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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드몽 1729  공감:8 2016.10.03 17:42

어느덧, 서브마리너와 함께 한지 1년이 되었네요.

생각지도 못했는데 선물 받은 시계를 통해서 타임포럼에 가입해서 정식으로 활동하게 되었고, 

또 몇몇 시계 관련 행사들도 다녀보고 여러모로 의미가 깊은 시간들이었습니다.


올해 마지막이라는 연휴의 끝자락에서 날씨도 선선하니, 

그냥 몇글자 적어볼 요량으로 글을 써봅니다.



저는 무엇이든 하나를 선택하면 꽤 오랫동안 사용하는 편입니다.

그만큼 고민도 많이 하고, 필요 이상으로 생각을 해서 시간을 끌다가 타이밍을 놓쳐버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를테면, 뽐이 죽는거죠.


정말 마음에 드는, 눈길이 저절로 고정되서 머리속에 울려퍼지는 종소리로 가득한 경우에도, 

왠만하면 한번 쯤 외면해 봅니다.

저 나름대로 이 물건이 나와 함께할 운명인지 시험해보는 일종의 의식이랄까요?


..라고 쓰면 뭔가 있어 보이겠지만, 

사실 이건 경제적으로도 풍요롭지 않았던 이유가 오할 정도 될 것이고, 

부모님께 떼를 써서 사주신 것들을 갖고 놀다가 금새 관심을 잃을 때가 많았는데, 

그때마다 부모님께서 씁쓸해했던 것을 옆에서 지켜본 기억이 제일 큰 요인일거라고 생각합니다.



어쨌거나 요즘 세대와는 다르게 중고로 잘 사지도 않고, 중고로 잘 팔지도 않죠.

시간이 지나면 수명이 끝나버리는 전자제품의 경우에도 그렇습니다.

처음 구입했던 삐삐와 휴대폰, PDA 등등의 제품등은 서랍 어느 구석에서인가 쿨쿨 잠이 들어 있습니다.


어떤 사람들은 정리를 잘 해놓고 풀박스를 잘 구비해놓기도 하지만, 

저의 경우엔 보통은 꽤 험하게 사용하고 결국은 오랜 세월에 의해 생긴 영광의 상처들로 뒤덥혀 있죠.

그도 그럴 것이 저는 동일한 카테고리에 속한 물건은 하나만 씁니다.

시계도 툴워치, 혹은 데일리 워치 처럼 매일 착용하는 용도로 쓰는 시계가 있듯이 물건을 살 때는 딱 원탑 하나만 남겨놓는 편이지요.


그러니까 바꿔말하자면, 

..고장날 때까지 혹사시키다가, 고장나면 서랍 한켠에 던져둔다.. 정도로 해석하시면 되겠습니다.

손때가 묻었다는건 원래 다 이런 의미 아니겠습니까?

주인의 손에서 그 용도로서의 운명을 다 하는 것이죠.



그런 의미에서 서브마리너는 사실 처음부터 제가 계획한 것은 아니었습니다.

아무래도 기계식 시계에 대해 고가이고, 관리가 그만큼 어려운 것이니만큼, 

가성비가 낮아 실용적이지 못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부모님께서 정장을 살때 함께 사주신 시계가 술을 마시고 구르다가 스크래치가 크게 났던 가슴 아픈 기억이 있어 더욱 그랬죠.

가성비하면 군대 갈 때 고속터미널 지하상가에서 산 두꺼비 전자시계가 최고라고 생각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브마리너는 확실히 정말 돈이 있다면 꼭 한번 차보고 싶던 시계였습니다.

그 명성도 명성이었거니와, 

시계를 찬 팔뚝이 주는 이미지가 말로 형용할수는 없지만, 희안하게 멋져보였거든요.

시계만 볼 때보다, 팔뚝 샷이 배는 더 멋져보입니다.

진짜 누군가가 무의식 중에 인셉션시킨 것처럼 말이죠.



그렇게 생각만 했던 서브마리너를 착용하게 되었을 때, 

그 느낌은 아직 생생합니다.

대부분 롤당분들은 이런 느낌들을 갖고 계실테니까, 

어떤 느낌인지 잘 아시겠죠..


황홀하게 쳐다보다가도, 

약간은 허술한 마감에 좀 실망하기도 하고, 

그러다가도 다시 빠져들기도 하기를 반복...


