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의 기술 ETC
미래의 기술 CR4213R
프롤로그 - 그 이유
아날로그식 시계의 공통점이 하나 있습니다. 기계식이 되었든 쿼츠식이든 하나같이 정면에서 바라보았을 때 초침-분침-시침의 순서를 따른 다는 것입니다. 물론 서브 초침 시계의 경우에는 분침-시침의 순서로 배치되어 있습니다. 정말 그런지 그림 1을 참고하시거나 소지하고 있는 시계를 유심히 살펴보시길 바랍니다.
그림 1. 다양한 브랜드의 초침, 분침, 시침 바늘의 배치 순서.[1]
모든 시계는 그림 1과 같이 맨 위에 초침이 있고 그 아래 분침, 시침 바늘의 순서로 배치되어 있습니다. 이러한 배치는 심지어 베터리로 구동되는 아날로그식 쿼츠시계에서도 찾아볼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이러한 배치를 고집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그림 2의 구조적인 측면에서 보았을때 2번차는 메인스프링 베럴과 맞물려 회전하며 시계케이스 정중앙에 위치합니다. 분침바늘은 이 2번차에 연결되고 초침바늘은 4번차에 연결이 되어[2] 그림 3과 같이 분침바늘은 가운데에 초침바늘은 6시 방향에 위치하게 되는 것이죠.
그림 2. 기계식 시계의 기본 윤열 구조 (좌: 케이스 내부의 윤열, 우: 윤열).
그림 3. 윤열에 따른 분침과 초침 바늘의 위치.[3]
그림 2에 나타낸 윤열만으로 1시간에 한바퀴를 회전하는 2번차와 1분에 한바퀴를 회전하는 4번차가 있어서 각각에 분침과 초침 바늘이 해결됩니다. 그렇다면 시침 바늘을 위한 추가 기어들은 어디에 있을까요? 어떻게 해결하였을까요? 왜 항상 분침바늘 아래에 위치하게 되는 걸까요?
그 이유는 기계식 시계의 역사와 구조에서 찾아볼 수 있습니다.
1 장 시계의 역사
14c 기계식 시계는 지금과는 다른 형태의, 다른 구조의 시계로 출발하였습니다. 기계식 시계가 언급된 최초의 문학서는 14세기 초반 단테의 "파라디소"인데, 시보를 알리는 괘종시계가 언급되었습니다. 그리고 기계식 시계의 구조를 처음으로 상세히 묘사한 자료는 현재까지 알려진바로 1364년의 천문학 교수 Giovanni da Dondi가 그린 그림(그림 4)입니다.
그림 4. Da Dondi의 Padua 시계(1364년). ※클릭시 설명첨부.
하지만 현재까지 작동이 가능한 시계는 그림 5에 나타낸 1386년에 제작된 Salisbury cathedral 시계입니다. 그림 5를 보면 시계바늘이나 다이얼이 전혀 존재하지 않습니다. 어찌보면 시계라기보단 기계에 가까워보이기까지 하죠. 이 시계는 특정한 시간에 종이 울리도록 고안되었습니다. 이렇듯 그 당시에는 사도사들을 위해 시보를 알려주거나 별자리의 움직임을 나타내는 시계가 주를 이루었습니다.[4] 마치 단테의 시에 등장한 괘종시계가 최초의 기계식 시계로 보여지지만 최초로 문학서에 등장하였을 뿐 아쉽게도 누가 언제 최초의 기계식 시계를 제작했는지 미스테리입니다. 최근 타임포럼에 알려진 자료에 의하면 1309년에도 괘종시계가 있었다고 합니다.[5] 그리고 그 형태는 그림 6과 비슷하지 않았나 싶습니다.
그림 5. Salisbury cathedral clock (1386년).
그림 6. 전형적인 verge-foliot을 사용한 기계식 시계(1670년 이전 추정). [5]
15c 그리고 15세기에 접어들어 그림 7의 메인스프링과 fusee를 접목한 기구가 발명되었고 각국에서는 "소형 시계 제작"이 붐을 일으킵니다. 물론 그 크기는 포켓워치 크기가 아닌 벽시계 정도의 크기였습니다. 이러한 소형화를 위한 노력 끝에 1492년도에는 이탈리, 독일, 프랑스에서 동시다발적으로 기계식 시계가 출현하게 됩니다.[6]
그림 7. fusee를 접목한 메인스프링 (약 1410년).
