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고추장입니디.
코로나 사태 장기화가 선사해 준 이 귀한 시간을
이렇게 허망하게 보낼 수 없다는 생각에
예전부터 한 번 다뤄보고 싶었던 이야기를 해보려 합니다.
막상 시작하고 나니 정신 나간 생각이었다는 걸 바로 느끼게 되었지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끄적여 봤습니다.
꽤 긴 글이지만 시간 날 때 한 번 천천히 읽어 보시면 좋겠습니다.^^
(파일첨부 한계가 있어 부득이하게 나눠 올려봅니다.
용량 때문에 사진도 작게 줄이고 글도 몇 번이나 날아가고
끊어지고 이어지는 포인트도 매끄럽지 않게 됐네요. 죄송합니다;;)
다음 목차로 내려갑니다.
1."La Decima"의 정의
2.Barchino Esplosivo와 S.L.C.의 등장
3.파네라이 라디오미르의 탄생
4.제 2차 세계 대전의 시작
5.데뷔 그리고 거듭된 불운
6.라 데치마로의 출발, 작전들과 종전
7.에필로그
“Memento Audere Semper” - “언제나 거침없이 대담하게”
1."La Decima"의 정의
La Xª Flottiglia MAS - a.k.a. “La Decima”
라 데치마 마스(”라 데치마”)
라 데치마 마스는 이탈리아 왕국(Regno d’Italia) 시절(1861년~1946년)
이탈리아 왕립 해군(Regina Marina)에 의해 라 스페치아에서 창설되어
1939년 4월부터 1943년 9월까지(RSI시절까지 포함하면 1945년 4월)
활동한 해군 특수 임무 부대입니다.
라 프리마(La Iª Flottiglia MAS)로 출발하여 중간에 라 데치마(La Decima)로 개명되고
제 2차 세계 대전 발발과 함께 참전하여 지중해 연합군 함대를 상대로
대개 적 해군 기지 기습, 강습을 통한 적 함선 폭파, 무력화 임무를 맡으며
라 데치마의 이름으로 부대 해체 때까지 적선 32대를 격파하는 공을 세웠습니다.
두말할 필요 없는 이탈리아 해군 최정예이자 최고의 자부심이었던 부대입니다.
이름을 하나하나 풀어보자면
*La(라) - 이탈리아어에서 여성명사 앞에 붙는 정관사입니다. 영어의 “the”라고 보시면 됩니다.
*Decima(데치마) - 이탈리아어 서수 표기로 열 번째란 뜻입니다. 영어 혹은 스페인어로 발음한다면
데씨마가 될 수 있겠지만 이탈리아어로 발음한다면 데치마로 읽어야 합니다.
-보편적으로 데씨마 마스라고 많이 읽히고 있기에 데씨마냐 데치마냐 하는 논쟁은 무의미
하다 볼 수 있습니다. Egiziano도 ‘에짙찌아노’에 가깝게 발음되지만 더 널리 읽히는 이름은
‘이기지아노’ 인 것처럼 무엇을 이야기하고 있는지에 대한 보편적인 이해만 따른다면
크게 이상하다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다만 원 발음과 표기도 중요하기에 아시는 내용이지만
다시 한 번 짚고 갑니다.
*Flottiglia(플로띨리아) - Flotta(Fleet)보다 작은 규모의 함대나 함단을 뜻하는 말입니다.
*Mezzi(메찌) - 대개 명사로 쓰일 때 이동하는 수단을 가리킨다고 보시면 됩니다.
자동차, 전차, 비행기, 선박등 모든 수단에 걸쳐 광범위하게 사용되는 말이구요.
Mezzi pubblici가 지하철, 버스 같은 대중교통을 말한다면 이해가 쉽게 되실 겁니다
*Di(디) - 영어의 전치사 of 라고 보시면 좋겠습니다.
*Assalto(앗쌀토) - 공격, 돌격, 습격, 강습등의 의미를 가집니다.
다시 정리해보면 - 라 데치마 플로띨리아 메찌 닷쌀토
La Decima Flottiglia M.A.S. - The Tenth Flotilla of Assault Vehicle
제 10 돌격 소 전단(전투선단) 쯤 된다는 것을 이해할 수 있습니다.
보통은 Flottiglia를 제외한 La Decima MAS 혹은 La Decima로 많이 쓰이기도 합니다.
그들의 모토도 앞글자로 축약하면 MAS가 됩니다.
“Memento Audere Semper” - “언제나 거침없이 대담하게”
2.Barchino Esplosivo와 S.L.C.의 등장
20세기 초반 이탈리아 해군은 대잠수함 작전과 해상 기동 작전을 수행할 수 있는
소규모의 전투선박인 MAS를 만들었고 제 1차 세계 대전 기간 동안 운용합니다.
