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설의 비급을 찾아서... ETC(기타브랜드)
<몇세대...몇백년 전의 천하제일고수.
후계자 없이 사라진 전대 천하제일 고수의 비급이 세상에 나타나고,
그 비급을 쫒는 무림의 고수들과 세력들...
천하는 혈풍에 잠기고, 우연히 그 비급을 손에 넣은 주인공은...>
위의 내용은 무협지를 읽어 본 사람이라면 한번, 아니 여러번(어쩌면 거의 매번!) 읽어 보셨을 전형적인 무협지의 클리셰 입니다.
요즘 세대들이 킬링타임 용으로 판타지를 읽듯, 무협지를 읽고 자라난 저에게 어느날 갑자기 들던 생각은...
'어째서 무협은 항상 퇴보하는가?'...였습니다.
나름 칼로 밥벌어먹고 산다는 수많은 중원의 고수들이, 수백년 동안 무공을 갈고 닦아 봐야 무명의 젊은이가 전대 고수의 비급을 10년만 익히고 나와도 추풍낙엽처럼 쓸려 나가니...
당췌 중원의 무술가들은 선조들이 남긴것만 익히고 닦을 뿐 새로운 무공을 창안하거나 개선하지는 않는 것인가?
정녕 새로운 달마와 장삼풍은 나오지 않는 것인가?
그런데...저런 상상속의 세계인 무협지에서와 비슷한 상황이 현실 세계에서 벌어지고 있는 곳이 있습니다.
바로 시계, 기계식 시계의 세계에서 지금도 일어나고 있는 일이죠.
1999년, 이제는 전설이 된(예, 그렇습니다. 전설속의 고수...달마나 장삼봉급은 아니라도 천하오절 정도는 되는...) 귄터 블륌라인의 타임존 서면 인터뷰를 예로 들어 보면...
타임존은 귄터가 부활시킨 랑에(A. Lange & sohne)의 무브먼트가 시대착오적이라는
--- 3/4 플레이트의 사용이라던가 자이로멕스가 아닌 스크류 밸런스의 사용, 낡은? 디자인을 표방하기 위해 사용하는 비트 조절기 등(註; 랑에의 스완넥 레귤레이터를 말함입니다. 랑에는 레귤레터가 필요 없는 프리스프렁 밸런스를 사용하는 모델에도 복고풍 디자인을 위해 비트 에러 조절을 위한 헤어스프링의 끝단(sturd)을 스완넥 레귤레이터 모양으로 꾸며놔서 가짜 레귤레이터라는 비난을 받곤 하죠) ---
비판을 받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냐는 질문을 귄터에게 하면서 이미 스스로 질문에 대한 대답을 하고 있습니다.
How do you respond to some comments/feedback that Lange movements are anachronistic
(granted that all mechanical watches are anachronistic in a way)?
랑에 무브먼트가 시대착오적이라는 의견/피드백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모든 기계식 시계가 어떤 면에서는 시대착오적이라는 것이라고 할 수 있지만)
그렇습니다.
(거의) 모든 기계식 시계는 시대착오적입니다.
18세기 중반, 토마스 머지(Thomas Mudge)가 스위스 레버식 이스케이프먼트를 발명한 이래로,
회중시계부터 손목시계까지 그 형태와 모습은 바뀌었어도 그 기본 작동 방식은 똑같습니다.
중간중간, 1930년대 재료공학의 발달로 니바록스 헤어스프링, 글루시두르 밸런스가 등장해서 온도에 대해 비교적 자유로워지고,
현대에 들어서 실리콘 헤어스프링의 등장으로 자성에 대해 자유로워지고 있는 소소한? 업그레이드를 제외하고는,
18세기의 회중시계나 2019년 신제품 손목시계나 그 작동 원리와 기반이 스위스 레버식 이스케이프먼트 이기 때문에 사실상 기계식 시계는 18세기 이후 학문적으로 멈춰있는 죽은 학문이나 다름 없습니다.
