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WC 포르투기스 – 커다란 우아함.
지금 저에게는 조촐한 할렘이 있습니다.
과연 내가 저걸 가질 수 있을까 했던 IWC의 마크가 혼자서 지키던 저의 기계식시계 할렘에
(가짜 파네라이도 하나 수줍게 자리를 지키고 있지만서…….불법이라는 태생 때문에 ‘할렘’
의 자리 안에까지는 들어오질 못하는군요….) 태그호이어의 링크가 한 자리를
차지하였습니다. 시계에 대한 이야기를 하려면 이런 저런 시계를 경험해 보는게
좋을거라는 핑계로 구매한 두번째 시계인데 하나에서 둘로 넘어가고 나자, 일부일처제에서
일부 다처제로 가기로 결심한 사람이 되어버리고 말았습니다. 일단 “하나의 시계”라는
길이 멋져 보이긴 하지만, 그 길을 언젠가 벗어나리라는걸 알고 있었기도 하지만, 이렇게
은근 슬쩍 마음의 준비 없이 시계를 하나 업어오는 루비콘 강은 이미 건너고 나니 드는
생각은…… 무언가를 또 업어오고 싶다는 생각입니다.
네, 지금 가지고 있는 시계들을, 얼마전에 구한 시계를 더 지켜보고 즐겨야겠다는
말을 되뇌이면 서도 각기 다른 시계들이 저에게 주는 기쁨을 알아버린 이상 자꾸만
각기 다른 시계들에도 눈이 간다는 사실은 전 세계 시계 매니아들에게는 이미
익숙한 광경이겠지요.
목마른 사슴이 시냇물을 찾아 헤매듯~ 파랑새를 한마리 더 찾으러 떠난 길에
이번 파랑새도 왠지 집에 있다는걸 깨달은마냥 저의 시선을 잡아끈건 우리의 깡통고철
IWC였습니다.
워 워 워~ 또 IWC 이야기냐고, 링고 아저씨가 머리통에 직접 주사라도 놓은거냐
라고 말하시며 지겨움에 이쯤에서 덧글들로 옮기시려 스크롤을 쭈욱 내리거나 브라우쟈의
뒤로 버튼을 누르시려는분들! 제 핑계도 좀 들어 주세요.
에잇, 먼저 하이엔드님의 양해를 구하고 사진을 한방 올려야겠군요.
저는 처음에는 포르투기스라는 라인에 대한 개념 자체가 생기질 않았었습니다.
뭐가 이뻐보이는지도 전혀 몰랐었지요. 처음에 본 포르투기스의 모델은 5001
세븐데이즈 였는데 (제가 실물로 본 첫번째 iwc의 시계였죠) 처음 보자 마자
드는 감상은 이게 왜 참치캔이라 불리는지 알겠구나 였습니다. 참치캔을 손목에
올려놓은것만 같은 거대한 위용이 느껴졌었습니다. 가격은 몰랐었지만 비싼시계같아
보인다는 생각에 후덜덜덜 떨면서 손목에 살며시 얹어만 보았었던 기억이 납니다.
겁이나서 채워보지도 못하고 손목위에만 조심히 올려보고 ‘이게 매니아들의 시계라는
건가?’ 라고 생각만 하였었습니다.
이런 저런 알바를 하면서 근근하고도 꿋꿋히 돈을 모아 이런 시계를 차는
눈앞의 대학생 틱탁님도 당시에는 이해가 잘 가지 않았었지만 (인상을 보아서는
성실한 일을 해서 돈을 벌수밖에 없겠구나 했기 때문이기도 하죠. 미소년이 아니라는
말씀. ㅋㅋㅋㅋㅋ) 그보다 저를 더 궁금하게한건 이 시계가 뭐가 좋다는건지
였습니다.
포르투기스……포르투갈 시계라는 뜻인가? 근데 이게 도대체 무슨 시계여?
당황했었습니다.
나름대로 기본적으로 시계를 어떻게 분류할수 있는가에 대해 초등학생이 구구단 외우듯
빡시게 외웠다고 생각했었는데…. 제 눈 앞에서 보이는 포르투기스의 모습은 군용이면
군용, 정장용이면 정장용, 패션워치면 패션워치등과 같은 분류법으로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시계가 아니었기 때문이었습니다.
<해외 불펌사진입니다. 훗~ thank you~>
시계에서 풍겨나오는 우아한 외모가 그 커다란 사이즈와 합쳐져서 내보이는 이미지는
무언가 달랐습니다. 우아하기는 정장용인데…… 베젤의 얇음 (혹은 부재?)로 인해
다가오는 커다랗게 보이는 다이얼과 두툼함은 스포츠 시계같기도 하고…… 패셔너블
해 보이기도 했지만 패션시계라고 하기에는 너무 얌전해 보이는 모습. 또 이렇게
제 스스로의 표현력이 부족함을 탓하게 되는 순간이 다가오는군요.
