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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WISS BRAND

[GG]제랄드 젠타(Gerald Genta) ETC(기타브랜드)

알라롱 685 2007.01.15 19:07

스위스에는 3개의 산업이 있지. 무엇인지 알겠나? 금융과 시계 그리고 초콜렛이지. 나는 원래 패션 디자이너가 되고 싶었어. 하지만 먹고 살기 위해서 시계 디자이너를 할 수 밖에 없었어

 

 

오른쪽이 제랄드 젠타

 

제랄드 젠타의 캐리어는 1954년 시작된다. 패션 디자이너였던 그는 먹고 살기 위해시계 디자인을 하게 된다. ‘처음에는 브레이슬렛의 마디 같은 것과 작은 부분의 디자인을 했었지. 무엇을 하고 싶었냐고? 반세기 이상 지난일이라 생각이 잘 안나는구만’. 우리가 기억해야 할 디자인은 유니버설 제네바의 폴 루터(56)이다. 울트라 슬림의 자동 무브먼트를 사용한 이 시계는 세계적인 히트를 했다. 젠타는 이 케이스에 잡아 비튼듯한 러그를 부여했다. 이 러그는 훗날 오메가와 에터나가 모방하게 된다.

 

이어서 1962년의 오메가 콘스텔레이션과 시마스터에서 성공을 손에 넣게 된다. 유려한 곡선을 그리는 폴 루터의 러그는 케이스와 완전히 하나가 되었다. ‘시계 디자인에서 중요한 것이 뭐냐고? 부드러움이지. 디자인에는 게르만계와 라틴계가 있어. 나는 라틴계에 속하지. 라틴의 디자인은 부드러움이야’. 러그와 케이스가 하나가 된 오메가의 디자인은 60년대, 70년대 트렌드에 큰 영향을 주었다. 젠타는 롤렉스를 높게 평가한다. ‘롤렉스의 오이스터 케이스만큼은 직접 디자인하고 싶었어. 70년 전에 디자인을 해야 했지만 말이지. 그것은 부드럽고 에르고노믹하지’. 부드럽고 에르고노믹함은 62년의 오메가처럼 그의 디자인에 관철된 모티브였다. 케이스의 모서리를 돌출시키지 않는다는 점에서 유행을 만든 것이 아닌가라고 물어보았더니 그렇군. 그거야 말로 나에 대한 발견이군이라 그는 말했다.

 

 

시계 하나를 완전히 디자인한 것은 1970년의 로얄 오크가 처음이지. 당시 사장이었던 그레이씨가 디자인을 부탁했어. 제약은 아무것도 없었지. 그 모델의 뎃셍은 하루 만에 해버렸지. AP의 로고. 자네도 알고 있을거야. 그것도 내가 디자인 한 걸세’. 제랄드 젠타는 울트라 슬림의 디자인이 장기였다. 1956년의 폴 루터가 좋은 예다. 울트라 슬림에 몰두한 젠타의 노하우는 70년의 로얄 오크에서 결실을 맺었다. 모얄 오크는 직경 39m, 두께 약 10mm라는 크고 얇은 (*당시 기준으로) 시계였음에도 넓적하다는 인상을 주지 않는다. 부풀린듯한 베젤, 매끄럽게 만든 모서리, 무광과 유광의 교묘한 조합 그리고 입체적인 조형. 로얄 오크의 방법론은 지금 크고 두꺼운 시계 디자인에 대한 기초가 되었다. 그리고 로얄 오크가 지금도 명맥을 유지할 수 있는 것은 시대를 앞서 간 증명이다.

 

이 시계, 바늘의 모양이 재미있지 않은가? 야광을 많이 사용하려면 이것이 가장 좋지. 드레스 워치를 만들 때는 가장 포멀한 것을 고른다네. 하지만 예를 들어 주말에 스웨터를 입고 외출할 때는 가장 잘 어울릴 것 같지 않나? 로얄 오크는 젊은 시계이지. 앞으로 롤렉스 오이스터와 어깨를 견줄 스탠다드가 되지 않을까?’ 로얄 오크가 제시한 것은 디자인의 방법뿐만이 아니다. 캐쥬얼 한 시계라는 개념을 디자인의 힘으로 알기 쉽게 제시한것이다. 상황에 따라 시계를 바꾼다는 생각은 지금에는 당연한 것이다. 하지만 이것은 로얄 오크 이후의 개념으로, 이 디자인이 없었다면 실현되지 않았을 것이다. 당시의 정가로 3650'위스 프랑이라는 고가의 스테인레스 시계가 대 히트를 하게 된 배경이 거기에 있었다. 이후 젠타는 파텍 필립의 노틸러스, IWC의 인제니어를 발표. 스테인레스제 고급시계라는 새로운 쟝르의 막을 열게 된다.

