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무브, 다른 브랜드, 다른 느낌 Maurice Lacroix
안녕하세요, Eno 입니다.
모처럼 별 내용없는 글 하나 남겨볼까 합니다.
새 시계 들일때 자금을 보태기 위해 잠시 잠깐 방출할까 고민했다가 바로 철회한 제 모리스 라크로와 마스터피스입니다.
그만큼 제가 나름 아끼고, 생각하면 할 수록 잘 샀다 싶은 시계 중 하나입니다.
비교적 적정한 가격대에 제가 좋아하는 많은 요소들을 갖추고 있기 때문입니다.
스퀘어 형태의 케이스에다, 솔리드 실버 다이얼, 아플리케 타입의 유무광 조화가 잘 된 로듐처리된 양각 인덱스, 샤프한 도피네 핸즈...
그리고 무엇보다 결정적으로, 길게 생각할 것도 없이 이 시계를 선택하게끔 만든 수려하고 유니크한 무브먼트 까지...
사실 푸조나 유니타스 베이스(현 ETA)의 무브가 아닌 이상 5백대에서(또는 그 이하에서) 그것도 사각형태(정확히는 토너형태)의
일정 수준 이상의 고급 수정과 피니싱이 된 무브먼트를 만나기란 거의 힘들다고 보면 됩니다.
현실적으로 토너형태의 무브먼트는 JLC 이상의 거의 하이엔드급에서만 한정적으로 만날 수 있죠.
(JLC 리베르소 스틸 모델에 들어가는 칼리버 976 정도가 그나마 천 이하대에서 만날 수 있는 괜춘한 스펙의 사각 심플 무브먼트일 것입니다)
이런 현실에서 제 모리스 라크로와에 들어가는 라 쥬 페레(La Joux-Perret) 베이스의 무브먼트는 저같은 가난한 유저에게도
일정 부분 이상의 큰 심미적 만족감을 안겨 줍니다.
좀 과장해서 말하자면, 이 가격대에서 이런 무브가 들어간 시계를 만날 수 있었다는 자체가 일종의 횡재로 여겨질 정도입니다.
근데 제가 왜 뜬금없이 이런 무브 얘기나 지리하게 늘어놓고 있냐구요?
다름이 아니라,
올해 보메 메르시에는 여러 개의 눈에 띄는 신상품을 발표했습니다.
그 중에서 제 눈을 단박에 끄는 한 시계가 있었으니, 바로
그들의 사각 시계 컬렉션인 햄튼(Hampton)라인의 10033이 그것입니다.(아래 사진 참조)
어떤가요? 이 시계 참 예쁘장하지 않습니까?
제가 이런 스타일의 클래식한 사각형태의 시계를 좋아해서 그런지 한 눈에 눈길을 끌더라구요.
물론 보메 메르시에란 브랜드는 제겐 개인적으로 그닥 감흥없는 브랜드입니다.
하지만 IWC의 수장이 보메로 옮겨간 이후로는 요즘 이 브랜드의 도약 의지가 장난이 아니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올해 발표한 신제품들만 보더라도 그들의 변화의 노력이 어느 정도인지를 충분히 가늠할 수 있게 하더군요.
특히 개인적으로 확 눈길을 끈 위 모델 같은 경우는
스펙이 궁금해서 공식 사이트를 들어가 보니, 아니나 다를까... 안에 들어간 무브먼트가 제 모리스에도 똑같이 들어간
라 쥬 페레의 칼리버 736-3 베이스더군요.
여기에 보메나 모리스나 똑같이 니바록스 1등급 헤어스프링과 글루시듀르 밸런스휠로 고급 수정을 하고
피니싱에도 좀 더 공을 들인 것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여튼 위에 올려진 제 모리스 무브와 제네바 스트라이프 형태만 다를 뿐, 거의 흡사합니다.(베이스가 같으니 어쩌겠어요?!ㅋ)
물론 시계 케이스는 보메의 그것은, 18K 로즈 골드라서 굉장히 고급스럽고 가격도 한화로 약 1천 중후반대가 예상됩니다.
참고로 바로 위 사진은 제 모리스나 위의 보메와도 같은 무브가 탑재된 모리스 라크로와의 시계입니다.
(이 시계도 다이얼이 참 고급스럽고 예쁘죠? 스틸 모델은 단종되고, 로즈골드 모델만 국내에도 입고돼 있습니다. 한화로는 약 1천 초중반대더군요. )
어떻습니까? 같은 무브가 들어간 각각의 다른 시계들의 느낌이 말입니다.
