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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드몽 700  공감:6 2017.06.05 21:35

아주 어렸을 때는 언제나 새 것을 좋아했습니다.

조금이라도 기스가 나 있거나 누군가의 손 때가 묻어 있으면 쳐다보지도 않았죠.

항상 새 것을 갖고 싶어했고, 그래서 어느 정도 나이가 들어서도 빈티지라는 개념을 처음 접했을 때 매우 이상했습니다.

왜 빈티지라고 붙어 있는 물건이 더 비쌀까?


어느 정도 나이가 들고, 인생의 중반에 와 있다고 느껴지는 이 시점에서는, 

헤리티지라는 말이 참으로 와닿습니다.

그것은 어쨌거나 어떤 혈통, 그리고 세대 간의 이어지는 유산, 

시간과 공간의 공유 속에서 연결된 느낌이라는 그런 아주 애매한 느낌을 주거든요.


며칠전에 첫 딸아이의 백일 잔치를 했습니다.

간단하게 집에서 부모님을 모시고 식사와 함께 사진 몇장을 남기려고 했었는데, 

부모님께서 생각지도 못한 선물을 갖고 오셨습니다.

바로 제가 사용하던 은수저였습니다.


2017-06-05 09.08.11.jpg


부모님께서는 장남이었던 제가 태어나서 받아 쓰던 몇가지를 첫 손주가 태어나면 물려주려고 하셨던 모양입니다.

저도 태어나서 숟가락을 집기 시작했던 바로 그 시절부터 집에서 항상 제 자리에는 저 숟가락이 놓여져 있었고, 

집을 떠나있지 않을 때는 항상 집에서 저 숟가락으로 밥을 먹었습니다.


이 은숟가락은 너무 오래되서 색도 변색되고, 이제는 숟가락이 작아져서 어느새부터인가 쓰지 않고 있었는데, 

새롭게 리폼해서 다시 제 첫딸에게 돌아온 것이지요.


2017-06-05 09.08.18.jpg


리폼을 했어도 남아있는 저 변색된 부분들이 왜 이렇게 정겨워 보이던지요.


이렇게 시대를 거쳐 이어지는 물질을 통한 정신, 

그런 것들이 바로 우리가 말하는 헤리티지가 아닐까라는 생각을 해보았습니다.


현재 우리가 부르는 명품 같은 것들도 사실 기술이나 마케팅을 통한 포지셔닝이 다가 아니라, 

시대를 관통하는 정신, 그리고 세대를 넘어 이어지는 고집들이 지금의 위치에 오르게 한 원동력일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처음에 롤렉스라는 시계를 선택했던 것도 비슷한 생각 때문이었습니다.

고집스러운 품질과 기술에 대한 도전도 좋지만, 

계속해서 지켜나가는 그 신념들이 유지되는 모습이 참 멋있어 보였습니다.


공산품이 아닌 것이 없는 대량생산의 시대에, 

세대를 넘어 물려줄 수 있는 것들이 있다는 것은 시대를 지배하는 자본주의에 대치되는 성질의 것일 겁니다.


비록 은이 아닌 스테인리스지만, 

제가 차고 있는 시계도 이렇게 대물림 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이제 조만간  딸이 어서 자라서 제가 차고 있는 시계를 물려 줄 수 있는 그때가 하루 빨리 왔으면 좋겠다는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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