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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말 497  공감:2 2015.05.22 01:29

안녕하세요 :)


저번에 오스만 제국 군용으로 납품된 Billodes (Zenith의 전신이죠.) 무브먼트 회중시계를 소개했었지요. (링크) 당시에 터키의 골동품상에게 그 시계와 함께 또 다른 시계도 구입했었는데 그것도 오늘 도착했습니다. 오늘은 이 시계를 소개하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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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소개할 시계는 저번꺼보다 상태가 훨씬 좋습니다. 처음에 케이스에 꼬질꼬질하게 때가 묻어서 어머니의 못쓰는 립스틱을 이용해서 싹 닦아봤습니다. 어디선가 배웠는데 은에 생긴 녹을 지우는데는 립스틱만한게 없다는군요. 실제로도 잘 닦아지고요. :)


이 시계는 1890년대에 제작되었습니다. 정확히 언젠지는 알 수 없지만 (일련번호가 있으니 아마 관련 전문가분들께서 추측이 가능하지 않을까 생각해봅니다.) 저번에 소개한 시계보다 작습니다. 크라운을 제외하고 지름이 45mm, 두께가 10mm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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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얼의 모습입니다. 케이스를 반짝반짝하게 닦아놨더니 반사광이 너무 심해서 사진찍는게 꽤 힘들었습니다. 핸드폰 카메라로 찍는데 촛점 인식이 잘 안되더군요... 다이얼은 역시 세라믹 위에 에나멜로 칠했고, 작은 흠집 하나조차 없습니다.


Zenith의 역사는 1865년에 시작했지만, 초창기에는 다른 상호를 사용했습니다. Zenith의 설립자인 조르주 파브르 자코(George Favre-Jacot)는 1911년에 회사 브랜드 이름을 Zenith로 완전히 굳히기 전까지 여러 상호를 사용했었는데, Billodes (비요드)가 그 중 하나입니다. 비요드는 제니스가 위치한 스위스의 Le Locle 에서 바로 국경너머 건너편에 위치한 프랑스 마을 이름이죠.


이 시계는 비요드가 제작하고, 당시 오스만 제국의 보석, 시계상인인 세르키소프(K. Serkisoff, 누구인지는 확실하지 않지만 이름을 보아 아르메니아계 터키인이었을 가능성이 매우 큽니다.)의 자체 유통채널을 통해 오스만 제국내 시장에 판매되었습니다. 특히 군용으로 많이 납품되었으며, 오스만 제국 황제 (이 당시면 압뒬하미트 2세입니다. 1875년부터 1908년까지 제위했으며 차츰차츰 침략해오는 서구열강에 맞서 이슬람권의 단결을 위해, 그리고 오스만 제국내 소수민족의 독립을 막아 오스만 제국을 유지시키고 황제의 권력을 강화하기 위해 입헌헌법을 뒤집고 언론을 통제하고, 자유주의, 민족주의 사상을 억압하며 공포정치를 펼친 황제입니다. 하도 피를 많이 봐서 '붉은 술탄'이란 별명도 붙은 황제죠)는 사관학교 졸업생들에게 임관기념으로 오스만 제국의 문장이 그려진 회중시계를 선물하곤 했습니다. 이것 또한 많은 수가 Billodes 혹은 Dent London 이라는 회사가 만들었습니다.


다이얼을 자세히 보시면 로마 숫자도, 우리가 익히 알고있는 아라비아 숫자도 아님을 알 수 있습니다. 이것이 오스만 제국 당시 사용되던 숫자로 특히 시계에 이런 장식체를 사용했습니다. 아래 표를 보면 당시에 쓰였던 숫자와 장식체의 차이를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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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계의 뒷판도 딱히 상처는 보이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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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회중시계도 열쇠를 이용해서 태엽을 감고 시간을 조정하도록 되어 있습니다. 19세기 후반에는 용두를 이용해 한큐에 태엽도 감고 시간도 조정하는 매커니즘이 이미 존재했지만 비용문제로 여전히 이런 방식이 쓰였다고 합니다. 특히 Zenith의 경우 1898년 이후에야 이 매커니즘을 사용하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열쇠를 꽃아놓고 찍었습니다만, 애석하게도 이 열쇠는 마찬가지로 골동품수준으로 오래되긴 했지만 오리지널은 아닙니다. 오리지널 Billodes 열쇠는 훨씬 더 단순하게 생긴 막대기모양입니다.


