뀨그린의 대모험 Submariner
안녕하세요. 알라롱입니다.
추석연휴를 앞둔 오늘, 저는 반나절 근무를 마치고 볼일을 보러갔습니다.
얼마 전여친(A.K.A 현 와이프)의 드림카였던 각진 영국차를 지인의 지인으로부터 양도받았습니다.
네 그렇습니다. 말도 많고 탈은 더 많은 랜XX버의 디XXX리입니다.
요즘 캠핑이다 차박이다 해서 더욱 몸값이 높아진 차종이긴 한데, 엔진 리콜대상에 해당 동호회를 눈팅하고 있으면 체감상 일, 이주에 한 대꼴로 엔진 트러블로 차가 뻗습니다.
엔진 외에도 트러블이 생기는 부분이 많아 어지간한 애정이 아니면 유지관리하기가 쉽지 않아 보입니다.
독일제 썩차를 좀 타본 얇팍한 경험이 있어 어케 되겠지라는 마음으로 덥썩 인수받고서는, 바로 며칠있다가 빨간색 경고등이 들어온건 안비밀입니다만....
(경고등의 이유도 되게 어이없었지만 새로운 노란색 경고등이 떠서 마음이 매우 편온한 상태입니다)
태풍에 날아간건지 고양이가 탐을 낸건지 번호판 봉인이 사라져서 아예 새로운 번호판으로 바꾸러 떠나봅니다.
아끼느라 잘 차지 않는 뀨그린을 찼는데 다 이유가 있습니다.
사무실이나 집 근처에 차량등록사업소의 출장소가 있지만, 제 차는 후방 번호판이 구형인 짧은 번호판입니다.
구조상 긴 번호판을 못달기 때문에 번호변경을 하려면 혹시나 번호를 새로 파는 작업을 해야할 수도 있어 아예 번호판 제작소가 있는 본점(?)으로 옵니다.
혹시 짧은 번호판인데 현행의 8자리 긴번호판 밖에 안된다고 하면 싸워야 할 것 같아, 대중적으로 먹어주는 롤렉스를 차고 왔습니다.
롤렉스를 착용하면 굽은 어깨가 펴치고 목소리가 두 볼륨 정도 커지는 효과가 있으니까요.
차를 그늘에 세워두려고 안쪽으로 들어왔더니 이런 곳입니다.
사진의 용건으로는 별로 오고 싶지 않은 곳이네요.
두근두근 떨리는 마음으로 신청서를 씁니다.
제가 이래뵈도 행정병 출신이라 이런 공문서는 엄청 잘 씁니다.
한석봉 선생께서 보면 싸대기 때릴 악필로 신청서를 쓴 다음, 번호표를 뽑고 다소곳하게 차례를 기다립니다.
잠시 여기가 어디인가 싶었지만 인터내셔널한 용인임을 깨닫습니다.
뭔가 뜻대로 되지 않는지 자꾸 어디에 전화를 합니다.
사진에는 없지만 무섭게 생긴 아저씨들이 창구에서 큰소리를 지릅니다.
저는 매너있고 스마트한 민원이기 때문에 '쯔쯔' 혀를 찼지만, 짧은 번호판이라서 번호변경 안된다면 잘 보고 있다가 똑같이 해야될 것 같습니다.
국제적인 분위기와 악성민원인이 한데 모여 혼돈의 카오스가 연출됩니다.
이런 분위기가 불편한 걸 보니 저는 아직 세련된 국제인이 아닌가 봅니다.
빨리 제 차례가 오길 기다리며 시간을 확인합니다.
아 오늘은 모처럼 날짜까지 맞추고 왔습니다.
신청서에 날짜를 잘못 쓰면 안되니까요.
담당 공무원은 악성민원인 내지는 말을 못알아듣는 민원인이 많았는지 A4용지에 그림까지 그려가며 "니 번호판은 앞이 길고 뒤는 짧은 혼합형"이라 알려줍니다.
길이가 짧은 번호판은 구형인 7자리 번호판으로 유지되는데 저는 7자리가 더 좋습니다.
짧은 번호판에도 8자리를 할 수 있는지 물어보려다가 한 대 맞을것 같아 조용히 있었습니다.
원하는 번호 10개 중에 마음에 드는 1개가 있었으나 집에있는 1, 3호기 뒷자리가 홀수라서 별로 맘에 들지 않는 짝수 번호판을 고릅니다.
저는 스마트한 민원인 답게 인지대, 번호판 제작 및 부착 비용을 백원짜리까지 맞춰서 가져와 매끄럽게 처리를 하고 새 번호판 작업이 완료되길 기다리고 있습니다.
예상(?)과 달리 너무도 빨리 순조롭게 번호변경을 완료했습니다.
구 번호판을 반납하러 들어가니 인터내셔널한 분위기와 악성민원인도 사라졌습니다.
이 모든게 뀨그린의 가호 덕분입니다.
