠습니다. Cal.260 7001을 비교하는 것은 무리가 따를지도 모르지만 예쁘게 자란 딸에게서 엄마가 젊었을 적의 아름다운 얼굴의 윤곽이 이어지듯 260 7001에도 이와 같은 유전이 느껴진다고 하면 과장된 것일까요?

 

천문대 콩쿨에 출품할 수 있었던 무브먼트의 최대 직경인 30mm에 무려 13mm대의 큼지막한 밸런스 휠을 가졌던 Cal.260. 7001도 이에 지지 않는 큰 밸런스를 가지고 있으며 그 덕분에 정확한 시간을 지켜낼 수 있었죠. 이제는 ETA의 이름을 통해 생산되고 있어 쇠락해 버린, 이름뿐인 푸조 가문이지만 앞서 말했던 블랑팡이 다시금 찾아낸 푸조 가문의 탁월했던 미인상은 260 7001 사이의 유전자가 분명 존재한다는 이야기이고 7001을 통해 흐릿하게 나마 푸조를 발견할 수 있다는 점이 범용 무브먼트 Cal.7001에 대한 애정을 샘솟게 하지 않는가 싶습니다. 콩심은데 콩나는 법이니까요.

 

 

<사진 출처 : SteveG 홈페이지, 퓨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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