16c 16세기에는 본격적으로 시계제조사들 사이에서 휴대성을 갖춘 소형 시계 제작 경쟁이 일어납니다. 1505년 자물쇠 제조공이었던 독일인 Peter Henlein은 최초의 포켓워치로 알려진 Nürnberg eggs 시계를 제작하였습니다. 이 시계는 분침바늘이 없고 시침 바늘만 있는데, 아마도 그 이유는 시간의 부적확성 문제 때문이라고 유추하고 있습니다.[7] 16세기 이후의 포켓워치 역사는 타임포럼 번역게시판을 참고하시길 바랍니다.[8]
그림 8. Peter Henlein의 Nürnberg eggs (1505년).
17c 1582년도에 갈릴레오 갈릴레이(Galileo Galilei)는 시계의 정확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진자의 등시성 원리를 제안하게됩니다. 그리고 1656년에는 호이겐스(Christiaan Huygens)에 의해 첫 진자시계(추시계, 그림 9)가 발명되었는데, 이때 일오차가 1분이었으며 개발끝에 10초의 일오차를 갖도록 단축시키는데 성공하였습니다. 또한 호이겐스는 1656년에 시간이 정확한 포켓워치를 위해 그림 10의 스피럴 밸런스 스프링과 밸런스 휠을 개발하게 됩니다.[4] 14세기부터 1670년도까지는 그림 4, 5, 6, 9에 나타낸 verge-foliot 형태의 레귤레이터를 사용해왔는데 이는 일오차를 커지게하는 주범이었으며 호이겐스가 없었다면 포켓워치와 손목시계의 역사는 지금과는 많이 달랐을 겁니다.
그림 9. Christiaan Huygens가 제작한 second pendulum clock(1673). [11]
그림 10. Christian Huygens의 Spiral balance spring (1656년).[6]
호이겐스를 시작으로 이때부터 다양한 형태의 이스케잎먼트 개발도 활발히 진행되어[9, 10], 17세기 후반부터 소형 포켓워치의 역사[8]가 시작된 것이었습니다. 특히나 1675년도에는 영국인 Edward Barlow, Daniel Quare, Thomas Tompion에 의해 쿼터 리피터 시계가 개발되었고 1695년에는 해프 쿼터 리피터 포켓워치(그림 11)가 제작되었습니다.[6]
그림 11. half-quarter repeater watch (1695년?).
18c 18세기에 접어들어서 정확성이 요구되는 시계에 열망하게 됩니다. 17세기에 발명된 진자시계는 항해용으로 부적합하여 진자를 사용하지 않음에도 시간이 정확하도록 다양한 이스케잎먼트 개발이 이루어졌고, 시간이 정확하다보니 분침과 초침바늘이 요구되었습니다. 또한 1704년에는 de Beaufré와 Nicolas Fatio de Duillier에 의해 처음으로 마모방지를 위해 보석이 사용된 시계가 등장하게 되고, 1714년에는 정확성이 요구되는 항해용 시계제작을 위해 영국의회에서 £ 20,000이라는 상금을 내겁니다. 1741년에는 영국인 Thomas Mudge는 미닛 리피터 시계를 제작하였을 뿐만 아니라, 1757년에는 그 유명한 레버 이스케잎먼트(그림 12)를 비롯하여 퍼페츄얼 칼렌더를 발명하게 됩니다.
그림 12. Thomas Mudge와 그가 제작한 lever escapement (1757). [9, 10]
1747년도에는 Abraham Louis Breguet가 태어났고, 1766년에는 영국인 John Harrison이 H.4 marine timekeeper로 항해용 시계제작 경쟁대회가 시작된지 52년만에 상금을 거머쥡니다(그림 13).
그림 13. John Harrison과 그의 marine timekeeper (H1, H2, H3, H4). [6, 12]
1776년에는 독일인 시계제작자 Jean-Moïse Pouzait에 의해 dead-beat second(그림 14)를 개발하였고[13], 1780년 Abraham Louis Breguet에 의해 포켓워치를 위한 자동 감기 로터(그림 15)가 발명됩니다.[6]
그림 14. dead-beat second(independent seconds)를 사용한 시계 (좌 : 1776년 Jean-Moïse Pouzait 제작, 중앙,우: 2001년 파네라이 PAM80).
