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계식 시계에 대한 단상 Submariner
기계식 시계-섭마 청콤을 차고 댕기면 가끔 이런 질문을 받는다.
"요즘 핸드폰에 시간 다 나오는데, 왜 그런 (부정확하고 비싸고 무겁기 짝이 없는) 시계를 차나요?"
그럴 땐 귀찮아서 그냥 간단하게 답한다.
"이뻐서요. ^^"
그러나, 진짜 이유는 따로 있다. 카시오 G-shock도 좋고, 아이폰에 내장된 시계도 좋다.
월드타임에서부터 알람, 스톱워치 기능도 모두 훌륭하다.
하지만 나는 데일리로 차는 시계는 항상 오토매틱 시계-서브마리너를 선택하는데, 이것은 나의 시간 관념을 단련하는 것과 연관이 있다.
아마도 사용자의 시간관념을 가장 예리하게 별러주는 것은 수동와인딩 시계가 아닐까 싶다.
매일 용두를 돌려 밥을 줘야 돌아가는 시계를 사용하는 사람은 시간 관념이 매우 철저할 가능성이 높다.
상당히 부지런해야 관리가 가능한 시계이므로 그렇다. 나는 현재 수동와인딩 시계를 갖고 있지 아니하지만, 향후에 하나쯤 구입할 용의가 있다.
내부에 회전자(로터)가 돌아가면서 자동 와인딩되는 오토매틱 시계 역시 수동 못지 않게 관리가 필요하다.
하루 여덟시간 이상 착용을 하지 않으면 시계가 멈춰버리기 때문에 적극적으로 관리를 해줘야한다.
수동와인딩이나 오토 와인딩시계는 일오차 몇 초~몇십 초나 되기 때문에 한 달에 한 번 정도는 시간을 재조정해줘야하며,
날짜 기능이 있다면 31일과 30일 사이에서 날짜 역시 맞춰줘야하는 번거로움이 있다.
부정확하기 때문에 주기적으로 조정하고 관리해줘야 하는 시계일수록 사용자의 적극적인 개입을 필요로 하고
그로 인해 사용자의 시간 관념은 더욱 날카롭게 단련되어지는 것이 아닌가 한다.
기계식 시계에 있어서 일오차 평균 +1.75초냐 +2.5초냐 하는 것은 30일 가까이 누적되면 1분 이상 오차가 나느냐의 여부를
좌우하므로 상당히 중요한 관찰 포인트가 된다. 시계가 갑자기 하루 오차가 몇초 수준에서 몇십초 수준으로 커진다면 오버홀을
통해 전체적인 분해점검을 해줄 때가 된 것이다. 통상 기계식 시계는 5년에서 10년 정도마다 한번씩 분해점검을 해줄 필요가 있다.
반면 GPS나 전파수신 혹은 인터넷으로 시간을 항상 칼 같이 맞춰주는 휴대폰 시계, 전자시계, 쿼츠시계 등등은 아무리 정확한
시간을 알려주더라도 사용자의 시간관념에는 영향을 주지 않는다. 왜냐하면 거기엔 사용자가 개입할 여지가 전혀 없기 때문이다.
몇년에 한번 배터리를 교체해주는 정도로는 그냥 객관적인 시간에 지나지 않을 뿐 관리해줘야할 부분이 없기 때문이다.
나의 손길이, 관심이, 노력이 주기적으로 투입되어야만 정확도와 신뢰도가 유지되는 기계식 시계야말로 시간관념을
초단위까지 날카롭게 벼를 수 있는 좋은 도구가 아닌가 한다.
ps. 한 가지 이유를 더하자면 사랑하는 아들에게 아빠를 기억할 수 있게 아끼던 시계를 남겨주고픈 욕심 때문이기도 하다.
댓글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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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메이웨더
2016.08.31 1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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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로체
2016.08.31 16:22
보여짐의 가치로 따지자면 롤렉스는 극강의 가치를 가졌다는데 동의합니다. 비싼 시계로 따지면
훨씬 더 비싼 하이엔드들도 있지만 대중적인 인지도에서 롤렉스를 따라올 브랜드는 없겠지요.
