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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를로스 2291  공감:10 2013.03.09 01:58

랭앤 숀이라 부르기도 하고, 랑게, 랑에 등 여러 표현이 있는 것 같은데..많은 분들이 랑에라 하셔서 저도 그렇게 부르겠습니다.

 

앞선 내용에 이어져 이번엔 랑에가 매니아들의 지지만큼 왜 성장하지 못하는지에 대해 말씀드리겠습니다.

몇 가지 사실을 밝힌 뒤 제 의견도 첨가하도록 하겠습니다.

 

 

1. 비슷한 브레게에 비해 랑에의 양적성장이 잘 이루어지지 않는 이유는?

 

단연 기술자의 부족입니다.

럭셔리마켓의 파이가 20년 전보다 수배로 커졌고, 기술자의 부족은 모든 럭셔리업계의 공통 사항이 되었습니다.

자동차나 컴퓨터와 달리 여긴 모든 것이 수작업으로 이루어지니까요.

 

앞선 글을 읽으신 분들이라면 "랑에와 비슷하게 하이엑 회장에 의해 부활한 브레게는 왜 성장하는 것일까?" 라는 의문이 생기실텐데요,

브레게는 규모가 작았을 뿐이지 하이엑 회장 이전에도 엄연히 파텍급 가격으로 존재하며 '자존심만 남은 몰락귀족'의 전형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있었습니다.

그러니 많진 않아도 상당한 수준의 기술자를 보유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랑에는 말그대로 무덤에서 부활한 브랜드입니다.

무에서 창조해 내었으니 기존 기술자가 전혀 없었고 무에서 창조해내야 했으니 어려울 수밖에요.

아브라함 브레게의 이름을 업은 브레게가 투자만 있으면 성공이 확실한 보증수표였다면, 당시 랑에는 그럴 확신이 없었다는 점도 감안해야겠죠.

 

 

2. 그룹내 다른 브랜드에서 기술자를 데려오면 되지 않을까?

 

대학교에 특강을 나가는 경우 많이 받는 질문 중 하나가 거대 그룹내 브랜드간의 협업 문제입니다.

지금은 모르겠지만 니콜라스 하이엑 회장 시대의 스와치는 그의 말이 곧 법이었고, 주주나 개별 브랜드 CEO 누구도 태클을 못 걸었습니다.

LVMH 의 아르노 회장님과 함께 회사 전체를 마음대로 주무를 수 있는 유이한 존재였고, 현재는 아르노씨만 유일신으로 남아있습니다.

즉, 여타 기업들은 거대한 그룹의 우산아래 있으며 간혹 협업이 이루어지긴 하나, 각자의 이익을 위해 무한히 경쟁하는 관계입니다.

 

몇년전 작고한 루퍼트 회장은 하이엑 회장과는 차이가 상당해서..여타 브랜드의 기술자들을 데려다 랑에에 투입하고 싶다 하더라도(속마음은 저도 알 수 없지만요) 그럴만한 기량은 없었습니다.

게다가 1996년 바쉐론 콘스탄틴을 인수해 그룹내 탑브랜드로 키우는 상황이었고, 2000년도를 전후해 JLC와 IWC를 영입해 라인업을 구축해야 했습니다.

당시 JLC와 IWC는 지금정도로 안정된 회사는 아니었고, 특히 모델이 지나치게 많아보이기까지 하는 JLC는 당시에 그렇지 않았습니다.

아마도 그 무렵 랑에도 인수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만(영입 순서는 정확하지 않습니다), 한번에 여러 브랜드를 인수하는 마당에 랑에에만 힘을 집중하긴 어려웠던 사정도 있습니다.

 

그리고 A급 기술자는 워낙에 그 수가 많지 않고, 일반 럭셔리 브랜드의 마스터로 옮겨가는 경우도 있어서 잡아두기조차 쉽지 않습니다.

모기업 차원에서 A급 기술자가 JLC나 IWC로 옮겨가는 것을 막는 정도의 보호를 할 수는 있었겠지만, 타브랜드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사람을 빼 올 수는 없습니다.

(그래서 이런 식의 옮겨심기를 강제로 하는 아르노씨가 대단하다고 하는 것입니다.)

하위브랜드의 책임있는 자리에서 일하는 A급 기술자들 역시 상위브랜드로 가는 것이 꼭 좋은 일만은 아닐 수 있습니다.