그림 15. Breguet가 제작한 Perpétuelle(self-winding watch) (1780).
영국인 Thomas Earnshaw는 1784년에 spring detent escapement를 발명하여 포켓용 크로노미터와 마린크로노미터에 널리 사용됩니다. 그런데 다른 문헌에서는 Ferdinand Berthoud가 1766년에 spring detent escapement를 개발하였다고 되어있답니다. (그림 16)[14,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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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16. 상좌: Thomas Earnshaw(1784년), 상중,상우: Ferdinand Berthoud와 spring detent escapement (1766년)
하: spring detent escapement를 사용한 마린 크로노그래프.[16]
19c 19세기부터는 다음을 기약하며 1장. 시계의 역사를 마칩니다.
2 장 편리를 위한 선택
18세기까지의 기계식 시계 역사를 정리하여 아래 표 1에 나타내어 보았습니다. 16세기 이전의 기계식 시계는 레귤레이터의 정확성 문제로 시침바늘만 존재해왔습니다. 하지만 1582년에 갈릴레이에 의해 제안된 진자시계는 17세기에 발명되었고 정확한 시간표현이 가능하여 분침바늘이 추가됩니다.
시계바늘 |
크기 (목적) |
동력 |
레귤레이터 |
이스케잎먼트 | |
~14세기 |
시침 |
대형 (괘종) |
무게추 |
verge-foliot 무게 추 |
verge-foliot |
15세기 |
중형 |
스프링 (퓨지) |
|||
16세기 |
소형 (포켓워치) |
||||
17세기 |
시침, 분침 |
진자 |
|||
18세기 |
시침,분침,초침 |
소형 (크로노미터급) |
스피럴 밸런스 |
lever와 cylinder |
표 1. 14~18세기의 기계식 시계 역사 정리.
그림 17은 17세기 이전의 시계로 설명드렸던 그림 4, 그림 6, 그림 9를 나타낸 것으로 시계 윤열을 보면 기어들이 최소의 갯수만으로 사용하여 제작되었습니다. 그림 17의 동력원으로 사용된 1번차(무게추나 스프링을 사용)는 바로 2번차를 거쳐 이스케잎먼트와 맞물리는 윤열을 갖습니다. 또한 진동수는 현재와 달리 현저히 낮고 이에따라 일오차도 커져 17세기 이전 시계들은 시침바늘만 존재하게 되었습니다. 물론 분침바늘 부재는 일오차가 큰 이유라기보다 그 시절에는 지금과 달리 "하루단위" 또는 "오전과 오후 단위"가 기준이었기 때문이겠죠.
그림 17. 17세기 이전의 시계들.
17세기 이후에는 정밀한 진자시계와 행해용 크로노미터 시계의 등장으로 분침바늘이 추가됩니다. 다양한 형태와 진동수가 높은 이스케잎먼트의 발명으로 일오차는 현저히 낮아져 초침바늘도 등장하게 됩니다. 이스케잎먼트의 진동수 증가로 2번차에는 시침바늘 대신에 분침바늘이 꽂히고 3번차와 4번차를 통해 이스케잎먼트로 동력이 전달되도록 하였습니다. 물론 초침바늘을 위해 3번차 하나만 있으면 될 것이라고 생각되지만 그림 18에서 볼 수 있듯이 3번차의 회전방향은 분침바늘이 연결된 2번차와 서로 반대방향으로 회전됩니다. 그래서 초침바늘을 위해 2번차와 동일한 회전방향을 갖도록 4번차가 필요하였을 것이라고 생각됩니다.
그림 18. spring detent escapement를 사용한 마린 크로노그래프의 윤열 구조.
