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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키 3133  공감:37 2013.01.22 19:46

어제 시계 좋아하는 몇몇분들과 번개를 하는 자리에서 스프링 드라이브에 대한 이야기가 잠시 나왔습니다. 그랜드 세이코 매장에 가서 구경도 하고 스프링 드라이브에 대해 물어봤었는데 직원도 잘 모르더군요. 하기야 벤츠 판다고 엔진 분해 조립해야 하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내세우고 있는 첨단 기술이라면 대충이라도 알고 있거나 매커니즘을 이해하기 쉽게 만든 이미지라도 있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더군요.

 

각설하고.. 인터넷을 뒤져서 대충 습득한 스프링 드라이브에 대한 지식을 나눠볼까 합니다.

 

스프링 드라이브는 쿼츠-키네틱을 잇는 세이코의 첨단 기술입니다. 일종의 하이브리드라고도 할 수 있고 하이브리드가 아닌 혁신적인 기술이라고도 부를 수 있죠.

 

쿼츠는 다들 아시다시피 전지에서 에너지를 얻어 수정 진동자를 진동시키고 그 진동수를 이용해 시간을 표시하는 형식의 기술입니다. 소재가 많이 개발되었다고는 하지만 시간의 정확성, 내구성, 내충격성에서는 기계식이 쿼츠를 따라갈수가 없지요. 기계식 시계의 아름다움이라던가 역사라던가.. 이런 걸 다 떠나서 시간이 정확한게 짱이다. 빨리빨리.. 를 추구하던 70년대에는 그야말로 쿼츠가 붐을 이룰수밖에 없었죠. 크로노미터 기준마저 쿼츠와 기계식이 다릅니다. (물론 쿼츠가 훨씬 엄격하지요.)

 

그런 쿼츠에 오토매틱 로터를 붙여서 동력을 공급하자는 발상으로 나온 것이 키네틱이라는 기술입니다.

 

10aokt2011_016.jpg

 

키네틱 무브먼트는 말 그대로 이렇게 생겼는데요. 뒷백 열어 보여줄 것도 아니니.. 막 생겨도 상관없다는 철학이 엿보입니다. 로터가 움직여서 발전기를 통해 전기를 축전지에 모으고 그 에너지로 시계를 구동시키는 방식입니다. 어떻게 생각하면 혁신적인 기술이고 해밀턴의 펄소매틱과도 일맥상통하는 면이 있습니다만.. 세이코쪽이 훨씬 빠르게 이 모델을 개발했습니다.

 

 125977532037539.jpg

 

세이코의 예상과는 달리 키네틱 무브먼트를 채용한 시계는 그리 선풍적인 인기를 끌지 못했습니다. 여러가지 단점이 발견된 것인데요. 그중에서도 짧은 파워리저브는 소비자들을 실망시키기에 충분했지요. 벗어놓고 자면 시계가 죽어있는겁니다. 물론 흔들어서 깨우면 오토릴레이 기능으로 자동적으로 시간을 맞추게 되어 있습니다만 전지를 교환해줘야 하는 불편(업체측에서는 15년에 한번 갈아주면 된다고 했는데 실제로는 5년에 한번 갈아줘야 했다고..) 과 더불어 쿼츠 시계에 불편을 더했다는 부정적인 면이 부각되었습니다. 그후로 지속적인 기술 개량으로 파워리저브도 늘어났다고 하고 지금도 여러 모델에 쓰이고 있습니다만 키네틱은 여전히 뭔가 갸우뚱하게 만드는 반쪽짜리 기술이라고 생각되는 것 같습니다. 전지를 교체하는 한은 말이죠.

 

djobkoike01.jpg

 

이후 키네틱의 단점을 보완하는 작업에 뛰어든 요시카즈 아카하네는 2005년에 스프링드라이브를 발표하기까지 긴시간동안 시행 착오와 모델 개선 작업을 거치게 되는데요.

 

detail01.jpg

 

스프링 드라이브의 가장 기초적인 개념은 위의 그림과 같습니다. 메인 스프링이 풀리면서 전류를 발생시키고 그 전류를 축전지에 충전시키는 것이 아니라 트리 싱크로 레귤레이터라는 장치에 보전하면서 자체적으로 수정자를 진동시키는 것이죠.

 

12168667051.jpg

 

그 작업을 하기 위해 이런 형태의 수직클러치도 도입이 되고

 

5r66mvtmodel.jpg

 

최종적으로는 이런 형태의 무브먼트가 이뤄지는 겁니다. 보시면 아시겠지만 베이스 플레이트에 위치한 트리싱크로 레귤레이터가 기존의 밸런스휠을 포함한 전통적인 레귤레이션 시스템을 대체함과 동시에 옆쪽에 있는 파워리저브 유닛이 전지를 갈아끼워야했던 키네틱의 단점까지 보완을 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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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체적인 무브먼트의 도해를 보시면 아시겠지만 로터로부터 축적된 힘이 아래로 이동하며 전류를 발생시키고 그걸받아서 파워 리저브 유닛이 전류를 보존하면서 트리싱크로 레귤레이터에 전달하는 것이죠. 이로써 동력은 인간의 움직임에서 얻는 기계식이지만 시간을 제어하는 방식은 수정자를 진동시키는 쿼츠의 하이브리드 유닛이 탄생하게 된 것입니다. 앞서 말씀드린 바와 같이 정확성, 내구성, 내충격성등에서 기계식 보다 뛰어난 새로운 첨단 기술이 나타나게 된 것이죠.

 

 gsspring2.jpg

 

이러한 스프링드라이브는 세이코의 그랜드세이코를 비롯한 상위 고급형 라인에 투입되어 상용되고 있습니다.

