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 서점에 들러 Watchtime 잡지를 읽어보았습니다.
IWC Mark XVI와 Fliegerchrono의 비교기가 올라와 있어,
보통때의 습관과는 다르게 글까지 읽어보았습니다.
Mark XVI가 어느때 보다 눈에 어른거리고 있었으니까요.
그러다가 새로운 사실을 알았습니다.
마크는 XII 다음에 바로 15로 변했다는 것을요.
13은 서양에서 좋아하지 않는 숫자이고,
14는 동양에서 좋아하지 않는 숫자가 들어있어 제외했다고 합니다.
지금까지 시장에 마크13과 14가 없는 이유를 이제야 알 것 같았습니다.
그동안 IWC를 관심있게 봐왔다고 하면서 마크의 순서도 제대로 몰랐다니요.
점수는 아슬아슬하게 비슷하다가 Fliegerchrono의 1점차 승리로 끝이 났습니다.
이유는 간단했습니다.
Mark의 경우 날짜창과 반대되는 부분에 있어야 할 것이 없는 듯한 빈공간이,
‘9’ 라는 숫자의 부재가
저널리스트들의 심기를 불편하게 하였나 봅니다.
크로노 모델의 경우 붉은색으로 하이라이트된 초침이
그 공간을 차지하고 유려하게 흘러가니까요.
실제 크로노의 움직임을 몰랐을 때 크로노의 세가지 창 중 가운데 것만
왜 붉은 것일까 라고 궁금했었었습니다.
처음으로 가진 7750크로노 아쿠아 타이머로 크로노의 움직임을 알게 된 후
다른 두 창과는 그 영역이 다른 붉은 침에 대한 매력이 한층 더해졌었지요.
9시의 공간을 가장 잘 사용한 예라면
벨엔 로스 BR의 3 6 9 12의 표기라고도 생각할 수 있겠네요.
그러고 보면 마크에는 3,6,9,12를 제외한 숫자만 존재합니다.
두리번님의 마크 16에 대한 글에서 시작하여
개지지님을 위시한 마크 사랑을 접하고
최근 만난 한 아가씨로 인해 제 마음속에 들어오게 된 Mark XVI,
만약 찾으면 사버릴까봐 찾을 생각도 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다 정말 우연히 몇 주만에 들른 timezone…
Ctrl+f 를 눌러 찾지도 않은채,
그냥 한 번 훑어 내려가본 sales corner…
거기에 있었습니다.
판매자의 신원이 확실하지 않으면 그냥 넘어갈 수도 있었을 것을,
너무나도 확실한 신원과 너무나도 마음에 드는 대화들…
아무리 생각해도 그 마크를 사지 않을 이유를 댈 수가 없었습니다.
사실 watchtime을 보고 있었던 무렵에는
제 마크는 ups의 트럭에 실려있었습니다.
잡지의 마크 기사는 제 구매욕구를 당기는 역할을 한 것이 아니라,
이미 저질러버린 제 행동에 대한 정당화의 방편으로 쓰인 것이지요.
보통은 옷과 구두, 벨트 그리고 마지막으로 시계,
이 모든 것의 색상과 분위기를 맞추려고 노력합니다.
브라운 계통의 벨트와 신발에는 크로노스코프를,
화려한 색상의 캐주얼에는 무채색의 아쿠아타이머를,
녹색, 갈색 계열에는 그린 서브마리너를…
오늘은 산책을 위해 가벼운 트레이닝 복을 입었습니다만,
손목에는 G-shock이 아닌, 마크가 있었습니다.
시계를 좋아하고 가지게 되면서,
자신만의 원칙을 확립해나갑니다.
브랜드, 무브먼트, 디자인,
혹은 중고가, 타인의 의견....
나의 원칙에 대해 생각해 봅니다.
처음 박스를 열었을 때,
너무나도 단아한 모습에 감탄합니다.
걱정하였던,
크로코다일 스트랩의 무늬 형태는 완벽한 대나무 마디와 같은 모습을 보여주며,
비록 파일럿 시계의 기능성과는 동떨어진 품격이라 볼 수 있을지라도,
제겐 그저 좋아보입니다.
트럭의 진동을 느끼며 달려왔기 때문인지,
박스를 열었을 때의 초침은 자연스레 흐르고 있습니다.
비록 시간과 날짜는 지금과 달랐지만,
주말동안 창고에서 날 만나기 위해 기다린 시간을 나타내주는 듯 합니다.
깔끔하고도 사용이 매우 편리한 버클은
어디 에서도 인게뉴어링 정신을 잊지 않는
IWC의 고집을 보는 듯 합니다.
