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제가 시계를 처음 접했던 때는 중3졸업식이었습니다. 중3시절 저에게 많은 어려움이 있었고 결국 졸업식날 제 옆에는 부모님께서 계시지 않으셨습니다. 어쩔 수 없다고 생각했지만....제 옆에 저희 어머니를 대신해서 서 계신 친구어머니를 보니 저도 모르게 울적하더군요. 슬픈 졸업식을 마친 후 몇일 뒤 받은 졸업시계.....Hamilton이라는 글씨를 보는 순간 저는 기쁨보다 마음한켠의 쓰라림과 중3때의 슬픈 가족사가 떠 올랐습니다. 검은색카키..왠지모르게 볼 때마다 슬프면서도 참 이쁘다고 생각했는데...그렇게 저는 저의 첫 시계와 마주했습니다.
고등학교 입학 후 저를 돌봐주실 분도 저에게 따끔한 조언을 해주시는 분도 안계셨습니다. 저에게는 공부도 정신도 없었습니다. 그저 마냥 놀았고 결국 저의 첫 시계는 저의 유흥비로 팔렸습니다. 그 뒤로도 시계에 관심을 가지면서 씨마300,링크스몰세컨드,아쿠아레이서,까레라, 링크논크쿼츠, 오리스bc3크로노, prc200, 스피드마스터,PO 등 정말 많은 시계를 차봤지만 결국 저에게 남은 건 알수없는 불안감, 후회뿐인 고등학교 생활 그리고 초라한 수능 성적표였습니다. 항상 집안문제로 힘들어하고 방황하는 여동생이 입원해 있는 병원에 가기위해 힘없이 버스정류장에 서 있는 고3 수험생의 모습.... 그게 저였습니다. 수능을 치기 전 저는 중학교 때의 저의 모습이 떠올랐습니다. 그래도 나름 공부도 잘하고 성실했던 그 때의 모습...동생을 돌보느라 반도 신경못쓰는 반장이었지만 그래도 무사히 고3생활을 보낸 저희반친구들과 선생님들에 대한 고마움이 그 때서야 느껴지더군요. 그런데 막상...지방대 수학교육학과도 떨어진 저의 모습 앞에서 왜 제 자신을 위해 살지 못했나하는 후회가 들더군요.
결국 저는 수능 이후 재수를 결심했습니다. 고등학교3학년을 모두 놀고 시작한 재수...제 옆에는 앞으로의 힘든 1년을 함께할 낡은 중고로 구매한 링크 쿼츠가 있었습니다. 그리고 시계와는 비교할 수도 없는 여동생과 부모님이 계셨습니다. 재수생활...정말 열심히 했습니다. 제가 여태껏 안했던, 그리고 못했던 공부를 할 수 있어 가끔은 행복하다는 생각도 했습니다. 그러나 너무 큰 수능에 대한 부담감 때문이었는지..결국 다시치른 수능은 제 기대만큼 나오지는 않았습니다. 지방대 수교과도 떨어진 놈이 목표는 경찰대, 서울대수교과, 의대 3승이었는데... 결국 서울대는 수시에서 떨어지더군요. 수능이후에도 서울권 명문의대들을 논술로 합격하였지만 수학이 1점차이로 2등급...최저등급 불만족...저는 아쉬움보다 부모님께 죄송함이 더 먼저 느껴졌습니다. 어쩌면 부모님을 위한 재수였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저를 위한 재수였다면 이렇게까지 할 수 있었을까..하는 생각도 듭니다. 경찰대를 잠시나마 다닌 후 결국 의대로 진학한 지금...저는 제 인생에서 처음으로 후회하지 않을 삶을 산 것 같아 뿌듯합니다.
오메가 PO..물론 제가 차본 시계중 가장 비싼 시계 임에는 틀림없습니다. 철없는 고등학교 때 있는돈 없는돈 다 모아서 중고로 사보기도 했던 시계... 백화점에 아버지와 함께 간 순간 저는 우와~! 보단 아버지의 마음이 느껴졌습니다. 누구보다 인생에 있어 성공하셨다고 말씀할 수 있는 아버지께서 15년간 차신 소박한 로만손 시계. 누구보다 검소하게 생활하신 아버지. 그런 아버지를 알기에 아버지께서 흔쾌히 사주신 PO에 아버지의 마음이 담겨 있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압니다. 아픈 동생 앞에서 의사가 아니기에 그저 바라보며 옆에 있어줄 수 밖에 없었던 고등학생 오빠. 이제 그런 오빠가 환자의 입장에서 생각하고 항상 어두운 곳을 먼저 살필 수 있는 의사가 되고 싶습니다.
5년간 시계생활을 한 저에게 몇십만원짜리 시계든 몇천만원짜리 시계든 PO와는 결코 바꿀 수 없을 것 같습니다.
제가 처음 시계를 접했을 때는 대부분의 돈을 시계에 쏟았고 비싼 시계일 수록 좋은 줄 알았습니다. 하지만 어떻게 보면 짧을 수도 있는 5년간의 시계 생활동안 저에게 몇십만원이든 몇천만원이든 그저 금속으로 된 시계일 뿐입니다. 시계는...슬프든 즐겁든...잊을 수 없는 기억인...추억이 담겨있기에 아름답고 가치있는 물건인 것 같습니다.