그림 18과 같이 2번차와 4번차로 분침바늘과 초침바늘을 해결하였지만 시침바늘은 어떻게 해결하였을까요? 이미 기어의 갯수는 최소로 사용되어 1~4번차, 이스케잎먼트까지의 윤열은 최적화가 되어 버렸습니다. 와인딩과 시간조정을 위한 윤열도 없는데 이게 왜 완벽한 윤열이냐고요? 사실 18세기 이전까지는 키(key)를 사용하여 메인스프링 베럴 축을 직접 회전시켜 감았고 시간조정은 직접 손으로 시계바늘을 회전시켰답니다. 19세기 들어서부터 크라운을 사용하여 와인딩과 시간조정을 하였답니다. 어쨌든 시침바늘을 위해서는 윤열(1~4번차) 사이에 기어를 추가하는 것은 무의미라고 생각됩니다. 물론 시침바늘을 위해 1번차와 2번차 사이에 기어(1.5번차)를 추가하면 되겠지라고 생각되지만 그림 19처럼 분침바늘을 위한 기어는 1.5번차와 동일한 회전방향을 갖는 3번차에 연결이 되어야 하고 초침바늘을 위해 5번차가 또 추가되어야 합니다. 결국 시침바늘을 해결하기 위한 기어 추가는 또 다른 기어 추가를 불러오게 됩니다. 그래서, 그림 18은 완벽한 윤열이며 현재까지 이어져 내려오고 있는 것입니다.
그림 19. 3개의 바늘을 위해 6개의 기어를 사용한 윤열.
게다가 시침바늘을 위한 윤열은 그림 19처럼 아무렇게나 생각되는데로 배치하면 시간오차가 발생하였을때 시간조정이 불가능해집니다. 그렇다면 그림 18과 같은 완벽한 윤열은 어떻게 시간조정이 가능했을까요? 그리고 그림 19는 왜 시간조정이 불가능할까요? 자세한 설명을 위해 그림 18을 뒤집어 그림 20에 나타내었습니다.
그림 20. 2번차 축과 연결된 분침바늘.
그림 20과 같이 분침바늘이 끊임없이 회전되는 2번차에 "완벽히" 고정되어 있다면 기준시간과 오차가 발생하였을때 분침바늘만 따로 회전시키기 불가능해집니다. 즉 시간조정이 불가능하게 되죠. 그래서 분침바늘은 언제든지 시간조정이 가능하도록 그림 21처럼 2번차의 축에 모자처럼 씌워져 있는 형태가 됩니다. 마치 사람머리(2번차)에 모자(분침바늘 뚜껑)를 씌운 형태로 생각하시면 됩니다. 결국 머리(2번차)를 움직이면 모자(뚜껑)도 같이 회전되지만 모자만 따로 회전시켜 모자챙(분침바늘)의 위치를 바꿀수 있는 것 처럼 말이죠. 그래서 그림 21의 오른쪽과 같이 2번차가 시계방향(흰색 화살표)으로 회전될 때 분침바늘도 같은 방향으로 회전되지만 시간조정할때는 분침바늘만 원하는 방향(검은색 양방향 화살표)으로 회전시킬 수 있게 됩니다.
그림 21. 시간조정을 위해 2번차와 분침바늘의 연결구조.
그러므로 그림 19의 1.5번차와 2번차에 시침바늘과 분침바늘이 그림 21과 같이 모자처럼 씌워져 있다고 가정해 보았을 때, 시간조정을 위해 분침바늘을 회전시키더라도 시침바늘은 이에 따라 회전하지 않습니다. 결국 시간조정시에는 두 시계바늘을 각각 따로 회전시켜야 된다는 단점이 발생하게 됩니다. 시간을 조정해 보신 분들이라면 아시겠지만 시침바늘과 분침바늘은 연동되어야 합니다. 또한 시침바늘을 위한 추가 윤열은 시간윤열(1~4번차)사이가 아닌 바깥쪽에 위치하여야 합니다. 그리고 시간조정을 위해 시간윤열과 분리되어 회전되어야 합니다. 이러한 조건을 만족하는 윤열을 설명드리기에 앞서 그림 21에 나타낸 1번차, 2번차, 3번차를 제외한 분침바늘과 뚜껑만으로만 설명드리겠습니다.
