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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젤 유람기 4편: 굴욕 ETC(기타브랜드)

Kairos 731 2007.07.06 18:50

 

 

바젤 유람기 4- Shame

 


 



 



굴욕’이라는 제목으로 타임포럼에서 몇몇분의 관심을 자아내주었던 위의 사진.


저 역시도 위의 사진을 보면 ‘굴욕’이라는 단어 이외에 더 적절한 말이 생각나지 않습니다.


그건 IWCAP에 비해 후져서도 아니고, 위 모델의 경우 IWC쪽이 더 저렴한 모델이였기


때문도 아닙니다.



위의 두 시계는 같이 굴욕을 견뎌낸 ‘전우’입니다.


바젤에 가기전 알라롱님은 고민을 하였습니다. 수없이 많은 시계 갈아타기를 거쳐서 당시


손목 위에 아무것도 없었던 타임포럼의 리뷰어 알라롱님. 시계인들의 축제(?)인 바젤박람회


를 눈앞에 두고 빈손목 위에서의 고민은 나날이 깊어져만 갔습니다. 그의 통장은 촉촉


하였으나 마음속에서는 지름신은 충동질을 넘어 조급함까지 동반하였습니다. 무슨 시계를


바젤에 차고 갈까 고민하던 그는 어느날 AP Royal Oak를 구해왔습니다. (그리고 이 시계는


알라롱님의 소유가 아닙니다. 허허허헛) 알라롱님의 고민에 대한 해답 로얄 오크는


빛의 시계’라고 해도 될정도로 광빨이 장난이 아니었고 ‘빚의 시계’라고 해도 될만큼


제가 느끼는 가격은 가격표의 0이 들어가는 빈도만큼 ‘후덜덜’이란 표현에다 ‘덜’자를


더해도 될 정도였습니다.




저 역시 고민을 하였습니다. 바젤에 가게된다는걸 알기 훨씬 전부터 하던 고민이었고


그 고민은 마크 16으로 해결이 되었던 때였습니다. 화장실에서 왼손으로 조준하던 버릇도


오른손 조준으로 습관을 바꿀만큼(이제 왼손은 거들뿐) 제 인생에 있어 큰 한걸음이었던

 

마크16. 그 시계에 대한 자부심은 조폭 손목위의 12개 다이아 영롱한 금통 데이토나에

 

꿀리지 않았습니다.



 

..............................

.................

.........

 

 눈으로 뒤덮여있는 나라만을 상상했던 스위스에서 청년들의 피부는 습기를 머금는 셔츠사이로

 

투명하게 비쳐지기 시작했다. 하지만 살색 빛의 부끄러움보다 그곳에서 모든이의 눈이 가장

 

먼저 투사하는것은 각자의 왼손목 혹은 오른손목위에 올려진 기계덩어리 혹은 불순한 회로체

 

였을 뿐이었다. 누군가의 옷이 얼마나 고운 원단을 썼는지 반질반질한 빛을 발한다 해도

 

눈길이 두번 이상 머무르는 경우도 없다. 장인의 손으로 손수 꿰맨듯 주름이 불규칙한 어깨 바느질

 

을 담은 수트 재킷이 눈을 스쳐도 그런것 따위는 스쳐갈뿐, 서로의 눈이 만드는 궁극의 초점은 손목위

 

시계일 뿐이었다.

 

 

쇳덩이로 감싼 시계를 보게되는 일은 흔치 않았고 기껏 쇳덩이같이 보인다 하더라도 빛의 반사로

 

유추하길 플래티넘이나 백색금이 아닐까 싶었다.  겉덩이의 소재는 둘째 치고라도 그 속에

 

빼곡히 차있을 부품들이 연상되는 시계속 보통의 기계보다 몇배 더한 복잡함이 다이얼 위로

 

삐져나오는 모습은 두 청년의 두 시계를 조금 초라하게 만들었다.

 

한 청년의 시계는 IWC라는 곳에서 파는 입문용 시계였고 또 다른 한청년의 시계는 외국의

 

퓨리스츠라는 곳에서는 그 상대적 저렴함과 퀄러티로 서민....아니 국민시계로 이름을 떨치는

 

AP의 RO 모델이었다. 분명 그 두 시계 모두 두 청년의 애정을 남부럽지 않게 받아왔다.

 

하필 그들이 있던 곳이 시계 및 보석 박람회가 열리던 스위스의 바젤이 아니었다면 그들의 시계는

 

각자의 일상 속의 위치에선 남들로부터 미친녀석이라는 판단을 혀끌끌거리는 소리와 함께

 

얻어내었을 터이다. 하지만 그곳에 있는 사람들의 손목위에서 빛이나는 시계들 사이에서는,

 

절대적 빈곤이 사람의 배를 골게한다면 상대적 빈곤이 사람의 마음을 휑하게 만든다는것을

 

공감하게 만드는 굴욕의 구현체로 전락해버리고 말았다.

 

...................

.........

....

 

네, 마크 16과 RO는 그렇게 굴욕을 당했습니다.

 

뭐 저희는 어차피 저희의 사회적지위(?)보다 과분한 시계라고 생각했기에 그리 굴욕이라고 생각하지 않았지만

 

그보다 더 후덜덜한 시계들이 일상이 되어있던 그곳의 특수한 환경속에서 저희의 '시계들만' 주인의 의사와

 

상관 없이 무생물이지만 나름의 굴욕을 느꼈을까 하는 생각이 드는것 뿐이지요.

 

무슨 이야기인가 했더니 조금 시시하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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