제가 나이에 비해 너무 시계가 빠르다(?)라는 분들이 계시는데 저 스스로도 알고 있고 많은 분들의 충고와 진심어린 조언도 정말 감사드립니다. 저 역시 너무 부담스러워서 여름이 오기 전에 세컨드와치를 구하려 노력 중이구요^.^ 변명아닌 변명글이 되었는데...그저 귀여븐 막내 '의대생'으로 봐주세요. 긴 글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댓글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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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브레임
2012.03.12 22: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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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대생
2012.03.12 22:44
항상 즐겁게 유쾌하게 생활하고 꼭 환자제일주의를 외치는 의사가 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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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빈리
2012.03.12 23:18
환자를 먼저 생각하는 좋은 의사가 되셨으면 좋겠습니다.
다들 명의라고 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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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대생
2012.03.12 23:57
명의. 의사로서 최고의 찬사인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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션군
2012.03.12 23:31
초심 잃지 않구 훌륭한 의사가 되시길 바래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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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대생
2012.03.12 23:57
네. 꼭 13년 뒤 훌륭한 의사의 모습! 보여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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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치는끝났다
2012.03.12 23:50
환자들에게 존경받는 의사가 되길 바랍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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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대생
2012.03.13 00:00
환자들과 어울리는 '톤즈인'이라는 이태석 신부님. '베품'이 아닌 '어울림' 속에 사는 신부님의 모습. 그런 분의 모습을 닮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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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도
2012.03.13 00:26
글 잘읽었어요
참으로 힘들게 공부한만큼 좋은결실맺었으면 좋겠네요.^^
저도 지난40여년간 지내온 세월을 돌아보면 어떻게 지금까지
왔는지 이해가안갈때가있어요 앞으로 나아갈날이 더많기에
더욱더 노력해야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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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대생
2012.03.13 00:46
블루핸즈를 소유하신 사도 님이시네요.반갑습니다. 적고나니 공개적 게시판이라...그냥 넋두리로 이해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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멋진폭탄
2012.03.13 00:55
훌륭한 의사선생님이 되어주시길....집안에 위중한 환자를 여럿 본 입장에서
존경심이 절로 일어나는 의사 선생님이란 맹신하게 되는 신과도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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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대생
2012.03.13 01:13
저도 이제 신입생이라 의대가 어떤지 잘은 모릅니다^^;; 그래도 현실과 타협하기보다는 신념을 지키며 살고 싶습니다. 지켜봐주세요. 반드시 의사협회가 아닌 환자의 편에 서있는 의사가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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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캉
2012.03.13 03:43
의대생 막내님 지난번 아버님이 사주신 피오 포스팅 잘봤습니다 ㅎㅎ 나이가 무슨상관입니까... 여기 나이많으신분들도 피오 가지고 있으면서 더 나이 많은분들이나 회사에 직급 높은분들 에게 피오 숨기면서 차시는분들도 계십니다 ^^ 꼭 그마음변치 마시고 피오 평생 차주세요^^ 초심잃지마시구 화이팅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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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대생
2012.03.13 15:52
디캉님 감사합니다. 항상 '처음처럼' 마음가짐을 단단히 먹겠습니다.
아,글구... 신형PO 다이얼이.... 정말 이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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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그프리트
2012.03.13 07:59
반갑습니다. 풋풋하지면서도 결연에 찬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지금의 그 마음 유지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저도 정말 세속적(?)이지 않다고 자부한 사람이었는데 서른 넘어가고 전문의 따게 되니ㅜ.ㅜ 사람이 안 좋은 쪽으로 변할 가능성이 커집니다.흑~~ ㅜ.ㅜ
10년 뒤에 본인이 쓴 이 글을 다시 읽게 되실 때 흐뭇한 웃음을 지을 수 있도록 하루하루 열심히 사시는 의대생 님이 되시길!!^^
포스팅 자주 해주세요, 피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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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대생
2012.03.13 16:00
네. 아마 10년 후 제 글을 다시보면 풋하고 웃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친구도 보고 웃더라구요. 그래도 신입의 패기(?)로서...감히 적었습니다. 말씀대로 하루하루 열심히 살겠습니다^^
아, 그리고 씨마 포스팅도 열심히 해주세요~! 부탁드려요~! 저도 찼었고 오묘한 청판이 정말 이쁜 매력을 가지고 있는 시계인데..사진이 많이 없어 아쉽더라구요ㅎㅎ 꼭 부탁드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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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폭시
2012.03.13 08:42
고난속에 도전. 나이와는 상관없이 멋지네요.
지금은 소주이름이 된 처음처럼 이라는 단어는
제가 중고등학교때 부터 지닌 좌우명 이었습니다.
처음처럼 끝까지 좋은 의사로 남으시길 응원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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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대생
2012.03.13 16:10
블루폭시님 반갑습니다^.^
고난 속의 도전...... 너무 과분한 말씀이십니다. 그저 꿈많은 새내기(?)일 뿐입니다ㅎㅎ
응원 감사합니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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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주!