제 경우엔 단지 이뻐서 & 아들에게 물려주기 위한 목적으로 구입한 후에, 시간관념을 정확하게 만들어준다는
또다른 이점을 발견했지만, 의외의 수확(?)으로는 가는 곳마다 블링블링함으로 시선집중시키는 것도 은근한 즐거움인 듯 합니다.
다른 롤렉스 오너분들도 그 시선-'저거 진짜야? 짜가 아니야? 이쁘긴 한데?'-을 즐기시는 듯 하더군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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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XIV
2016.08.31 16:38
원시인과 조개 껍데기...!!
심심할때 마다 올라오는 '내가 왜 비싼시게를 샀나' 에 대한 간증글과 댓글 중
저도 제 스스로 표현 못했던 것을 가장 정확하게 표현한 비유 같습니다. ㅎㅎ
게다가 아들 한테 물려 줄수 있다...라는 것도
놀고 있는 아들 불러다가, '철수야. 이 시계들중 어떤게 마음에 들어?'
라며 와이프앞에서 당당하게 인터넷으로 시계보고 구매 할수있는...
큰~~ 자신감과 정당성을 부여해주긴 하죠 ㅎㅎ -
크로체
2016.09.01 09:35
그래서 저는 와이프랑 애들 백화점 데리고 가서 샀습니다. ㅎㅎㅎ -
노프라브럼
2016.08.31 16:48
제 생각은 좀 다름이다, 전 네임벨류를 따지지 않읍니다, 이것은 사람마다 성격이 틀리듯이 호볼호가 갈리는부분인대여,
전 혼자 살아서 그런지는 몰라도 시계를 제 애인처럼 생각 합니다,
전 시계를 고를때 제일 우선하는것이 무브,먼트인대여, 그회사의 자사무브여야 하고 최강의 무브를 원합니다,
또한 반드시 시쓰루백을 원하며 초침가는 소리를 사람의 심장 박동수와 비슷하게 생각 하기 때문에.
초침가는 소리또한 제 마음에 들어야 합니다,,,,
따라서 전 시계를 멈추어 놓치를 않읍니다, 그래서 시계를 많이 소유하지는 않읍니다,
서너개면 충분하다고 생각하고여,넘 많으면 관리하기 골치 아픕니다,
그래서 전 에타나 그외수정무브,셀리타,이런것은 전부 퇴짜입니다,
그래서 저에게 부합대는 시계는 오메가와 그세 하이비트로 압축이 댑니다,
물론 돈이더 대면 수위말하는 5대브랜드를 사면 더좋죠,,,이것은 제가 기계적인 메키니즘과 그동안 시계공부하면서
얻은지식 매장가서 실착해보고얻은지식 제가 사용해보고 느낀점등....
어떤분이 이야기 하듯이 지구상에 세이코시계를 이길시계는 업다고 까지 말씀하시는것을 보았읍니다,
이또한 제 개인적인 생각이니 로렉스메니아분들꼐서 오해가 없으시길 바랍니다,,,
참고로 저도 여유가대면 롤렉스 딥씨3900미터 방수시계는 차고보싶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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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로체
2016.09.01 09:37
저도 세이코 좋아해서 하나 갖고 있죠. 그랜드세이코의 아름다운 마감은 꼭 한번 경험해보고 싶습니다. ^^ -
스타일리쉬
2016.08.31 20:26
기계식을 차는 가장 큰이유는 "자기만족"과 "과시욕"이 아닐까요?
고가의 자동차도 마찬가지 일거구요~
학창시절의 고가의 청바지와 운동화를 사고싶어 했던것과 비슷한 것 같습니다~
거기다 부가적으로 무엇인가 좋아하는 것을 사기위해 열심히 일을하는 순기능도 있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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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로체
2016.09.01 09:38
살 땐 그 목적이 아니었는데, 점점 그런 쪽으로 기우는 듯 합니다. 안차면 허전하다고나 할까요? ㅎㅎㅎ
그리고, 욕망을 끌어내서 더 열심히 살게끔하는 순기능은 확실히 있는 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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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Thomas
2016.08.31 20:39
과시욕이죠 뭐, 달리 사치품인가요.
다른 분들 역시, 시계 인증샷에 등장하는 핸들과 지갑, 팔찌류들...