(물론 율리스 나르당Ulysse Nardin의 프릭이나 오메가의 코엑시얼 무브먼트, 제니스의 데피 랩 등 비 스위스 레버식 이스케이프먼트들이 있으나 보수적인 스위스 시계업계의 분위기상 이들은 결코 주류가 될 수 없을 것입니다.)
무브먼트 뿐 아니라 심지어 디자인 상으로도 이제는 더이상 나올게 없다...라는 분위기 입니다.
그래서, 더이상 발전이 없는 기계식 시계 브랜드들은 과거 100년 전의 전설의 고수들이 남긴 비급을 탐합니다.
소위 말하는 복각 열풍이지요.
지금으로부터 100년 전에는 셀수 없을 정도로 많은 시계 브랜드들이 다양한 종류의 무브먼트들로 만개해 있던 시절이었으니까요.
그 100년 전 전설의 고수들은 먼저 1930년대 대공황을 겪으면서 몇몇 독립 브랜드를 빼고는 오메가 주도의 SIHH, 론진 주도의 ASUAG로 통합되면서 스러져 갔고...
그나마도 1970~80년대 쿼츠 위기로 전멸하다시피 합니다.
그리고 지금은, 자본주의가 업계를 지배하고 있는 지금은 그 옛날의 고수들의 풍모를 엿볼 수 있는 절세무공은 극히 드물고, 있더라도 많은 대가를 지불해야 손에 넣을 수 있습니다.
서론이 너무 길었습니다...
제가 최근에 전대 고수의 전설의 비급을 손에 넣을 수 있는 장보도(藏寶圖), 즉 보물지도를 손에 넣었습니다.
현행 제품으로는 손에 넣을 수 없는 매력적인 디자인과 무브먼트를 가진 전설의 타임피스들...
그들을 노려볼 수 있는 가이드 입니다.
CHASING TIME - vintage wristwatches for the discerning collector
네 그렇습니다. 이 글은 책소개 입니다...^^
부제 '안목있는 수집가를 위한 빈티지 손목시계' 가 특히 마음에 드는군요...^^
모 온라인 시계 매거진에서 추천하는걸 보고 아마존에서 $35인가에 구입했습니다.
배송도 빠르고 좋더군요.
책에는 거의 100여개에 달하는 빈티지 손목시계가 사진, 간략한 스펙과 히스토리와 함께 소개되어 있습니다.
원래 노리던 시계들도 있고, 뜻밖에 발견한 멋진 빈티지도 있습니다.
책속의 몇몇 위시리스트를 소개해 드릴까 합니다.
개인적으로 빈티지는 현행으로는 구입하기가 극히 힘든(비싼...^^) 수동 크로노그래프를 선호하기 때문에, 크로노그래프 위주입니다.
저작권이 있는 책을 공공연히 사진찍어 올리기가 좀 그래서...책에 소개되어 있는 빈티지를 구글 이미지로 간략한 개인적 코멘트와 함께 올립니다.
꼭 구입하진 않더라도 이베이나 크로노24에서 검색해 보는것만으로도 시간이 훌쩍 가는것을 느끼실 겁니다.
시계인에게는 최고의 킬링타임 아이템이죠...^^
Aquastar Deepstar Chronograph
38/13mm의 환상적인 싸이즈를 가진 다이버! 입니다.
애꾸눈을 연상시키는 오버싸이즈의 30분 카운터와 쿨한 다이아몬드 쉐입의 영구초침이 마음에 듭니다.
베젤의 인그레이빙은 잠수시 CO2 uptake에 따른 감압 인터벌 인덱스입니다(솔직히 저도 무슨말인지 모르겠으나 왠지 전문적이어서 멋있습니다...)
무브먼트는 전통의 Valjoux 23...
