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와이프와 사귄지 700일이 되는 날입니다.
무슨 그런 날까지 챙기냐고 하실 수도 있지만
요즘 만삭으로 직장 다니느라 힘들어 하는 와이프를 보면 챙길 수 밖에 없더군요 ^^;
그래서 부랴부랴 퇴근 후 속옷 가게에 들려 두 세트를 샀습니다.
15만원 정도 하더군요.
평소에 와이프가 좋아하는 브랜드입니다 ㅎㅎ
가벼운 마음으로 지하철을 타러 가서 역내 대기석에 쇼핑백과 서류가방을 옆 자리에 놓고 앉았습니다.
지하철을 기다리며 핸드폰으로는 타포를 열심히 보다가
가끔씩 손목으로 눈길을 돌려 얼마전 득템한 이녀석을 흐뭇한 미소와 함께 쳐다 보았습니다.
잠시 후 지하철이 도착한다는 안내 방송과 함께 일어서는데
아뿔싸!! 쇼핑백이 흔적도 없이 사라진 것이었습니다.
아니 더 비싼 가방은 그대론데...
순간 별에별 생각이 다 들더군요.
쫓아 올라가서 CCTV를 뒤져 범인(?)을 뒤쫓을까..
아직 지하철이 도착하기 전이니 돌아다니면서 찾아볼까..
하다가 문득 왜 그런 생각이 들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와이프에게 미안해 지더군요.
오늘 본인이 받은 보너스를 전부 빚 갚는데 다 썼으면서 빚 많이 갚았다고 좋아하는 와이프에게..
아직 이녀석이 모조품인줄 알고 감쪽 같다고 잘 샀다고 칭찬했던 와이프에게..
너무나 미안해 지더군요.
멍하게 시계만 쳐다보다 소중한 선물 제대로 지키지도 못한 제 자신에게는 또 어찌나 화가 나던지..
그래서 기념일의 남은 시간을 또 헛되이 보내기 전에 다시 매장으로 달려 갔습니다.
"아까 두 세트 사간 사람인데요. 똑같은 걸로 다시 주세요."
"네?? 아니 무슨.."
"날치기 당했습니다!!!"
차마 잊어 버렸다고는 못 하겠고 위로는 받고 싶었었나 봅니다 ^^;
다시 쇼핑백을 들고 나와 이번에는 절대로 놓치지 않겠다는 각오와 함께 손에 꼬옥 쥐며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제가 연말이면 해외로 장기 출장을 갑니다.
또, 곧 있으면 제 미니미가 태어나기도 하구요.
겸사 겸사 그때 즈음에는 너무나 이쁘고 사랑스러운 아쿠아테라지만
이녀석을 팔아 와이프에게 똥가방이라도 하나 손에 쥐어 줘야 겠습니다 ^^
이 글을 지금 열심히 퇴근하고 있는 와이프가 평생 못 보기를 바라면서
회원 여러분들 편안한 밤 되십시오~
전 서프라이즈 준비를 위해 이만..
댓글 9
-
NoBrake™
2012.07.26 23:03
-
mintonwsm
2012.07.26 23:09
제여친도 좋아라하는 브랜드인데 ㅠㅠ 날치기 ㅡㅡ저런것을날치기도하는군요 ㅜㅜ -
키위
2012.07.27 04:33
공감 합니다........ 그러나 이런 일들이 결국 와이프로의 미안함과 소중함으로 이어져서 결혼 생활에 좋은 영향을 준다고 믿습니다...
-
Dreamin
2012.07.27 08:40
여자 물건이니 누가 놓고 간 줄 알고 가져 갔겠죠. 그래서 짐은 항상 두 발 사이 바닥에 내려 놓는게....
-
오메박
2012.07.27 15:23
에블린 섹시하다고 생각했었는데...저도 사줘야겠네요..
날치기 당하신건 유감입니다~
-
샹그릴라
2012.07.28 01:19
심난하셨겠어요.
위로드립니다.
날치기 해간 놈 어디선가 똑같은 짓하다 잡히길 빌어요.
-
대쉬
2012.07.28 10:53
심심한 위로의말씀을 드립니다...
와이프를 생각하시는 마음이 너무 멋져보이네요^^ -
산채스
2012.07.28 17:49
아 그래도 다시 사는 과감함 멋지세요
-
장판규
2012.09.04 00:41
아 눈부시네요 ㅋ
아~ 뭔가 짠하네요... 제 여친은 저 브랜드 제품이 잘 안맞는다고 하더군요.
본인에게 잘 맞는 브랜드가 다 따로 있나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