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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airos 866 2008.04.18 01:52







ETA와 이 회사가 공급하는 무브먼트를 사용하는 회사들 간의 관계는

매우 흥미로운 주제입니다. 굳이 이 주제의 대상을 IWC로 한정하여 보지 않더라도

재미있는점이 몇가지 있는데, 이는 IWC정도 수준의 브랜드들은 대개 얼추 보기엔

자사무브먼트를 개발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고, 그리고 그것을 고가 모델에서는

실현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모델에는 ETA 무브먼트를 수정하여 사용하기

때문입니다.


기본적으로 기계식 시계라는 '분류'에 속하기 위해서 시계는 기계 부품으로 구성된

무브먼트를 사용하여야 합니다.  케이스 속에 이 무브먼트를 담고, 다이얼을 얹고, 그

위에 시침,분침, 초침 등을 꽂아서 케이스백과 글라스로 봉인하여 손목위에 올려짐으로서

짜잔 하고 완성품이 나오게 되는데, 이게 간단한 일이라면 사실 우리는 이런 글 쓰는 동안에

집에서 시계 하나라도 더 조립해 만들어서 그냥 차고 다닐것입니다. ^^;;







그래도 매니아들 중에서도 왠만큼 실력있는 분들은 여기 저기서 바늘도 구하고, 다이얼도

하나 찍고 케이스도 깎고 하면서 시계를 커스텀으로 만드시는 경우도 있는데, 이 무브먼트

만큼은 그렇게 해보았다는 사람이 없습니다. 도대체 왜일까요.

하물며 자기네 회사가 기술력으로 똘똘 뭉쳐진 집단이라고 광고하는 곳들에서도 정작

자기네 무브먼트를 실질적으로 전부 만들어 내는곳은 보기 드뭅니다.


CR님이 아래 글에서 링크를 걸어준 옛 ETA 사장인 Bally씨의 인터뷰에서 나오는

말이 있는데, (이 아저씨는 스와치 내에서 피게 사장으로 승진되고 피게 사장은 ETA 사장으로

강등(?)되면서 현재 ETA는 경영 조직상 난항을 겪고있다는 소문이 들리더군요. 여담입니다.)

이 수 많은 방구좀 뀐다는 회사들이 ETA 무브먼트를 죄다 사용하는데...... 그것은

'어 이 나쁜놈들 왜 시계에 범용 ETA따위를 쓰지?'라고 말할것이 아니라 오히려 그것은

'우왕 ㅋ 굳 ㅋ ETA가 이렇게나 믿을만한 멋진 무브먼트이구나!' 라고 이해해야 한다는

항변이었습니다.


대량 생산된 ETA가 그 품질에서는 인정을 받지만...... '대량생산'이라는 왠지 싸보이는 용어

아래에서 시계매니아들의 불만이 되어버리기도 하지만..... 사실 이 '대량생산'이라는것도

아무나 할 수 있는것이 아니라는데 문제의 본질이 있습니다.







단순히 규모의 경제 관점에서 봐서 엄청난 수의 무브먼트를 '찍어내는' ETA의 무브먼트가

저렴해질 수 있다 라는 논리는 쉽게 받아들여지지만......

이렇게 ETA처럼 대량생산을 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지기란 시계라는 정밀 기계 공업에서는

아무나 할수 있는것이 아닌 대량생산에 대한 고도의 엔지니어링이 필요한 것입니다.

고도의 투자에 동반된 엔지니어링을 따라 잡을수 있는 회사는 고작해야 세계의 돈을

긁어모으는 롤렉스 정도이며....... 셀리타라는 옛날엔 무브먼트의 치장을 해주고

부가가치를 창출하다 특효가 만료된 2824를 중점으로 무브먼트를 생산하는 곳도....

아무리 사겠다는 곳이 많아도 그들이 원하는 만큼 물량을 공급하지 못할 정도로 생산력

자체에서 계속 한계에 부딪히고 있다는것이 업계의 소문(?) 입니다.







ETA의 무브먼트는 곧 대량생산의 '아트'이며.........

이들이 생산해 내는 무브먼트의 수량이나 reliability는 일개 브랜드로서는 따라갈 수가 없기

때문에, 이들의 무브먼트를 기반으로 부가가치를 더해가는데에 치중 할 수 밖에 없습니다.

IWC에서 제아무리 칼리버 5000을 내놓고 FA Jones 무브먼트를 만들고... 미닛리피터를 만들고

퍼페추얼캘린더 뚜르비옹을 만든다 해도........ 이는 지극히 한정적인 수량 내의 시계를 생산할때

말이 되는 것이지......... 대량 생산을 하기 위한 자본은 고사하고 기술도 어렵지 않는가 하는

판단이 듭니다.



그리고 IWC 처럼 ETA의 무브먼트를 구입 하더라도 자기 입맛에 맞게 기술력을 동원해 수정하는 경우는....

사실 ETA라는 회사의 이익과 대치되는 방향이 있습니다.

언젠가부터 ETA는 정작 무브먼트를 만드는 자신들보다 이 무브먼트를 기능적 혹은 미적으로 수정하는

업체들이 더 많은 부가가치를 창출한다는것을 깨닫고 자신들 역시 이 분야로의 확장을 계획 및 실행하여

왔기 때문에...... IWC처럼 그 부가가치를 자기 브랜드 안에서 더하는 경우는 최대한 막아야 하는 입장이

되어버린 것이지요.


그러니까 이전의 단순히 무브먼트만을 찍어내던 ETA에게 IWC는 훌륭한 고객 중 하나였지만....

ETA의 사업확장 방향에 대치되는 (단순히 스와치가 리쉬몽을 싫어해서 그러는게 아니라...) 위치에 있기때문에

이들의 협력관계는 전략적인 관점에서 불투명 할 수 밖에 없습니다.



다만................ 매니아들이 밖에서 보는 스와치 Versus 리쉬몽!! 의 구조는 사실 정확하지

않을수 있다는 생각이 드는 부분이 있기도 합니다.........  ETA가 스와치의 subsidy일 분이지 완연히

나름 독립적인 회사이기에.......... 각 브랜드 마다 친분(스위스는 인맥사회라더군요...

어디처럼... ^^;;)을 가지고 있으므로...........  우리의 상상과는 다르게 iwc와 eta는 나름 높은 아저씨들끼리

같은 사교클럽에서 와인을 나발부는 사이일지도 모르는거죠.






2010년 후 ETA가 무엇을 어떻게 할지는 아무도 모릅니다. 다만, 올해 빈티지 컬렉션을 내놓으면서

주로 FA Jones 무브먼트를 쭈르륵 집어넣은 IWC의 모습을 보면 IWC가 어떻게 할려고 하는지 대충

힌트는 보이는것도 같습니다.



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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