MAS - Motoscafo Armato Silulante(Armed Motorboat with Torpedo)
소규모 전투선으로 ‘어뢰를 장착한 기동보트’라는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대잠 어뢰와 대잠 폭탄, 기관총등으로 무장되어 대잠수함 임무와 함께
다양한 해상 작전을 수행하며 Flottiglia의 근간이 되었던 해군 중요 자원이었습니다.
때때로 대 잠수함 임무를 수행한다해서
Motoscafo Anti Sommergibile(Motorboat Anti Submarine)라고 불리기도 합니다.
리보르노(Livorno)의 오를란도 조선소(Cantiere Orlando)에서 개조한 MAS.
초창기에는 Isotta Fraschini(1900년~1949년 까지의 밀라노 자동차 회사)에서
만든 민간용 모터보트(500마력짜리 모터 두 개)를 가지고 개조해서 사용하기도 했고
후에는 아예 베네치아의 SVAN(La Società Veneziana Automobili Navali - 베네치아 선박 조합)
같은 곳에서 대량 생산하면서 Motobarca Armata SVAN이라고 불리기도 했습니다.
MAS 전투선들은 소규모 기동선이기 때문에 별도의 고유 이름보다
“25”,나 “451” 같은 방식의 두자리나 세자리 숫자로 특정되었습니다.
MAS는 소전단(Flottiglia)을 구성하는 최소 기본 단위인 동시에
자체로 Mezzi D’Assalto(공격 선박)의 한 종류이기 때문에
앞서 말씀드린 La Decima Flottiglia M.A.S.에서의 MAS가
이 MAS선을 말한다고 해도 무방합니다.
그러던 중
1935년 9월초, 영국은 당시 에티오피아 침공을 계획하고 있던 무쏠리니(Mussolini)를
압박하고 견제할 목적으로 해군 함대(British Royal Navy)를 지중해로 이동시킵니다.
총 세 곳(알렉산드리아, 지브롤터, 몰타)에 기지를 건설했고,
360mm 함포로 무장한 Nelson, Barham, Valiant, Queen Elizabeth, Royal Oak등
15대의 전함들을 각 기지마다 배치하며 이탈리아를 위협하기 시작했습니다.
막강한 영국의 지중해 함대(Mediterranean Fleet)에 대항할 현실적인 능력이
희박하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던 이탈리아 해군은 비대칭 전술(대함 vs 소함)
가능성에 더 큰 무게를 두고 이를 실행할 독창적인 방법을 고민하게 되는데
그에 대한 연구로 탄생한 결과물이 바로
Barchino Esplosivo(Explosive Boat)와
Siluro a Lenta Corsa a.k.a. ”Maiale”(Slow Runnung Torpedo a.k.a. “Pig” )였습니다.
이미 제 1차 세계 대전을 통해 실전 배치되며 전단의 기본 단위였던 MAS와 함께
더 치명적인 특수 임무 작전을 수행할 목적으로 탄생한 새로운 무기들인 셈이었죠.
1935년부터 S.L.C.와 함께 개발되기 시작하여(제 1차 세계 대전 당시에는 존재하지 않음.)
고안된 이 새로운 선박은 M.T.M.(Motoscafo Turismo Modificato - 개조된 관광 모터보트)
이란 이름을 비롯해 미세한 차이의 여러 타입으로 존재하고 있는데(M.A./M.A.T./M.T.R.등)
이 여러 타입을 모두 묶어서, 이름 그대로 적선으로 돌진하여 폭발하는 배라는 의미로
Barchino Esplosivo(Explosive Boat)라 부릅니다.
사진에서 보이는 것 처럼 1명의 조종사가 배 후미에 마련된 작은 의자에서 조종을 하면서
목표물 500미터 지점부터 목표물을 향해 전속력으로 달려 근접한 후 방향타를 고정시키고
배에서 뛰어내립니다. 배가 적선에 충돌하면 뱃머리에 실어 놓았던 300kg의 압축 폭약이
충돌과 함께 폭발하여 타격을 입히게 되는 방식입니다.
그리고 또 하나의 중요한 발명이 있었는데 바로
느리게 움직이는 어뢰라는 이름의 S.L.C.(Siluro a Lenta Corsa) a.k.a.”Maiale”였습니다.
사실 소형 잠수함에 가까운 S.L.C.는 보통 ‘Manned Torpedo’라고 불리기도 합니다.
두 명의 대원이 한 조를 이뤄 작전 임무를 수행하도록 설계되었고
앞자리엔 보통 장교가 위치하여 전반적인 S.L.C. 조종을 책임지고
뒷자리에는 폭탄 설치 임무를 담당하는 부사관이 위치했습니다.
특히나 S.L.C.는 “돼지”(Maiale/Pig)라는 재미있는 별명을 가지고 있는데
그렇게 불리게 된 이유는 불분명하나 셋 정도의 가설을 얘기하자면
1.생김새가 못생겨서 돼지란 별명을 얻었다.
