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크리스마스 이브네요. 회원님들 그동안 안녕들 하셨겠지요?
참 오랜만에 포스팅하네요.
옛날에 읽었던 오 헨리의 소설 '크리스마스 선물'이 생각나는 시간입니다.
가난한 남편은 고운 머리결을 가진 아내에게 머리핀인가 머리빗인가를, 아내는 시계줄 없는 손목시계를 갖고 있는 남편에게 시계줄을 선물하는데요.
그런데, 남편은 시계를 팔아서 아내의 선물을 샀고, 아내는 고운 머리카락을 잘라서 판 돈으로 남편의 시계줄을 선물로 샀다는... 가난하지만 애틋한 사랑이 흐르는 부부의 이야기죠?
처에게, 그리고 저 스스로에게, 20년만인가요? 선물을 하려고 오늘 롯데 카드를 챙겨서 롯데 애비뉴엘에 들렀습니다. 가난한 독일 유학생활 10여년, 귀국해서는 국내 학계와 직업세계에 적응하느라 처도, 저도 정신없이 7년... 그래서 이런 저런 기념일이나 선물을 한 20년간 챙기지 못했던 거 같은데, 오늘 벼르고 롯데 백화점엘 들렀습니다.
사실 처에게 줄 선물은 며칠 전에 챙겨놓았죠... 처가 제 마캘금통이 너무 이쁘다고 좋아합니다. 시쓰루백이 이쁘다고... 그래서 처한테 어울릴 시쓰루백 시계를 찾다가 온 인터넷 중고매장을 다 뒤져서 찾아낸 구형 몽블랑 스타 크로노입니다. 크기가 38mm라 처가 차기에도 알맞다고 생각이 들어서, 일부러 구형을 구했습니다.
둘 다 뒤태가 이쁘죠? 루비가 박히고 헤어스프링이 쉬지 않고 움직이는 밸런스휠이 인간의 심장과 비슷한 거 같습니다. 에구, 이쁘고 소중한거...
처의 선물은 이미 샀으니... 오늘은 가는 처의 손목에 맞춰 가죽 시계줄에 펀칭을 하는 게 과제였습니다. 애비뉴엘 몽블랑 매장에서 친절하게 펀칭해 주어서 너무 고마왔습니다.
이제 제 선물 차례인데요. 제 마캘에는 현재 제치가 아닌 리오스줄 숏사이즈 줄이 채워져 있습니다.
앞의 앞에 사진의 아래부분에 보이는 제치줄은 미디움 사이즈인데도 저한테 너무 길어서...
그래서 저를 위한 선물은 마캘 제치 앨리게이터 가죽줄 숏 사이즈로 정했습니다.
그런데, 이번에도 애비뉴엘 예거 매장에 제 손목에 맞는 숏 사이즈 앨리게이터줄 재고가 없다는군요... ㅠㅠ... 주문하면 연말이라 한 4개월 후에나 들어온다고... 벌써 3번째 숏사이즈 줄이 있으려나 해서 들렀는데, 역시나 였습니다.
제 손목이 유난히 가늘긴 하지만, 과반수 한국분들한테는 예거 앨리게이터 줄의 경우 미디움 사이즈보다는 오히려 숏사이즈 줄이 맞을 걸로 생각되는데, 들를 때마다 재고가 없다고 하니... 살짝 자존심도 상했습니다. 한국 고객에 맞는 현지화 전략을 전혀 고려치 못하는 예거 코리아 내지 매장들이 오만한 거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고...
그래서 항의 좀 했습니다. 이래서 팔 시계도 못 파는 거 아니냐고... 살려다가 시계줄이 맞지 않아 3개월 후에나 다시 오게 만드는 게 제대로 된 마케팅이냐고...
여튼 제 크리스마스 선물 시계줄은 4개월 후에나 득템할 수 있을 거 같습니다. 예약만 걸어두고 왔습니다...
역시 저는 크리스마스 선물을 받을 자격이 없나 봅니다... ㅠㅠ... 줄 의무만 있고...
그런 기분으로 우울하게 롯데 백화점에서 나서는데... 처한테 급하다면서 전화가 왔습니다...
자기 피부관리를 위해 병원을 알아보았는데, 싸고 좋은데를 찾았다고 당장 예약해야 할 거 같다고... 10번에 300만원밖에 안 한다고... 크리스마스 선물로 생각하고 하게 해달라고...
기분이 더더욱 우울해지더군요... 그래도 어찌합니까? 제 마캘을 잘 샀다고 하는 처였는데... 말릴 수도 없고... 다 작전이었던 거 같기도 하고...
이래 저래 산산히 부서진 '크리스마스 선물'의 환상입니다. 처한테 줄 거만 남았군요...