그렇게 1년 동안 서브마리너를 착용해오면서, 

서로를 이해하고 잘 적응한 것 같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처음에는 기스도 나고, 엄청 신경이 쓰였지만, 

함께 생활하면서 생긴 생활 기스들을 보면서, 드디어 조금은 친해진 친구가 된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photo244793834745211484.jpg




저는 서브마리너 오리지널, 스틸을 착용합니다.

이 친구는 데이트 창이 없죠.

그래서 딱히 용두를 조작할 일이 없습니다.

그저 열심히 착용하고 다니면 그것으로 충분합니다.

그리고 스틸이라서 금통보다는 기스에 덜 연연해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시간 오차가 자세차에 따라 꽤 유의미한 차이가 있습니다.

제 라이프 스타일 상, 조금이라도 적게 움직인 날에는 시간이 느려집니다.

반대로 조금이라도 평소보다 많이 움직인 날에는 시간이 빨라지죠.

오차에 민감했던 저는 이제 어느 정도 이 친구와 손발이 맞아지는 느낌입니다.


이 시계는 자신만의 규칙이 있어서 제가 그 규칙을 잘 지키면 오차가 없지만, 

그게 아니라면 아주 정확하게 시간이 느려지거나 빨라지는거죠.

이 친구의 라이프 스타일이 저와 크게 다르지 않아서 다행이라고 해야할까요?


야광은 그리 좋은 지속성을 갖지는 못합니다.

가끔 어두운데를 들어갈 때나 눈에 띄는 정도지요.

만약 어두운 곳에 오래 있거나, 빛이 완벽히 차단된 곳에서는 시간을 알길이 없을 겁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참 미남입니다.


이제는 비록 비닐도 거진 다 떼어내고, 용두 옆에 작게 붙어있는 부분만 남겨놓은 상태입니다.

대부분은 해변에 가거나 여름 날 착용하다가 오염되서 떼어냈죠.

참, 해변에서 차실 때는, 생각보다 기스가 많이 나더군요.

하지만 그런 기스를 신경쓰지 마세요.

이 친구는 그런 상처에 매우 강하거든요.


시계 세척은 대충 이주에 한번 꼴입니다.

평소에 붓질로 대충 털어주며 사용하다가, 좀 더러워졌다 싶으면 샤워할 때 들고 들어가, 

중성 샴푸로 잘 닦아주고, 말려주면 광이 되살아나더군요.


마치 세차를 할 때와 같습니다.

..비록 최고의 차는 아니지만, 넌 내 유일무이한 차다. 항상 내 다리가 되어주어 고맙다.. 라고 되뇌이면서, 

도장면이나 휠등을 꼼꼼히 살펴보고, 

가끔은 본넷을 들어 엔진오일 점도도 체크해보고, 

내부 청소도 싹 해주듯이, 

시계도 마찬가지로 그동안 얼마나 많이 기스가 났고, 

시계 오차는 얼마나 나고 있는지 확인하는 시간인 셈이죠.


세차를 하면 물때가 얼마나 지독한지 알 수 있는데, 시계도 마찬가지더군요.

그래도 여차하면 물에 넣어 헹궈주면 되니 사실 관리도 그렇게 어렵지 않은 셈입니다.

철분제거제를 뿌리거나 왁스를 바를 필요는 없으니까요..



타포분들처럼 다년간의, 그리고 다양한 시계 생활을 경험해보지는 못했지만, 

아마도 앞으로도 다양한 시계를 찰 일이 별로 없을 겁니다.

왜냐하면 이 친구는 저와 함께 할 때만 심장이 뛰거든요.

마치 저를 보면 반가워 어쩔줄 모르던 옛날 우리집 강아지 같이, 

제 손목에 붙어 있을 때만 심장이 뜁니다.

잘 때 벗어놓으면 점점 심장이 느려지죠.

그러니 어떻게 제가 이 친구 말고 다른 친구를 들일 수 있겠어요.


아마도 지금 만난 이 친구를 계속 혹사시키면서 살아가겠죠.

머지 않아 심장에 문제가 생길 때 쯤, 오버홀을 시키게 되면 어떤 기분일지 잘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그 때도 오버홀만 해달라고 요청할 것 같아요.

폴리싱으로 함께 해온 생활 기스들이 없어지면 왠지 어색할 듯 합니다.



아무래도 이제 저녁 시간이 다 되었으니, 

여기서 멈춰야할 것 같습니다.


타포 롤당 여러분들도, 

연휴의 마지막 날을 잘 마무리하시길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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