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으른 자의 불꽃놀이 Chronoswiss
어제 여의도에서 서울세계불꽃축제가 있었습니다. 2000년에 처음 시작했다니 벌써 12년째 되는 행사네요. 가봐야지 가봐야지 한게 12년이 흘렀다는 뜻이군요... ㅎㅎ
그래서 이번에 큰 맘 먹고 갔습니다. ^^
일단, 혼자가긴 뭐해서 아는 후배 한명을 꼬셨습니다. 신사동에서 만나 이른 저녁을 먹고 6시쯤 택시를 타고 한강공원 이촌지구 쪽으로 향했습니다. 여의도 쪽보다는 사람도 덜할 것 같고 사진찍기 좋은 명당자리라는 지난해의 참관기 등을 본 후 결정이었습니다. 찾는 사람이 많겠지란 예상은 했습니다. 한남대교 쪽부터 벌써 강북강변대로가 막히더군요. 택시 기사님 말로는 아침부터 벌써 한강대교 난간에 돗자리 핀 사람들을 봤다더군요.
결론은... 태어나서 이렇게 많은 사람은 처음 봤습니다. ㅎㅎㅎ ^^;
원하던 이촌지구 쪽까지 택시를 타고 들어간다는 건 무리인 듯 해서 꽤나 떨어진 이촌동 입구 쪽에서 택시를 내린 후 걷기 시작했습니다. 벌써 길에는 무수히 많은 사람들이 마치 중국 명절의 대이동을 연상시키는 모습으로 꾸역꾸역 한강쪽을 향하고 있었습니다. 길가엔 노점상들이 맥주며 오징어며 요깃거리들을 팔고 있는 모습에서 오늘이 정말 큰 대목이군나 하는 느낌을 줍니다.
< 마치 난민촌을 연상시키는 극강의 인구밀도... 하지만 이건 그나마 행사장에서 멀리 떨어진 곳의 여유있는 풍경이었슴 >
도착한 곳은 동작대교와 한강대교 사이 쪽인데 벌써 사람들로 가득합니다. 조금이라도 빈틈이 있으면 어김없이 돗자리를 깔고 앉은 사람들로 겨우 사람 지나갈 통행로만 남겨진 상태입니다. 이곳에서 좀 더 좋은 조망을 위해 여의도 쪽으로 전진했습니다. 원하던 곳은 한강철교 지나 원효대교 사이에 이촌지구였습니다. 하지만 한강철교를 지나니 더이상 전진이 불가능할 정도로 사람들이 가득 메우고 있었습니다.
"도대체 이사람들은 몇시에 온거야... ㅠㅠ"
앞으로 가는 희망을 버리고 그나마 조망이 좋은 곳을 찾았습니다. 없더군요...
일단 여기까지 오는데 너무 지치고, 화장실도 생각났습니다. 고수부지에 마련된 화장실은 거짓말 하나도 안 보태고 줄이 200m 이상은 늘어서 있었습니다. 다시 아파트촌으로 나와 카페를 찾았습니다. 불꽃놀이고 나발이고 화장실도 가고 싶고 잠시나마 편히 앉고 싶다는 생각이 밀려왔습니다. 강남에는 10m만 가도 있던 커피숍이 이곳은 정말 없더군요. 겨우 찾았습니다.
이촌동 어느 골목의 카페 '커피공장 103'... 오래된 건물에 소박한 인테리어가 도리어 아늑함을 간직하고 있습니다. 강북의 정취라 할까요. ^^
디제이 DOC의 이재용을 닯은 주인장은 차가운 걸 시켰더닌 뜨거운 걸 주는 센스를 보여주긴 했지만...
아무튼 가장 달달한 카라멜 마끼아또로 급 저하된 당을 보충하고 있는데 창밖으로 시작된 불꽃놀이가 카페 안까지 훤하게 밝힙니다. 4 파트로 나눠 진행되는 불꽃놀이 행사 중 첫번째 팀의 불꽃쇼를 이곳에서 좀 여유있게 관람한 셈이 되는군요. 아직 따뜻한 커피에 카페 분위기도 좋아 잠시 더 쉬기로 했습니다.
달달한 카라멜 마끼아또로 당이 보충되니 시계를 찍어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불끈 밀려옵니다. 세월에 잘 익은 듯 엔틱한 테이블과 정감드는 스텐드가 마음에 들어 이곳에서 급 시계촬영은 했습니다.
일단 여기까지 왔으니 불꽃놀이는 보고가자는 마음으로 다시 한강쪽을 향했습니다.
불꽃... 아름답더군요. 밤하늘에 번쩍이는 불빛과 강렬한 폭파음이 주는 감흥은 현장에서만 느낄 수 있지 않을까 합니다.
돌아오는 길이 걱정되어 3차 불꽃쇼를 보다 발길을 돌렸는데, 사람이 많으니 나와 같은 생각을 하는 사람도 많은 것 같더군요. 갈 때 보다 더 힘든 귀가길이었습니다.
아름다운 불꽃구경과 함께 얻은 교훈이 있다면...
"역시 공짜 점심은 없어..."
사람은 경험이 중요하다는 걸 다시 한번 깨우친 하루입니다. 내년에 다시 온다면 훨씬 더 일찍 오거나 미리 여의도쪽에 공식 지정석을 예매하거나 하겠습니다. 남들보다 더 좋은 결과를 얻기 위해서는 시간을 더 투자하던지, 돈을 더 내던지... ㅎㅎ
물론 사람에 너무 치어 다시 오고싶다는 생각이 들까 하는 생각도 들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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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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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isemi
2014.10.05 14: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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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icus_K
2014.10.05 21:56
불꽃놀이 구경에 비해 고생 강도가 좀 심하기 했습니다. ㅎㅎ
차라리 돈을 내더라도 좀 더 편하게 볼 수 있는 방법이 있다면 이걸 선택하는게 나을 듯 하구요...
63빌딩은 누구랑 가느냐에 따라 달렸겠죠... ㅎㅎ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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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탕카
2014.10.05 23:11
매년 불꽃축제때마다 집으로 가는 길이 너무 힘듭니다 ㅠㅠ 집에가면 베란다에서 불꽃축제 다 볼수있는데.. 여의도만 지나면 바로 우리집인데.. 뺑뺑 돌아가다보면 차안에서 불꽃축제를 볼때도 있습니다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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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icus_K
2014.10.06 00:17
힘들게 불꽃 구경 하고 있는데 아파트 베란다에서 보고 계신 분들... 정말 부럽더군요. ㅎㅎ
하지만 교통은 정말 최악이었습니다. 이런 날은 와탕카님도 그냥 집에 잠복(?)하셨음 참 해피했을 듯 하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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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실2
2014.10.08 11:04
몇년전 불꽃축제때 한강대교에 갇혀있던 악몽이 떠오르네요~ 그래도 불꽃사진은 멋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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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2년전에 갔다가 집에 돌아오는길에 정말 고생했던 기억이 생생하네요 ~
어제 종로에 있었는데 여의도로 넘어갈까 하다가 ~ 인사동으로 넘어가버렸네요 ㅋㅋ
내년엔 음.. 불꽃축제 할때
니콘 D4S를 들고 가는것이 제 희망사항인데..이루어질런지는 모르겠지만요 ^^
아 그리고, 63빌딩 스카이라운지 미리 예약하시면 칼질 하시면서 불꽂놀이 관람하실 수 있는데 비용이 좀 나갑니다.
시계 OEM 스트랩 가격이니 ~ 한번 노려보는것도 나쁘지 않을거 같습니다 ^^
피쿠스님도 주말 잘 보내세요 ~ 타말루야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