 

 

평면 글라스의 보급과 함께 시계는 얇아졌다. 하지만 동시에 시계는 입체감을 잃어버리게 되었다. 로얄 오크는 입체적인 베젤로 새로운 해결책을 제시했다. 1975년의 불가리 불가리도 베젤에 문자를 각인하는 것으로 입체감을 부여하려는 시도였다. ‘원래는 ‘BVLGARI’의 문자를 양각처럼 부풀리고 싶었다네. 코인 워치처럼 말이지. 하지만 쉽게 상처가 나기 때문에 음각으로 하게 된걸세’. 베젤을 입체적으로 보이게 하는 방법은 80년대 이후 대중화가 되었다. 유행을 앞서가는 그의 안목에 놀랄 뿐이다. 무엇인가 그려달라는 부탁을 하면 재빨리 시계의 뎃셍을 시작한다. 그 사이에도 쉴틈 없이 말을 건넨다. ‘반세기 동안 10만장을 그렸지. 하도 많이 그려서 무엇을 그렸는지 기억도 안나’  

 

디자인을 생각하고 형태를 만드는 것은 젠타에게 너무나도 일상적인 일이다. ‘오데마 피게와는 관계가 오래되었지. 어떤 여성용 시계를 디자인했어. 그건 3000개 정도 팔렸나. 당시에는 대 히트를 한거지. 원래 그 시계의 모티브는 욕실의 비누였지. 비누를 보자 영감이 떠올라서 비누에 손톱으로 그림을 그렸지’. 영감, 모티브라는 단어로 창작을 설명하는 젠타. ‘가격에 대한 생각이 혁신적인 디자인을 낳는다고 생각하지도 않으며, 적어도 내가 디자인을 할 때에는 가격을 생각하지 않아’. 라고 말하지만 주의 깊게 들어보면 그는 주도면밀한 디자인을 하고 있다. ‘손목시계를 만들 수 있는가가 중요하기 때문에 무브먼트의 기술적인 데이터를 고려하여 디자인하지’. 이 비범한 천재를 지지하고 있는 것은 10만장의 스케치를 그린 거장의 경험이다.

 

제랄드 젠타는 1988년 자신의 이름을 건 회사를 불가리에 매각했다. ‘왜 회사를 팔았는냐고? 디자인을 할 수 없는게 괴로웠지. 아이디어가 고갈된 것이 아니었어. 은퇴 한 게 아니냐고? 내 스스로는 그렇게 생각했지’. 하지만 젠타는 새로운 브랜드 제랄드 찰스를 설립하고 르네상스(*제랄드 젠타의 모델명)’로 부활한다. 그 디자인은 62년 오메가에서 사용한 부드럽고 에르고노믹한디자인을 연상케 한다.

 

제랄드 젠타 터보(Turbo)

 

젠타는 일어서서 르네상스를 손목에 차고 셔츠의 소매(*손목)을 움직였다. 얇고 매끄러워 소매에서 걸리지 않는다. 손목에서 그것을 풀러 케이스를 매만진다. ‘이것은 밴틀리 쿠페의 라인에서 영감을 얻었어. 디자인은 부드럽고 매끄럽지’. 언듯 보면 특이한 디자인이지만 로얄 오크가 기괴하다라고 했던 시기를 생각해보면 놀랄 정도는 아니다. ‘새로운 모델 터보는 억세고 피트감이 좋지 않아. 하지만 일부러 그것을 노린거지. 할레이 데이비슨의 엔진에서 영감을 얻었어. 기분을 업시키는 시계라 할 수 있지’. 젠타는 이렇게도 말했다. ‘확실히 러그의 길이를 늘리면 피트감은 좋아져. 프랑크 뮬러가 성공한 이유도 거기에 있네. 그러나 시계가 두껍고 세련되게 보이지 않지. 거기에 제조 비용이 더 발생하네. 직경 46mm의 시계? 피트감은 좋지 않아’. 울트라 슬립 시계를 디자인 해온 젠타다운 견해이다. ‘앞으로 5년 후 소비자는 피트감을 중시하게 될 걸세. 시계는 다시 얇아 질 거야’. 이것도 시대를 앞서간 젠타다운 통찰이다.

 

당신이 디자인 한 시계를 리바이벌하고 있습니다. 왜 인가요 라고 물었다. ‘글쎄. 나도 잘 모르겠군. 나는 시계를 싫어한다네. 지금에야 시계를 차게 되었지만 일이기 때문이지. 속마음은 차고 싶지 않다 이지젠타는 웃으며 말했다. 예리하게 각을 다듬은 로얄 오크의 디자인도, 날개와 같은 착용감의 르네상스도 이해가 간다. 젠타가 부드럽고 에르고노믹한디자인을 예찬한 이유는 그가 시계를 싫어했기 때문이라고 해석할 수 있다. 원래는 패션 디자이너가 되고 싶었다라는 기분이 없었다는 시대를 앞서 가지 못했을 것이다.

 

우여곡절을 겪고 부활한 제랄드 젠타. 그 부활은 르네상스라 불러도 좋을 것이다. 그가 한 디자인은 예전처럼 앞으로도 우리를 매료시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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