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실, 같은 제목의 글을 롤렉스 포럼에도 한번 쓴 적이 있는데.. 그 글은 그냥 한줄 요약하면,
'나는 단종된 시계를 특별히 선호하거나 기피하지 않는다. 내 컬렉션의 투 탑이 모두 단종된 시계인건 그냥 우연이다.'
뭐 이런 시덥잖은 내용이었습니다^^;
반면 이번 글은.. 신제품이 쏟아져 나오는 SIHH와 바젤 시즌을 맞이하면서 느끼는, 단종된 시계 오너로서의 소회.. 정도? ㅋ
M8D 단종 얘기가 나온게, 제가 알기로 2009년 정도 부터였으니, 단종 얘기 나온지 벌써 3년이 넘었습니다.
작년 중순까지만 해도 부띡에 놀러갈 때 마다 스틸 새상품이 있었고, 단종 여부에 대해 물으면
'공식적으로 단종 발표가 난게 맞긴 한데, 찾는 사람이 하도 많아서 계속 수요가 있고, 본사에 부탁하면
하나 만들어서 보내준다.' 라고 답을 해주었었죠.
근데 작년 하반기 어느 시점 부터인가, 이제는 진짜로 더 이상 안만들어 주더군요.
아마 물건 못구한다는 부띡의 매몰찬 답변을 들으신 분들 여럿 계셨을 겁니다 ㅠ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SIHH 2012에서도, master 8 days 의 신형 모델은 발표되지 않았습니다.
M8D 신형이 안나왔다는 사실을 확인하였을 때의 제 심정은..
복잡했습니다 ^^;
한편으로는 산지 얼마 되지도 않은 시계의 신형이, 구형보다 너무 멋지게 나와버리면 속상할 수도 있는 일이지만,,
또 다른 한편으로는, 시계 라는 취미라는게 결국 '지르고 싶은' 물건이 많이 나와줄 수록 더 기쁘고, 뽐뿌도 오게 되며
그런 감정들을 즐기면서 돈을 모으고 모아 득템을 하고, 득템의 희열을 맛보고.. 하는 것이잖아요?
그런 맥락에서는 또 만일 멋진 신형 M8D가 나오면 저로서도 기쁠 것 같다는 생각도 들고.. (정말로 맘에 든다면
구형을 처분하고 돈을 더 모아 신형으로 갈 생각도 하게 될 수도 있겠고 말이죠^^)
비슷한 이유로, 만일 언젠가 신형이 나온다고 가정했을 때, 그럼 그 신형이 구형보다 (제 눈에) 더 멋지게 나오는게 좋을지
아니면 구형보다 못하게 나오는게 좋을지 에 대해서도 복잡한 심경이 되더군요 ㅎㅎ
또 단종이란건 어느정도 필연적으로 '중고 시세'라는 문제와도 관련이 있을 수 밖에 없기 때문에,
방출계획이 있고 없고를 떠나 그 쪽 방면으로도 괜시리 신경이 쓰이는 것도 사실이구요 ㅋ
(옆 동네에서는 15300 단종 소식에 쾌재를 부르시는 분들이 몇분 계시는듯 하더라구요^^)
부띡에서는 작년에 발표되고 올해초 출시된 M8D PPC 가 기존M8D의 신형 격으로 나온 것이라서
앞으로를 장담할순 없지만 당분간 별도의 M8D 신형은 없을 것 같다.. 라는 얘기를 듣기도 했는데
글쎄요, 이것도 뭐 예측에 불과한 것이기 때문에 어떻게 될지는 모르는 일이겠죠.
어찌되었건 간에.. '단종' 이라는 것..
시계라는 취미가 어느정도 '컬렉팅'적 성격을 가지는 것도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기 때문에,
일정정도 '자동 한정판 효과'를 갖게 해주는 단종이라는 요소는 분명 매력적인 측면을 가지고 있는 것임은
부정할 수 없을 것 같습니다.
물론 그 '단종'이라는 요소가 플러스로 작용하려면, 단종 후에도 많은 사람들이 그 시계의 매력을 잊지않고,
찾고, 구할 만큼 그 시계가 매력적이어야 하겠죠?
그 이전에.. 단종 여부를 떠나.. '나에게' 만족을 주어야 함은 뭐 두말할 나위도 없겠고 말이죠.
댓글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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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arriorlee
2012.01.30 2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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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모수익체증
2012.01.30 21:40
리테일가는 턱없이 부족하지만 저도 단종된 모델을 하나 가지고 있습니다. 국내 온라인커뮤니티에선 오너가 몇 명되지도 않구요.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전 이런 상황이 은근히 즐겁습니다. 자기만족이 팔할을 넘는 시계질에서 나만 가진 뭔가가 있다는 건 소소한 즐거움인 것 같습니다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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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우
2012.01.30 21:58
이번 2012 SIHH에서 신형 마파도(언제부턴가 저는 M8D를 이렇게 읽고 있습니다. ^^;;;) 출시 소식을 접하게 되지 않을까 내심 기대했었지만...