너무 마음에 들었으나 검색해 보고 바로 시무룩해진 시계입니다. 크로노24에 딱 하나 떠있는데 호가 $14,318...ㅠㅠ
Bucherer Compax 1966 Chronograph
36/13.5/42mm
12시 방향의 날짜창이 특징인 스타일리쉬한 크로노그래프 입니다.
무브먼트는 잊혀진 크로노그래프의 명가 Landeron 51이 사용되었습니다.
Landeron은 마치 지금의 ETA 7750처럼 많은 브랜드에서 범용으로 사용하던 수동 크로노그래프 Cal.48로 유명했던 회사죠.
참고로 이 시계는 현대에 와서 Bucherer의 자사 크로노그래프 무브먼트를 사용한 애뉴얼 칼랜더 크로노그래프인 Heritage Bicompax Annual로 복각되었습니다.
CWC(Cabot Watch Company) Pilot
40/13/46mm
1972년부터 영국군에 군용시계를 납품하고 있는 CWC의 Royal Navy Pilot watch 입니다.
특이한 카운터 배치가 매력적입니다.
Valjoux 7765의 수동 크로노그래프를 사용합니다.
재미있는 점은 CWC 사에서 지금도 NOS(New Old Stock; 미사용 재고품) watch를 $2,000에 판매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빈티지나 NOS나 가격이 비슷해서 NOS를 노려봄직 합니다.
Hanhart Flieger WWII
41/13/44mm
2차대전 당시 독일 국방군 공군(Luftwaffe)에서 사용하던 파일럿 크로노그래프 입니다.
비슷한 시계가 Tutima에도 있고, 자사 수동 크로노그래프 Cal.40을 사용합니다.
일종의 전범 시계지만 밀리터리 와치쪽에 관심이 있으신 분들에게는 매력적인건 사실입니다.
Heuer Bundeswehr Pilot
43/13/50mm
1960년대, 나치 독일의 루프트바페Luftwaffe가 아닌 독인 국방군 공군(Bundeswehr)에서 사용하던 파일럿 크로노그래프입니다.
43mm의 버거운 싸이즈만 아니었어도 벌써 구입했을...
상당히 현대적인 디자인과 싸이즈에 지금은 찾아보기 힘든 Valjoux 230의 수동 크로노그래프 무브먼트를 사용합니다.
Heuer Carrera Dato 45
34.5/12.5/44.5mm
유니크한 다이얼과 특징적인 러그의 Heuer의 아이콘입니다.
Landeron 189를 사용하고 있으며, 진작에 관심이 있었으나 군침만 흘리고 있는 시계입니다...ㅠㅜ
싸이즈가 너무 작다고 애써 자위하고 있으나(저 포도는 틀림없이 실거야...그럴꺼야...!)...
그런 의미에서 비슷한 디자인으로 발매된 39mm의 Hodinkee Heuer Skipper 한정판이 간절한데 125개밖에 생산 안된 rare bird라 지금까지 매물 한번도 본적 없습니다...ㅠㅜ
(그런 레어템을 타임포럼의 모 회원님은 가지고 계시다는...)
Junghans J88 Pilot
38/14/44mm
한때 세계 1위의 생산량을 자랑하던 검은숲의 강자 융한스의 전설적인 수동 크로노그래프 Cal.88을 품은 파일럿입니다.
전후 독일 국방군(Bundeswehr)에서 사용하던 파일럿입니다.
아이코닉한 베젤로 융한스에서 지금도 Meister Pilot Chronoscope라는 이름으로 복각해서 생산하는데 물론 J88 대신 자동 7750 계열을 사용합니다.
융한스라는 이름이나 실제 독일 공군에서 사용하던 밀리터리 히스토리, 알맞은 싸이즈에 비해 가격이 싼 편인데...
가장 큰 약점이 케이스가 Brass(놋쇠) 케이스에 니켈 도금이 되어있는고로 상태가 썩어있는 경우가 많아서입니다.
