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계식 시계의 정확성을 바꾸는 요인은 크게 3개로 말할 수 있다. 온도의 변화, 포지션의 변화, 그리고 태엽통 안쪽에 있는 태엽의 토크 변화이다.
온도 변화에 의한 오차는 현재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왜냐 하면 1913년 찰스 에드워드 기욤 박사 온도가 변하더라도 탄성이 변하지 않는 합금 엘린바를 발명했기 때문이다. (*엘린바 = 59%의 철, 36% 니켈, 5% 크롬) 현재의 기계식 시계의 많은 수는 엘린바의 개량판인 스테인레스 스틸 합금의 헤어스프링을 사용하고 있다. 온도변화에 강한 배릴리움 합금의 밸런스 휠과의 조합으로 온도변화에 의한 오차는 극히 작아졌다.
포지션 변화에 의한 오차는 아직도 극복할 수 없는 문제이다. 해결법으로 널리 알려진 것은 토빌론으로, 이것은 밸런스 휠을 얹은 캐리지를 회전 시켜 포지션 변화에 의한 오차를 최소화 하는 것이나 가격이 비싸고 캐리지가 무겁기 때문에 이 자체로는 정확성이 악화될 약점을 지니고 있다.
그럼 태엽의 토크 변동은 어떨까? 태엽으로 움직이는 완구를 예로 들어보자. 태엽을 감으면 최초에는 기세 좋게 움직이지만 이윽고 움직임이 느려지고 최후에는 멈춰버리게 된다. 기계식 시계도 마찬가지이다. 태엽을 감으면 밸런스 휠은 힘차게 움직이지만 힘이 약해지고 멈춰버린다. 그러나 기계식 시계는 완구와 다르게 긴 시간, 안정되게 움직인다. 그 이유는 둥근 밸런스에 있다. 왜냐하면 태엽이 풀려서 밸런스 휠의 진동각이 떨어져도 시계의 정확성은 유지된다. 이른바 ‘진자 원리’는 둥근 밸런스에도 해당된다.
그러나 사물은 원리대로 적용되지 않는다. 실제로, 태엽이 풀려 진동각이 떨어지면 반드시 정확성에 악영향을 끼친다. 때문에 진동각이 떨어져도 정확도에 영향을 잘 끼치지 않는다 = 높은 등시성(* Isochronism) 을 가져오는 프리스프렁과 브레게 오버코일을 고급 메이커에서는 사용하는 것이다. 등시성은 데땅뜨 이스케이프먼트에서도 얻을 수 있지만 ‘진동각’이 떨어졌을 때의 임시방편 밖에 되지 않는다.
한편, ‘진동각’을 떨어뜨리지 않는 것으로 해결책을 찾아보려는 발상도 있다. 가장 일반화 된 방법은 ‘자동 무브먼트’이다. 태엽이 언제나 완전히 감겨있다면 진동각이 떨어지지 않게 되고 시계의 정확성도 안정된다. 고전 시계 팬에는 익숙한 퓨지와 같은 기구는 진동각이 떨어지지 않게 하기 위해 고안된 것이다.
하지만 자동 무브먼트 보다 더 간단히 안정시키는 방법이 있다. 그것은 바로 롱 파워 리져브다. 태엽이 풀리는 시간을 늘려서 토크가 떨어지는 것을 작게 만드는 것이다. 그 결과 밸런스의 진동각이 잘 떨어지지 않게 되었고, 정확성은 안정화 되었다. 그러나 롱 파워 리져브가 안정된 정확성을 가지게 된 것은 근대의 이야기이다. 롱 파워 리져브에 대한 역사를 간단히 살펴보기로 하자.
롱 파워 리져브라는 발상은 18세기로 거슬러 올라간다. 사실 1776년 페레(* Perrelet, 이 사람의 이름을 딴 시계 메이커도 존재합니다. 더블 배럴이 트레이드 마크죠)는 기록상 사상 최초의 자동 무브먼트를 개발했고, 이 시계는 적어도 8일이라는 파워 리져브를 가졌다. 그러나 실제로는 롱 파워 리져브는 그다지 유행하지 않았다. 태엽이 풀리는 시간을 늦게 하기 위해서는 태엽의 토크를 크게 만드는 기어를 추가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하지만 당시의 강철 태엽은 토크를 크게 하기 위해 태엽의 길게 만들거나 폭을 넓게 만들면 간단하게 끊어지는 문제점을 가졌던 것이다.