새로운 얼굴들 사이에서 찾아볼수가 없었네요. 저렇게 좋은 모델이 왜 단종될까 좀 의문이기도 합니다. 소비자들의 다양한 욕구를 충족시키려면
계속해서 신제품 출시를 해야하는건지.. reserve de marche, master control 모델처럼 좀 더 세련되게 수정되서 언젠가는(?) 다시 돌아와주길 바래봅니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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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LC 관계자분들께 여쭤보니 M8D후속은 현재 없다고 합니다. 개발 중인 프로토도 있다는데 그게 정확히 M8D의 후속인지 여부는 확인이 어려운 것 같습니다.
후속이 나오건 안나오건 지금 단종된 모델이 좋으면 그만이 아닐까 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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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종이 된 다음에도 사람들이 계속 찾게 되는 모델은 역시
'눈에 자주 띄지만 구하기 어려운' 모델인거 같습니다.
그렇게 되려면 포럼등지에 지속적으로 얼굴을 보여줘야 하는데....
전 단종모델 소유 자격이 별로 없나 봅니다. 귀차니즘의 압박에 게시를 잘 안하게 되더라고요.
엠팔디의 가치가 올라가면, 한국에서 일등공신들은 꾸준히 게시물을 올려주시고 보여주신 굉천님을 비롯한 여러 오너분들 덕분이 아닐까요? ^^
선문아 미안해. 지못미...ㅠ.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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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형 마스터 지오나 RDM 나온걸로 봐서는 제 생각엔 몇년후엔 신형 모델로 나올것 같습니다.
솔직히 지오, RDM 둘다 팬이 아니었는데..
신형으로 업그레이드된 이후에 관심이 가기 시작한것으로 보아 M8D도 나오게 된다면 기대감은 더 커질것같구요.. ㅎㅎ
하지만 이건 나중 일이죠. ㅎㅎ 미리 걱정하실 필요없다고 봅니다.
단종된 상품이든 뭐던 어쨌든.. 본인 만족시켜주는 시계면 되는것같습니다. 그게 시덕후의 근본적인 자세구요. ㅎ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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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우천황
2012.01.31 09:45
굉천님! 제가 보기엔 기분좋은 넋두리로 들리네요^^. 전 리베르소 그랑GMT가 단종되었으면 좋겠는데요.ㅎ ㅎ
요즘 예거를 보면 구축된 라인내에서 자신있게 신제품들을 양산하면서 시장의 반응을 다양하게 테스트해보는것 같습니다.
갠적인 감은 내년엔 아니더라도 근년내로 다시 좀더 업그레이드된 M8D가 나올것 같은데요..아마 기존에 갖고 계신분들도 실망시키지 않고
새로운 고객도 창출하는 형태로 말이죠 ㅎ ㅎ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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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rrera
2012.01.31 20:28
전 단종된 모델이 4개네요. 로렉스 익스플로러1 같은 경우는 낡은 사냥복을 입는 느낌이랄까... 단종후에 좀 더 특별하게 다가오더군요.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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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솔직하게 마음을 담아 쓰신 글을 보니 참 마음에 다가옵니다.
내가 가진 시계를 사람들이 좋아하는데, 구하기가 어려워 지면 은근 으쓱~ 한 기분이 들거 같습니다.
그리고 내가 가진 그 시계에 대한 애착도 높아 질거구요.
아마, 좋은 브랜드가 쓰는 상술? 중 하나 일테지만, 이런 보너스 같은 기분을 느끼게 해주는 것들도
기분 좋은 애프터 써비스가 아닐가 생각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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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엔 부엉이에서 마스터 지오나 캘린더 쪽으로 관심이 기울고 있는데요, 분양해 주신다는 분은 별로 안계시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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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항상 단종된 모델들을 그리워 하는데요~ 뒷북이라면 뒷북이지만 그래도 예전 시계들이 현행 모델들 보다 훨씬 멋있다고 생각되는 경우가 많더라구요.
예거의 경우에는 리베르쏘 썬문이 그렇구요.
vc의 경우 듀얼타임 레귤레이터, 패트리모니 파워리저브 데이트 등이 또 있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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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모델보다 구모델이 더욱 땡기는 경우가 많은것 같습니다.
세월이 지나면 지날수록 더욱 그렇다고 해야 하나요.
그리고 단종이 되어지면 제가 가지고 있는 시계에 대한 부분의 애착은 더욱 깊어지는 것 같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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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치사랑
2012.02.10 16:15
복잡해보이면서도 막상 쳐다보면 정리정돈이 아주 잘된 느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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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쿠아테라 블루핸즈를 보면 단종된지 꽤 오랜 시간이 지나도 그 수요가 줄지가 않는 대표적인 예이죠.
신형이 나오지 않았다는 것에대한 두가지 복잡한 마음을 충분히 공감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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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전 마스터캘린더를 실물로 본적이 있는데, 스펙에 비해 너무 작아 보여서 급실망.....M8D가 정답인거 같습니다...
신모델이 나오면 또 어떤 이들에게는 구 모델 구입의 좋은 기회기 된다고 항상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