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2019년에 흥미로운 자동 크로노그래프 무브먼트가 2개 새로 등장해 소개해 드립니다.
먼저 소개해 드릴 무브먼트는 2018년 발표된 Vaucher Manufacture Fleurier(이하 VMF)의 새로운 자동 크로노그래프 무브먼트인 VMF Cal.6710 입니다.
VMF는 산도즈Sandoz 재단의 후원으로 천재 복원가로 알려진 Michael Parmigiani에 의해 Parmigiani Fleurier와 함께 설립되었고, 현재는 Parmigiani Fleurier와는 서류상으로 독립된 하이앤드 무브먼트 제조 회사입니다.
이 VMF는 스위스 시계산업에서 예전으로 치면 프레데릭 피게(Frederique Piguet; FP)나 JLC(Jaeger Lecoultre)가 맡았던 롤을 담당하고 있는데요, 바로 ETA 같은 범용 무브먼트보다는 등급이 높은 하이앤드급 에보슈 무브먼트를 하이앤드 브랜드나 독립 시계제작가, 중급 브랜드의 고급 라인등에 납품하는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이전에는 이런 역할을 FP나 JLC가 수행했었는데, 자사 무브먼트화가 가속화 되면서 이제 FP나 JLC는 스와치나 리슈몽처럼 같은 그룹에 속하는 브랜드가 아니면 무브먼트 공급을 꺼리는 모양새 입니다.
VMF가 생산하는 에보슈 무브먼트와 그걸 가져다 쓰는 브랜드를 보면 VMF가 업계에서 어떤 역할을 수행하는지 이해가 쉬우실 겁니다.
대표적인게 마이크로 로터를 가지고 있는 VMF Cal.5401인데...
이 무브먼트를 당연한 이야기지만 Parmigiani Fleurier에서도 쓰고,
에르메스도 고가 라인에 사용하고,
심지어 Richard Mille에서도 사용합니다.
이런 VMF가 2018년엔 자동 크로노그래프 무브먼트인 VMF Cal.6710을 발표했습니다.
이 무브먼트는 상당히 특이한게...
유명한 3대 자동 크로노그래프를 몽땅 벤치마킹 하고 있습니다.
바로 제니스의 El Primero, FP의 1185, Rolex의 4130의 특성이 몽땅 담겨져 있는 무브먼트인 것입니다.
VMF Cal.6710의 진동수는 엘프리메로와 같은 시간당 36,000 진동이고, 기어 배열은 전통의 FP 1185를 따르고 있으며...
롤렉스 4130처럼 오프 센터드(Off-Centered) 수직 클러치를 선택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이를 사용한 파르마지아니의 Kalpa Chronograph나...
Czapek의 Chronograph 모두 롤렉스 데이토나처럼 시, 분 카운터가 살짝 위로 올라가 있죠.
그리고 2019년에는 모듈 제조업체로 유명한 뒤부아 데프라Dubois-Depraz(이하 DD)에서 모듈식이 아닌 완전한 Full Integrated 자동 크로노그래프를 선보였습니다.
Cal.540으로 명명된 이 무브먼트는 위에서 소개드린 하이앤드급 자동 크로노그래프인 VMF Cal.6710과는 다르게 좀 더 비용이 절감되는 수평 클러치를 선택함으로서 노리는 바를 명백히 했습니다.
현재 범용 자동 크로노그래프 시장은 ETA 7750이 평정하다시피 했으며, 스와치 그룹의 공급 중단으로 개발되어진 대체품들도 모두 ETA 7750에서 크게 나을게 없는 무브먼트들입니다.
예컨데, 완전한 복제품이라 할 수 있는 Sellita SW500은 말할것도 없고, 최근에 개발된 리슈몽과 IWC의 합작 무브먼트인 Cal.69000 계열도 크로노그래프 작동 방식만 컬럼 휠로 업그레이드 시켰을 뿐 기타 스펙은 7750과 크게 다를바 없는 실정입니다.
하지만 DD에서 개발한 Cal.540은 컬럼휠에 플라이백 기능까지 갖추었으며, 파워 리접도 72시간에 달해 어느모로 보나 스펙상으로 ETA 7750보다 우위에 있습니다.
가격 책정이 어떻게 될지 모르겠지만, 앞서 언급드린 대로 수평 클러치를 선택했다는 자체가 하이앤드 보다는 중급 브랜드를 노린다는 뜻이고, 사실 중급 브랜드에서 ETA 7750보다 우위에 있는 보급형 자동 크로노그래프가 전무한 상황이라 앞으로 DD의 Cal.540은 중급 브랜드에서 자주 볼 수 있을 것 같은 예감입니다.