2.민첩하지 않고 느리다고 해서 그렇게 불렀다.
3.작전 수행 중 부대원들이 통제 불능의 S.L.C.에 격분해서 돼지라 불렀다.
입니다. 개인적으로는 3번이 제일 와닿습니다. 돼지는 생각보다 엄청 빠르죠.
제 2차 세계 대전 발발 후 만들어진 초기 모델들은 길이 약 7.3m에
충전용 배터리로 구동되는 1.6마력의 전기 모터를 동력으로 사용했습니다.
최고 속도는 3노트였고 2.5노트 속도로는 대략 15마일을 갈 수 있었습니다.
수심과 방향을 조절하는 키와 자기나침반, 수심계, 시계, 전압계,
두 개의 전류계, 수직으로 놓인 물방울 수평계가 설치되어 있었습니다.
위 스펙에서 보시는 것처럼 이동거리와 속도에 제한이 많았기 때문에
작전을 수행하기 위해서는 “돼지”들을 작전 지역까지 운반해 줄 수송선의
존재가 절대적이었는데 그 임무는 대개 잠수함이 수행하게 됩니다.
간혹 작전 상황에 따라 어뢰정 같은 소함정이 운반하기도 했습니다.
“Cassone” - 라스페치아 군사 박물관에 보관된 실제 “돼지” 수송 컨테이너.
잠수함으로 운반하기 위해 사진 속과 같은 특수 컨테이너가 제작되었습니다.
컨테이너(Cassone)가 개방된 모습의 사진.
라 데치마의 주력 잠수함 중 하나였던 쉬레(Scire) 상부에 설치된 3개의 “Pig” 컨테이너.
다음으로...
댓글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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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no
2020.05.20 0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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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iena고추장
2020.05.20 21:24
와우 감사합니다! Eno님의 주옥 같은 글들에 비할 수는 없겠지만요^^;;
열정적인 리스티분들과 함께라 행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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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르샤
2020.05.20 09:28
추천을 하나밖에 드릴 수 없음이 아쉽습니다.
정독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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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iena고추장
2020.05.20 21:25
아이고 별말씀을.. 추천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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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네라이짱
2020.05.20 10:31
와~
빠져드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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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iena고추장
2020.05.20 21:27
네~ 감사합니다.^^
지난 gtg때 바로 앞에 앉아서 그런가
파짱님이 더 친근하게 느껴지네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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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GoesOn
2020.05.20 10:46
오호 모처럼만의 시리즈네요. 잘읽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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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iena고추장
2020.05.20 21:29
네! 원래 한 개의 게시물로 올리려고 했는데 안되더라구요.
괜히 페이지만 잔뜩 잡아먹은 거 아닌가 모르겠습니다;;
늘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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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자르
2020.05.20 11:08
와우 정성 가득한 글이네요!
추천후 정독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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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iena고추장
2020.05.20 21:30
은자르님 감사합니다!!
추천도 감사히 받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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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ldier™
2020.05.20 12:31
와... 멋진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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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iena고추장
2020.05.20 21:32
고맙습니다. 솔져님.
다음 gtg에서 또 뵙게 되면 인사드리죠^^
87 구경 좀 시켜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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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nergy
2020.05.20 22:12
좋은 글 시리즈로 올려주셨군요, 감사합니다. 찬찬히 정독하겠습니다^^
특히 PIG라 부르게 된 유래가 제일 신기하네요. ㅎㅎ :)
추천 내려놓고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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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iena고추장
2020.05.20 23:06
네 에너지님! 정확한 유래는 불확실하지만
분명 흥미로운 이야기죠^^
천천히 읽어 보시구요~ 추천도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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퀴즈
2020.05.21 00:30
정주행중입니다^^ 재밌게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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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iena고추장
2020.05.21 04:28
재밌게 읽으셨다니 다행입니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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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ol
2020.05.22 07:31
어제 제대로 못 읽어서..
출근길 정주행 시작 합니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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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iena고추장
2020.05.22 15:47
ㅋㅋㅋ 쿨님 출근하시는군요
날이 무더워지니 지난 번 얻어 먹은 곱창전골이 생각 나네요 ㅋㅋ
주말도 잘 보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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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nera2
2020.05.22 23:28
정성스러운 포스팅에 선 추천 후 정독 중입니다. ^^ 재밌게 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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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iena고추장
2020.05.23 04:59
추천과 말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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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푸치노
2020.05.24 09:27
간만에 들어왔다가 멋진 포스팅을 보고 댓글을 안달수 없었습니다.
정성가득하고 많은 지식을 주시는 멋진 포스팅에 감사를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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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iena고추장
2020.05.24 16:37
카푸치노님 안녕하세요^^
칭찬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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쎄니
2021.08.18 08:20
정주행 하고 갑니다. 좋은 감사합니다.
와우 선댓글 후정독 하겠습니다. 역시 파네리스티는 열정의 아이콘입니다. 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