2012.03.13 09:48
힘내십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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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대생
2012.03.13 16:11
힘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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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ard
2012.03.13 11:15
의대 일학년이면 예과생인가요...그럼 여유 시간은 많겠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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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대생
2012.03.13 16:21
일학년도 많이 바빠요.선배님들과 만남도 많고 동아리,OT도 가보고 처음이라 아직 학교를 잘 알지도 못하고..이번부터 전공과목을 예1때부터 시작하는 학교도 있다고 들었습니다. 다들 예과때는 여유가 많다고 하시지만...욕심에 따라 바쁠 수도 한가할 수도 있죠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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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무이~
2012.03.13 12:29
물건 자체 보단 그 물건의 의미가 더 중요한 거겠지요
그런 초심을 계속 가지고 가시길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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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대생
2012.03.13 16:26
카무이~님 시계 정하셨나요?ㅎㅎ
시계말고..ㄱㅎ 미리 축하(?)드려요~^.^ 정해지시면 꼭 포스팅 한번 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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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드
2012.03.13 18:45
대단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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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대생
2012.03.13 19:16
(당황)그저 대학생일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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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mentie
2012.03.13 23:56
잘 읽었습니다. 제가 알기로 이 포럼에 의업에 몸 담고 계신 분들 꽤 많을 겁니다.
흔히들 의사 하면, "부모 잘 만나 머리 좋게 태어나서 유복한 어린 시절 보내고, 사교육 수혜 듬뿍 입어 별 고민 없이" 의대에 진학한 사람으로 생각하지만,
사실 제 주위의 동료들 보면 그런 의사 거의 없습니다.
피 터지는 경쟁에서 살아남은 사람들, 이 악물고 열심히 하는 사람들에게는 그럴 만한 이유가 다 있습니다.
얘기를 잘 안 해서 그렇지, 터놓고 보면 인간극장 찍을 사연 하나씩은 모두 갖고 있습니다.
비단 의사 뿐만 아니라, 어느 정도 자기 자리 잡은 사람들은 모두 그럴 것입니다.
여기 회원분들, 특히 의업에 몸 담으신 회원분들께서 PO가 좀 과하다고 하신 것은, 의대생님을 안 좋게 봐서 그런 게 아니라, 진짜 애정어린 조언입니다.
의대에서 6년간 몸 담다 보면 의료계라는 조직의 원리를 몸으로 파악하게 될 겁니다.
다들 각자의 사정 있는 것 잘 알지만, 환자 진료가 우선이기 때문에, 개인의 사정 배려하지 않고 어쩌면 군대보다 더 빡빡한 조직 질서를 갖고 있습니다.
그게 가끔씩은 불합리하게 작동해서 아랫사람을 힘들게 할 수도 있습니다.
저를 비롯한 다른 회원분들 모두 의대생님이 괜한 오해로 인해 상처 받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에서 드리는 충고이니, 따뜻하게 받아들여주셨으면 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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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대생
2012.03.14 01:36
오멘티 님~전혀 상쳐받지 않았습니다ㅎㅎ 덕분에 의료계에 대해 좀 더 알 수 있었고 사람을 다루는 직업인만큼 엄격한 조직질서가 있는 것도 이해가 됩니다.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어야 할 사람이 자신의 사정을 '배려'받기를 원한다면 안된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조직사회에서는 더욱 그렇겠지요. 모두가 힘들어도 모두가 뭉쳐야만 해나갈 수 있고 어느 한명이라도 빠진다면 그 몫을 나머지가 짊어져야만 하니깐요.
사실 의료계의 조직질서 뿐만 아니라 어느사회의 조직질서라도 그에 맞는 엄격한 규율과 규제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조직질서에서 가장 중요한 덕목 중 하나가 '수용'이라고 생각합니다. '불합리'하다는 생각을 가지기보다는 '필요성'을 먼저 떠올립니다. 그게 바로 조직생활에 적응하는데 도움이 될 뿐아니라 조직생활을 해나가는 힘이 되니까요. 모든 것은 마음,즉 생각먹기에 달려 있다고 생각합니다.
다시 한 번 말씀드리지만 오히려 오멘티님 덕분에 의료계에 대해 더 관심가지게 되었고 좋은 충고 정말 감사하구요 그리고 무엇보다도 '대선배'님이 계시다는 점이 가장 기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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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igris
2012.03.22 15:54
힘내십쇼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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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대생
2012.03.24 18:11
홧팅!!^^
힘내세요!! 이 길도 쉽지 않습니다. 물론 예전같지도 않구요.. 남자니까 군대마치고 보드까지 하려면 최단기간코스가 13년입니다. 지나보면 생각보다 긴 시간이더군요. 제 인생에 거의 1/3 이상을 이 길에서 보냈더라구요. 앞으로도 수없는 고난을 만나더라도 지금 먹은 마음 변치 않고 굳게 나아가시길 바랍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항상 마음이 따뜻하고 환자 입장에서 바라볼 줄 알는 의사가 되시길 바랍니다. 그게 쉽지 않거든요. 힘내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