IWC의 포르투기스는 예뻐보인다는 생각이 들기보다는 이해가 잘 가지 않는 시계였기에
별 관심을 두지 않았습니다만 그냥 커다란 시계로만 치부하기에는 그 인상이 너무 깊어
기억 뒷편에 고이 숨겨두고 있었습니다.
1930년대 포르투갈 상인들 (혹인 포르투갈 해군이라는 설도 있죠)의 요청에 의해 만들어
져서 어쨌다…… 하는 역사는 타임포럼에서 링고님이 이미 더할 나위 없이 설명해 주셨고
라인업 까지도 쭈르르 아주 친절하게 정리해 주셨기 때문에 그 노력을 굳이 여기서
되풀이 하진 않겠습니다.
다만, IWC 포르투기스의 역사를 보면, 원래는 그리 인기가 있는 시계가 아니었었습니다.
IWC가 멋지게 만들어내던 회중시계 무브먼트를 손목위에 올려놓는다는 시도 자체로서의
의미는 있을런지는 몰라도 손목 시계를 위한 길을 개척하는 종류의 시계는 아니었습니다.
다만 얇은 베젤과 아라빅 숫자 그리고 시계바늘의 모양과 다이얼 안에서의 균형이
당시에 태어나던 회중 시계를 베이스로한 여타 손목시계들과는 무언가 다른 분위기를
풍겼습니다만, 1981년에 생산이 중단될 때까지 그냥 적은 양이 근근히 생산되는 정도의
인기였지요. 기계식 시계의 역사의 연속성 위에서 클라이막스였다는 1960년대 이전까지의
IWC의 전성기에도 IWC를 대표하는 모델이라기 보다는 포르투기스의 DNA가 다른 모델들
안에 담겨져 있었다는 것 이상의 의미는 찾기 힘듭니다.
다만 포르투기스를 이야기할 때 빼놓기 힘든 시계인 1993년 내놓은 쥬빌리 한정판의
매니아들 사이의 폭발적인 인기로 인해 기념 삼아 포르투기스의 이름과 원형에
가까운 DNA를 가진 시계를 내놓았던 IWC는 생각을 고쳐먹게 된 것 같았습니다.
어~ 이거 포르투기스가 우리의 얼굴마담이 되어야겠구나!
<해외 판매글에서 크롭해온 포르투기스 쥬빌리의 사진입니다.>
곧 줄줄이 포르투기스 미닛리피터, 라트라팡테, 그리고 JLC 889를 사용한
스몰 포르투기스가 출시되었고 97년에 이르러선 맨위의 하이엔드님의 사진에 나온
모델인 3714 크로노그래프도 세상의 빛을 보았습니다.
즉…… 지금의 포르투기스 라인업이란 쥬빌리 모델의 성공으로 다시 수면위로 뜨게된
IWC 디자인의 원형 DNA를 부활시킨 정도가 되겠습니다.
IWC의 군용 모델들이 사실, IWC가 성공적으로 만들어 냈다는 정체성이 있을 뿐
그 디자인의 원형은 결국 독일 공군이 고안한 디자인과 영국군이 정해놓은 디자인에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둔다면 (*플리거크로노 제외), 진정 겉모습까지 IWC라는
브랜드가 가장 진하게 배여져 있는 모델은….. 너무도 심플하면서 다른 고귀한
브랜드들과는 다른 맛의 우아함을 보여주는 포르투기스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IWC의 또 다른 DNA인 공학적인 접근방식이라는 매력에는 인제뉴어와 아쿠아타이머도
이만큼 의미심장하긴 합니다만 이 글의 주제가 아니니 일단 포르투기스를 띄워주겠습니다.
^^;; 다빈치는 뭐랄까…. 그런것도 만들수 있다는게, IWC가 만들면 또 이런식으로 안의
복잡 메커니즘이 똑똑해진다 정도가 중요한 시계지 IWC의 정체성을 대표하기엔 무리가
있어보입니다….)
그리고 아쉽지만 그 우아함을 지금은 커다랗게 밖에 만날 수 없습니다.
포르투기스가 이렇게 부활할수 있었던 단초를 제공했던 시계는 이렇게
크지 않으나, 지금의 포르투기스는 1930년대의 포르투갈 상인이 주문해서
생겨난 시계라는데 더 큰 마케팅 포인트를 두고 큼직한 시계만을 내놓고
있습니다.
큰 시계가 용인될 뿐만 아니라 선호되고 남성성의 상징으로까지 표현되는
요즘에 있어서 단순히 트렌드에 발맞춰 커다랗게 내놓은 시계들과는 차별되는
사이즈 자체의 정통성. 그리고 그 커다란 우아함의 매력에 저는 천천히
눈을 떠가고 있습니다. 쉽게 눈치 챌 수 없었고 이상하게만 보이던 매력이었기에
더욱더 은근한 애착마저 생겨갑니다.