뭐 별 건 아니지만 검색 도중 이런 새로운 사실을 발견하게 되어
제 개인적으로는 자료 정리 차, 또한 혹시라도 관심있으실 회원님들께는 정보 공유차 이런 형식의 글 남겨봅니다.
ETA 프리즈 선언? 이후 사실 몇년 전부터 워치 인더스트리 내에서 에보슈 무브 수급 전쟁과 같은 형국이 된 게 사실입니다.
더구나 전례없는 기계식 시계 중흥기인데다 각 브랜드들은 전략적으로 장기전에 살아남기 위해 자사 무브먼트 개발에도 열을 올리고 있죠.
하지만 하나의 무브먼트를 새로 설계하고 개발해내기란 엄청난 연구와 기술진, 자본이 들어가게 마련입니다.
그래서 한층 더 Dubois Dépraz나 라 쥬 페레 같은 비 ETA 에보슈 무브 생산 메뉴팩처들이 최근 많은 주목을 받고 있는 것 같습니다.
보메 메르시에의 올해 신상품 중 가장 고급스러운 시계들엔 예외없이 이들 회사의 베이스 무브먼트가 들어가 있고,
크로노스위스의 밸런스 같은 고급스러운 시계에도 라쥬 페레 베이스가 채택되었으며,
콩코드나 기타 수많은 브랜드의 시계들에서도 심심치 않게 발견되더군요.
아직 자사화 진행중이거나 자사 무브 개발이 생각보다 여의치 않은 준 명품급 브랜드들이
너무 잘 알려지고 종종 저가로 인식되는 ETA 베이스와 차별화를 두기 위해, 나아가 ETA 의존도를 줄이기 위해
이런 고육지책 격의 비슷한 행보를 선택하는 건 아닐까 사료됩니다.
이상입니다. 부족한 지식으로 이래저래 떠들어댔군요. 그럼 이만 ^^ 하루 잘 마무리하시길 바랍니다.
댓글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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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개찍사
2011.10.13 17: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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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no
2011.10.13 21:20
빈티지 포럼에 올라오는 날개찍사 님의 다양하고 후덜덜한 컬렉션엔 일찍이 감탄한 바 있답니다. 반갑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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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안개
2011.10.13 18:09
잘 읽었습니다..좋은정보 감사합니다...
부족한 지식이라 하심은 겸손의 극치??? ㅎㅎㅎ
저한텐 아주 해박한 지식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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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no
2011.10.13 21:23
밤안개 님 밑에 까르띠에 득템하신 거 봤습니다. 다시 한 번 축하드립니다. ^^
위 글은 그냥 참고 자료 겸 올린 거지 사실 별 내용 없습니다. ㅋ
그저, 제 시계에 들어간 라쥬페레 사각 수동 무브가 모리스를 제외한 다른 브랜드에서 쓰인 걸 이번에 처음 봐서 왠지 반가운 마음에 포스팅한 것입니다. ㅋ
여튼 좋게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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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lee
2011.10.13 18:10
이런글 많이 쓰셔서...ML 이 가격 높힐까 무섭습니다...ㄷㄷㄷ
ML 은 정말.....계속....쉬쉬..하면서..많이 안알려 지길 바라는게....저의 욕심....^^;;;
pre-JLC 를 보는 느낌이 들기도 하지만 정말 그렇게 되게.. .ML 의 IHM 라인이....좀더 많아 졌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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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no
2011.10.13 21:30
헤헤 tlee 님 ^^ 모리스가 최근 몇년 전부터 마스터피스 라인을 대폭 정비하면서 가격대는 이미 많이 올린 거 같습니다.
마스터피스 라인 내에서도 IHM 무브가 들어간 시계들은 무조건 천만원이 넘죠. ㅠㅠ 이젠 앞으로 더할 거 같습니다.
저도 개인적으로 참 좋아하는 브랜드이고 IHM 무브 들어간 시계들 중 땡기는 녀석들도 한두개가 아닌데 너무 먼 당신이 되어가서 아쉽기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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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롱이형
2011.10.13 20:10
이노님 글 잘 봤습니다. 요즘 바빠서 도통 댓글을 달지 못했는데 회사 당직 서는 중에 짬이나서 글 올립니다. 그나저나 다음 득템은 언젭니까. 이노님이 어떤 녀석을 염두에 두고 있는지 궁금하고 기대도 하고 있습니다. ㅎㅎ -
Eno
2011.10.13 21:37
아롱이형님 방가방가요.^^ 저도 요즘 계속 바빠서 정신이 없었네요. 님은 당직이시군요. ㅋㅋ
다음 득템할 녀석은 아주 뜻밖의 녀석이 될 것입니다. 뭔지는 조만간 포스팅으로 알려드리지요.
