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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941cc 794  공감:1 2009.01.01 13:12

BMW: Beyern Motoren Werks

 

진정한 가치란 이름만으로 알 수 있는 것이 아닌,

그 이름에 채워가는 정신에 있겠지요.

 

IWC: International Watch Company.

 

이는 우습도록 간단한 이름을 더 이상 우습게 부르지 못하게 만드는

그런 힘을 말하는 거겠지요.

 

 

 

2008년 IWC의 행보 중 가장 커다랬던 것은

바로 빈티지 라인의 출시가 아니었나 합니다.

 

source: http://www.armstrongrockwell.com/iwc_sihh.htm

 

깜짝 놀랄만한 컬렉션이었지요.

 

시계를 좋아하는 사람들 중 많은 이들이 옛 것을 좋아하게 되고, 빈티지에 빠져들어,

이베이와 타임존을 거쳐, 옥션의 길로까지 거닐게 됩니다.

 

하지만 마음에 드는 디자인과 퀄리티, 무브먼트와 역사성, 게다가 아름다움까지 갖춘 빈티지란

가격을 넘어서 구하기조차 힘든 것이 사실입니다.

 

 
source: 타임포럼 행이 님
 
 
이렇고,
 
 
 
 
 
이런 것은
 
꿈에서 그리는 모델정도랄까요.
 
 
 
 
그런 의미에서 요즘 브랜드들은 복각판 replica를 하나 둘 내놓고 있습니다.
 
복각판이란 예전의 멋을 그리워하지만, 금전적으로나, 관리의 문제 때문에
 
빈티지 구입을 꺼려하는 현재의 고객들에게 바치는 하나의 선물이란 개념이라 생각합니다.
 
반드시 그런 것을 의미하는 바는 아니겠지만,
 
한 사람의 고객으로서 '복각' 이란 디자인이나 재질을 너머
 
전통과 영혼, 분위기를 제대로 살려야 하고,
 
또 그래야만 옛 것을 기리는 의미가 살아있다고 생각합니다.
 
limited edition으로 내어놓는 것은 복각판 자체의 가치를 보존하고 의미에 약간 힘을 더하며,
 
판매와 브랜드 이미지에도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는 좋은 방법이겠지요.
 
 
 
 
저 또한 vintage collection을 그러한 복각판의 의미로서 받아들였기에,
 
비록 가격대가 내 지갑의 범위를 넘어설 것이란 것을 알았지만,
 
콜렉션의 등장을 환영하였습니다.
 
 
 
 
 
그러나 계속해서 사진을 보고, 매장에 들러 실질적인 제품을 눈으로 본 후엔
 
실망스런 마음만이 남게 되었지요.
 
마크의 최초 모델 IX의 복각판 파일럿 워치, 몇 년이 지나 가격이 내려가거나,
 
내가 돈을 벌면 하나쯤 사면 되겠지...
 
 
 
 
그러나 직접 눈으로 본 파일럿 워치는 이미 파일럿 워치가 아니었습니다.
 
1936년의 오리지날에 사용된 83 calibre는 아니더라도 F.A. Jones에 사용된 98 계열이라니.
 
설마 수동으로 감는다고 무조건 빈티지의 향을 풍길 거라 생각한 걸까?
 
게다가 44mm의 사이즈는 도대체 무슨 의미인 걸까?
 
폰트와 베젤은 디테일은 커녕 비슷할 뿐이잖아.
 
IWC라도 그냥 흘려써주지 그랬어.
 
포르토피노...
 
이건 아예 각도가 90도 뒤틀어져 있어.
 
 
 
 
 
도대체 이 둘이 어떻게 같다고 느끼란 걸까?
 
 
 
source: puristspro
 
 
 
 
 
 
2000년대 후반 금융업 규제 완화와 자유시장경제 논리에 더해
 
중국발 제조업에 덕을 본 안정된 물가와 비교적 낮은 금리, 거기에 기술적 진보가 더해집니다.
 
금융의 기반은 실물 산업입니다. 그러나 안정된 경제 기반을 바탕으로 레버리지에 레버리지가 더해지고,
 
각종 알파벳이 섞인 새로운 상품이 계속해서 생겨나, 급기야는 모두가 기반의 존재를 망각하게 됩니다.
 
 
 
 
 
 
 
 
 
 
 
이렇게 소수의 인원이 천문학적인 돈을 벌게되고,
 
돈이 많지만 돈을 쓸 시간이 없게 된 월가의 남자들은
 
가장 시간이 적게 들고, 우아하게 돈을 쓰는 법을 알아냅니다.
 
 
 
 
그것은 바로 '시계' 이지요.
 
자동차는 운전을
 
오디오는 음악 감상을
 
카메라는 사진을 찍어야 합니다.
 
그러나 시계는 아침에 버클을 잠그는 정도의 노력만 한다면 하루를 무난히 함께할 수 있습니다.
 
정말 적절한 소비 방향이었지요.
 
 
 
 
이러한 사람들이 생겨나고, 시계 시장은 하루가 다르게 커져갑니다.
 
돋보이는 시계가 좋은 이 신흥부자들의 취향에 맞게 크고 번쩍이는 시계가 늘어만 갑니다.
 