우선 시침바늘이 분침바늘과 같은 동심원상에 위치하기 위한 기계적인 구조는 그림 22에 나타낸 것처럼 두가지 방법으로 나뉩니다. 그림 22의 (a)는 분침바늘의 축(뚜껑, 빨간색) 바깥쪽에 아워휠(올리브색)이 위치하여 분침바늘과 같은 방향으로 회전되도록 미닛 휠(밝은 회색)이 맞물리는 구조입니다. 그림 22의 (b)는 분침바늘 축 중심에 아워 휠 축이 관통하여 미닛 휠과 맞물린 구조입니다. 이와같이 시침바늘과 분침바늘이 동일한 축상에서 각기 다른 속도로 회전되는 방법은 그림 22의 (a)와 (b) 이외에는 절대로 불가능합니다!!! 구조적으로 (a)처럼 분침바늘이 맨 위에 있거나 (b)와 같이 시침바늘이 맨 위에 있는 것 모두 문제점은 없습니다. 하지만 전체 시간윤열(1~4번차)을 생각해 보았을때 (a)가 (b)에 비해 훨씬 제작하기 쉬운 이점이 있습니다.
(a) outer (b) center
그림 22. 시침바늘을 위한 아워 휠(똥색)의 위치 구조도: (a) 분침바늘 축 바깥쪽에 위치하는 방법, (b) 분침바늘 축을 관통하는 방법.
그림 21에서 설명드렸듯이 2번차는 1시간에 한바퀴 회전하는 이유로 분침바늘 뚜껑(분침바늘 축)이 연결되어야만 합니다. 그림 22 (a)는 맨 아래에 뚜껑이 위치하므로 그림 23 (a)와 같이 2번차와 바로 연결 가능하지만 그림 22 (b)는 맨 아래에 아워휠이 위치하는 이유로 2번차의 축과 연결하면 안됩니다. 그래서 그림 23의 (b)와 같이 분침바늘 축에 2번차가 미세한 유격을 갖고 고정되어야 합니다. 그래야 시간조정이 가능해지거든요!
그림 23. 시침바늘의 위치에 따른 윤열 구조: (a) 분침바늘 축 바깥쪽에 위치하는 방법, (b) 분침바늘 축을 관통하는 방법.
즉 그림 23의 (a)는 시침바늘과 분침바늘을 모듈 형식으로 2번차에 가져다 고정만하면 되지만 (b)는 2번차 중앙에 작은 구멍을 뚫어야하며 3개의 휠(파란색, 빨간색, 올리브색)들이 축과 직각을 이루어야하만 하는 정밀한 작업들이 필요하게 됩니다. 그래서 시계공들은 제작과정이 보다 편리한 그림 23 (a)를 선택하였을 겁니다. 굳이 복잡한 것을 선택할 필요가 없는것이죠. 게다가 복잡한 구조일수록 단점이 증가하거든요! 그림 24에는 (그림 18의 원본인) 그림 16과 그림 23 (a)를 도식적으로 나타낸 것입니다.
그림 24. 분침과 시침바늘이 같은 동심원 상에 위치, 시간조정이 가능, 연동되어 회전되기 위한 추가 윤열
(φ:시침바늘, F:cannon pinion (minute pipe, 뚜껑(분침바늘 축)), f´:hour wheel, , F´: minute wheel, φ´:분침바늘).
17세기의 전후로 등장한 시계들은 그림 25와 같이 시계를 정면에서 바라보았을때 분침바늘 아래에 시침바늘이 위치함을 볼 수 있습니다. 또한 그림 26과 같이 17세기 이후부터 20세기 중반까지의 (브랜드, 크기, 국적을 제외한) 포켓워치에서도 같은 구조를 보입니다.
그림 25. 17세기 전후로 등장한 시계의 바늘 위치. [17]
그림 26. 17~20세기 까지의 포켓워치의 바늘 위치. (그림 출처: [8])
이렇듯 17세기경에 완성된 시계의 윤열이 얼마나 완벽한지 이해가 되시는가요? 그래서 이때 완성된 윤열이 현재까지 이어져 내려오고 있는게 아닐까 싶습니다. 게다가 그림 23의 (a)처럼 분침바늘 뚜껑(분침바늘 축, cannon pinion)의 바깥쪽에 아워휠이 둘러싸고 있는 구조로 인해 그림 27처럼 간단한 조작으로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레귤레이터로 변환이 가능합니다.
그림 27. 레귤레이터 (아래 그림 출처 :[18], [3]).
