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Vostok Europe Energia - 러시아 심장을 가진 리투아니아산 몬스터. ETC

위 프리젠테이션에서도 볼 수 있듯, Vostok Europe은 10년째 접어든 신생 브랜드 답게 공격적으로 라인업을 늘려가고 있습니다.

아직 국내에는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50년에 걸쳐 독자적인 무브먼트를 제작해온 러시아의 기술력과 리투아니아의 독특한 디자인을 함께 즐길 수 있다는 점에서는 충분히 매력적인 브랜드입니다.

Vostok Europe의 2013년 북클릿에서 가장 눈에 띄는 핫한 모델들은 위의 Anchar, Lunokhod 2, Expedition North Pole 1입니다.

Vostok Europe의 시계들은 Extreme Soprts Watch 컨셉에 맞게 각 라인별로 소련과 관련된 역사적인 테마를 갖고 있는데, 예를 들면 위 세 라인은 각각, “역사상 가장 빨랐던 잠수함”, “소련의 두 번째 무인 달 탐사선”, “소련의 첫번째 유인 북극 탐사선”을 모티브로 하여 그 이름을 딴 모델들입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Anchar 모델이 가장 끌렸습니다. 우리 포럼 내에서는 쿨맨님도 소유하고 계신 시계입니다.

하지만 제가 이번에 들인 것은 위 세 모델들이 아니라, 2008년에 출시된 오래된 Energia 였습니다.

16.8cm에 불과한 제 손목으로는 각각 48.5mm, 49mm, 47mm 직경에 달하는 위 시계들을 소화하기 힘들었기 때문입니다.

(Vostok Europe 고려하시는 분들께서는 반드시 공홈에서 시계 사이즈를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얘네들 시계, 이탈리아 형님들 뺨치게 큽니다.)

Anchar를 마음에 묻은 후 공홈을 열심히 돌아다니다가, Energia가 제 눈에 떡 하니 들어왔습니다.

저는 이 녀석 보고 한 눈에 반해서 정줄 놓은채 5분만에 이미 결제창을 열고 있었습니다.

딱 제가 원하던 스타일이었거든요.

쿨맨님의 스팀펑크 스타일 시계 소개글 읽은 후, (안 읽어보신 분들은 꼭 읽어보세요 ^^ https://www.timeforum.co.kr/index.php?_filter=search&mid=brand_VintageETC&search_target=title&search_keyword=%EC%8A%A4%ED%8C%80%ED%8E%91%ED%81%AC&document_srl=7830219&page=1)

스팀펑크 시계를 꼭 하나 들여보고 싶었는데, 제 패션으로는 일상에서 도저히 소화할 수 없어서 그 비슷한 녀석들, 특히 전면이 유리가 아닌 금속으로 덮여 있고 노란색 포인트를 갖춘 시계를 열심히 찾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본격적인 스팀펑크는 아니지만, 이 정도면 손목에 확실한 포인트를 줄 수 있을 것 같고, 무엇보다 사이즈도 44mm로 적당해서 주저 없이 노란색 버전을 이배희 여사 통해 폴란드 상인으로부터 1,539 PLN(약 53만원)에 구매했습니다. (놀랍게도 배송료가 공짜였습니다;)

그리고, 일주일만에 빠르게 배송되었습니다.

시계 원산지는 리투아니아, 수출지는 폴란드인데 둘 다 EU 가입국이므로 한-EU FTA의 무관세 혜택을 받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제대로 혜택 받으려면 인보이스에 원산지 증명문구가 반드시 기재되어 있어야 합니다. 특히 이 시계의 패키지 어디에도 made in Lithuania 같은 문구가 전혀 없기 때문에 원산지 증명문구는 필수입니다.

그런데;; 오더 넣을 때 기입한 요청사항이 전달이 안 되었는지, 물건이 한국에 들어온 후 DHL 통관부에서 인보이스에 원산지 증명 문구 없다는 연락이 왔습니다. 부랴부랴 판매자에게 I need the invoice including Certificate of Origin to save my import duty.하고 원산지 증명문구 샘플 포함해서 메일 보냈더니, 당일날 바로 메일로 보내줬더군요.

친절한 판매자 덕분에 협정관세 0% 혜택 받고, 부가가치세 10%에 해당하는 5만6천원만 냈습니다. 총 60만원 좀 안 되는 가격에 이 녀석을 들였습니다. ^^

(요즘 해외 직구를 많이 하면서 느끼는 것이지만, 물건 많이 파는 해외 판매자들이 국내 업체들보다 훨씬 친절하고 고객응대를 잘 하는 것 같아요;;)

패키지는 단촐합니다. 북클릿 두 종을 챙겨줘서 Vostok Europe의 다른 시계들을 구경할 수 있는 재미도 쏠쏠합니다.

위 보증서란을 보시면 아시겠지만, 이 녀석은 VAT 포함 60만원도 안 되는 시계임에도 불구하고, 각 시계별로 넘버가 부여되고, 이 번호가 백커버에도 각인되어 있습니다.

제 것은 183번째입니다. Energia가 발매된지 5년 지났다는데, 그동안 183개 밖에 못 판 것을 보면;;; 대중적인 인기를 끄는데는 실패한 모델입니다. =ㅁ=;

뭐...그래도 저는 전세계 200개도 안 되는 시계를 찬다는 유니크함의 자부심으로 삼기로 했습니다. ㅎㅎ

이 녀석과 첫 대면을 해 봅니다.

아...이 녀석 정말 무기군요. +_+

별로 크지 않은 44mm인데도 불구하고, 케이스의 두께가 15mm에 달하고, 5mm 두께의 속이 꽉찬 스테인레스 브레이슬릿 때문에 무지막지한 디자인을 자랑합니다.

무게도 250g이나 나가서 왠만한 시계 두 개 차고 있는 듯 묵직합니다. 차고 있으면 운동 기구가 따로 없습니다;

250g의 무게가 믿기지 않으신 분들을 위해 해외의 어느 용자님이 직접 계측하셨습니다. 용자님의 노력에 박수를 ^^;

이 녀석은 제 21번째 시계인데...무게면에서 다른 모든 시계들을 압도하더군요.

처음에는 너무 무거워서 피곤함이 느껴졌으나, 한 3일 정도 계속 차고 있었더니 의외로 편안한 게 이제는 찼는지 안 찼는지 모를 정도가 되었습니다.

그런데, 대체 왜 이렇게 무겁게 만든 것일까요?

바로, 이 녀석의 모티브가 된 "역사상 가장 힘쎈 로켓" 때문입니다.

Vostok Europe의 다른 모델들처럼 Energia도 제작의 모티브를 갖고 있는데, 구소련이 1976년에서 1987년 사이에 개발하여 우주프로그램을 위해 운영했던 추친 로켓 "Energia"를 모티브로 삼아 제작되었습니다. 시계 백커버에도 이 로켓이 떡 하니 각인되어 있습니다.

위 사진이 로켓 Energia의 모습입니다.

이 녀석은 무려 100톤에 달하는 물체를 지구 밖으로 실어나를 수 있는 세계 최고 수준의 고출력을 자랑했다고 합니다. 이후 출력이 더 개선돼어 200톤을 우주로 쏘아 올리게 되었다는군요. 이 로켓의 무지막지함은 아래 동영상을 보시면 더 실감이 나실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