물론 단순히 거북이 등짝마냥 쫙쫙 갈라진 통장 때문에, 당장 살 수 없는
시계이기 때문에 겪는 자본주의 사회의 일반적인 도착증일수도 있지요. ^^;
<아직도 이런 생각을 하는분은 없겠죠????>
Fin.
----
p.s:
알라롱님의 댓글은 안봐도 훤합니다.
------
댓글 23
-
Tic Toc
2007.03.25 00:35
-
오대산
2007.03.25 00:42
음!! 개중위님이 드디어 국시공 마수에서 벗어날려고 몸부림 치시는 군요.. 제가 링고님 대신에 머리에 주사 한 대 놔 드리겠습니당..ㅋㅋㅋ -
Picus_K
2007.03.25 00:47
오늘 주빌리 실물로 보고 왔는데,,, 저도 살포시 땡기기는 하더군요. -
Tic Toc
2007.03.25 01:05
앗 !!!!!!!!!!!!!!!!!!!!!!!!!!!!!!!!!!!!!!! 미소님 주빌리 실물은 어디서?!?!?!?!?!?!!?!?!?!?!?!?!?!?!?!?!?!?!?!!?!??!!? -
Picus_K
2007.03.25 01:33
타임포~~~ ^,.^ -
톡쏘는로맨스
2007.03.25 09:26
링크를 개지지님이 업어가셧구만요. 후후..................다음은 뽈뚜기입니까?.................ㅋㅋ -
하이엔드
2007.03.25 10:30
멋진 글에 제 사진을 다 써주시다니 영광입니다..^^;;
조만간 포르투기즈 겟 하시겠군요.. -
맥킨
2007.03.25 12:32
와우~~~~~~~~~~~~~~~~~~아주 멋진 글을 올려주셨네요~~~~~~~~~~~~~~
역쉬 IWC는 선택이 아닙니다!!! 필수입니다~!!!!!!!!! -
Jin
2007.03.25 14:32
역시 포르투기스는 이쁨니다~~ -
pp
2007.03.25 15:20
포르투기즈의 분류에 의문을 느끼는 개지지님께 한말씀 드리겠습니다. "포르투기즈는 팔방미인" 이라는 생각을 살짝 떠올려 보시며 해결 가능 하신지?
저도 이번에 서울에 가서 네비타이머를 구입하며 포르투기즈 로즈골드 한정판을 잠시 봤는데...그 포스는 정말.. 예쁘장한 벗꽃들이 만발한가운데 홀로있는 백합이랄까요? 그 우아하면서도 강하게 다가오는 존재성 조선시대의 분청사기에서 느껴지는 화려함을 능가하는 소박함과 절제미.. 내년에 포르투기즈를 꼭 구입해내고 말겠다는 저의 의지를 더욱더 다지게 만들었습니다.. 휴우.. 포르투기즈 보고나서 제 네비타이머를 다시 바라보니 솔직히..아주 쬐끔.. 초라해 보이더군요..^^; -
4941cc
2007.03.25 19:12
저도 자주 가는 시계방에 갈 때 마다 포르투기즈를 올려보곤 합니다만,
처음엔 크로노를 얹어보다가,
7days를 얹고, 결국은 7days 플래티넘이 눈에 띄고...
보면 볼 수록 아름다운 시계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
woo쯔
2007.03.26 00:06
포럼에 들어올때마다 이렇게들 뽐뿌질을 하시니..
포르투기즈가 사이즈만 조금 줄여서 나온다면 구입하고 싶어지지 않습니까.. -
pp
2007.03.26 16:18
위에 포르투기즈의 비유가 약간 적절하지 못한것 같아서 다시 써봅니다.
벗꽃속의 백합도 나름 괜찮다고 생각한 비유였지만...
호화여객선 사이를 표표히 떠가는 이지스함 같은 느낌이죠. ㅋ ㅑ~ 죽인다 ㅋㅋㅋ(랑게님 따라하기 ㅋㅋ) -
lwd0629
2007.03.29 10:36
암만봐도 부엉이보단 크로노가 낫네요.^^ -
하이엔드
2007.03.29 17:33
이 글에서 7days 모델의 사진을 의도적으로 못나온 것을 사용한것을 보니
다음 개지지님 목표는 3714일것 같다는 느낌이
확 드는군요..ㅋㅋ -
junech
2007.10.08 17:38
포르트 최고!! -
cr4213r
2008.06.08 19:48
공지글로 선정되었습니다. -
누크
2008.10.06 12:41
역시 포르투기즈 만쉐입니다. -
웅
2009.04.22 17:44
참으로 크고 우아하며 멋집니다.... -
아프리카
2009.11.13 17:34
ㅋㅋ -
보탱
2010.09.24 08:10
7데이즈 최고~ ^^ -
연우아빠
2011.03.07 15:22
라인중 제일 멋진놈인거 같아요
-
지암
2016.04.20 20:47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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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랫만에 글까지 다읽었는데.ㅋㅋㅋㅋㅋ
틱탁=미소년 (아주 참인 명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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