근데 넘 기대는 마세요. ㅋㅋ 미리 계획해둔 예산이 한정돼 있어서 크게 근사하고 비싼 시계는 못 산답니다.
단, 중고가 아닌 무조건 백화점서 신품으로 사려구요. 그래서 기변 없이 가능한 오래오래 가지고 가려 합니다. 이번 지름 이후론 당분간 지름도 없을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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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트리스
2011.10.14 09:41
역시 Eno형님 포스팅은 눈에 쏙쏙들어옵니다!
정말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추천한방 날립니다!!
그런데 형님....사각 페티쉬 있으신거아니에요?ㅋㅋㅋㅋ
ㅌㅌㅌ =3 =3 -
Eno
2011.10.14 19:54
포트리스 님 최근 브라이동에서 활발히 활동하시는 거 보았습니다. ㅋㅋ 역시 20대 초반의 젊은 피는 다르군요. 후후...
솔직히 별로 내용도 재미도 없는 글을 잼있게 보셨다니 다행입니다. ^^
아하... 사각 페티쉬요? 네... 솔직히 좀 있는 거 같습니다. 앞으로 사각만 모을까도 진지하게 고려 중일 만큼... ㅋㅋㅋ(농담 반입니다)
그냥 왠진 모르겠어요. 어려서부터 남자의 손목에 올려진 고상한 사각시계가 일종의 로망이었기 때문인 거 같아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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꾸벌뜨
2011.10.14 12:10
멋진 포스팅입니다~ Eno님은 정말 클래식한 사각시계를 좋아하시군요~^^
그런데 보메도 참 이쁘게 나왔지만 역시나 제 눈에는 모리스가 더 이뻐 보이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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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no
2011.10.14 20:03
항상 좋은 말씀 주시는 꾸벌뜨 님 ^^ 넹, 클래식한 사각시계를 좋아한답니다.
아니, 클래식하든 스포티하든 스퀘어 타입 시계 자체를 좋아하는 것 같습니다, 제가... ^^
보메 햄튼 라인은 모리스를 지르기 전에도 잠시 관심을 기울였던 사각 라인입니다. 다만 딱 제 맘에 드는 디자인과 무브가 들어간 시계가 없더라구요.
근데 올해 신상품 중, 딱 맘에 든다 싶어 봤더니, 제 시계와 무브가 같아서 왠지 반가웠답니다. 원래 라쥬페레 이 베이스는 ML외엔 거의 쓰인 적이 없는
나름 레어한 축에 속했거든요. 저두 디자인이나 가격대 면에서나 제 시계라서가 아니라 객관적으로 봤을 때도 모리스 쪽이 더 좋습니다.
무브 피니싱도 제 생각엔 같은 베이스라 하더라도 모리스 쪽에서 더 공을 들인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지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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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sterpiece홍
2011.10.14 16:43
글 잘읽고갑니다^^ -
Eno
2011.10.14 20:03
네에... 반갑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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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브마리너
2011.10.15 12:27
좋은 글.. 멋진 시계와 컬렉션 잘 보고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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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no
2011.10.17 20:49
감사합니다. ^^ 저두 님 글 항상 잘 보고 있습니다. 컬렉션도 부럽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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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민
2011.10.15 14:22
마지막 금통사진은 정말 간지납니다.~
역시 시계는 가운데 노란 금색이 나야 있어보이는건 어쩔수 없군요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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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no
2011.10.17 20:50
정통 드레스 워치는 아무래도 금좀 둘러 줘야 간지가 나긴 하는 거 같습니다. 전 아직 나이가 젊어서 모르겠는데, 나중엔 좋아질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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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타리
2011.11.15 10:39
가장 하단에 있는 사진...전부다 실품인가요??ㅎ 사진처럼 보여서...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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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no
2011.11.19 16:37
제 시계만 빼곤 당연히 사진이죠! 일종의 설정샷인데요. 센스가 부족하신 건지 눈이 안좋으신 건지 ㅋㅋ -
멋쟁이1
2012.02.16 12:44
개인적으로 까르띠에가 사각프레임이 제일 잘어울리는 것 같네요.
-
붉은파도
2012.04.25 15:49
- 작은 곳에 정밀하게 가공 능력 대단하고
예술이네여// 더작은것 도 물론 있지만요...
좋은 하루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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