20세기에 들어, 몇몇 메이커가 다시 롱 파워 리져브를 다루기 시작했다. 이도 이전과 마찬가지도 추가 기어를 사용했다. 기어를 추가하여 기어 트레인의 감속비를 올리면 태엽통의 회전이 느려지고 결과적으로는 롱 파워 리져브가 된다. 역시 문제는 여기서도 있었다. 감속비를 높이면 밸런스를 구동하는 토크가 감소하기 때문에 밸런스 휠의 크기는 필연적으로 작아진다. 자그마한 밸런스 휠은 외부의 충격을 받기 쉽고, 휴대시 정확성이 떨어진다. 게다가 20세기의 롱 파워 리져브는 태엽이 이전시대보다도 훨씬 얇아졌고 토크자체도 약했다. 토크 부족을 보충하기 위해 기어나 루비등의 부품을 거울과 같이 폴리시 가공하여 마찰 저항을 줄여야 할 필요가 생겼지만 이러한 가공이 가능했던 것은 토숀(Touchon)이나 ECW등과 같은 일부의 고금 메이커로 제한되었고 널리 유행하지는 못했다.
이 시대까지의 롱 파워 리져브는 정확성의 안정이라기 보다는 태엽 감기의 수고를 줄이는 것이 주목적이었다고 생각한다. 그 때문에 1940년대에 자동 무브먼트가 보급된 이후는 롱 파워 리져브의 휴대 시계(특히 손목 시계)가 거의 자취를 감추게 된다. 부품수가 늘어나도 자동 무브먼트가 더 스마트한 해결방법이었던 것이다.
롱 파워 리져브를 다시 보게 된 것은 1988년이다. 이 해에 프레드릭 피게가 발표한 Cal.1150은 단방향 와인딩의 자동 무브먼트로 두 개의 태엽통으로 구동되는 것이었다. 종래와 크게 달라진 점은 진동각이 떨어지지 않으며 높은 정확성이라는 명제를 가진 롱 파워 리져브 무브먼트였다. 약 100시간, 정확성이 유지되는 롱 파워 리져브는 많든 적든 Cal.1150의 영향을 받고 있다.
이 무브먼트가 탄생하게 된 계기로는 몇 가지 이유가 있지만, 가장 큰 이유는 태엽의 진보라고 할 수 있다. 1940년 이후 태엽의 소재는 탄성이 강하고 쉽게 끊어지지 않는 스테인레스 스틸제로 변했다. 태엽통을 점하는 태엽의 체적도 60년의 50%에서 70년대에는 70% 가까히 늘어났다. 즉 작은 태엽통에 더욱 강하고 튼튼한 태엽을 담는 것이 가능해졌다. 또 다른 이유로는 더블 배럴의 보급이다. 더블 배럴은 18세기 후반에도 존재했지만, 1970년대 후반 론진의 Cal.L990.1(르마니아 Cal.8810)로 완성된다. 이 무브먼트는 두 개의 배럴(태엽통)으로 태엽의 토크를 안정된 출력으로 만든다는 더블 배럴의 방법론을 닦은 무브먼트이다. 파워 리져브는 38시간밖에 되지 않지만 우수한 성능과 정확함을 자랑했고 현재도 브레게에서 사용되고 있다.
롱 파워 리져브가 밸런스의 진동각을 떨어뜨리지 않는다는 이상에 도달한 것은 고작 20년전의 일에 지나지 않는다. Cal.1150 이후 어떠한 롱 파워 리져브가 태어났는지 살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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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럴로부터의 일정한 토크를 얻기 위한 정확성의 의미도 있었다는 것이네요.
그렇다면 궁금한 점이 하나 생겨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