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년필과 시계(기승전 문워치) Speedmaster
좀 뻔한 얘기긴하지만 기계식 시계는 만년필과 비슷한 감성이 있는 것 같습니다.
시계는 시간을 알려주기 위해, 만년필은 무언가를 적기 위해 만들어진 물건이지만 현대사회에는 이런 목표를 훨씬 쉽고 정확하게 달성할 수 있는 수단들이 많이 있습니다. 쿼츠 시계나 핸드폰, 볼펜 같은 것들이요.
물건의 가장 근본적인 목적만을 생각해보면 기계식 시계와 만년필은 열등한 구시대의 유물이라고 말하는 게 당연해보입니다.
정확하지도 않고 그냥 놔두면 수 일 내로 멈춰버리는 기계식 시계와 필기 방향이 정해져있고 주기적으로 청소도 해줘야 하는 만년필은, 쿼츠 시계와 볼펜보다 신경 쓸 일은 많지만 성능은 뒤쳐지니까요. 실제로 세이코가 쿼츠를 양산하기 시작했을 때 스위스 시계 산업이 붕괴 직전까지 내몰리기도 했고요.
하지만 지금 이 글을 읽고 계실 모든 분들은 대부분 기계식 시계를 좋아하시고, 많은 돈을 들여 한 개 이상 소유하고 계실 겁니다. 스위스 시계 산업도 건재하고요(일부 브랜드는 너무 건재해서 좀.....ㅎ).
왜일까요?
아마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수단으로 사용하는 게 아니라, 수단 그 자체가 목적이 되어 버렸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시간을 알기 위해, 글을 쓰기 위해 기계식 시계와 만년필을 사용하는 게 아니라 그냥 그 물건을 즐기는 거죠.(물론 무브 업글되서 정확해졌다고 좋아하고 있긴 합니다 ㅎㅎㅎㅎ;;;)
저도 시계에 담긴 이야기가 좋아서, 작동 방식에 매료 되서, 그냥 보기에 멋져서(!) 기계식 시계에 빠져 들었는데요, 그런 의미에서 '풍부한 스토리를 가진 기계식 크로노그래프' 인 문워치는 참 매력적인 물건인 것 같습니다.
부디 문워치가 아니더라도 기계식 시계 자체의 매력을 느끼는 분들이 많아졌으면 좋겠습니다. 리세일 밸류나 브랜드 네임 말고도 즐길거리가 많은 물건이니까요^^
댓글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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션군
2021.03.20 1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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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o
2021.03.20 13:39
역시 포인트를 잘 아시네요^^
'이슬을 통해 보이는 달 밤의 색' 이라는 모티브를 갖고 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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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랬어
2021.03.20 13:47
한살씩 먹어갈수록 이런느낌의 사진들이 참좋아집니다. 먼가 감상을 얘기하고싶지만 표현은 안되고 그냥 좋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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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o
2021.03.20 13:57
감사합니다^^ 평화로운 느낌이 있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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zesty
2021.03.20 16:15
만년필과 수동시계.. 몬가 통하는 감성이 있지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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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o
2021.03.20 16:26
차분하고 느긋한 느낌이 닮은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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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브하나
2021.03.20 23:46
문워치만큼 스토리가 확실한 시계는 없죠~ 개인적으로 우주를 좋아해서도 항상 눈이 많이 갔는데, 이번 신제품이 많이 좋아진거 같습니다 ㅎㅎ 마지막 줄도 많이 공감되네요. 요즘은 시계를 리세일 밸류만 보고 진입하는 사람들이 너무 많아 피로감이 극에 달하는 시기인거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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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o
2021.03.21 07:38
정말 그렇습니다... 다른 커뮤니티는 그냥 눈팅만 해도 피곤해지더라고요. 타포가 그나마 교양있는 분위기라 다행입니다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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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추나기
2021.03.22 16:05
무나치는 불멸이에요..!
세일러 만년필..
달밤이라는 이름의 잉크..
달에 다녀온 문워치..
감성을 건드리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