그래도 착샷이 빠질 수는 없겠죠?
회원님들 모두 불타는 크리스마스 이브 되시길...
댓글 15
-
치우천황
2012.12.24 20:12
-
오래만입니다. 치우천황님^^
아 그런 거군요... ㅠㅠ...
여튼 애비뉴엘 예거 매장 매니저님이 앞으로는 숏사이즈 줄도 다양한 색으로 충분한 재고를 갖추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하시더군요^^ 저처럼 시계줄 길이가 맞지 않아 사려다가 나중으로 미루거나 포기한 사람이 많았던 거 같습니다. 제가 화를 낸 게 무익하지만은 않았습니다^^
여튼 시계생활하면서 좋은 분들한테 인생도 배우게 되네요^^ 앞으로 인내하는 것도 더 많이 배우겠습니다^^
-
치우천황
2012.12.24 21:28
ㅎ ㅎ 저도 성격 무지 급합니다.....행복한 성탄&연말되세요 ^^
-
금통 예거만 봐도 배가 부를거 같습니다 ~~
크리스마스 선물 같은게 필요하나요 뭐ㅎㅎ 이렇게 적고 전 웁니다 ㅠㅠ
-
이쁘네요~ 좋은 부부라이프입니다 선물주고받고~ 전 뭐.. 늘 주기만 해서리 ㅠ.ㅠ
-
피코왕자님. 언젠가 크게 받으실 날이 오기를 바랍니다^^
-
저도 숏사이즈 줄이 절실히 필요합니다. 노마님 덕분에 저도 혜택 좀 보게 되나요?^^
-
그런데 4개월 후에나 들어온다니... 아예 하나가 아니라 몇 피스 갖다 놓겠다고는 했는데...
회색은 애비뉴엘은 아니지만 국내 다른 매장에 재고가 1개 있다고 하더군요.... ㅠㅠ... 제가 원하는 색이 아니라서... 누군가 원하시면 며칠 내로 구입할 수 있다고 합니다.
여튼 옴마니님에게도 도움이 되길 바랄 뿐입니다.
-
장터에 노마님 글 읽고 "연말 재고정리 하시는건가"라고 생각했는데..
여기 글을 읽으니 "읭?커플시계 할려다 뺀찌 맞으신건가?라는 걱정도 듭니다-_-;;(기우 이기를 바랍니다;;)
마캘은...음....음....생략하겠습니다 ㅡ.ㅜ
-
섭쓰님 날카로우시네요^^ 근데 누구시길래 이렇듯 거의 정확한 추정을...
커플시계 생각했었던거 맞구요^^ 뺀찌 맞은건 아니랍니다.^^
며칠 지나면 이래저래 정리가 될 테지요...
처는 시계에 영 관심이 없어서... 일단은 관심이라도 갖게 하려고 합니다. 커플시계는 그 다음에. 추진해야 할 듯해서.... 좀 천천히 가자는 생각입니다.
-
마지막 사진의 옷과 시계 색상이 따뜻하고 좋습니다.
줄은 원래 다른 브랜드들도 6개월 이야기 하더군요...미국에서도 한두달 정도 걸리는 것 같습니다.
예약하지 않고 그냥 찾아가면 없는 것이 보통이니 이해하시고 오더를 하시는 편이 나을 듯 합니다^^
-
아, 글쿤요... Jason님 잘 알겠습니다^^ 추운날 따뜻한 느낌을 주는 마캘은 참 착한 거 같습니다.
-
마캘 금통 너무 고급스럽네요.
저도 연애할 때는 와이프가 선물을 정말 때마다 열심히 해줬었는데, 결혼하고 나서는 초코렛 이상을 받아본 적이 없습니다 ㅎㅎ.
와이프에게 선물은 열심히 해 주되, 정말 사고 싶은 것은 와이프 눈치보지 않고 셀프 득템하는 것도 나쁘지 않은 것 같습니다.
-
freeport님, 눈치보지 않기는 힘들겠지만... 그 방향으로 함께 노력해 보죠^^
-
엄지장군
2013.01.02 03:37
에휴 눈만 높아지는거 같아요
노마님!! 어쩔수 없습니다. 사은품 스트랩을 6개월 이상 기다렸습니다.물론 제가 원하는 색 때문이었지만 말이죠.
예거 금통정도 차시면 유럽 기준으로 귀족(^^)인데..그정도에 화를 내시면 안되죠 ㅎ ㅎ
이말은 제가 스트랩을 기다리면서... 제 스스로 한 말입니다.후~ 후~후..
우리 나라 사람들은 인내심이 없습니다. 시계생활에서 6개월까지는 인내해야 할 것 같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