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봄날의 그 3초

토요일이라 차가 막히지 않을거라 생각하고 룰루랄라 집을 나섰습니다.

운행 구간은 분당 - 내곡 고속화도로를 타고 오다가 영동 세브란스에서 관세청 사거리에서 성수대교 남단으로 가는 완전 일직선 코스입니다. 길따라 계속 오기만 하면 되는 별 하나 짜리 난이도의 코스이죠. 여기에 차까지 없으면 대박입니다만.

토요일의 여유로움을 만끽하며 신나게 달리다가 도심에 진입. 신호대기에 몇 번 정지가 되긴 했지만 수월했습니다.

이제 곧 도착이로구나라고 생각하며 관세청 사거리를 내려오는데 전방에 펼쳐진 풍경은 엉키고 뒤엉키고 하는 딱 평일 퇴근시간의 그 모습이었습니다.

막히는걸 굉장히 싫어하지만 (이라기보다 막히는 구간을 운전하는것을 싫어하지만) 거리가 얼마 남지 않아서 아수라 대열에 합류 했습니다.

여기저기 들이댑니다. 개념 상실한 여성 운전자 몇 명이 살짝 혈압 게이지를 올렸나 내렸다 합니다.

그러던 와중 꼭 좌회전을 하지 않으면 안되겠다는 의지의 여성 운전자가 차창 밖으로 손을 내밉니다. 사실 성수대교 남단사거리에 도달할때까지 좌회전 라인에 붙지 못하면 다리 건너야 합니다. 쿠헐헐헐.

뭔가 번쩍합니다.

아우디 A4 밖으로 나온 가녀린 손목에는...




대충 이런 느낌이었습니다. 바로 제 앞에서 옆 차선으로 들어가려는 시도를 하고 있었기에 사이즈는 확실하게 보였습니다. 다이얼 전체가 다아몬드로 덮인것 같기도 했는데 아주 강렬하게 짧았던 순간이라 확실한 건 따뜻한 봄 햇살을 받아 '너무 빛난다' 라는 것이었죠.

껄껄껄. 마이너스의 시력을 자랑하지만 이럴때는 시력 2.0 도 넘나 봅니다.

나른나른한 봄의 오후. 잠을 확깨도록 한 3초 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