 

 seiko-prospex-spring-drive-sbdb001a.jpg

 

스프링 드라이브를 채택한 시계들은 이렇게 다이얼에 그 표시를 하고 있으니 구별하기도 쉽습니다. 매장에서 가격을 보니 기계식 무브먼트보다 고가로 판매되고 있더군요.

 

 Seiko_Ananta_Spring-Drive_Column-Wh.jpg  

 

언뜻 보기에는 기계식 시계와 다를바없이 보이지만 시계의 구조를 공부한 분이라면 이 무브먼트의 모양에서 분명 위화감을 느끼실수 있을겁니다. 기어 트레인의 배치가 다르고 존재해야할 밸런스휠이 보이지 않으니까요. 보기에 아름답지 않은 쿼츠 부분은 철저하게 보이지 않도록 가려놓은 배려도 스프링 드라이브를 만들어내기 위해 이런 저런 고민으로 밤을 새운 엔지니어들의 배려가 아닐까 싶습니다.

 

자, 그렇다면 이런 스프링 드라이브에 대해 여러분은 어떤 생각을 가지고 계십니까? 구매 리스트에 스프링 드라이브를 채택한 시계를 올려놓고 싶으신가요? 스프링 드라이브는 그래서 기계식인건가요? 아니면 쿼츠인건가요?? 생각하면 할수록 알쏭달쏭한 문제입니다.

 

이런 비슷한 문제는 유명한 일본 애니메이션에 등장하는 한 주인공과도 닮았습니다.

 

download.jpg

매트릭스에 영감을 주기도 했다는 시로 마사무네의 공각기동대라는 작품인데요. 이 포스터에 등장하는 주인공 쿠사나기 소좌는 온몸을 의체라는 로봇형태로 교체하고 뇌의 일부는 인간, 나머지는 전뇌로 대체한 일종의 사이보그입니다. 임무를 수행하는 도중에 몸이 부서지거나 파괴당하고 다른 몸으로 바꿔 끼울 수 있고 전뇌에 들어있는 데이터는 수시로 인터넷 백업을 하거나 해킹을 당하기도 합니다.

 

그럼 과연 이런 존재는 인간이라고 불러야 할까요? 아니면 로봇으로 취급을 해야 할까요?? 애니메이션에서는 본래의 몸이 몇퍼센트나 남았는지 뇌는 어느 정도의 비율을 유지하고 있는지를 인간의 기준으로 따지기도 합니다만 인공지능으로 프로그램되어 인간보다 더 인간적인 감정을 가지게된 AI는 또 어떻게 봐야 하는가에 대한 딜레마도 등장을 해서 상당히 이야기가 복잡해 집니다.

 

저는 스프링 드라이브의 문제도 이런 존재의 본질(레종 되트르라고도 하지요)과 닿아있다고 생각합니다. 우리가 사랑하는 기계식 시계는 특수한 직업적 필요성, 혹은 개인적 욕구를 만족시킬때에만 정확성을 요구받는다고 생각합니다. 일오차에 민감한 사람도 있지만 저처럼 하루에 30초 정도 오차가 나도 둔감한 사람도 있죠. 제가 사랑하는 건 이 시계가 가지고 있는 기계적인 정확성이라기 보다는 일정한 존재의 개성은 아닌가 싶거든요.

 

어제 이야기를 나눈 분중에는 하이엔드 브랜드에서 도입하고 있는 실리시움 부품조차도 싫다고 하는 분이 계셨습니다. 그 마음은 충분히 이해가 되고 남습니다. 지금도 충분히 예쁜데 더 예뻐지겠다고 실리콘 넣고 콧대 세우는 성형과 다를바 없이 느껴지실거라는 생각이 들어요. 하지만 어떤 분들은 그런 노력 자체를 혁신이라고 생각할 수 도 있습니다.

 

스프링 드라이브는 분명 혁신적인 기술이고 지금으로써는 기계식 시계의 아름다움과 쿼츠 시계의  정확성을 둘다 요구하는 수요층들에게 유일한 대안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휴대폰으로 확인하는 시간이 제일 정확하고 그보다 더 정확한 원자 시계의 시보를 수시로 확인할 수 있는 요즘같은 시대에 기계식 시계를 사랑하는 우리같은 사람들, 아니 저와 비슷한 취향의 사람들에게는 아무리 초침이 물흐르듯 유려하게 흐르고 시간이 정확하다고 하더라도 스프링 드라이브에 선뜻 손이 가지는 않을것 같습니다. ^^

 

마지막으로 한가지만 더 첨언하자면..

 

세이코측에 물어봐야 알일이긴 합니다만..

 

gallery2.jpg

 

엄청나게 많은 부품과 전문가의 손길로 일일이 조립해야 하는 스프링 드라이브 무브먼트는 조립도 일이지만 문제가 생기거나 오버홀 할때도 그만한 문제를 동반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게다가 이건 국내에서 해결할 수도 없고 오로지 세이코의 전문 기술자에게 가야하는 일이죠. 오버홀 비용이 얼마인지는 알고 싶지도 않습니다.  ㅎㅎㅎ

 

그럼에도 불구하고 스프링 드라이브를 지르는 용자들에게는 박수를 보내드립니다. 어쩌면 누구보다 먼저 미래를 살고 있는 그런 분들일지도 모르니까요.

 

PS : 공각 기동대 이야기가 나온 김에.. 모더레이터 중에 한분이신 타치코마님은 아마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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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로봇에서 닉네임의 영감을 얻으신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공각기동대에 나오는 타치코마라는 전투 로봇입니다. (귀엽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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