상위브랜드의 책임자로 가는 것이 아니라면, 하위브랜드에서 그들이 가진 권한이 줄어들게 되니까요.

 

 

3. 기술자를 양성하기 어려운가?

 

견습생부터 장인 사이에 여러 등급의 기술자가 있습니다.

브랜드마다, 업종마다 다르기 때문에 정확히 나누기는 어렵지만, 개념상 A~D급으로 나누어 설명하면 랑에 수준에선 A급 장인들만 써야 합니다.

 

젊은 기술자들도 있지만 그들 역시 스위스 시계학교에서 두각을 나타낸 재목들이어야 합니다.

그리고 기술자들도 대개는 처음에 들어간 회사의 포지션 이상으로 올라가기 어려운 것이 현실입니다.

뒤늦게 기량이 만개할 수도 있지만 흔한 일은 아니고, 대개는 한 곳에서 오랫동안 계속 일합니다.

상위브랜드에서 하위브랜드의 책임자급으로 이동하는 경우는 있지만요.

 

그러니 A급 기술자를 양성하는 것은 스카웃 아니면 기다림인데..기다리는 시간이 길 수밖에 없습니다.

A급 재목을 몇 명 데려다 5년 이상 가르쳐서 중간관리자로 세우고, 또 데려다 키우고..이런 일의 반복이 이루어져야 하니까요.

한 명이 가르칠 수 있는 인원도 제한적이고..다른 모든 분야와 마찬가지로 고급인력문제가 가장 힘듭니다.

돈으로도 어쩔 수 없는 부분이라서요.

 

 

4, 매니아층의 지지만큼 실제 시장에서 팔릴까?

 

이건 저도 모르겠습니다.

매니아와 일반 소비층은 비슷하면서도 다르기 때문에 얼마나 입맛에 맞는지 아직은 확실히 드러나지 않아 보입니다.

매니아층에게 인기가 있으면 중간 이상은 간다고 보지만, 랑에가 원하는건 중간 이상은 아니겠죠?

 

시계업계의 특성상 기다림이 긴 것은 이해하지만, 럭셔리마켓의 일부로 볼 때는 조금 답답한 모습입니다.

앞으로 어떻게 할지 보이지 않는 것이 답답하다는 것인데, 너무 오리무중이면 주주들의 관심에서 벗어나 재정이 어려워질 수 있거든요.

속전속결을 원칙으로 하는 패션업과 다르게 시계는 기다림이 좀 더 길 수 있긴 하겠습니다만, 이것 역시 재정이 튼튼하고 신뢰할만한 모기업 덕분이라 해야겠습니다.

 

얼마전 예거의 시계를 구입하고서 궁금한 것들이 생겨 리치몬트에 있는 친구들에게 랑에의 자료를 보여달라고 했더니 절대 안된답니다.

뭐 당연한 것이겠지만요..남의 자료를 보고싶을 정도로 궁금합니다.

마케팅 전략일까요? ^^

 

 

5. 제가 생각하는 랑에의 어려움

 

앞서 밝힌대로 기술자 수급 문제가 가장 크겠지만, 바쉐론과의 투탑체제도 부담일 것입니다.

하이엑 회장이 브레게와 블랑팡의 애매한 위치를 한칼에 정리해 주었던 이유도 브레게에 힘을 모아주기 위한 것이었다고 봐야 하거든요.

 

일부 브랜드 줄세우기에 거부감을 가지신 분들도 있지만, '자본주의 내에 서열화' 는 살아남기 위한 어쩔수 없는 방편입니다.

소비자는 한정되어 있으므로 타겟 레인지를 설정해 집중해야 하므로 경쟁업체를 잘 설정하고 그에 맞는 대응을 해야 하니까요.

그리고 가장 중요한 주주들 역시 해당 브랜드의 고급도 서열에 관심이 있는 것이 아니라 실적에만 관심이 있습니다.

그래서 하이엑 회장은 블랑팡을 밀어내고 부자들의 입맛에 제격인 브레게를 그 자리에 세웠던 것입니다.

랑에와 브레게도 어떻게든 줄을 세우면 좋을 것 같긴 한데, 지금은 이미 그러기에는 늦어버린 것 같아요.