이미 언급하였듯이 17세기 spiral balance spring(그림 10)과 18세기 진동수가 빠른 lever escapement(그림 12)의 개발로 보다 정확한 시간 표현이 가능해져 초침바늘이 등장하였습니다. 게다가 그림 13과 그림 14와 같이 시침바늘뿐만 아니라 초침바늘까지 중앙으로 이동되었죠. 초침바늘은 그림 28 (a)처럼 2번차의 축과 cannon pinion(뚜껑, 분침바늘 축) 중앙에 위치하거나 (b)처럼 아워휠 바깥쪽에 위치하여야 합니다. (a)의 구조를 따른 이유는 알 수 없지만 미관상의 문제가 아녔나 싶습니다.
그림 28. 초침바늘의 위치 구조: (a) 2번차 축을 관통하는 방법, (b) 아워휠 바깥쪽에 위치하는 방법.
만약 그림 28 (b)와 같은 구조를 따랐다면 그림 26에서 초침바늘이 어떻게 보일지를 생각해보시길 바랍니다. 아무래도 그림 28의 (a) 방법이 미관상 더 좋아 보이지 않을까요? 18세기경에도 중앙초침을 위해 그림 28과 그림 29처럼 3번차를 사용하였는지는 알 수 없지만 중앙초침과 관련된 사항은 [19]를 참고하시면 됩니다.
그림 29. 3번차의 동력을 이용한 중앙 초침 구조 (그림 28 (a)와 동일). [20]
이로써 다양한 타임온리 시계(섭 세컨즈, 레귤레이터, 센터 시계바늘)의 윤열에 대해 알아 보았습니다.
1. 분침바늘이 시침바늘 보다 위에 있는 이유 (그림 23)
2. 레귤레이터의 윤열구조 (그림 27)
3. 서브 초침바늘과 중앙 초침바늘의 구조 (그림 18, 그림 28)
유심히 그림을 들여다 보셨다면 그림 23과 그림 28에서 독특한 공통점을 발견하셨을 겁니다. 시계의 다이얼을 위에서 바라볼 때 맨위에 있는 시계바늘은 그 바늘과 같은 각속도로 회전되는 기어(휠)의 위치가 가장 아래에 있다는 것입니다. 그림 30을 보면 초록색 화살표로 표시한 시계바늘은 이와 같은 속도로 회전되는 기어(휠, 자황색 화살표)가 언제나 맨 아래에 위치합니다. 이와 반대로 가장 아래에 위치한 시계바늘은 이와 동일한 축에 연결된 기어의 위치가 가장 위에 있게 됩니다.
그림 30. 구조상 맨 위에 있는 시계바늘과 같은 각속도로 회전되는 기어의 위치는 맨 아래.
그림 30이 이해가 되셨다면 타임온리보다 복잡한 크로노그래프도 어렵지 않습니다. 그림 31은 일반적인 크로노그래프로 현재시간용 초침바늘은 서브다이얼에 위치하고 계측용 초침바늘은 중앙에 위치합니다. 현재시간용 초침바늘은 서브다이얼에 위치하므로 그림 3과 그림 29에 나타낸 4번차 위치에 연결하였음을 알 수 있습니다. 그림 31을 보면 계측용 초침바늘은 중앙에 있는 어떤 바늘보다 맨 위에 위치하는 것으로 보아 그림 30에서 설명한 것 처럼 맨 아래에 계측용 초침바늘 기어(휠)가 있음을 의미합니다.
그림 31. 크로노그래프. [18]
그림 31의 시계들은 전부 오토매틱이라 그림 32처럼 로터와 로터 브릿지를 하나씩 제거해 보았을때 가장 위에 위치한 중앙 기어(휠)가 바로 계측용 초침바늘을 위한 것임을 알 수 있습니다. 무브먼트를 뒤집지 않았다면 노란색 화살표가 가리키는 계측용 중앙 초침기어는 맨 아래에 위치하겠죠. 그림 30에서 설명드렸던 원리가 크로노그래프에도 동일하게 접목됩니다. 그림 33은 수동 크로노그래프로 maurice lacroix의 Le chronographe에 사용된 무브먼트(ML160-2)입니다. 이도 역시 중앙의 가장 위에 위치한 기어는 계측용 초침바늘을 위한 기어이며 동력(초록색)을 전달받기 위해 4번차 축에 연결된 기어와 여분의 기어를 사용하여 계측용 초침바늘이 회전되는 구조입니다. 크로노그래프의 자세한 작동원리는 [21]를 참고하시길 바랍니다.
