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아롱이형입니다.
간만에 [티쏘 르로끌] 포스팅 올립니다.
가을로 접어들면서 그나마 날이 좀 선선해져서 출근길에 손목에 올려봤습니다.
어떠신가요?
사실 이녀석은, 예물시계를 먼저 구입해 놓고 결혼 전까지 처가에 맡겨놓고 있던 중,
편하게 찰 수 있는 저렴한 드레스워치를 알아보다 맘에 쏙 들어서 데리고 왔던 녀석입니다.
그래서 제 첫 기계식 시계는 구입일 기준으로는 예물시계인 GP이지만, 실착용 기준으로는
티쏘 르로끌이라 할 수 있습니다.
첨에는 정말 멋모르고 데리고 온 녀석이지만, 시간이 지나고 시계에 대해 조금씩
알아가다 보니 르로끌은 기계식 시계가 갖춰야할 요건의 많은 부분들을 조금씩은
맛 볼 수 있게 해 놓은 종합선물셋트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 "가격"입니다.
물론 일본의 세이코와 같이 더 저렴한 가격에 (세이코5는 20~30만원대 시계가 많죠) 기계식 시계를
내놓는 브랜드도 있지만, 인지도가 있는 스위스 브랜드 중에서는 티쏘의 가성비를 따라올
브랜드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가지고 있는 이녀석의 가격은 정가 기준 60만원 안쪽입니다.
ETA 무브를 사용하는 인지도 있는 스위스 브랜드 중, 오토매틱 시계를 이런 가격에 내놓는 브랜드는
티쏘 외에는 찾기 힘듭니다. 티쏘 모델 중에서도 특히나 저렴한 르로끌은 시계 입문자가 스위스
브랜드의 기계식 시계를 경험하기에 가장 좋은 첫 모델이라고 생각합니다.
둘째, "뒷백"입니다.
많은 시계들을 접하다 보면 기본적인 ETA 28XX 무브 따위 별 감흥이 없어지는 분들도
많으시리라 생각하지만, 전 처음에 밸런스 휠이 움직이는 모습을 보고 너무 감동적이었습니다.
시간이 가는 줄도 모르고 한참을 쳐다봤더랬죠.
하지만 역설적이게도 이녀석의 뒷백은 씨스루백의 아름다움을 일깨워줌과 동시에,
솔리드백의 아름다움 역시 알려주었습니다. 솔리드 부분에는 TISSOT와 1853이
각인되어 있고 Le Locle의 필기체 문양, 담쟁이 덩굴을 연상시키는 클래식한 문양들이
방수 및 글래스 등 시계에 관한 정보들과 함께 각인되어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솔리드백은 그다지 좋아하는 편이 아니지만, 그래도 뒷백에 뭔가 아름다운
문양들을 각인할 수 있다는 것을 처음으로 알려준 것은 르로끌이었습니다.
셋째, "얼굴"입니다.
흔히들 말하길 이녀석의 얼굴은 너무 심심하다고들 말하십니다. 하지만 전 그 말에
동의하지 않습니다. 찬찬히 뜯어볼 수록 심플하고 정제된 아름다움이 느껴지거든요.
이녀석보다 더 심플하고 심심한 얼굴들도 고가 브랜드에서 얼마든지 볼 수 있습니다.
다만, 그 경우 심심하다는 표현은 잘 하지 않으시더군요. ㅎㅎ
우선, 제가 느낀 르로끌 다이얼의 장점은 다음과 같습니다.
○ 길로셰 패턴
- 비록 수작업으로 한 것은 아니라 할지라도 길로셰 패턴이 주는 아름다움을
느껴보기에는 충분한 것 같습니다. 한 종류의 패턴이지만, 로만인덱스가 있는
부분은 패턴을 넣지 않고 그냥 놔두었고, 그 바깥의 눈금 부분에 다시 길로셰
패턴을 넣음으로서, 인덱스의 시인성을 높임과 동시에 다이얼을 크게 세 부분으로
나누어 단조로운 다이얼이 되지 않도록 신경썼습니다.
