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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대생 542 2012.03.12 22:28


 사실 제가 시계를 처음 접했던 때는 중3졸업식이었습니다. 중3시절 저에게 많은 어려움이 있었고 결국 졸업식날 제 옆에는 부모님께서 계시지 않으셨습니다. 어쩔 수 없다고 생각했지만....제 옆에 저희 어머니를 대신해서 서 계신 친구어머니를 보니 저도 모르게 울적하더군요. 슬픈 졸업식을 마친 후 몇일 뒤 받은 졸업시계.....Hamilton이라는 글씨를 보는 순간 저는 기쁨보다 마음한켠의 쓰라림과 중3때의 슬픈 가족사가 떠 올랐습니다. 검은색카키..왠지모르게 볼 때마다 슬프면서도 참 이쁘다고 생각했는데...그렇게 저는 저의 첫 시계와 마주했습니다. 

 고등학교 입학 후 저를 돌봐주실 분도 저에게 따끔한 조언을 해주시는 분도 안계셨습니다. 저에게는 공부도 정신도 없었습니다. 그저 마냥 놀았고 결국 저의 첫 시계는 저의 유흥비로 팔렸습니다. 그 뒤로도 시계에 관심을 가지면서 씨마300,링크스몰세컨드,아쿠아레이서,까레라, 링크논크쿼츠, 오리스bc3크로노, prc200, 스피드마스터,PO 등 정말 많은 시계를 차봤지만 결국 저에게 남은 건 알수없는 불안감, 후회뿐인 고등학교 생활 그리고 초라한 수능 성적표였습니다. 항상 집안문제로 힘들어하고 방황하는 여동생이 입원해 있는 병원에 가기위해 힘없이 버스정류장에 서 있는 고3 수험생의 모습.... 그게 저였습니다. 수능을 치기 전 저는 중학교 때의 저의 모습이 떠올랐습니다. 그래도 나름 공부도 잘하고 성실했던 그 때의 모습...동생을 돌보느라 반도 신경못쓰는 반장이었지만 그래도 무사히 고3생활을 보낸 저희반친구들과 선생님들에 대한 고마움이 그 때서야 느껴지더군요. 그런데 막상...지방대 수학교육학과도 떨어진 저의 모습 앞에서 왜 제 자신을 위해 살지 못했나하는 후회가 들더군요. 

 결국 저는 수능 이후 재수를 결심했습니다. 고등학교3학년을 모두 놀고 시작한 재수...제 옆에는 앞으로의 힘든 1년을 함께할 낡은 중고로 구매한 링크 쿼츠가 있었습니다. 그리고 시계와는 비교할 수도 없는 여동생과 부모님이 계셨습니다. 재수생활...정말 열심히 했습니다. 제가 여태껏 안했던, 그리고 못했던 공부를 할 수 있어 가끔은 행복하다는 생각도 했습니다. 그러나 너무 큰 수능에 대한 부담감 때문이었는지..결국 다시치른 수능은 제 기대만큼 나오지는 않았습니다. 지방대 수교과도 떨어진 놈이 목표는 경찰대, 서울대수교과, 의대 3승이었는데... 결국 서울대는 수시에서 떨어지더군요. 수능이후에도 서울권 명문의대들을 논술로 합격하였지만 수학이 1점차이로 2등급...최저등급 불만족...저는 아쉬움보다 부모님께 죄송함이 더 먼저 느껴졌습니다. 어쩌면 부모님을 위한 재수였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저를 위한 재수였다면 이렇게까지 할 수 있었을까..하는 생각도 듭니다. 경찰대를 잠시나마 다닌 후 결국 의대로 진학한 지금...저는 제 인생에서 처음으로 후회하지 않을 삶을 산 것 같아 뿌듯합니다.

 오메가 PO..물론 제가 차본 시계중 가장 비싼 시계 임에는 틀림없습니다. 철없는 고등학교 때 있는돈 없는돈 다 모아서 중고로 사보기도 했던 시계... 백화점에 아버지와 함께 간 순간 저는 우와~! 보단 아버지의 마음이 느껴졌습니다. 누구보다 인생에 있어 성공하셨다고 말씀할 수 있는 아버지께서 15년간 차신 소박한 로만손 시계. 누구보다 검소하게 생활하신 아버지. 그런 아버지를 알기에 아버지께서 흔쾌히 사주신 PO에 아버지의 마음이 담겨 있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압니다. 아픈 동생 앞에서 의사가 아니기에 그저 바라보며 옆에 있어줄 수 밖에 없었던 고등학생 오빠. 이제 그런 오빠가 환자의 입장에서 생각하고 항상 어두운 곳을 먼저 살필 수 있는 의사가 되고 싶습니다. 

 5년간 시계생활을 한 저에게 몇십만원짜리 시계든 몇천만원짜리 시계든 PO와는 결코 바꿀 수 없을 것 같습니다. 

 제가 처음 시계를 접했을 때는 대부분의 돈을 시계에 쏟았고 비싼 시계일 수록 좋은 줄 알았습니다. 하지만 어떻게 보면 짧을 수도 있는 5년간의 시계 생활동안 저에게 몇십만원이든 몇천만원이든 그저 금속으로 된 시계일 뿐입니다. 시계는...슬프든 즐겁든...잊을 수 없는 기억인...추억이 담겨있기에 아름답고 가치있는 물건인 것 같습니다. 

 

 제가 나이에 비해 너무 시계가 빠르다(?)라는 분들이 계시는데 저 스스로도 알고 있고 많은 분들의 충고와 진심어린 조언도 정말 감사드립니다. 저 역시 너무 부담스러워서 여름이 오기 전에 세컨드와치를 구하려 노력 중이구요^.^ 변명아닌 변명글이 되었는데...그저 귀여븐 막내 '의대생'으로 봐주세요. 긴 글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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