시계의 앞판과 뒷판 모두 용두 꼭대기를 눌러서 열 수 있는데, 이게 참 재미있습니다. 시계 앞판이 위로가게 한 다음 버튼을 누르면 앞판이 열리고, 뒷판이 위로가게 한 다음 버튼을 누르면 뒷판이 열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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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판과 뒷판 뚜껑 안쪽에는 이렇게 상표와 문장, 일련번호가 찍혀있습니다. 0.800 이라는 숫자도 보이는데, 은 80% 합금으로 만들었다는 의미입니다. 92.5% 은 합금을 스털링실버(Sterling Silver)라고 부르는데 80% 은 합금에는 뭐라고 부르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순은은 굉장히 무른 금속이기 때문에 내구력을 강화시키기 위해 일반적으로 다른 금속을 섞는데, 대체로 동, 아연을 섞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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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브먼트의 모습입니다. 오늘날 시계들보다 단순하지만 흥미롭습니다. 사진 오른편에 비요드 상표 및 문장 윗부분에 아랍문자가 쓰여있는걸 볼 수 있는데, 여기에도 옛 터키어로 Serkisoff 라고 쓰여있습니다. (제가 터키학을 전공하다보니 문자개혁 이전의 오스만 제국시절 터키어도 조금은 읽을 수 있답니다ㅋ) 곳곳에 수리한 흔적이 보이지만 깔끔한 편입니다. 무브먼트 부품과 외장은 황동으로 되어있고, 연결부위에는 천연 루비를 박아넣었습니다. 합성루비 제조기술이 1900년대 초반에야 발명되었으니, 그 이전 시계들은 100% 천연보석을 이용했습니다.


무브먼트는 누구나 손쉽게 열 수 있도록 뚜껑 가장자리에 홈이 파여있습니다. 18-19세기까지만 하더라도 시계를 볼때 단순히 시간만 보기보다는 뒤뚜껑을 열어서 시계가 돌아가는 모습을 감상하고 보여주는, 일종의 과시문화가 있었습니다. 그래서 이 당시의 시계를 보면 뚜껑을 열지 않는 이상은 보이지도 않는 무브먼트에다가 당초무늬 등으로 아주 화려하게 장식해놓은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요즘은 기계식 시계 뚜껑을 열면 먼지가 들어가 미세한 부품들에 영향을 주기 때문에 가급적이면 열지 말라고 권하지만 당시에는 누구나 쉽게 뚜껑을 열 수 있도록 한 점이 흥미롭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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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일 모델입니다. 이렇게 화려하게 장식한 무브먼트도 있습니다. 아래에 Billodes 대신에 옛 터키어로 마흐무디예(Mahmudiye)라고 쓰여있는걸 보면 무브먼트만 비요드가 제작하고 나머지는 터키내 제조업자가 만든 것 같습니다.


1890년대에 만들어져 오늘날까지 아주 잘 작동하지만 이 시계에는 어찌보면 치명적이고, 어찌보면 대수롭지 않은 문제가 하나 있습니다.


무브먼트를 보시면 아시겠지만, 가운뎃부분에 시간조절을 위한 기둥이 없습니다. 태엽 감는데에는 있기때문에 태엽도 감을 수 있고 시계도 아주 잘 돌아갑니다만, 시간조절을 하기 위해서는 시계 베젤을 열고 손으로 분침을 돌려줘야 하죠. 헌데 베젤을 너무 자주 열었다 닫았다 하면 시계에 좋지 않을 것 같아서 수리하는 분께 물어보니 이 부품이 부러져서 부품을 직접 선반제작을 해야한다는데 비용을 꽤 세게 부르더군요. (세종대왕님 열분...) 일단은 알겠다고 하고 나왔는데, 이걸 좀 저렴하게 수리할 수 있는 방법은 없나 알아보는 중입니다. 여러분들 생각은 어떠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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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전에 소개한 시계와의 비교샷입니다. 그 시계에 비하면 오늘 소개한 시계는 좀 작은편입니다. (물론 작아도 해도 손목시계보다는 큽니다) 옆에는 크기비교를 위해 동전을 놓았습니다. 오스만 제국 시절의 동전과 100원짜리 이렇게요. :) 이 동전은 40 파라(para)짜리 동전으로 1865년에 주조되었습니다. 굉장히 큰 동전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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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시계 다이얼판 교체를 위한 부품도 오늘 도착했습니다. 헌데 다이얼이 새거긴 하지만 오리지날보다 디테일한 면이 떨어지는 것 같아서 바꿀까 말까 고민중입니다. 위 사진의 시계는 팔려고 내놓으려 하는데, 그냥 뚜껑 수리도 그렇고 다이얼 교체도 그렇고 구입할 분이 원하면 하라고 둬야 할까요?


이상으로 오스만 제국 시절의 회중시계 두번째 이야기를 마칩니다. 긴 글 끝까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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