Vacheron Constantin은 40mm의 패트리머니를 선보이고,
 
Rolex는 러그의 두께를 늘임으로서 전통과 마케팅 사이에서의 자존심 싸움을 결론지었습니다.
 
 
 
 
언제나 그렇듯 유행은 지나고, 취향은 바뀝니다.
 
언제나 순환하는 것이겠죠.
 
금융 시장의 급격한 팽창과 더불어 생겨난 엄청난 수요,
 
패션의 중심에 우뚝 서면서 커다래진 크기와 가격,
 
비록 언젠지는 모르지만,
 
이 모든 것 또한 언젠가는 스러지고 지나갈 것이라 생각했었습니다.
 
 
전혀 예상하지 않았지만, 현재 금융권부터 무너지기 시작한 세계 경제는
 
시계 시장을 다시 왜소하게 만들어버릴 수 있는 분위기를 완벽하게 조성해 놓았습니다.
 
 
 
 
 
 
 
 
원래 전통적 기계식 시계의 수요가 아니었던 사람들.
 
갑자기 불어난 돈을 가장 우아하고 편안하게 쓰는 방법을 시계에서 찾아냈던 사람들,
 
저는 그들을 시계 시장의 허수수요라고 판단합니다.
 
이들의 주머니는 너무도 풍족하였기에, 시계회사는 자존심 주머니를 헤프게 열어놓을 수 밖에 없었습니다.
 
 
 
이제 시계회사들은 벌려놓았던 자존심을 수습해야 할 때가 되지 않았는가 싶습니다.
 
경제의 흐름을 알지 못하고 섣불르고 과감한 투자를 한 회사들이 어려워지듯,
 
섣부르게 크기를 키우고 가격을 튀우며 허수 수요에 반응한 회사들은
 
이러한 거품이 사라짐과 동시에 곤란에 처하게 될 지 모릅니다.
 
 
 
그러나 이러한 시장 상황을 정확히 예견하는 것은 힘들고,
 
현재와 같은 경쟁시대에서 전통과 이름이 매출과 순익을 보장해주진 않습니다.
 
Hublot과 같은 회사들이 새롭게 나타나서 히트를 치고,
 
Panerai가 시계 주인들의 새로운 이야기를 써나가는데,
 
IWC와 Rolex라고 해서 그냥 우리는 하는대로 하자는 방법은
 
단순한 회피나 패배로 기록될 가능성도 있었기 때문입니다.
 
 
 
 
제가 Vintage Collection을 맞이하며 느낀 실망은
 
단지 IWC가 이런 허수수요에 대응하였기 때문만은 아닙니다.
 
전통의 영국군 다이얼을 버리고 B-uhr의 디자인을 차용한 Mark XVI을 보면서도
 
약간의 실망은 했지만,
 
파일럿 라인의 일치화와 전통의 새로운 해석이라 이해할 수도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Vintage Collection은 너무나도 허술했습니다.
 
 
 
 
디자인과 상관없이 커다랗게만 만들어진 다이얼,
 
수동감기가 되면 빈티지 느낌을 줄 것이라 생각하는 듯한 안이함,
 
전통의 이야기와는 상관없이 무브먼트 재고정리를 하는 듯한 관련없는 무브먼트들,
 
이야기의 맥락과는 전혀 상관없는 스테인리스 모델의 검은 다이얼과 플래티넘 모델의 흰 다이얼,
 
지금의 경기 침체를 굳이 언급하지 않더라도,
 
이전 호황기때의 허수수요마저도 제대로 만족시키지 못 할 만한 컨셉이었기 때문입니다.
 
 
 
 
전통과 이별하면서까지 얻고 싶어했던 새로운 시장의 컨셉,
 
그들은 그것을 제대로 캐치해내지 못한 채, 전통만 가져다 버린 셈이 되었기 때문입니다.
 
 
 
 
 
 
 
 
제가 가진 모든 시계들 중 특별히 애착이 가는 시계가 있다면 그것은 Mark XII 입니다.
 
마크야 말로 비싸지 않은 시계중 IWC의 모든 것을 담고 있는 시계라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Mark XII는 XV를 바로 곁에 놓았을 때 빛을 발합니다.
 
사진으로는 알 수 없지만, 실제로 느껴지는 그 품위.
 
비용 절감이란 디자인을 결정하는데도 관련이 있는 건가 싶을 정도로 XII의 라인은 XV와는 다릅니다.
 
제가 IWC를 좋아하고 IWC에 기대하는 것은 바로 이러한 정직성입니다.
 
 
 
 
마케팅, 매출, 그리고 브랜드 이미지와 전통.
 
이 둘을 매치하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닐 것입니다.
 
그러나 이 세상에는 그 둘을 훌륭하게 조화시키는 브랜드도 분명 있습니다.
 
Vintage Collection을 보며,
 
IWC가 이 둘을 동시에 놓쳐버리는게 아닌가 우려했었고,
 
바로 이어 터진 금융 파동을 따라 옥석이 구분되는 과정에서
 
옥이 아닌 것으로 분류될까봐 걱정스런 마음이 듭니다.
 
 
 
 
현재의 매니아는 미래의 고객입니다.
 
매니아를 IWC 부티끄에서 쫓아내어 ebay로 향하게 하는 브랜드가 되지 않길 바랍니다.
 
현재가 없으면 과거는 단순한 향수에 머물 뿐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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