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엔드 게시판에서 이전에 왕고리라 님의 블랑팡2100 오버홀기를 보신 기억이 있으신지 모르겠습니다.
바로 요런 시계였죠 ㅋ
앞모습은 이렇게 정갈하게 생겼구요 ㅋ
저 무브가 바로 스와치그룹의 고급 범용 심장이라 부를 수 있는, 프레드릭 피게 cal. 1150 이란 녀석이 되겠습니다.
스펙을 살펴보면..
25.6mm의 지름에 두께는 3.25mm, 보석수는 29 이군요.
크기와 두께를 보면 eta 2892 가 딱 생각날 만큼, 나름 얇고 적당한 크기로서 범용 무브로 쓰기 딱 좋은 사이즈입니다.
그런데 특이한 점은, 이녀석이 더블 배럴의 (나름) 롱파워리저브 무브라는 점입니다 +_+
21600 비트로 100시간 또는 28800비트로 72시간의 리저브를 갖습니다.
게다가 저 두께가 시, 분, 센터 초침, 데이트기능 까지 기본으로 포함한 두께라니
스펙만 봐도 상당히 훌륭하고 쓰임새가 많겠구나 라는 생각을 단번에 하게 되죠^^
그래서인지, 이 무브는 스와치그룹의 고급 시계들에 다양한 수정을 거쳐 상당히 널리 사용되고 있고,
다른 고급 시계 회사들에서도 이 무브를 종종 가져다가 수정해서 사용하고 있습니다.
모델명으로 떠들어봐야 뭐가뭔지 알기 쉽지 않을테니, 사진으로 봐야겠죠? ㅋ
먼저 피게를 가지고 있는 블랑팡. 당연히 1150을 여기저기 쓰고 있겠죠 ㅋ 대표적으로
빌레르 트리플캘린더 문페이즈와
르망 트리플캘린더 문페이즈 등
대표 모델들에 1150을 베이스로 하여 모듈을 얹은 무브들이 사용되고 있습니다. 블랑팡의 경우 1150 들어간 시계가
너무 많아서 이정도로만 하겠습니다 ㅋ
다음은 브레게. 홈페이지에 스펙란에 무브번호 516으로 시작하는 시계들은 모두 1150 베이스로 보시면 되겠습니다.
가장 대표적인것이, 앞모습은 보여드릴 필요도 없는
마린이죠^^
1150 베이스의 추가적인 특징이 단방향 감기라는 점과 핵기능이 없다는 점이기 때문에
대충 스와치그룹 고급 시계인데 리저브가 70시간 가까이 혹은 그이상으로 길고
단방향 감기에 핵기능이 없다면 얼추 피게 1150 베이스라고 생각하셔도 90% 이상 맞을겁니다 ㅋ
클래식 라인 오토매틱 시계 중 엔트리에 속하는 5920도 역시 피게 1150을 베이스로 하구요(솔리드백입니다^^;),
제가 좋아하는 엔트리 수동 5907의 경우 1150의 수동 버젼이라 할 수 있는 1106을 베이스로 한 무브를 사용합니다.
뒷백에 있는 저 파워리저브 인디케이터는 별도 모듈 없이 기본 기능으로 들어가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더블배럴 리저브 70시간 이상에 PRI까지 기본 장착이라니, 상당히 쓰임새가 좋은 무브죠 ㅎ
레트로그레이드로 멋을 부린 초중급 정도의 컴플리케이션 5207에도 역시1150 계열이 들어있네요^^
다음은 스와치 그룹의 4대 하이엔드 브랜드 중 하나라는 자케드로입니다.
자케드로야말로 어찌보면 1150이 먹여살리는 회사라고 불러야 할지도 모르겠군요.
제가 아는 한, 거의 모든 (어쩌면 전부??) 자케드로에는 1150 베이스 무브가 들어가 있습니다.
눈사람 모양으로 다양한 모듈을 통한 컴플리케이션을 구현해 내기에 1150 만한 무브가 없다는 판단이었겠죠? ㅋ
스와치 그룹 외에서도 1150은 사용됩니다.
현행시계는 아닌것으로 알지만 뜬금없이 쇼파드에서도 사용하기도 했고
이제까지 나온 수많은 사진들의 시계중 가장 고가로 알고있는 vc의 말테 듀얼타임에도 피게 1150 베이스의 무브가 사용되었더군요.
(개인적으로 이건 상당히 의외였습니다;)
최초로 더블배럴을 채용했다는 프레드릭 피게 1150. 넉넉한 리저브, 얇게 유지된 두께, 컴플리케이션과의 좋은 상성 등의 많은 장점으로
현재까지도 하이엔드 계에서 범용 심장으로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는 매력 넘치는 무브임에 틀림이 없는 것 같습니다.
개인적으로도 아직 경험해보진 못했지만 상당히 좋아하는 무브중 하나이구요.
핵기능이 없다는 점, 양방향이 아닌 단방향 감기라는 점이 취향에 따라선 단점으로 다가올지도 모르겠으나,
그것들을 커버하는 수많은 장점 때문에, 앞으로도 상당히 오랜기간 널리 사용될 무브라 생각되네요.