참고로, DD Cal. 540은 시, 분 통합 카운터가 3시 방향에 위치하는 구조를 가지고 있습니다.
자사 무브먼트화가 20년 이상 꾸준히 진행된 지금, 심플 자동/수동 무브먼트의 자사화는 거의 끝나가는 것 같습니다.
지금까지의 심플 자동/수동 무브먼트의 자사화 과정을 살펴보면,
상위 브랜드에서 아래 브랜드로 점점 자사화가 진행되고, 자사화가 어느정도 진행되면 자사화를 넘어서 최종단계로 하이앤드나 중저가 브랜드가 사용하는 새로운 범용 무브먼트들이 등장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이에 비추어 보면, 자동 크로노그래프의 자사화도 거의 막바지 단계 같습니다.
자사 자동 크로노그래프들이 하이앤드 뿐 아니라 중위 브랜드까지 속속 등장하고 있을 뿐 아니라, 심플 자동/수동 무브먼트에서 관찰되었던 자사화의 최종단계인 하이앤드(VMF Cal. 6710), 중위 브랜드(DD Cal.540)의 범용 자동 크로노그래프가 등장했기 때문입니다.
저의 마지막 바램이자 예측은 이런 자사 무브먼트화 진행이 이제 심플 자동/수동 -> 자동 크로노그래프 -> 수동 크로노그래프로 넘어가는 단계가 아닌가 하는 것입니다.
현재 상위 브랜드에서 수동 크로노그래프의 자사화가 진행되고 있으며...
하이앤드라고 하기는 애매~하지만 그렇다고 아니라고 하긴 힘든 미네르바(몽블랑)의 13-21CH에 이어...
드디어 오메가에서 Cal.321이 부활하는 등...
수동 크로노그래프의 자사화가 점점 아래쪽으로 파급되고 있기 때문이지요.
개인적으로는 아무래도 수동 크로노그래프 중에서 가격적인 면에서 가장 저렴?할 것으로 예측되는 이번 오메가 Cal.321이 흥행해서 점점 더 자사화가 촉발, 마침내 쿼츠 위기 이전처럼 Valjoux23이나 72, Venus 175, Landeron 48 등 다양한 레인지의 범용 수동 크로노그래프까지 등장했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댓글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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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bIime
2019.08.18 2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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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doc
2019.08.19 17:38
수동보단 자동이 편해서 그런지 자동을 많이 선호들 하시지만 특히 수동 크로노그래프는 무브먼트 감상에 강점이 있기도 하지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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믓시엘
2019.08.19 09:39
저도 개인적으로 심플 자동/수동 -> 자동 크로노그래프 -> 수동 크로노그래프 가 진행 방향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렇게 될 가능성이 있겠네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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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doc
2019.08.19 17:39
심지어 독일 브랜드중에 Tutima에서도 자사 수동 크로노그래프가 나왔습니다. 가격은 Tutima 스럽지 않지만요...ㅡ,.ㅡ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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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사마
2019.08.19 11:42
너무 재미있습니다. 올리신글 시간날때마다 하나씩 잘 보고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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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doc
2019.08.19 17:40
감사합니다...저도 글 하나씩 올릴때마다 스스로 정리도 되는 것 같아 좋으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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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파
2019.08.19 20:00
호이어의 cal 11도 언젠가 무덤에서 나오려나요? 흥미진진한 글 잘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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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doc
2019.08.20 11:02
Cal.11은 너무 두꺼비라 되살릴 메리트가 크게 없을 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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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르바
2019.08.20 09:06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두 녀석 다 좋지만 두께가 아쉽네요. 하이엔드에서 fp1185를 선호하는 이유를 알 것 같습니다.
eterna 3916도 외부 업체에 가끔 들어가던데 써보니 나쁘지 않더군요.
그리고 생각보다 버티컬클러치가 가격형성에 크게 작용하진 않는 것 같습니다.
세이코는 버티컬클러치 들어간 녀석을 엔트리로 쓰고 고가라인과 크레도르엔 버티컬클러치 안 들어간 녀석을 쓰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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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doc
2019.08.20 11:03
흠흠...이경우는 세이코가 변태라고 해야되지 않을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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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usTed*
2019.08.20 09:09
좋은글 잘보고 갑니다..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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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doc
2019.08.20 11:03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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