그럼 추석연휴 잘 보내세요. 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
댓글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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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레오놀
2022.09.08 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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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라롱
2022.09.08 20:16
ㅎㅎㅎㅎㅎㅎㅎㅎ 제가 캠핑은 싫어하고 글램핑은 좋아합니다. 근데 캠핑도 곧 끌려가겠죠? ㅎㅎㅎㅎㅎ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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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o
2022.09.08 20:09
아 너무 재밌게 봤습니다 ㅋㅋㅋ 첫 사진 계기판에서 혹시..? 했는데, 지름이었네요. 축하드립니다^^ 부디 트러블이 조금이라도 덜 발생하길...
ps. 그리고 암만봐도 디스커버리는 구형이 진리 같습니다. 디자인이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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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라롱
2022.09.08 20:19
이미 망한거 같습니다. 노랑, 빨강 알록달록한 경고등이 황홀합니다. 사실 돌아오는 길에 자동세차기에 돌렸는데 트렁크 실내등에서 물이 떨어졌습니다. 노련한 썩차 오너답게 고무패킹이 빠진걸 알고 끼워 넣어 해결했습니다. 영국맛 즐기려면 이 정도는 스스로 해내야죠. 물론 주변 내장재는 다 젖었습니다. 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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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소빠
2022.09.08 20:41
ㅋㅋㅋㅋ 오랜만에 글 읽다가 찐웃음 터진 글이네요. "롤렉스를 착용하면 굽은 어깨가 펴치고 목소리가 두 볼륨 정도 커지는 효과"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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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라롱
2022.09.08 20:53
ㅎㅎㅎㅎㅎㅎ 굽은 어깨가 펴지고 목소리가 커지기는 커녕 무서운 형들한테 뀨그린 뺏길까봐 두려웠습니다. 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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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알라코
2022.09.08 22:03
알라롱님 말씀이 너무 재밌습니다. 차도 ㅎㅎ 이쁜거 같고요 저는 장가간다고ㅠㅡㅜ 아빠들의 차로 왔더니 아직 총각갬성에는 잘 맞지 않네요 멋진 뀨그린과 좋은 하루되셨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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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라롱
2022.09.09 12:16
ㅎㅎㅎㅎㅎㅎ 아기 태어나기 전까지는 버티시지 아쉽습니다. 아기가 있어야 진정한 패밀리카지요. 이렇게 높은 차는 첨이라 저도 잘 맞는거 같지는 읺습니다. 적응해 보려고 합니다.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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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갑부
2022.09.08 22:41
전형적인 천고마비의 하늘입니다~ 그런데 외국인들이 보이는 심상치 않은 분위기와 번호판 변경??ㅎㅎ
아무튼 일사천리로 잘 진행하고 오셨으니 추천 꾸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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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라롱
2022.09.09 12:19
ㅎㅎㅎㅎㅎㅎ 전산상에 번호판 규격까지 다 들어가 있어서 괜히 쫄았습니다. 다음(?)부터는 롤렉스 안차고 가도 될 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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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승시계
2022.09.09 10:33
명절전에 알라롱님 덕분에 웃고 갑니다. 이제부터 차박하기 좋은때이네요. 저도 캠핑은 싫어하는데 건투를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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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라롱
2022.09.09 12:20
으 캠핑은 군대에서 헀던걸로 충분합니다. ㅎㅎㅎㅎㅎㅎㅎ 하지만 제 의사는 상관이 없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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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laudioKim
2022.09.09 10:43
흐흐흐 어릴적 읽었던 톰소여의 모험 이후 가장 흥미진진한
모험기가 아니였나 합니다ㅎ
꾸그린은 롤리티가 잘 안나서..
굽은등은 펴지지는 않을텐데요ㅎㅎ
그래도 잘 원하는 니즈를 충족 시킨듯 하여 다행입니다ㅎ
전 이런 불편함이 없고자 국산 H브랜드를 애용하고 있답니다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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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라롱
2022.09.09 12:22
뀨그린 무시하시는겁니까. 제가 롤렉스는 이거 밖에 없어서 효과있다고 해주십쇼. ㅎㅎㅎㅎㅎㅎㅎㅎㅎ 차는 이러나저러나 국산이 갑입니다. 수입은 고장 없더라도 기본으로 서요되는 시간이 너무 깁니다. ㅎㅎㅎㅎ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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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ly
2022.09.09 18:23
즐거운 명절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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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9
2022.09.10 10:53
뭔가 고장 안 나는 것 + 고장 잘 나는 것 구성이네요;
물 안 새는 것 + 물 새는 것 구성도 되겠습니다. ㅎㅎㅎ
저도 캠핑 참 싫어하고, 고장 잘 나는 랜드로버도 별로인데
와이프가 디스커버리 신형 사서 캠핑 가자고 하면
매달 갈것 같습니다. ㅎㅎㅎ
아 그리고 뉴욕은 그린섭 차고 등 펴고 다니면 강도를 만납니다.
한국이 부럽습니다, 하여튼 좋은 추석 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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쫀득쫀득붕어빵
2022.09.12 22:37
글 정말 재밌게 읽고 갑니다. ^^
용인시청 근처 다녀오셨네요~
구구그린 사진도 잘 보고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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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upplus
2022.09.25 22:40
구구그린은 진짜 최고의 시계인 것 같아요..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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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 상남자 알라롱님에게 걸맞는 시계와 자동차군요 ㅎㅎ 언젠가 캠핑에서의 착샷도 도 기대가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