○ 데이트 창
- 사용하다 보니 데이트 창이 있는 모델과 없는 모델의 차이가 정말 크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미적인 면에서는 케이스 바이 케이스이겠지만, 적어도 실용적인 측면에서는 데이트창이 있는 것이
정말 편리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 물흐르듯 흐르는 초침
- 처음에 기계식 시계를 접했을 때 물흐르듯 흘러가는 초침의 모습을 한참동안 들여다보곤 했습니다.
르로끌의 경우 다른 시계들에 비해서도 특히나 부드럽게 흘러가듯이 느껴졌습니다. 초침이 가늘고
길어서일 수도 있고, 처음 접해봐서 더 그렇게 느꼈을 수도 있습니다. 르로끌은 제게 단지 초침이 흘러가는
단순한 궤적의 반복이 사람에게 엄청난 매력적으로 다가올 수도 있다는 사실을 알려주었습니다.
○ 인덱스 및 핸즈의 오묘한 색상
- 르로끌의 핸즈 색상은 스테인리스스틸의 색감도 아니고, 골드의 색감도 아닙니다. 그 중간 어딘가 쯤의,
빛의 종류와 각도에 따라 달라지는 은은하게 반짝거리고 따뜻한 기운이 감도는 그런 잔잔한 색감입니다.
정확히 어떤 색상이라 부르는지는 알지 못하지만, 르로끌을 통해 빛의 종류와 각도에 따라서 다이얼과
핸즈가 다채로운 색상을 뽐낼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 로만 양각 인덱스의 매력
- 로만 인덱스, 아라비안 인덱스, 바 인덱스, 도트 인덱스 등 인덱스의 형태는 다양하지만, 로만 인덱스가
클래식한 매력을 보여주기에 가장 적절하다는 것은 대부분 동의하시리라 생각합니다. 저 또한 이녀석을
사용하면서 로만인덱스가 주는 클래식한 매력을 알게 되었습니다. 또한, 프린팅 된 인덱스가 아닌 양각 인덱스가
얼마나 매력적인가 하는 점 역시 알게 되었습니다.
○ 유광의 매력
- 시계의 케이스와 브레이슬릿 등은 그 형태도 형태지만, 유광과 무광 가공을 얼마나 잘 하느냐, 얼마나
적절히 섞어놓느냐에 따라서도 그 완성도가 갈립니다. 물론 브라이같은 유광은 아니지만, 르로끌을 차면서
유광이 주는 매력을 알게 되었고, 유광과 무광이 적절한 조합이 중요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 사파이어 글래스
- 외관상으로 보면 사파이어 글래스인지 구분하지는 못하지만, 사파이어글래스라는 것이 있다는 것을 처음
알게 되었고, 르로끌의 가격대에서 그러한 사파이어글래스가 사용되었다는 사실에 뿌듯함을 느끼기도 했습니다.
넷째, "밴드와 버클"입니다.
무려 디버클입니다. 이렇게 저렴한 가격대의 시계에서 디버클이라는 것을 경험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왠만한 브랜드의 디버클 값은 스트랩을 제하더라도 르로끌의 시계가격을 훌쩍 넘어버리곤 합니다.
디버클은 스트랩의 마모를 줄여주고, 시계를 풀거나 찰 때 시계가 떨어지는 것을 방지해
줍니다. 기계식 시계는 쿼츠시계에 비해 묵직한 편이기 때문에 풀거나 찰 때 균형을 살짝만 잃어도 자칫
손목에서 미끌어질 것만 같은 불안감이 있습니다. 하지만 디버클이 있으니 시계가 손목에 걸려 있어
안심이 되더군요. 디버클은 밴드의 마모 뿐 아니라 혹시라도 있을 수 있는 시계의 파손을 막아주는 역할도
해준다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르로끌의 스트랩은 악어무늬 소가죽 스트랩으로, 약간 비닐 느낌도 나기도 하고 결코 품질이 좋다고는 할
수 없습니다. 다만, 악어무늬 패턴의 고급스러움과 그것이 드레스 워치에 잘 어울린다는 사실을 제게 알려
주었습니다.
다섯째, "호환성"입니다.