진작에 관심이 있던 시계였으나 싼거는 상태가 메롱해서, 상태가 좋은놈은 평균적인 가격보다 상당히 높은 편이라 망설여져서...이래저래 각도만 재고있는 시계입니다.
Lemania Single Button Chronograph
40/12/41mm
RAF에서 사용하던 Pilot 입니다.
Lemania RAF Pilot을 구매하실때는 꼭 single button(monopusher)를 노리셔야 하는데, 그 이유는 single button에 사용된 무브먼트가 Cal.2220이기 때문입니다.(two button은 대부분 Cal.1277(=Tissot Cal.872)을 사용합니다.)
Single button도 다이얼에 'Incabloc' 표시가 있는것과 없는것 2가지 타입이 있는데 같은값이면 'Incabloc' 표기가 있는것을 구입하시는게 좋습니다.
15 리뉴의 시원한 크기를 가진 Cal.2220은 원래 회중시계 베이스의 크로노그래프 무브먼트 Cal.15 CHT로서(two button은 Cal.15 TL) 대부분 충격 흡수장치(Shock Absorber)가 없으며, Cal.15 CHT의 손목시계 버젼인 Cal.2220에는 모두 충격 흡수장치 Incabloc이 장착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그게 그거지만 충격 흡수장치가 없으면 떨궜을때 대참사가...
아무튼 Lemania는 항상 크로노그래프 무브먼트에 강점을 보이던 업체로서, Cal.2220에서 출발한 Lemania의 크로노그래프 계보는 오메가-티쏘 주도의 SSIH에 합류한 후 개발된 Omega Cal.33.3, 그리고 마침내 그 후속작인 전설적인 크로노그래프 무브먼트인 Lemina 2310(=Omega cal.321)의 개발에 이르러 명품 크로노그래프 무브먼트의 방점을 찍는 것입니다.
Omega Speedmaster Ed White
흔히 말하는 Pre-Moon. 즉, 달탐사 이전에 사용되던 문워치 입니다.
아폴로 미션 이전의 제미니 미션에 사용되었던 시계로 착용했던 우주비행사 에드 화이트의 이름을 따서 Ed White라는 애칭으로 불립니다.
문워치와는 달리 크라운 가드가 없는 대칭 케이스이며 다이얼에 'Professional' 표기가 없습니다.
전설적인 문워치 Cal.321을 사용하며 상태 좋은 Ed White는 부르는게 값입니다.
실제 달에서 사용되었던 Cal.321을 사용하는 문워치 105.012나 145.012보다 더 값이 나가지만...
저의 드림워치는 언제나 Original Moonwatch인 105.012 or 145.012 입니다.
와우~ 간단히 소개드린 시계들만 구입하려 해도 시간과 돈이 얼마나 들지...
아무튼 행복한 일은 상상만 해도 즐겁지 아니하겠습니까?
근래에 어울리지 않게 영어책을 몇 권 구입했었는데...제일 마음에 드는 책이어서 소개해 봤습니다.
어서 구입하시고 뽐뿌들 많이 받으시기들...ㅋㅋㅋ
댓글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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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cstatic
2019.05.15 2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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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치타카
2019.05.16 22:12
좋은글 잘 보았습니다
융한스 j88이 눈에 들어오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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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boat
2019.05.26 16:34
시계지식이 대단 하십니다
많은 공부가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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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laudioKim
2019.05.28 18:00
mdoc님 덕분에 좋은책과 더좋은 빈티지 시계들을 구경하네요ㅎ
에드화이트 문워치가 저는 특히 혹하네요~^^
-
556
2019.08.02 20:57
우와 정성어린 포스트 잘 감상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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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희동현아빠
2019.08.02 23:43
정말 대댜하세요.
잘보고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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멋진 글 추천드립니다!
소개해주신걸 보니 책이 매우 궁금해졌지만 더이상의 뽐뿌를 받지않기위해 참아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