사실 다른 사이트라면 욕 먹기 딱 좋은 게시물이지만 여기는 자랑사이트니까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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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이씨드니
2016.08.31 21:06
날렵한 지적이시네요...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여기선 2000만원 미만 로렉스는 자랑도 안되는듯해요..;;
결론: 스카이드웰러 금통이 사고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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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로체
2016.09.01 09:44
저도 금통 한번 경험해보고 싶네요.
콤비까진 그럭저럭 데일리로 소화하는데 금통은 또 얼마나 시선이 집중이 될지 기대됩니다.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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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로체
2016.09.01 09:40
네, 대놓고 자랑질 마음껏할 수 있는 곳이죠. 아마 다른 곳에서 했다면 욕먹었겠지만요 ㅎㅎㅎ
동지의식을 느낍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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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ta
2016.09.01 09:55
저도 그냥 솔직하게 사치부리고 예쁜거 싶은데 찾다보니 롤렉스인거지,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닌 것 같습니다.
롤렉스의 견고함과 전통성 어쩌구 저쩌구... 이런 것들이 롤렉스를 구매하는 본질적인 이유라고 하기엔 조금 거리감이 있네요.
특별한 순간을 기념하기 위한다거나 아들에게 물려주고 싶은 것도 적당한 핑계거리인 것 같구요.
본질적으로 그냥 fine arts를 갖고 싶은 소유욕이 구매의 본질인 것 같다는 생각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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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로체
2016.09.01 10:03
공감합니다. 제 경우에도 순수한 물질적인 소유욕 - 아! 저거 이쁘다. 갖고 싶다! - 이 구매의 원동력이었던 것 같습니다.
그 후에 롤렉스의 일오차 2초 이내의 정확함에 놀라게 되었지요. 기계식 시계의 본질은 파인 아츠라고 생각합니다.
손목 위의 정교한 미술품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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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란듯이
2016.09.16 13:48
자랑 사이트라는 말에 공감.....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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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arton
2016.09.01 10:01
사실 무브니 견고함이니 다 떠나서 시계 디자인 자체도 정말 괜찮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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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로체
2016.09.01 10:05
매일 손목을 보면서 즐겁고 설레기까지 하니 디자인은 정말 잘 나온 것 같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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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벤츠
2016.09.01 10:55
좋은글이네요
저도 아직 생각하고있는부분인데
디지털시계나 쿼츠가 더 정확한데 그게 왜 비싸냐 등등의..
아직 계속 고찰중입니다 시계를 모르는분들도 납득할만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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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로체
2016.09.01 11:32
부정확하기 때문에 더 비싼 기계식 시계의 역설일까요. ^^
매일 관심갖고 관리해줘야만 하는 물건이기에 더욱 애착이 가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이렇게 손때를 묻혀가며 수십년 관리하다가 아이에게 물려주면 좀 더 의미있는
선물이 되지 않을까 싶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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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산후아
2016.09.01 17:42
영화 인터스텔라 생각이나네요? 갑자기 잉 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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ㅗㅜㅑ
2016.09.07 00:42
갬성이지요. 내가 쓰던걸 내 자식들한테 줄수도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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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기계식 시계, 특히 로렉스를 고집하는 이유는 단 하나.
"장신구로서 보여지는 가치의 가성비가 지구라는 행성에서 최고이기 때문..." 입니다.
수백~기천만원에 이렇게 수많은 의미를 내포하는 장신구가 로렉스 말고 또 있을까요?
쉽게 말해, 전 보여지기 위해 명품을 차며
원시인이 조개 껍데기 주워다가 목걸이 만들던 그것과
제가 로렉스를 차는 이유는 일맥 상통합니다.
남보다 잘나보이고 싶은 원초적 욕망을 로렉스가 간단히 해결해주죠.
시간을 보기 위해 찬다 라는 명제는
핸드폰 시계와 전자시계라는 너무나 막강한 반박에 논파되어 버리기 때문에
차라리 보여지기 위해 차고 그 보여짐으로써의 만족과 재미가 어마어마해서 로렉스를 찬다라고 생각하는게
훨씬 더 그럴듯하고 설득력이 있는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