두껍지 않은 손목이라,
커다란 파일럿 시계와 같은 디자인 테마를 가진 마크가
제겐 그냥 빅파일럿같습니다.
전 만화를 좋아하고 거기서 무언가를 얻기도 합니다.
제가 재미있게 읽었던 한 만화에서
인상깊었던 대목이 있습니다.
'마음 속의 이야기를 들어라.'
지금 시계를 대함에 있어서 나의 원칙은
마음 속 깊은 곳과 이야기 하여
정말 마음이 끌리는 것을 가지는 것
바로 그것인 듯 싶습니다.
댓글 15
-
Tic Toc
2007.05.02 17:19
-
링고
2007.05.02 17:37
IWC 만쉐이~~~^^ㅋ
IWC Mark야 이미 매니아들의 필수품목이 된지 오랩니다....^^*
아직도 Mark를 안질르신 분이 계신가요???? -
imk
2007.05.02 17:47
IWC 만쉐이~~~ ^^
제 마크는 2개월이 지났지만 아직도 도착하지 않네요..ㅜㅜ
이번달엔 올라낭....이제 기다리는 것도 잊어가고 있습니다...^^ -
알라롱
2007.05.02 17:51
오홋. 축하드림돠. 그리고 미려한 문장에 완전 매료되었습니다. 허허허. 사용기라고 부르면 어딘가 송구스럽지만 사용기 포인트 적립시켜 드리겠습니다. -
Kairos
2007.05.02 18:19
T_T;;; 캄동입니다..................... 그리고 탱버클이 아니네요??!!! ㅎㅎㅎㅎ. 오..................
아직도 마크를 안지르신분......................
일단 링고님입니다. ㅋㅋㅋㅋㅋ -
클래식
2007.05.02 20:35
얼마전 평균적으로 IWC를 한번 산 구매자는 IWC의 시계를 2.5개 구매한다는 통계가 있다는
지지님 말씀이 생각나네요.
IWC 과연 발을 들여놓으면 안되는 것인가? ㅎㅎㅎ -
Kairos
2007.05.03 00:08
1. 아........ 언제읽어도 4941cc님 글의 리듬은 정말 저를 질투에 휩싸이게 만듭니다~ 아잇씽~
2. 아참......... 현재 마크 16은 수급부족현상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나라별로 상이한데, 아직도 몇개월은 기다려야하는 나라들이 대부분이라고 합니다. 얼쑤~~~~
3. IWC 광고(-_-;;)에 따르면 파일럿 시리즈는 스튜어디스의 배게맡에서 가장 많이 발견되는 시계이라는 주장이 있습니다. 지금까지의 경험으로는 허위광고이지만 희망을 가지고 있습니다. 쿠헐헐헐~
4. 개인적인 경험에 뻥만 조금 보태면..... iwc를 사시면 시계는 그냥 '기념품'일 뿐이요.................. 정작 구매자가 얻는것은 '왕성한 정력'입니다. 우리회사엔 왜 몽정휴가가 없는가 춘투를 벌이고 싶을 정도입니다~
5. 클래식님의 사용기 곧 기대하겠습니다. 클래식님의 내공에 비추어서는........역시...............포르투기스 퍼페추얼만한게 없지 않나 싶습니다. 쿠하하하핫~ -
톡쏘는로맨스
2007.05.03 07:47
다시 읽어도 멋진 글입니다..................이미 질렀지만 지금은 없는 경우도 있네요...............ㅎㅎ -
티타보르
2007.05.04 00:54
아름다운 글입니다..낼은 Mark XVI을 차고 출근해야겠네요^^ -
junech
2007.10.08 18:10
멋진 글, 멋진 시계^^ -
cr4213r
2008.05.20 17:24
멋진 글이라 잠시 공지로.... -
realman
2008.05.23 13:21
7days가 잔뜩 꽂혀 있는데 마크16도 좋네요~ 적당히 자금사정이랑 다협할까하는 생각도 문득 ~ ^ ^ ~ -
cr4213r
2008.05.25 03:29
realman님! 7days로 ㄱㄱㅆ~~ -
누크
2008.10.06 16:01
마크 16도 멋집니다. -
쫀득쫀득붕어빵
2016.01.29 10:37
정말 멋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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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습니다~~~~~~~~~~~ 마크 만만세.~~
시계에 하나하나의 의미를 부여하는것은 굉장히 중요한 일인것 같습니다.
하지~만 제가 의미를 부여하면 아무도 안믿어 준다는거!ㅠ_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