그림 32. 계측용 중앙 초침의 위치(노란색); (좌:ETA7750, 우:cal.89360). [22]
그림 33. Maurice Lacroix의 Le chronographe (노란색 화살표로 표시한 것은 계측용 중앙 초침기어). [23]
결국 크로노그래프는 기존 타임온리 시계에 계측용 기구를 탑재하였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림 31의 ETA 7750 무브먼트를 사용한 시계를 보면 시계바늘의 위치만으로 그림 34와 같은 층 구조로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chronograph train movement는 timeonly movement 뒤에 모듈 형태로 부탁되어 있으며 동력은 timeonly movement의 메인스프링 베럴로 부터 전달 받을 수 있게 되어 있는 것이죠. 이와 같은 방법으로 복잡시계중에 하나인 크로노그래프 퍼페츄얼 캘린더 시계도 간단하게 분석될 수 있습니다.
그림 34. 크로노그래프의 무브먼트 레이어.
timeonly movement : 메인스프링 베럴, 2~4번차, 레귤레이터.
chronograph train movement : 계측용 시계바늘을 위한 윤열.
(다이얼에서 서브 9시: 영구초침, 서브 12시:크로노 분침, 서브 6시:크로노 시침,
센터: 위에서부터 크로노용 초침→시간용 분침→시간용 시침).
그림 35는 Kurt Klaus가 손목시계 크기로 제작한 퍼페츄얼 캘린더 무브먼트(cal.72961)를 탑재한 다빈치이며 1985년도에 출시하였습니다. 다빈치는 시계가 멈추지 않는다면 2499년까지 500년동안 날짜를 조정할 필요없는 퍼페츄얼 캘린더 손목시계로 유명해졌습니다. 이로써 문페이즈도 가장 정확한 달의 형태를 보여주며 다이얼에는 년도까지 표시가 됩니다. 시계바늘을 유심히 관찰하면 각각의 타임온리 무브, 크로노 무브, 퍼페츄얼 무브의 위치를 알 수 있는데,
그림 35. IWC의 Da Vinci (위에서부터 IW3750, IW3762).[24]
그림 36 (a)의 중앙 바늘을 보면 크로노 초침바늘이 맨 위에 있으므로 크로노 무브먼트 모듈은 맨 뒤에 있게 됩니다. 그리고 (b)의 12방향 서브 다이얼과 6시방향 서브다이얼을 보면 크로노 바늘이 퍼페츄얼 바늘보다 상위에 있으므로 크로노 모듈 앞에 퍼페츄얼 모듈이 위치하게 됩니다. 그리고 (c)의 9시 방향 서브 다이얼을 통해 타임온리 무브가 퍼페츄얼 모듈에 비해 뒤에 있음을 유추해 볼 수 있습니다. 이로써 (a), (b), (c)를 모두 만족하는 것은 (d)와 같은 구조가 되는 것이죠.
그림 36. 퍼페츄얼 크로노그래프의 모듈 위치.
IWC는 1985년 다빈치 퍼페츄얼 성공을 발판으로하여 보다 복잡한 시계연구를 합니다. 그래서 1990년에 크로노그래프, 퍼페츄얼캘린더, 미닛 리피터 모듈을 탑재한 손목시계 크기로는 세계 최초의 그랑 컴플리케이션을, 1993년에는 IWC 125주년을 기념하는 "IL DESTRIERO SCAFUSIA(the warhorse of Schaffhausen; 샤프하우즌市의 軍馬)"를 내놓게 됩니다. 125개 한정판인 destriero는 76석의 수동이며 미닛 리피터, 뚜르비옹, 퍼페츄얼 캘린더, 크로노그래프, 스플릿세컨즈 기능을 갖도록 750개의 부품으로 제작된 세계최초의 가장 복잡한 시계로 기록되었습니다. 그림 37의 destriero는 그림 35의 다빈치에 미닛리피터 무브먼트와 스플릿세컨즈 모듈이 추가로 탑재되었고 일반 레귤레이터가 뚜르비옹으로 교체된 초복잡시계입니다. 물론 최근에는 destriero보다 복잡한 시계들이 많이 쏟아져 나왔습니다만 저에겐 destriero도 충분히 복잡하고도 남습니다. 제 능력으로는 분석하기 어려워 다음을 기약하며 여기서 마치겠습니다.