 

어쨌거나 리치몬트는 랑에와 바쉐론이라는 투탑체제가 되었고, 마켓 구조로 보면 조금 애매해 보입니다.

스위스제와 독일제로 볼 수도 있지만, 바쉐론과 오데마 투탑같은 다른 형태의 조합이 더 균형있는 모양이거든요.

물론 매니아들은 동의하지 않을 수도 있겠습니다만, 마케팅을 해야 하는 입장에선 스위스제와 독일제를 선전하기 힘들거든요.

그리고 "둘 중에 뭐가 더 좋아?" 라고 할 때 각자 자기것이 더 좋다고 하겠지만, 같은 지붕아래 있으니 상대방을 깔 수도 없으니 답답하겠지요.

(저는 내것을 선전하면서 상대방을 은근히 까는 것도 공정한 경쟁으로 봅니다. 생각만큼 효과적이진 않지만요.^^)

 

 

좀 더 근본적인 문제는 예상보다 럭셔리마켓이 급속도로 커졌던 것도 있습니다.

리치몬트가 바쉐론, 랑에는 물론 여타 브랜드들을 사들이던 15년 전만 해도 지금과는 많이 달랐고, 이런 급발전을 예상치 못했거든요.

인터넷이 확산되면서 자연스레 홍보도 빨라져 마케팅 기법도 바뀔 정도였습니다.

예전엔 기간을 길게 잡고 집중공략하는 방식이었는데, 지금을 인터넷에 슬쩍 던지고 빨리빨리 대응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속도전이 되었지요.

 

그래서 리치몬트가 브랜드 수집을 하던 때와는 너무 양상이 달라져, 랑에가 발전이 더디다기보다 다른 브랜드들이 비정상적인 성장을 했다는 표현이 맞다고 봅니다.

물론 비정상적인 성장에 따른 기술자 문제 등은 랑에를 힘들게 만들고 있는 요소이긴 하겠습니다.

 

 

6. 만약 아르노씨가 랑에를 인수했다면 어땠을까요?

 

모든 일이 그렇듯이 '성공의 보장' 이라는 것은 없기 때문에 99%의 확신이 있어도 1%의 의문때문에 투자할 수 없는 것이 현실입니다.

리치몬트에서도 100% 의 보장만 된다면 랑에에 좀 더 힘을 쏟을 것입니다.

만약 루퍼트 회장이 "망해도 좋으니까 무조건 가는거야. 망하면 내 돈으로 책임진다." 라는 자세를 보였다면 대박이 났을 수도 있습니다.

물론 망할 확률도 크죠.(제가 망한다는 것은 소비자들이 생각하는 브랜드의 몰락이 아닌, 예상했던 수익이 나지 않는 상황입니다.)

 

그런데 아르노씨는 50% 도 되지 않는 가능성을 향해 100%로 달려들어 패션업계의 패러다임을 바꿨으니..역시 대단해요.

많은 이들이 아르노씨의 '망해도 그만' 식의 공격적 투자는 부익부 빈익빈, 돈이 돈을 버는 모습을 보여주는 전형적인 예라며 깎아내리기도 하는데, 처음부터 막대한 자본으로 시장을 잠식한 것만은 아니므로 그의 독특한 경영 방식의 성공이라 봐야겠습니다. 

저는 아르노씨 팬은 아니고, 그를 푸틴과 같은 악의 대마왕으로 생각하지만 인정은 안할 수 없습니다.

그런 아르노씨가 위블로가 아닌 랑에를 손에 넣었다면 어땠을지..

 

그렇지만 위블로를 최상위 마켓에 강제진입 시켰다고 해서 랑에도 그러리라는 법도 없고,

앞서 어떤 분의 댓글처럼 '우아하지 않은 방법' 는 스포티한 위블로는 몰라도 드레스워치인 랑에와는 맞지 않는다 생각도 들고,

뭐 답이 없는게 당연하죠..만약 있다면 저라도 돈을 끌어모아서 브랜드를 인수하거나 만들겠습니다.^^

 

 

일어나지도 않은 일들까지 상정해가며 상상을 해봤는데, 제 상상을 납득하기 힘든 분들은 1~4 의 항목 정도만 보시기를 권하고 싶습니다.

1~4의 항목에도 가치판단이 전혀 없을 수는 없겠으나, 이런 시각도 있구나 하면서 보시면 손해보실 것은 없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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