바라기로는, 브레게 5907처럼 수동 버전으로 아예 4days 이런 식으로 중간급의 롱리저브를 표방하여
다양한 컴플리케이션을 얹은(랑에 같은 느낌으로 말이죠.) 라인들이 출시됐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보며, 포스팅을 마칩니다^^
댓글 19
-
진로청년
2013.01.08 10:50
-
굉천
2013.01.08 13:44
맞습니다. 사실 오토매틱 무브먼트에 있어 피니싱이라고 하면 로터의 소재와 가공이 상당히 많은 부분(적어도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고 생각합니다.
로터에 조금만 신경을 쓰면 단가가 순식간에 확 올라가 버리죠^^; 어떻게 보면 당연한거고, 어떻게 보면 참 아이러니 같습니다 ㅎㅎ
-
源の神風
2013.01.08 10:56
좋은 글 잘봤습니다.
첫 무브 사진을 보면서.. 어라라.. 마린 무브랑 비슷하네? 싶었는데
스와치 그룹 고급 범용 무브였군요...
이래저래 마린을 보내게 된 이유중에 하나가
블랑팡이랑 호환되는 피게 무브로 인한 보편성 - 의미있는 인하우스 무브를 원하는 저로서는 - 어쩔수없는 고민이었고
RO를 들였는데 나름 희소한 선택을 한건가 하는 생각도 들고...
고급 시계에 보편적으로 쓰인다면 그만큼 검증된 무브라는 면에서
너무 성급한건지도 후회가 되네요.
(사실 마린의 길로쉐 로터나 다이얼도 마음에 들었지만
생각보다 정확한 무브 성능이라 다양한 기능, 마무리도 꽤 맘에 들긴했거든요)
나중에 브레게를 다시 들인다면
심각하게 고민하게 될 것 같군요
-
굉천
2013.01.08 13:46
사치재를 즐기면서 희소성 내지는 남들과의 구별점을 찾고 추구하게 되는건 어느정도 당연한 현상이라 생각합니다.
그러나 기계식 시계는 또 기계적 성능과 안정성이라는 부분에도 가치가 부여되어 있기 때문에,
말씀하신대로 긴 세월에 걸쳐 지금까지도 널리 사용되고 있다는 사실은 관점에 따라 장점이 될 수도, 단점이 될 수도 있겠죠^^
희소성쪽을 극단적으로 강조하면 1150 같이 여기저기 쓰이는 피게 무브는 '고급 eta' 이상도 이하도 아닌 것이 될지도 모르는 일이고,
또 세월의 검증과 안정성을 극단적으로 강조하면 하이엔드든 빅 뭐시기든 새로 출시한 자사무브 사용자는 전부 '베타 테스터'로밖에 안보일테니까요 ㅋ
시계 선택에 있어 항상 고민스런 부분이 아닐 수 없습니다.
-
조각들의 향연
2013.01.08 11:22
디테일한 포스팅이네요......
역시나 검증받은 무브의 변천사란.....끝이 없네요...
-
굉천
2013.01.08 13:51
그렇죠. 사실 1150의 피게 자체 베리에이션으로
1151(데이트 삭제 버전)
1160(초침을 센터에서 6시로 이동)
1163(초침6시, 데이트 삭제)
등도 파생되어 있습니다만, 어차피 각 브랜드에서 지울건 지우고
모듈로 얹을건 얹고 해서 쓰고 있기 때문에 본문에 따로 설명하진 않았네요^^
-
Jason456
2013.01.08 11:55
이런 정보를 올려주시는 분들이 계셔서 참 즐겁고도 감사하다 생각하고 있습니다.
정말 감사드립니다...유익하고도 재미있네요~^^
-
굉천
2013.01.08 13:51
감사합니다. 제이슨님께야말로 유익하고 재미있는 이야기 항상 잘 듣고 있습니다 ㅋ
-
yeshim
2013.01.08 12:01
좋은 글입니다.^^
재미있게 봤습니다.^^
-
굉천
2013.01.08 13:52
감사합니다!
-
사이공 조
2013.01.08 14:54
좋은 정보 감사합니다
-
랄프파리
2013.01.08 20:51
여기저기 많이 쓰여서 오히려 믿음직 스럽네요. ^^
좋은 정보 감사합니다. ~
-
카이네스
2013.01.08 23:33
제 드림워치가 여기 있네요~ 벌써 두근두근 거립니다~ ㅎㅎ
좋은 정보 너무나 감사합니다~
-
칼라트라바
2013.01.09 01:48
좋은 정보군요................ 감사감사 ㅎㅎㅎ
-
재궁
2013.03.12 18:08
좋은 정보 감사합니다
-
ksa
2014.07.07 23:18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제 시계(브랑팡 레망 그랜데이트) 역시 이 무브먼트가 들어갔다는 사실을 글을 통해 알게 되었네요. 감사합니다.
-
엘리비
2014.12.07 16:04
잘 읽었습니다. 굉천님.
오늘도 갈증을 풀고 갑니다.
-
지암
2016.01.16 20:26
좋은 글 추천합니다..
-
갈매나무
2017.05.11 22:24
캬... 피게 무브는 언제봐도 멋지네요.... 근데 핵기능이 없는건 좀 아쉽지요
로터 모양만 바뀌어도 느낌이 참 달라지는 것 같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첫사진의 모습이라면 뒷백을 닫아놓는 것이 좀 더 매력적이지 않을까 생각이 되네요^^*
너무 좋은 자료 감사합니다.