그림 37. IWC의 IL DESTRIERO SCAFUSIA; IW1868 (1993) [25]
여기까지 읽어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를 드리면서 "미래의 기술" 본편을 시작하겠습니다.
3 장 도망간 자와 남겨진 자
Reference
[1]....
[2]....
[3]....
.....
[25].....
참고자료는 글이 완료되야 공개하겠습니다.
댓글 22
-
유엔총장
2008.07.17 04:19
선리플 후감상입니다. 늦은 시간에 이렇게 좋은 글을 올려주셔서 감사합니다. ^^ -
Tic Toc
2008.07.17 04:41
악!@@!!!!
하필 제가 글쓰고 있는데...이런 안드로메다급 블록버스터가 올라오면 어쩝니까.ㅠ_ㅠ
제글은 바로....쓰레기통으로 휘리릭..ㅠ_ㅠ
선리플 후감상!! -
cr4213r
2008.07.17 04:49
유엔총장님... 늦은 시간에 안주무시고??? 해외에 계신가요? 아닌가....^^
틱톡 고수님! 안드로메다라니요~ 저보다 고수이시면서... 전 틱톡님과 같은 고수님들께 들은 이야길 옴겨 적을뿐....^^* -
kasio
2008.07.17 04:58
논문같습니다 ~~~~~ ㅎㄷㄷ -
Tic Toc
2008.07.17 05:58
Sketch up으로 직접 작성하신것????????? 아님 3D MAX???
볼때마다 후덜후덜 떨고 갑니다.ㅋㅋㅋㅋ -
cr4213r
2008.07.17 06:17
kasio님! 논문이라뇨~ 요약도 없는 논문이 어디 있겠습니까! ㅎㅎ
틱톡님! 스케치업 맞습니다. ^^* 3d max는 엄두가 안나서... 이번 기회를 통해 맛만 봤다는~ -
행이
2008.07.17 08:22
논문이군요.
애 많이 쓰셨고, 천천히 읽도록 하겠습니다.
-
Swing
2008.07.17 09:02
수고하셨습니다~ -
클래식
2008.07.17 09:19
으악!!!! 아주 기~ㄹ고 멋진 글입니다. 참고 문헌 인용 번호까지 있고...
타임포럼 대학 안드로메다과의 씨알님 논문 맞네요.... -
라키..
2008.07.17 10:29
우와 ;; 이거 진짜 논문으로 인쇄하셔도 되겠습니다 ㄷㄷㄷㄷ
대충 요약넣고 영어한페이지 넣고 목차하나 작성하시면 ㄷㄷㄷㄷ;; -
헌터
2008.07.17 10:31
고생하셨어요~ -
클래식
2008.07.17 10:50
헥..헥...헥... 다 읽었습니다. 근데 이게 본편이 아니었군요... 다음에 어떤 얘기들이 이어질지 기대됩니다.... -
칼라트라바
2008.07.17 11:49
정말루 고생하셨네요................................ -
와치사랑
2008.07.17 12:09
이해하고 정독하려면 몇칠은 걸리겠네요....^^ -
The Martin
2008.07.17 13:27
흐미~~ 씨알님 고생하셨네요...~~^^ㅎㅎㅎ -
꼬삐
2008.07.17 14:13
서문만으로 대단히 기대가 되는 글입니다.. 근데 서문도 이해 못하는데 본편은..크~ 헉~ -
jazzman
2008.07.17 16:32
대단한 설명서입니다. 잘 봤습니다. ^^ -
동경만
2008.07.17 21:35
아껴서 볼랍니다 감사합니다 -
싼타페
2008.07.18 00:24
엄청난 정성과 노력이 들어간 글입니다~아주아주!유용하게 잘 봣습니다 스크롤의 압박이 전혀 힘들지 않앗습니다! -
싼타페
2008.07.18 00:25
두고두고 곰씹으며 스터디해야할것 같습니다~감사합니다~ -
쿨갱
2008.07.19 15:53
정말 좋은 자료입니다. 이해하는데 많은 도움이 되었습니다.
감사합니다.~~ -
누크
2008.10.18 16:05
좋은 자료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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