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ime' 紙 등 권위있는 시사주간지에는 약방의 감초처럼 ROLEX사의 광고가 실립니다.
대개가 두페이지까지 통면 광고인데, 흔히 광고 첫면 등 눈에 잘 띄는 곳에 실리곤 합니다.
ROLEX의 광고는 신뢰감을 주는 특유의 짙은 녹색 배경하에 상류사회의 품격과 전통을 나지막한 목소리로 전달합니다.
얼핏 보면 시계 파는 데에는 크게 관심이 없는 듯 보입니다.
사실 수천 달러(수백만원대) 이상의 고급 시계는 맹렬한 판촉 활동만으로 소비를 늘릴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그렇기에 ROLEX는 소비자들의 흐릿한 기억, 이미지, 환상, 허영심, 꿈 등을 적절히 활용하여,
그것들을 자신들의 상품판매에 유리한 방향으로 장기적으로 유도하는 것을 시도하곤 합니다.
어렸을 때 Time지를 보면서 영어 공부를 한 제 3 세계의 총명한 엘리트 청소년들이,
나중에 성장하면 자연스럽게 ROLEX의 소유자가 되게 하는 식입니다.
사실 시계 업계에서 ROLEX 만큼 흥미로운 기업 경영 전략, 마케팅 기법과,
대중적이면서도 동시에 고급스런 광고를 하는 기업은 흔치 않습니다.
잘 알려진대로 ROLEX는 1976년부터 '롤렉스 상(ROLEX Awards)'를 수여하고 있습니다.
과학, 기술, 탐험, 환경, 문화유산 이렇게 5개 분야에서,
미래의 인류에게 유용한 도움을 줄 수 있는 노력을 한 개인들에게 상을 주는 것입니다.
물론 이 상은 ROLEX의 브랜드 이미지를 좋게 하는 것이 주된 목적이고,
한편으로는 '기업의 사회적 책임'과 관련된 진지한 노력이기도 합니다.
(이것을 폄하하거나, 비아냥 거릴 필요는 없습니다. 중국 상장 기업의 99% 이상이
지난 2005년에 단 한푼의 사회적 기부를 한 적도 없다는 보도를 접하게 되면 오히려
소비자들은 이런 자선활동을 지속적으로 하는 기업에 관심과 박수를 보내는 것이 옳습니다.)
그렇다면 Time, The Economist, Forbes 같은 잡지들에
일상적으로 실리는 ROLEX의 잔잔한 시리즈물 광고기법들에 잠시 주목해볼까요?
ROLEX는 예컨대 (좀 격이 떨어지는) 하위 경쟁 업체인 OMEGA처럼
요란스럽게 연예인이나 유명인들이 자기 회사 시계를 차고 있는 사진을 크게,
그것도 시계가 돋보이게 싣는 식의 광고는 절대로 하지 않습니다.
(미셸 위가 새로 나온 OMEGA 차고 오메가 매장을 걸어 나오는 식의 광고를 연상해 보십시오.)
유명인들을 등장시켜도 그 사람의 훌륭한 업적, 매력 등을 조용히 낮은 목소리로 이야기할 뿐,
시계를 차고 있는 손목을 '클로즈 업'하는 식의 천박한 접근은 철저하게 지양합니다.
다시 또 OMEGA 이야기를 꺼내 오메가 팬들에게 대단히 미안하지만,
1969년에 달나라 갔던 이야기를 아직도 울궈먹는 식의 화제 빈곤에도 빠지지 않습니다.
마지막으로 OMEGA 팬들에게 한 번 더 안 된 말이지만,
무수한 한정판(limited)을 量産(양산)해서 돈 좀 벌어보겠다는 식의
추한 행각을 하는 일도 거의 없습니다.
아래의 광고는 롤렉스 광고중에서는 그나마 대단히 노골적으로 ROLEX를 선전하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그러나 롤렉스를 착용한 거물의 얼굴을 반 이상 가려 보이지 않게 하고 있음에 주목하게 됩니다.
OMEGA(로 대표되는 2급 브랜드)라면 이런 류의 광고를 내보낼 때
아마도 名士(명사)의 얼굴을 보란듯이 다 내보였을 것입니다.
시계를 잘 드러내 보이게 하려고 셔츠 소매는 아예 걷어붙이고.
그게 '직빵으로 먹혀드는' 광고효과라고 철석 같이 믿는 것이지요.
(물론 이 광고의 반쯤 가려진 얼굴은 그냥 모델입니다.
저는 지금 하나의 정형화된 패턴을 이야기 하는 것입니다.)
그러나 ROELX(로 대표되는 1급 또는 그 이상을 지향하는 브랜드들)는 이런 류의 광고를 내보낼 때
모델이 지나치게 드러나는 것은 무엇보다도 그 名士(명사)와 이 값진 상품 둘 모두의
소중한 品位(품위)를 지키기 위한
禁度(금도)를 넘어서는 행위라고 생각하는 듯 합니다.
사실 사진 한장과 기껏해야 한 두 단락의 문장으로 이루어지는 ROLEX의 광고들은
대단히 견고하고 품위있으며 사려깊고 아름다운 문장들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실제로 많은 ROLEX 광고들은 자라나는 청소년들이 오려내서
책상 앞에 붙여놔도 손색이 없는 내용들을 담고 있습니다.
설령 아래쪽에 붙은 시계 사진 부분은 잘라낸다 해도.
글자 크기 선택에도 묘미가 있습니다.
가장 큰 대문자 글씨들로 이루어진 문장들만 골라 읽어 보십시오.
추신 :
상기 글에는 OMEGA사에 대해 부정적으로 언급한 내용들이 포함되어 있으나,
OMEGA가 ROLEX보다 모든 면에서 못하다는 의미는 물론 아닙니다.
단지 두 회사는 주안점을 두는 고객층이 약간 다를 뿐이며 서로 상이한 생산 및 판매, 홍보 전략을 갖고 있을 뿐입니다.
이 글은 그저 ROLEX사를 높게 평가하는 애호가라면 두 회사에 대해 이런식의 주관적인 이미지 내지는 평가를 내리는 경우가 적지 않다는 점을 지적했을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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