사실 르로끌은 대표적인 입문용 드레스워치로 분류되며, 좀 더 캐쥬얼한 시계들도
많이 있습니다. 제 생각에도 르로끌은 전형적인 드레스워치이며, 스포티한 차림새에는
잘 어울리지 않는 단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나마 캐주얼에 맞춰보려고 한 사진들입니다.
그렇기에 시계를 선택할 때 목적과 용도를 분명히 해야 한다는 점을 알게 되었습니다.
드레스워치인지, 캐주얼워치인지, 혹은 두 가지 용도 전부로 활용하려는지, 필드용인지 말이죠.
여섯째, "편안함"입니다.
위에서 줄기차게 말씀드렸던 바와 같이, 르로끌은 가성비가 뛰어날 뿐 아니라
가장 저렴한 스위스 오토매틱 시계임에 틀림 없으며, 가장 기본적인 시, 분, 초,
데이트 창만 있는 모델이라 내구성 역시 좋은 편입니다. 따라서 마음놓고 차기 좋고
줄질 연습하기도 좋은, 드레스워치 계의 필드워치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한마디로 막차기 좋죠.
이상, 제가 생각한 르로끌의 매력들을 두서없이 풀어보았습니다.
르로끌의 저렴한 가격 덕분인지 르로끌은 관심 범위 밖인 듯, 타포에서도 르로끌의 매력을 충분히
설명해 놓은 포스팅이 잘 없더군요. 하지만, 전 르로끌이 제가 가지고 있는 GP나 론진 마콜문페 못지 않게
여러 매력을 가지고 있는 시계라고 생각합니다.
세상 모든 시계들에는 다들 각자의 매력이 있습니다.
심심한 다이얼의 에보슈급의 ETA 무브를 쓰는 르로끌에도 저런 매력들이 숨어 있는 것과 같이 말이죠.
회원님들도 지금 소장하고 계신 시계들이 질린다고 금방 기변하시지 말고 오래오래 아껴주셨으면 합니다.
여러분이 선택한 시계, 뜯어보면 볼수록 다들 볼매 아닌가요? ㅎㅎ
댓글 62
-
luvjins
2011.09.22 22:06
수고하십니다 -
아롱이형
2011.09.23 06:59
별말씀을요~ -
sobasic
2011.09.27 10:39
나두 샀는데
-
아롱이형
2011.09.27 11:31
엇. 그러셨군요. 득템 축하드려요~ -
whattimenow
2011.10.02 10:09
심플하고 기본에 충실하다는거,,,크로노 기능을 배제한 ETA 기본모델이지만 ,, 단순하기에 오히려 상위 무부먼트들 보다 안정성은 낫다는 비교글도 있엇죠..
ETA 2824 초보용이라 무시하지 맙시다 ^^
돌고 돌다보니(?) 이렇게 심플한 모델들이 더 좋아지나봅니다. ㅎ 가볍기 까지 하잖아요..
다만,, 야광지원이 안되는거와 드레스 워치로 특화된듯 옷을 가리는것이 약간 아쉬울 뿐입니다.
-
아롱이형
2011.10.02 21:18
네. 맞습니다. 정확히 짚으셨네요. 야광이 안되는 점이나 시인성이 떨어지는 점은 분명 아쉬운 점이지만, 전 개인적으로 드레스워치에 야광은 잘 안어울린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시인성은 확실히 아쉽긴 하지만요. ^^ -
인혜아빠
2011.10.03 09:59
포스팅정말로 잘봤습니다^^
내용이 너무 좋아요~~
-
아롱이형
2011.10.03 14:41
그닥 상세한 사진도, 상세한 지식도 없이 느낀대로만 쓴 글인데 좋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
-
경환님
2011.10.28 21:09
르로끌, 마음에 담아두고 있는 시계인데, 포스팅을 보고나니 갖고 싶어졌네요 ^^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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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롱이형
2011.11.05 22:48
입문용으로는 괜찮은 시계인 것 같습니다 !
-
fengineer
2011.11.05 21:58
감동스럽게 잘 읽었습니다.
-
아롱이형
2011.11.05 22:48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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